[전재학의 교육칼럼]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핫(Hot)한 말
"이제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일만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아는 인간, 판단할 줄 아는 시민, 책임질 줄 아는 지식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학교 현장에서 유행하는 말이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도 널리 유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 중학교 수행평가 시간, 고등학교 탐구 보고서 지도 현장, 심지어 대학 강의실까지 관통하는 가장 ‘핫(hot)한 말’이 있다. 바로 “이건 AI한테 물어보면 돼요”이다. 이를 조금 변주하면 “챗GPT에 돌려봤어요”, “프롬프트 이렇게 쓰면 답 잘 나와요”, “AI랑 같이 했어요”이다. 이 짧은 문장들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지금 교육이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를 은근히 고백하는 시대의 은유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이 뜨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는 것’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과거 교실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말은 “외워라”, “정답은 이것이다”였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정답은 더 이상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소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AI는 질문만 던지면 즉시 설명하고, 요약하고, 비교하고, 심지어 글까지 써 준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묻는다. “굳이 이걸 외워야 하나요?”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늘 이 말이 따라온다. “AI가 다 해주는데요~” 이 말은 게으름, 나태함의 선언이 아니라, 지식 중심 교육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불복종이다.
이처럼 “AI한테 물어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이제 교육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 말이 시사하는 교육적 전환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 어떻게 질문을 구조화하느냐, 나온 답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교실에서 은근히 또 다른 말이 유행한다. “프롬프트가 중요해요.” 이 말은 교육의 중심이 지식 → 사고, 암기 → 질문, 정답 →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AI는 계산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산기가 수학 실력을 대신해 주지 않듯, AI도 생각하는 힘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교실의 언어는 교육을 무엇에 비유하고 있는가? 바로 교육은 ‘지도’에서 ‘나침반’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한테 물어보면 돼요”라는 말은 교육을 하나의 비유로 바꾸어 놓고 있다. 과거 교육이 정확한 지도를 나눠주는 일이었다면, 지금 교육은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을 알려주는 일이다.
지도는 AI가 더 잘 그린다. 하지만 어느 길을 갈지, 왜 그 길을 선택할지, 중간에 길을 바꿀 용기는 있는지, 이것은 여전히 인간의 선택 몫이다. 그래서 이 유행어는 역설적으로 교사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라, 더 깊어진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지금 교실에 필요한 질문은 “AI를 써도 되나요?”가 아니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답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이 선택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는가?”, “나는 이 결과에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은 AI가 대신 던져주지 않는다. 교육만이, 교실만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가장 위험한 말은 이것이다. “AI 때문에 교육이 끝났다.”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 때문에 교육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요즘 교실에서 “AI한테 물어보면 돼요”라는 말의 유행은 교육의 패배 선언이 아니라, 교육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다. 따라서 AI시대는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를 다시금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일만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아는 인간, 판단할 줄 아는 시민, 책임질 줄 아는 지식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AI는 답을 준다. 하지만 교육은 여전히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육은 결코 한 시대의 유행(trend)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교육은 질문과 선택의 시대로 깊숙이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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