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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변종 학교폭력 ‘야차룰’, 솜방망이 처벌로는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교육연합신문=사설] 최근 맨몸으로 잔혹하게 싸우는 신종 학교폭력인 이른바 ‘야차룰’이 확산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가해 학생 조치의 대다수는 여전히 경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신종 학폭 심의 중 신체 폭력이 대다수를 차지했음에도 전체 조치의 78%는 학생부 기재가 유보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의 형태가 날로 흉포화·은밀화되는 상황에서, 안일한 처벌 관행은 학교를 또 다른 사각지대로 내몰 뿐이므로 당국은 더욱 엄정하고 강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엄벌이 요구되는 이유는 변종 학폭이 단순한 학생들 사이의 다툼을 넘어 심각한 범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야차룰’ 같은 신종 폭력은 또래 간의 호기심이나 일탈로 치부하기엔 피해 학생에게 남기는 신체적·정신적 상흔이 너무나 깊다.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를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더욱 지능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진화해 결국 학교와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중형이나 학생부 기록 등 가혹한 낙인을 찍는 것이 능사무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청소년 시기의 과오에 대해 교화와 선도의 기회를 우선 부여해야 하며, 사법적 잣대나 과도한 징계가 오히려 학생의 사회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반발심을 키워 교육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화와 선도는 명확한 책임 추궁과 진정한 반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피해 학생이 겪은 고통에 합당한 제재와 반성 없는 관용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는커녕 걸려도 그만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경고로 오인되어 가해 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한 채 가해자의 낙인 효과만을 우려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시각이다. 결론적으로, 흉포화되는 신종 학교폭력 앞에서는 온정주의적 처방을 과감히 거둬내야 한다.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은 ‘야차룰’과 같은 변종 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실효성 있는 처벌을 내리고, 가해 학생에게는 철저한 책임 의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피해 학생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둔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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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크루즈관광의 허와 실, 크루즈관광객 100만 시대 부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크루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항구는 활기를 띤다. 거대한 선박과 수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은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기대를 높인다. 부산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크루즈선 520항차, 관광객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2026년에는 상반기에만 219항차, 약 32만 명이 부산항을 찾았고, 연간 이용객은 약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과 부산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과연 같은 일인가. 크루즈관광의 성공을 입항 횟수와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한다면 정작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이제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양적 성장의 성과를 넘어 질적 성장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숫자는 성장하지만, 지역경제의 체감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은 일반적인 숙박형 관광과 구조가 다르다. 관광객들은 선박 안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고, 기항지에서는 제한된 시간 동안 관광과 쇼핑을 즐긴다. 선박이 몇 시간 정박하는 동안 수천 명이 부산을 방문하더라도 이들이 실제로 부산 지역 상점과 식당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지역경제의 수익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주요 명소 몇 곳을 둘러본 뒤 다시 선박으로 돌아간다면, 방문객 수는 통계에 잡히지만 동네 식당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관광상품의 구성과 소비 경로에 따라 수익이 일부 대형 사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부산 크루즈관광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 증가라는 기회를 지역경제의 실질적 성장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부산은 방문객 수뿐 아니라 관광객 1인당 지역 내 소비액, 체류시간, 지역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지역 고용 효과, 재방문 의향 등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크루즈관광이 부산에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부산의 매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크루즈관광의 경쟁력이 될 만한 자산이 풍부하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해안 경관,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의 생활문화,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풍경,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 부산 특유의 해양문화와 음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관광객이 그 가치를 충분히 경험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 몇 곳에서 사진만 남기고 떠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음식을 맛보며 도시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관광이다. 부산은 관광지를 단순히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갈치시장에서 부산의 해산물 문화를 이해하고, 원도심에서 도시의 역사와 산업 발전을 배우며, 지역 상점에서 부산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관광 안내와 해설의 품질이 중요하다. 언어를 단순히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부산의 역사와 문화, 음식의 의미를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도시를 깊이 이해할수록 관광 경험의 만족도와 소비의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결국 관광의 경쟁력은 관광지의 개수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기억을 가져가는가에 달려 있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출발점이다. 부산시가 크루즈관광 활성화 전략에서 체류 확대와 재방문 설계를 강조하고, 24시간 크루즈터미널 운영을 기반으로 오버나잇 크루즈 유치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산항만공사 역시 기항 중심에서 모항 중심으로 전환하고 1박 2일 체류형 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루즈관광의 경제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다. 낮에 잠시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밤까지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저녁 식사, 야간 관광, 공연과 문화체험, 숙박 전후의 추가 소비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물론 체류시간이 늘어난다고 소비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편리한 교통, 안전한 이동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부산은 광안리 야경과 해변 문화, 원도심 역사 탐방, 지역 미식,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시간대별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입항 시간에 맞춰 시장과 음식점, 문화시설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와 교통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더 많은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들고, 그 경험이 지역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크루즈 모항 육성은 관광을 넘어 산업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부산을 잠시 들르는 기항지에서 출발과 도착이 이뤄지는 모항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항은 관광객의 승선과 하선뿐 아니라 항공·철도 연계, 숙박, 식음료, 선박 정비, 연료와 식자재 공급, 물류와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늘어나면 관광산업의 파급효과가 선박 운항과 관련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모항 육성에는 국제선 연결성, 선사의 운항계획, 안정적인 수요, 터미널 수용능력, 출입국 절차의 효율성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시설 확충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은 크루즈 선사 유치와 함께 지역기업이 선용품 공급, 관광서비스, 운송,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광객이 부산에 와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부산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모항 전략의 경제적 의미다.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 크루즈관광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문객 중심에서 지역경제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항 횟수와 관광객 수에 더해 지역 내 소비액,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체류시간, 재방문율을 함께 공개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단체 관광 중심에서 선택형 체험관광으로 확대해야 한다. 부산의 음식, 역사, 해양문화, 전통시장, 예술과 지역 생활을 연결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이 자신의 관심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낮 중심 기항에서 야간·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야간 콘텐츠와 대중교통, 다국어 안내,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구축해 체류 확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관광 유치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기업과 선사 간 거래를 확대하고, 부산의 식품·수산물·서비스·문화콘텐츠가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관광객의 만족을 재방문과 추천으로 연결해야 한다. 크루즈 여행에서 부산을 경험한 관광객이 다음에는 부산에 며칠간 머무는 개별여행객으로 돌아오도록 후속 관광상품과 맞춤형 홍보를 설계해야 한다. 크루즈는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첫 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관광업계, 지역 상인, 교통사업자, 문화기관이 함께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관광객 증가의 혜택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산 크루즈관광의 진정한 성공은 배가 떠난 뒤에 결정된다. 크루즈관광은 부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적인 접근성, 해양도시라는 정체성, 풍부한 문화자산을 활용한다면 부산은 동북아 크루즈관광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크루즈선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 관광도시의 성공을 선언할 수는 없다. 관광객이 부산을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지, 지역 상권이 얼마나 혜택을 얻었는지, 부산의 기업과 시민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겼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크루즈관광의 성패는 배가 몇 척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배가 떠난 뒤 부산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지역 상권의 매출로 이어지고, 일회성 방문이 재방문으로 연결되며, 관광 수요가 부산의 일자리와 연관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크루즈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2030년 관광객 100만 명이라는 목표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부산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그 숫자 자체가 아니다. 부산을 찾은 세계인이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 지역기업이 관광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도시, 시민이 관광의 혜택을 체감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함께 만들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부산은 단순한 크루즈 기항지를 넘어 세계인이 기억하고 다시 찾는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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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과도한 N수 열풍, 학벌주의 해법 없이는 교육 공멸을 막을 수 없다
[교육연합신문=사설] 대학 서열화와 학벌 중심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는 N수생 급증과 사교육비 폭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올해 수능 접수자 중 N수생의 비율이 3분의 1을 넘어 2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수능 여파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매년 수만 명의 청년들이 더 나은 대학을 향해 재도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가계 경제를 파탄 내는 사교육비와 N수 현상은 결국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삶의 기회를 좌우하는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된다. N수 생활에는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전체 N수 사교육비 규모만 해도 1주년 기준 3조 원을 웃돈다. 이로 인해 부모의 경제력이 곧 학생의 재도전 기회를 결정하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작 수많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임에도 이들이 학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학벌이 개인의 사회적 생존과 직결되는 한국 특유의 구조적 병폐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N수생 증가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자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자연스러운 경쟁 과정이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N수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이나 역량 발전을 위한 투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한 경쟁을 통해 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또한 수능 난이도 조절이나 입시 제도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공정한 경쟁으로 포장된 승자독식 구조의 폐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진단이다. 현실의 N수 경쟁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는커녕,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유리한 부모 찬스의 장으로 변질되어 있다. 게다가 10명 중 7명이 실패의 고통을 겪고, 고3 재학생들까지 가중된 부담으로 인해 원치 않는 N수로 내몰리는 상황은 교육이 사회적 통합이 아닌 계급 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입시 제도의 지엽적 수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벌 중심의 사회적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평생의 간판이 되는 학벌주의 타파와 일자리 간의 임금·근로 조건 격차 해소가 동반되지 않는 한, N수생 행렬을 막아 세울 방법은 없다. 교육은 청년들을 무한 경쟁의 나락으로 내몰고 가계의 등을 휘게 하는 소모전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입시 지옥의 악순환을 끊어낼 거대한 구조적 대전환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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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물은 세워진다, 도시는 기획된다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야경일까, 유명한 축제일까, 아니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랜드마크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도시의 경쟁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건물만 보러 도시를 찾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기대 이상일 때, 도시는 관광지를 넘어 목적지가 된다. 부산은 이미 적지 않은 것을 갖추고 있다. 국제적인 축제와 다양한 공연, 해변과 항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 역동적인 음식문화가 있다.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었고, 2027년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예정돼 있다. 이제 부산 관광의 과제는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이미 가진 자산으로 어떤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도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얼마나 분명한가에 따라 완성된다. 파리의 문화적 매력은 에펠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런던의 관광 경쟁력도 빅벤이나 버킹엄궁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도시에는 예술과 공연, 전시와 스포츠, 미식과 일상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문 동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있다. 관광객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여행하는 시기에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경험하기 위해 움직인다. 여기서 부산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부산에도 축제는 많고 공연도 열린다. 문제는 행사의 유무가 아니라 개별 행사가 도시 전체의 매력으로 얼마나 연결되는가에 있다. 각각의 축제와 공연이 저마다의 성과를 내는 것과, 그 모든 경험이 ‘부산에 가야 하는 이유’로 축적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부산을 여행하려는 외국인이 특정 공연을 발견하고, 그 일정에 맞춰 항공편과 숙박을 예약하며, 낮에는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공연을 관람한다면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여행을 결정하게 만든 핵심 동기가 된다. 반대로 공연이 열려도 해외에서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예약과 관람이 불편하며, 여행 일정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잠재력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이 차이가 부산 관광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 ■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의 미래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2027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부산의 문화와 관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유치하고, 부산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며, 북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건축물이 완성되는 순간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공연장은 외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다. 어떤 작품을 올리는가, 어떤 예술가를 키우는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가,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자주 그곳을 찾는가가 중요하다. 개관 기념 공연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다음 해, 그다음 시즌에도 사람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다. 한 번의 화려한 개관보다 오랜 시간 축적되는 예술적 신뢰가 도시의 브랜드를 만든다. 또한, 오페라하우스가 독립된 섬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콘서트홀과 기존 공연장, 영화제와 지역 축제, 전시공간과 관광업계가 서로의 관객을 연결해야 한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부산의 다른 문화공간을 찾고,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이 다음 공연을 예약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진정한 성공은 그 건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 공간이 부산 전체의 문화적 활력을 얼마나 확장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 축제의 도시에서 ‘문화적 목적지’로 부산은 축제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도시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축제와 공연을 새로운 관점에서 연결해야 하는 도시다. 필요한 것은 행사 목록의 확대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 프로그램처럼 기획하는 발상이다. 봄에는 어떤 예술을 경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바다와 음악이 어떻게 만나며, 가을에는 영화와 공연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겨울에는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계절별 축제를 배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와 여행 시기에 따라 도시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흩어진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편집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 관객이 부산의 오페라 공연을 예약하면 인근 전시와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발견할 수 있고,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이 지역 공연과 미식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행사가 관객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부산 체류를 함께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결은 홍보의 문제인 동시에 산업의 문제다. 공연 기획자와 관광업계, 숙박업계, 지역 상권이 일정과 상품을 함께 설계한다면 문화행사의 효과는 공연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관광 소비를 이끌고, 관광은 다시 예술의 관객과 재원을 넓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 세계인의 시선보다 먼저, 관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할수록 해외 유명 공연과 국제적인 이벤트에 관심이 쏠리기 쉽다. 그러나 외부의 명성을 빌려오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문화적 자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예술단체를 초청하는 일과 함께 부산의 예술가들이 성장하고, 지역의 공연단체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부산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다른 나라의 무대에 오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의 예술이 부산에 도착하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산의 예술이 세계로 나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이 일상적으로 공연장을 찾고 축제를 즐기며 지역 예술을 지지할 때 문화 인프라는 비로소 살아 있는 자산이 된다. 관광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공간은 특정 시기의 방문객에 의존하기 쉽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은 도시의 문화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만든다. 결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수준은 그 도시가 평소 축적해 온 문화의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장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시민이 평소에도 좋은 공연과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 관광객 수를 넘어, 도시의 선택받는 힘으로 관광객 수는 분명 중요한 지표다. 부산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들과 경쟁하려면 방문객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숫자의 성장만으로 도시의 국제적 위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부산을 방문한 사람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여행 중 무엇을 가장 인상 깊게 경험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공연과 축제가 실제로 숙박 예약과 지역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화행사의 관객 수와 관광객의 만족도,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다음 기획도 정교해질 수 있다. 이제 부산 관광정책에는 관광과 문화예술을 따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이 필요하다. 공연장은 문화시설이면서 관광 동기이고, 축제는 시민의 문화행사이면서 도시의 국제적인 홍보 자산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능력이 앞으로 부산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부산은 더 이상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미 가진 자산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시다.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은 그 가능성을 시험할 중요한 기회다. 건물의 완공을 도시의 성취로 끝낼 것인지, 새로운 문화관광 시대의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기획에 달려 있다. ■ 도시는 건축으로 모습을 갖추지만, 기획으로 기억된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가 많고 축제가 화려한 도시만이 아니다. 세계인이 부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축제의 일정에 맞춰 방문하며, 그 경험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도시다. 부산에는 이미 무대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무대들을 하나의 도시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안목과 실행력이다. 오페라하우스의 불이 켜지는 날, 부산의 관광도 함께 새로운 막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부산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꿈꾸는 데 머물지 않고, 세계인이 찾아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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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늘봄학교 전면화의 명암
[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초등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초등 1~2학년까지 정착되며 학부모의 양육 부담 완화와 국가 책임 돌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기존 돌봄교실의 높은 대기 수요를 흡수하고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교육 가족 모두가 깊이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안착해 가는 과정에서 학교가 겪는 공간의 과밀화와 관리 체계의 과부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엄중한 과제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늘봄학교 추진 현황」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된 이후 참여율은 8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기존의 돌봄 대기 수요를 사실상 해소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나타난 공간 여건의 격차는 여전히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대도시 과밀 지역의 경우 일반 정규 교실을 늘봄과 함께 쓰는 '겸용 교실' 비율이 늘면서 교사의 수업 연구 및 학생 상담 공간이 잠식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농어촌 및 원도심 학교는 전문 강사 수급의 어려움과 방과 후 안전 관리 인력 부족이라는 상반된 난관에 직면해 있다. 학교 담장 안으로 모든 돌봄 수요를 흡수하려는 물리적 집중이 낳은 구조적 한계다. 학교는 통계표 위의 숫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배움의 터전이자 아이들의 삶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모든 돌봄과 보육의 책무를 학교라는 단일 기관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려 한다면, 교원은 본연의 교수·학습 연구와 학생 지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돌봄 서비스의 질적 도약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질 높은 교육'과 '안정적인 공공 돌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패러다임의 확장이 요구된다. 우선, 학교 중심의 돌봄을 넘어선 '지자체 책임형 협력 거버넌스' 확대가 절실하다. 학교 밖 유휴 공공시설, 청소년수련관,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등을 거점형 늘봄센터로 적극 발굴·연계해야 한다. 공간이 부족한 학교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해 질 높은 예체능 및 놀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통학 및 공간 운영을 전담하는 '온 마을 돌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 '교육'과 '돌봄'의 운영 체계를 행정적·공간적으로 정교하게 분리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 조직과 늘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늘봄지원실 전담 인력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늘봄전담사 및 관리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안전 관리와 시설 유지보수, 예산 집행 등의 행정 부담이 일반 교사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빈틈없이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양적 수용'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쉼을 보장하는 '돌봄 질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이나 과도한 특별활동을 강요하기보다, 자유 놀이와 쉼, 또래 간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아동 친화적 쉼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종일 이어지는 빽빽한 통제가 아니라 안전 속에서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편안한 품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의 완성을 위해서는 학교에만 모든 짐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보듬는 성숙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 박진우 ◇ 교육학 박사 ◇ 부산 칠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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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대학에 설명회 일정 일방 통보, 교육부의 예산 권력 갑질은 멈춰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사설] 교육부가 주요 교육 사업 설명회 일정을 대학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불거진 갑질 논란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고질적인 관행이다. 교육부는 예산과 지원 사업을 볼모로 대학을 찍어 누르는 고압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대등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의 명운이 걸린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대학 측의 학사 일정이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통보했다. 대학 입장에서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속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줄기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가진 예산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기로 대학들을 길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을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교육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시급성과 효율적인 행정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할지 모른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대학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해 일정을 잡는 것은 행정적으로 현실 불가능하며, 신속한 정책 집행이 오히려 대학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주객이 전도된 관료제적 독선에 불과하다. 진정한 소통은 효율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시급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고등교육의 핵심 주체인 대학을 단순한 하급 기관이나 동원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돈줄을 쥐고 흔드는 교육부의 찍어 누르기식 행정이 지속되는 한, 정부가 공언해 온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규제 완화는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교육부는 제왕적 감독 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대학과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과 사업을 앞세워 대학을 통제하려는 관행을 타파하고, 사소한 설명회 일정부터 대학의 학사 일정을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교육부의 진정한 권위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율하는 성숙한 행정에서 나옴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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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에 하민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지원담당관 임용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부산광역시(시장 전재수)는 신임 기획조정실장에 하민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지원담당관을 10월 26일 자로 임용했다고 10월 22일 밝혔다. 하민상 신임 기획조정실장은 부산 혜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4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004년 공직에 입문한 부산 지역 연고 인사이다. 신임 실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실 근무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주민참여협업과장, 법무담당관, 상훈담당관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지원담당관으로 근무하는 등 중앙부처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중앙부처에서 정책 수립과 조정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시 주요 정책의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재수 시장은 “하민상 신임 기획조정실장은 정부 주요 정책의 기획과 조정 과정에 참여하여 정책 역량을 쌓아온 인사”라며,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산의 발전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주요 현안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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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에 하민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지원담당관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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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부산광역시의회 국민의힘 박종철 원내대표
-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부산광역시는 글로벌 해양도시로의 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인구 유출 대응, 교육 경쟁력 강화, 시민 안전 확보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부산광역시의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부산시정에 대한 합리적인 견제와 정책적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이에 교육연합신문 부산지사는 부산광역시의회 국민의힘 박종철 원내대표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의회 운영과 협치,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 민생경제 회복, 교육과 청년정책, 재난안전 체계, 지역 균형발전 및 의정혁신 등 8대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부산의 현주소와 향후 정책 방향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과 부산시의회의 역할을 확인하고, 지속 가능한 부산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 부산광역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교섭단체를 이끌며 의회 내 협력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 지방의회가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당 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부산의 발전과 시민의 삶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원내대표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협치와 책임정치의 방향은 무엇이며, 2026년 남은 기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정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내대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당의 이해관계보다 시민의 삶과 부산의 미래를 먼저 놓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대립에 매몰된 의회가 아니라 제대로 일하는 의회이다. 부산 발전과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정당을 떠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예산의 적정성과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협치는 무조건 찬성하는 것도, 견제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교섭단체의 입장을 조율하는 한편, 부산시와의 소통도 이어가겠다. 특히, 주요 정책이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정적 부담은 적절한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살피겠다. 남은 기간에는 행정사무감사와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 집중하겠다.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주요 정책의 추진 과정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예산안 심사에서는 민생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 시민 안전에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꼼꼼히 살피겠다. 아울러 북극항로와 미래산업 육성 등 부산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챙기겠다. 시민에게 필요한 일에는 적극 협력하고, 잘못된 부분은 책임 있게 바로잡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협치이자 원내대표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본다. ■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이자 동북아 물류·금융의 중심지로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산업 육성, 해양수산 관련 기관의 기능 강화, 금융 공공기관 이전 등은 부산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요 현안이다.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은 무엇이며, 이를 기업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기 위한 부산시의회의 구체적인 역할과 지원 방안은 무엇인가?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산의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새로운 바닷길이 아니라, 부산이 강점을 가진 항만·해운·물류와 조선·기자재 산업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저는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 지난 8월 해운·물류업계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광역시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 및 연관산업 육성 조례」를 대표 발의해 기업 지원과 연관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 제정 이후에는 제가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북극항로 미래산업 연구회’ 의원들과 함께 시범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를 방문해 실제 운항 과정에서 확인된 과제와 정책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제는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해 지역기업의 참여와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시의회도 관련 정책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챙기며,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 고물가와 경영비용 부담,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부산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2027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한정된 재원을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판단하는 부산 민생경제 회복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며,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상권 활성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어떤 정책과 예산 확보에 중점을 두실 계획인가? 민생경제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매출 회복을 체감하고, 어려운 시민들의 생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현장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보면 금융 부담과 경영비용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손님이 줄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는 호소가 많다.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금융·경영 지원과 함께 지역소비 활성화 정책을 통해 소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관광과 축제, 각종 행사도 지역상권과 연계해 방문객의 소비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과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생계·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현장에서 빠짐없이 전달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상권 활성화,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 필요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 단순히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 회복과 생활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지도 꼼꼼히 점검하겠다. 민생정책은 발표한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시민이 체감하는 민생 회복에 의정활동의 무게를 두겠다. ■ 부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 인구 유출에 대응하고, 지역 대학과 산업계가 연계된 교육·취업·정주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특히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첨단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미래인재 양성과 지역 교육 경쟁력 확보는 부산의 산업구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부산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취업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어떤 정책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또,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정책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 어떤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가? 부산의 청년 유출 문제는 결국 청년들이 부산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청년정책은 교육과 취업, 주거와 정착을 따로 지원해서는 한계가 있다. 부산에서 공부한 청년이 지역기업에 취업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시와 교육청은 지역산업의 변화에 맞는 교육과 진로·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채용을 연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산이 강점을 가진 해양·물류, 조선·기자재, 미래에너지 산업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키워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장 일광신도시처럼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역은 학교와 통학, 돌봄 등 교육 인프라가 지역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의회에서도 교육과 산업, 일자리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관련 제도와 예산을 챙기겠다. 청년들에게 부산에 남아달라고 말하기보다, 부산에서도 충분히 배우고 일하며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부산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시설을 비롯해 해안지역, 지하공간, 다중이용시설 등 다양한 도시·해양 안전관리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기후변화, 각종 재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이후의 수습뿐 아니라 사전 예방과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해양도시안전 분야의 의정활동과 관련해 부산의 재난안전 체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 아울러,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의 응급구조 장비 확충, 재난 취약계층 보호, 시민 대상 안전교육 강화 등을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기 바란다.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제가 부산의 지반침하 문제를 시정질문으로 다룬 것도 같은 이유이다. 노후 지하시설물과 지반 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태풍과 집중호우, 폭염 등 기후재난에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어르신과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이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체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공공시설 등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의 응급구조 장비와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시설에는 장비 확충과 함께 시민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시의회에서도 재난 예방과 초기 대응에 필요한 제도와 예산을 꼼꼼히 살피겠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얼마나 빨리 수습했느냐보다 얼마나 미리 막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부산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 ■ 지방자치의 성숙과 함께 지방의회의 전문성, 투명성, 정책 역량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조례 제정과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현장 중심의 소통과 의정활동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내대표께서 생각하시는 부산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혁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울러, 의원들의 정책 전문성 강화, 교섭단체 운영의 투명성 제고, 시민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신뢰받는 지방의회로 발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기 바란다. 부산시의회가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정활동의 성과를 시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조례를 몇 건 발의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조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봉농가의 집단민원에서 시작된 「부산광역시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다. 당시 꿀벌 집단폐사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의 목소리를 듣고 조례를 발의했으며, 응애 방제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현장의 문제를 조례와 예산,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이를 위해 의원들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 검토와 토론을 거쳐 교섭단체의 입장을 결정하겠다. 또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후속 점검도 강화하겠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말만 앞서는 의회가 아니라 제대로 일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의회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성과로 신뢰받는 부산시의회를 만드는 데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 2026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부산시의회 역시 그동안의 의정활동을 점검하고 시민 앞에 실질적인 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원내대표께서 올해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의미 있게 평가하시는 성과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울러 2027년 부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의힘 부산시의회 교섭단체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핵심 정책은 무엇이며,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린다. 올해는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일과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북극항로 관련 조례를 대표 발의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과 현장 방문을 통해 부산의 미래산업을 준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례 제정과 정책 제안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련된 제도가 실제 사업과 투자로 이어지고, 그 성과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 2027년에는 북극항로와 미래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부산의 성장 기반을 넓히는 한편, 소상공인 지원과 청년 일자리, 교육환경 개선, 시민 안전 등 생활과 직결되는 정책에도 힘쓰겠다. 부산시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연합신문 독자분들께 말하고 싶다. 저는 늘 ‘하고 싶은 의정활동보다 지금 반드시 해야 하는 의정활동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왔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부산의 10년, 20년 뒤를 준비하겠다. 변함없는 진심으로 시민의 삶을 살피고, 말보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교육연합신문 부산지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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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부산광역시의회 국민의힘 박종철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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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벼운 지식의 시대 정직한 배움을 다시 묻다!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원하는 배움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흔해진 만큼 인스턴트 음식을 대하듯 너무나 쉽게 배를 채우고 너무나 가볍게 내던지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쇼핑하듯 지식을 대하는 태도를 봅니다. 우리는 ‘왜, 배우는가?’ 철학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의 삶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기 위함’, 즉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책 속에서 물어야 합니다. 과연 ‘책’이란 무엇일까요? 책을 한자에서는 ‘冊(책 책)’이라고 합니다. ‘책’은 ‘冊封’에서 기원했으며, 관리의 임명장과 임명에 관한 기록을 말합니다. 기록에는 이 사람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왕의 통치 철학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세상의 이론, 논리, 이치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책’이라는 말은 ‘채우다.’라는 어원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 채우기 위해 책을 펴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자연과 문명에 관해 채워야 할 철학, 즉 모든 관계가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문인 ‘뒤퐁’은 ‘글이 곧 사람’이며,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인간의 존재는 그가 읽은 책이 결정한다.’고 했으며,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했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우리 속담도 그냥 만들어진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이 평생을 바쳐 이루어 놓은 깊은 지식과 축적된 통찰을 배우고자 하면서도, 정작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자세와 의지조차 갖추지 않은 채 ‘어렵다.’거나 ‘바쁘다.’는 변명과 합리화로 너무나 쉽게 뒷걸음질 치곤 합니다. 그러나 배움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그 지식의 깊이가 주는 묵직함과 광범위한 사유 속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제대로 마주 보고 고민하고 견디고 버텨본 적이 있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빠른 성과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눈부신 결실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쓰디쓴 인고의 세월과 고독한 노력이 깊게 스며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지식은 누군가가 홀로 눈물과 친구 하며, 묵묵히 흘려보낸 정직한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배우고자 하는 이라면 마땅히 깨달아야 합니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의 삶은 참된 배움의 자세로 채워졌습니다. 젊은 시절의 세잔은 당시 파리 화단에서 거칠고 어두운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매번 낙선하며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알아보고 손을 잡은 이가 바로 인상주의의 스승, 카미유 피사로였습니다. 피사로는 세잔을 자신이 살던 시골 마을 퐁투아즈로 불러들여, 날마다 나란히 이젤을 세우고 빛과 색채를 관찰하는 법을 정직하게 가르쳤습니다. 세잔은 스승이 평생을 바쳐 깨달은 가르침 앞에 편법이나 요령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승의 곁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붓을 잡으며, 스승이 걸어간 고된 관찰의 길을 묵묵히 따라 걸었습니다. 치열한 의지로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에야 세잔은 비로소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찰나에 머무르지 않고 사물의 영원한 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그는 남프랑스의 뙤약볕 아래서 수천 번이나 같은 산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지평을 열어냈습니다. 훗날 이름난 거장이 된 후에도 세잔은 자신의 이름 뒤에 늘 이렇게 적곤 했습니다. “카미유 피사로의 제자.” 세잔이 위대한 화가로 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스승의 노고를 깊이 경외할 줄 아는 배움의 겸손함이 있었고, 그 가치를 온전히 익히기 위해 정직하게 시간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움의 경외심은 『맹자(孟子)』에서 말하는 ‘불협(不挾)’, 즉 나이나 신분, 귀천, 자존심 같은 외적인 조건(挾)을 내려놓고, 오직 상대의 ‘덕(德)’과 지혜를 순수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맹자는 “나이가 많음을 기대지 말고, 신분이 높음을 기대지 말며, 형제의 세력을 기대어 벗하지 말라.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벗 삼는 것이니, 무언가를 의지하고 내세우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不挾長 不挾貴 不挾兄弟而友 友也者 友其德也 不可有挾也).”라고 말하며, 배움이란 타인의 성과를 눈요기하듯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선구자의 성과에 대한 깊은 존경과 그가 흘린 땀방울, 인고의 시간을 진심으로 공경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더 나아가 맹자는 단순히 당대의 지식을 취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 속 성현들의 시와 글을 읽으며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인품까지 깊이 헤아리는 ‘상우(尙友, 옛 성현을 벗 삼음)’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그들의 시를 읽고 글을 논하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그렇기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삶을 논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상우이다(讀其詩 論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爲尙友也).”라는 구절처럼, 배움은 단순한 정보의 수집이나 스펙의 도구가 아니라 선구자가 걸어간 고독과 인내의 시간을 나의 삶 속으로 불러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현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은 지독하리만큼 단조롭고 엄격합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원고지 20매 분량의 글을 씁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라고 해서 욕심을 내어 더 쓰지 않고, 글이 막히는 날이라 할지라도 핑계를 대며 펜을 놓지 않은 채 어떻게든 약속한 분량을 채워냅니다. 집필이 끝나면 매일 10km를 달리거나 1.5km를 수영하며 몸을 단련하고,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듭니다. 영감이나 요령에 의존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동일한 일과를 습관처럼 반복하는 것입니다. 하루키는 이러한 철저한 ‘일상의 루틴’에 대해 “동일한 루틴의 반복 자체가 일종의 자기 최면이 되어 결국 마음 깊은 곳에 다다르게 해준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위대한 작품이란 찰나의 천재성이나 순발력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 정직하게 시간을 쏟아부으며 몸과 마음의 한계를 견뎌낸 자에게만 허락되는 인고의 결실입니다. 매일의 루틴을 타협 없이 지켜낸 이 정직한 배움과 훈련의 태도는 마침내 그를 세계 5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현대 세계 문학의 거장’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독보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면, 마땅히 그 기회 자체에 대한 깊은 감사함과 배우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수많은 세월과 인내, 그리고 고독한 노력 끝에 쌓아 올린 성과에 대해 아주 작은 존경심이라도 있다면, 감히 바쁘다거나 습득 능력을 핑계로 배움의 무게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간을 다루고 관리한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무게를 두고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마음의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앞에 겸허해질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입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삶을 바로 세우는 데 다른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루키가 매일 몸을 다지며 고집스럽게 원고지를 채워나가는 것처럼, 그리고 세잔이 스승의 발자취를 온전히 따라 걸으며 자신만의 화풍를 만들어낸 것처럼,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아무리 그 과정이 고되고 어려울지라도 선구자가 묵묵히 걸어갔던 그 길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뿐입니다. 정성을 쏟고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과정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가치 또한 완성될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라는 명제와 ‘인간은 문화적 존재’라는 정의 앞에 서서 다시 묻습니다. 내가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손에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묻습니다. 인생은 한 마디 ‘묻다.’에서 시작하고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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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벼운 지식의 시대 정직한 배움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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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변종 학교폭력 ‘야차룰’, 솜방망이 처벌로는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 [교육연합신문=사설] 최근 맨몸으로 잔혹하게 싸우는 신종 학교폭력인 이른바 ‘야차룰’이 확산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가해 학생 조치의 대다수는 여전히 경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신종 학폭 심의 중 신체 폭력이 대다수를 차지했음에도 전체 조치의 78%는 학생부 기재가 유보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의 형태가 날로 흉포화·은밀화되는 상황에서, 안일한 처벌 관행은 학교를 또 다른 사각지대로 내몰 뿐이므로 당국은 더욱 엄정하고 강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엄벌이 요구되는 이유는 변종 학폭이 단순한 학생들 사이의 다툼을 넘어 심각한 범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야차룰’ 같은 신종 폭력은 또래 간의 호기심이나 일탈로 치부하기엔 피해 학생에게 남기는 신체적·정신적 상흔이 너무나 깊다.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를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더욱 지능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진화해 결국 학교와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중형이나 학생부 기록 등 가혹한 낙인을 찍는 것이 능사무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청소년 시기의 과오에 대해 교화와 선도의 기회를 우선 부여해야 하며, 사법적 잣대나 과도한 징계가 오히려 학생의 사회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반발심을 키워 교육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화와 선도는 명확한 책임 추궁과 진정한 반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피해 학생이 겪은 고통에 합당한 제재와 반성 없는 관용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는커녕 걸려도 그만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경고로 오인되어 가해 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한 채 가해자의 낙인 효과만을 우려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시각이다. 결론적으로, 흉포화되는 신종 학교폭력 앞에서는 온정주의적 처방을 과감히 거둬내야 한다.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은 ‘야차룰’과 같은 변종 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실효성 있는 처벌을 내리고, 가해 학생에게는 철저한 책임 의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피해 학생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둔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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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변종 학교폭력 ‘야차룰’, 솜방망이 처벌로는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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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나경 명인, “음식이 사람의 몸을 만든다"
-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한국 전통음식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을 현대인의 건강한 식탁에 새롭게 구현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나경전통음식연구소를 이끄는 김나경 명인이다. 김나경 명인이 선보인 ‘김나경 명인의 항암밥상’이 부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부산 서구 송도오션파크에서 열린 ‘2026 제5회 부산 서구 의료관광축제’에서다. 부산대학교병원, 동아대학교병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등 지역 주요 의료기관이 참여한 이번 축제는 시민 건강 증진과 지역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건강상담과 의료정보 제공, 웰니스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가운데 김나경 명인의 항암밥상 초청 전시는 전통음식의 가치와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나경 명인은 오랜 세월 우리 전통음식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연구하고 계승해 왔다. 전통 떡과 한과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음식의 연구와 보급에 힘써 왔으며, 2010년 한국전통떡한과산업박람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전통음식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게 재해석하며 건강한 음식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부산 향토음식의 정취와 식재료의 특성을 살린 항암밥상을 선보였으며, 시민들을 위한 힐링차 제공과 일대일 상담, 식재료 및 조리법 설명도 진행했다. 이틀 동안 약 1,000명의 시민에게 오미자차와 침향보이차를 무료로 대접하며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행사 현장에서 김나경 명인을 만나 항암밥상에 담긴 철학과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 운영 중인 항암식당의 경영 원칙,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이번 ‘김나경 명인의 항암밥상’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우리 전통음식에는 선조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와 정성이 담겨 있다. 저는 그 소중한 가치를 현대인의 건강한 식생활 속에서 다시 꽃피우고 싶었다. 이번 항암밥상은 부산 향토음식의 정취를 바탕으로 식재료의 특성과 영양적 균형을 고려해 구성했다. 16년간 쌓아 온 연구와 전시 경험을 담아 시민들이 음식을 보고, 느끼고, 맛보면서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암 환우와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소개하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한 상의 음식이 완성되기까지는 재료에 대한 지식과 조리 과정의 정성, 그리고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이 시민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힐링차와 현장 상담도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음식과 차는 정성을 통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핀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이번에는 상큼하고 오묘한 맛의 오미자차와 침향의 깊은 향, 보이차 특유의 풍미가 어우러진 침향보이차를 준비했다. 이틀 동안 약 1,000명의 시민에게 차를 대접하며 우리 식문화의 섬세한 맛과 여유를 나누고자 했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식재료의 특성과 영양성분, 조리 방법도 설명해 드렸다. 건강한 식생활은 특정 음식 하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데서 출발한다. 제가 오랜 시간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이 시민들의 건강한 일상에 작은 보탬이 된다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 항암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경영상 어려움은 없는가? 저희 식당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음식의 준비 과정부터 조리, 상차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오시는 손님 가운데는 건강이 좋지 않아 식생활에 더욱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최고의 신선한 식재료와 정성이다. 좋은 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손질하고 조리해야 비로소 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 많은 손님을 받아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한 분에게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제게는 더 중요하다. 물론 하루 한 팀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경영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금전적인 이익만을 바라봤다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신 분들이 식생활을 개선하고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늘 생각한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에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선택할 수 없고, 조리 과정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 명인께서 생각하는 음식 철학은 무엇인가? 흔히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을 한다.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는 뜻이지요. 저는 이 말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음식을 통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올바른 식생활이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을 돕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암 환우분들은 치료 과정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조언에 맞춰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맛과 품격을 잃지 않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맛을 포기하거나 조리하기 어려워서는 안 된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맛있으면서도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밥상을 만드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 항암밥상 레시피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좋은 음식도 일상에서 실천하기 어렵다면 그 가치를 충분히 나누기 어렵다. 전시장에서 선보인 항암밥상을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김나경 명인의 항암밥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메뉴별 레시피와 조리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식재료 선택과 손질 방법부터 영양을 고려한 조리법까지 자세하게 알려드리고, 시민들이 가정에서도 우리 전통음식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겠다. 메뉴별 레시피북을 통해서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전통음식은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의 지혜이자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를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게 발전시키고 널리 알리는 것 역시 명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김나경 명인의 항암밥상’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전통의 가치는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싶다. 항암밥상 메뉴와 조리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교육과 전시, 유튜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겠다. 무엇보다 제 음식을 통해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식생활 관리에 도움을 받으며, 건강하신 분들은 더욱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그릇의 음식에도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철학이 담긴다고 믿는다. 재료 하나, 조리 과정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며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밥상을 만들어 가겠다. 그것이 제가 음식을 연구하고 만드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지켜 나가고 싶은 소명이라고 본다. 김나경 명인은 제1회 축제부터 ‘명의와 명인의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부산 서구 의료관광축제에 참여해 왔다. 올해로 다섯 차례에 걸친 꾸준한 참여를 통해 전통음식과 현대의학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식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음식은 정성에서 비롯되고, 그 정성은 먹는 사람을 향한 배려에서 완성된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의 식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자 하는 김나경 명인의 장인정신은 단순한 음식 연구를 넘어 건강한 식생활을 알리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식이 사람의 몸을 만든다”는 신념 아래 식재료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김나경 명인. 전통의 깊이에 현대적 지혜를 더해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밥상을 만들어 가려는 그의 노력이 대한민국의 건강한 식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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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나경 명인, “음식이 사람의 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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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력단절을 넘어 다시 일터로…해법은 기술 교육
- [교육연합신문=이고은 기고] 충남 경력단절 여성들의 해법은 기술교육에 있다. 충남 지역 노동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숙련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출산과 육아,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다시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한 채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에도 적절한 재취업 기회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산업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나아가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경력단절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를 연결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일을 쉬었던 사람이 변화된 산업현장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과 기계·설비·자동화 분야가 지역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충남의 경우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취업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보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직무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기술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 하나를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경력이나 전공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설비운영, 기계정비, 자동화, 전기·전자, 품질관리 등 산업현장에는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며, 충분한 실습교육과 직무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여성들도 여러 기술 분야로 취업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특히 최근 산업현장은 자동화와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과거처럼 육체적인 작업 능력만을 요구하기보다 장비를 운용하고 공정을 관리하며 설비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직업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업현장과 연계된 실습 중심의 교육은 교육생이 실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기계나 장비도 반복적으로 다루고 직접 작업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 적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경력 공백으로 인해 재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진 여성에게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나도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교육 이후의 취업 연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파악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교육 수료 후 기업체 취업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교육의 효과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술을 익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교육생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교육기관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이 서로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경력단절은 경력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충남의 산업 특성과 기업의 인력 수요를 반영한 기술교육을 확대하고 교육에서 취업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갖춘다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지역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응원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술과 기회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이 실제 일자리로 연결될 때 경력단절은 더 이상 긴 공백으로만 남지 않는다. 기술교육을 통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역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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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력단절을 넘어 다시 일터로…해법은 기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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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크루즈관광의 허와 실, 크루즈관광객 100만 시대 부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크루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항구는 활기를 띤다. 거대한 선박과 수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은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기대를 높인다. 부산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크루즈선 520항차, 관광객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2026년에는 상반기에만 219항차, 약 32만 명이 부산항을 찾았고, 연간 이용객은 약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과 부산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과연 같은 일인가. 크루즈관광의 성공을 입항 횟수와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한다면 정작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이제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양적 성장의 성과를 넘어 질적 성장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숫자는 성장하지만, 지역경제의 체감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은 일반적인 숙박형 관광과 구조가 다르다. 관광객들은 선박 안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고, 기항지에서는 제한된 시간 동안 관광과 쇼핑을 즐긴다. 선박이 몇 시간 정박하는 동안 수천 명이 부산을 방문하더라도 이들이 실제로 부산 지역 상점과 식당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지역경제의 수익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주요 명소 몇 곳을 둘러본 뒤 다시 선박으로 돌아간다면, 방문객 수는 통계에 잡히지만 동네 식당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관광상품의 구성과 소비 경로에 따라 수익이 일부 대형 사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부산 크루즈관광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 증가라는 기회를 지역경제의 실질적 성장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부산은 방문객 수뿐 아니라 관광객 1인당 지역 내 소비액, 체류시간, 지역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지역 고용 효과, 재방문 의향 등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크루즈관광이 부산에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부산의 매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크루즈관광의 경쟁력이 될 만한 자산이 풍부하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해안 경관,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의 생활문화,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풍경,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 부산 특유의 해양문화와 음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관광객이 그 가치를 충분히 경험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 몇 곳에서 사진만 남기고 떠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음식을 맛보며 도시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관광이다. 부산은 관광지를 단순히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갈치시장에서 부산의 해산물 문화를 이해하고, 원도심에서 도시의 역사와 산업 발전을 배우며, 지역 상점에서 부산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관광 안내와 해설의 품질이 중요하다. 언어를 단순히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부산의 역사와 문화, 음식의 의미를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도시를 깊이 이해할수록 관광 경험의 만족도와 소비의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결국 관광의 경쟁력은 관광지의 개수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기억을 가져가는가에 달려 있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출발점이다. 부산시가 크루즈관광 활성화 전략에서 체류 확대와 재방문 설계를 강조하고, 24시간 크루즈터미널 운영을 기반으로 오버나잇 크루즈 유치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산항만공사 역시 기항 중심에서 모항 중심으로 전환하고 1박 2일 체류형 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루즈관광의 경제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다. 낮에 잠시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밤까지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저녁 식사, 야간 관광, 공연과 문화체험, 숙박 전후의 추가 소비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물론 체류시간이 늘어난다고 소비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편리한 교통, 안전한 이동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부산은 광안리 야경과 해변 문화, 원도심 역사 탐방, 지역 미식,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시간대별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입항 시간에 맞춰 시장과 음식점, 문화시설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와 교통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더 많은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들고, 그 경험이 지역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크루즈 모항 육성은 관광을 넘어 산업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부산을 잠시 들르는 기항지에서 출발과 도착이 이뤄지는 모항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항은 관광객의 승선과 하선뿐 아니라 항공·철도 연계, 숙박, 식음료, 선박 정비, 연료와 식자재 공급, 물류와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늘어나면 관광산업의 파급효과가 선박 운항과 관련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모항 육성에는 국제선 연결성, 선사의 운항계획, 안정적인 수요, 터미널 수용능력, 출입국 절차의 효율성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시설 확충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은 크루즈 선사 유치와 함께 지역기업이 선용품 공급, 관광서비스, 운송,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광객이 부산에 와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부산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모항 전략의 경제적 의미다.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 크루즈관광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문객 중심에서 지역경제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항 횟수와 관광객 수에 더해 지역 내 소비액,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체류시간, 재방문율을 함께 공개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단체 관광 중심에서 선택형 체험관광으로 확대해야 한다. 부산의 음식, 역사, 해양문화, 전통시장, 예술과 지역 생활을 연결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이 자신의 관심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낮 중심 기항에서 야간·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야간 콘텐츠와 대중교통, 다국어 안내,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구축해 체류 확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관광 유치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기업과 선사 간 거래를 확대하고, 부산의 식품·수산물·서비스·문화콘텐츠가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관광객의 만족을 재방문과 추천으로 연결해야 한다. 크루즈 여행에서 부산을 경험한 관광객이 다음에는 부산에 며칠간 머무는 개별여행객으로 돌아오도록 후속 관광상품과 맞춤형 홍보를 설계해야 한다. 크루즈는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첫 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관광업계, 지역 상인, 교통사업자, 문화기관이 함께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관광객 증가의 혜택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산 크루즈관광의 진정한 성공은 배가 떠난 뒤에 결정된다. 크루즈관광은 부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적인 접근성, 해양도시라는 정체성, 풍부한 문화자산을 활용한다면 부산은 동북아 크루즈관광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크루즈선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 관광도시의 성공을 선언할 수는 없다. 관광객이 부산을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지, 지역 상권이 얼마나 혜택을 얻었는지, 부산의 기업과 시민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겼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크루즈관광의 성패는 배가 몇 척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배가 떠난 뒤 부산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지역 상권의 매출로 이어지고, 일회성 방문이 재방문으로 연결되며, 관광 수요가 부산의 일자리와 연관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크루즈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2030년 관광객 100만 명이라는 목표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부산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그 숫자 자체가 아니다. 부산을 찾은 세계인이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 지역기업이 관광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도시, 시민이 관광의 혜택을 체감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함께 만들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부산은 단순한 크루즈 기항지를 넘어 세계인이 기억하고 다시 찾는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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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크루즈관광의 허와 실, 크루즈관광객 100만 시대 부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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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제는 약속보다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의회와 남구의회, 행정기관에 이어 지역 아파트 주민들까지 유치 활동에 동참하면서 산업은행 이전은 정치권의 정책적 요구를 넘어 지역사회의 공동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시민들의 삶에는 어떠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올 것인가. 산업은행은 기업의 투자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이다. 부산 이전은 단순히 국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기능을 분산하고, 부산을 동남권 산업금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주요 과제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주요 금융기관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결합된다면 해양·항만·물류·조선산업과 금융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산시의회 박미순 의원(남구4)이 지난 9월 1일 5분자유발언을 통해 제시한 정책적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의원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핵심은 이전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 유치와 지역산업과의 연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간판만 옮기는 형식적인 이전을 넘어 주요 의사결정 기능과 전문인력, 기업금융 지원체계가 지역에 정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문현금융단지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기능을 집적하고 동남권 주력산업과 연결하는 산업금융 생태계 구축이라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 남구의회 역시 산업은행 이전 촉구에 뜻을 모았다. 남구의회는 지난 10월 8일 고선화 의장을 비롯한 의원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 문현금융단지 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선화 의장은 산업은행 이전이 부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남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며, 안정적인 이전과 정착을 위한 남구의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박미순 의원의 제안이 산업은행 이전의 정책적 방향을 구체화했다면, 고선화 의장을 중심으로 한 남구의회의 결의는 지역 차원의 공감대와 실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다. 부산시 남구아파트연합회(회장 이춘식)와 LG메트로시티 아파트(회장 노택균)는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문현금융단지 유치를 위한 주민 참여형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공감대 확산에 앞장섰다. 이번 활동에는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각종 동호회 등 다양한 주민 조직이 함께 참여했다. 주민들이 산업은행 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산업은행 이전이 더 이상 정치권이나 행정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지역 발전의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기대가 곧바로 지역경제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법적·제도적 과제를 비롯해 이전 직원들의 주거와 자녀 교육, 금융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적 기반을 논의하고, 부산시와 남구청은 금융산업 육성과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은행 역시 이전 논의 과정에서 금융 경쟁력과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형식적인 이전이다. 본점의 주소만 부산으로 옮기고 핵심 금융기능과 주요 의사결정 체계가 수도권에 머문다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 기자의 시각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산업은행 이전을 주장했느냐가 아니다. 정치권은 제도적 해법을 찾고, 행정기관은 실행 기반을 마련하며, 시민사회는 지역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일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특정 지역이나 정치권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할 정책 과제다. 이제 부산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반복되는 선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이전계획과 실행 일정, 그리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성과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진정한 성공은 은행의 간판이 부산에 걸리는 날이 아니라, 부산의 청년들이 고향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는 날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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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제는 약속보다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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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과도한 N수 열풍, 학벌주의 해법 없이는 교육 공멸을 막을 수 없다
- [교육연합신문=사설] 대학 서열화와 학벌 중심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는 N수생 급증과 사교육비 폭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올해 수능 접수자 중 N수생의 비율이 3분의 1을 넘어 2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수능 여파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매년 수만 명의 청년들이 더 나은 대학을 향해 재도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가계 경제를 파탄 내는 사교육비와 N수 현상은 결국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삶의 기회를 좌우하는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된다. N수 생활에는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전체 N수 사교육비 규모만 해도 1주년 기준 3조 원을 웃돈다. 이로 인해 부모의 경제력이 곧 학생의 재도전 기회를 결정하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작 수많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임에도 이들이 학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학벌이 개인의 사회적 생존과 직결되는 한국 특유의 구조적 병폐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N수생 증가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자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자연스러운 경쟁 과정이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N수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이나 역량 발전을 위한 투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한 경쟁을 통해 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또한 수능 난이도 조절이나 입시 제도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공정한 경쟁으로 포장된 승자독식 구조의 폐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진단이다. 현실의 N수 경쟁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는커녕,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유리한 부모 찬스의 장으로 변질되어 있다. 게다가 10명 중 7명이 실패의 고통을 겪고, 고3 재학생들까지 가중된 부담으로 인해 원치 않는 N수로 내몰리는 상황은 교육이 사회적 통합이 아닌 계급 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입시 제도의 지엽적 수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벌 중심의 사회적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평생의 간판이 되는 학벌주의 타파와 일자리 간의 임금·근로 조건 격차 해소가 동반되지 않는 한, N수생 행렬을 막아 세울 방법은 없다. 교육은 청년들을 무한 경쟁의 나락으로 내몰고 가계의 등을 휘게 하는 소모전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입시 지옥의 악순환을 끊어낼 거대한 구조적 대전환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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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과도한 N수 열풍, 학벌주의 해법 없이는 교육 공멸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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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사함과 웃음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우리는 일상의 안정과 문명의 편리함을 마치 날 때부터 주어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든 인간 사회의 질서든, 이 세상에 저절로 주어진 ‘당연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수많은 타인의 헌신, 역사의 축적, 그리고 우주의 미묘한 균형이 빚어낸 은혜일 뿐입니다. 안이한 당연함의 착각을 깨고, 삶의 겸손한 감사와 주체적인 사유의 힘으로 시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본질적 성찰을 시작합니다. ‘왜 배워야 하는가?’ 배움은 스펙 쌓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닙니다. 배움의 본질은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익숙한 과거와 관념의 울타리를 뚫고 더 높은 차원의 나로 건너가기 위함 ‘(爲己之學)’입니다. 배우지 않는 인간은 환경과 타인이 만든 프레임의 노예로 머물지만, 배우는 인간만이 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됩니다. 이제는 남이 만들어 놓은 이론, 도덕, 이념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는 ‘대답하는 사유’를 멈추어야 합니다. 내가 디딘 현실의 결핍과 모순을 내 두 눈으로 정면 응시하며, “과연 그러한가?”, “지금 이곳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사유’를 시작해야 합니다. 시민은 국가에 등록된 ‘거민(주민)’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권력자나 진영의 선동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과 미래의 어젠다를 주체적으로 고민하며 법과 염치를 지키는 ‘생각하는 개인’이 다수를 이룰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타락을 막고 국가의 품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산수가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세고 계산하는 평면적 기술이라면, 기하학은 점, 선, 면을 허공에 새로 정의하며 공간과 구조를 창조하는 ‘원천적 개념 설계의 학문’입니다. 계산(전술)에만 매몰된 민족은 남의 질서 안에서 일하지만, 기하학적 추상력(전략)을 지닌 민족만이 문명의 새로운 판을 짭니다.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내 호흡, 건강, 재산, 심지어 가족조차 내가 온전히 소유한 것이 아니라 우주로부터 잠시 빌려 쓴 것임을 직시하라고 가르칩니다. ‘모든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조건부의 선물임’을 깨달을 때 오만과 불평이 사라지고, 매 순간을 향한 절실한 감사가 피어납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 항상 감사하자.’는 지혜를 깨닫습니다. 식물유전학자 이일하 교수가 밝힌 꽃눈 형성의 네 가지 경로(광주기, 자율성, 춘화처리, 지베렐린 경로)는 식물이 철저히 때를 기다리고 주변 환경과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율함을 보여줍니다.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조차 당연한 우연이 아니라, ‘혹독한 겨울과 빛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내와 자연의 법칙이 빚어낸 기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서구의 정답을 모방해 빠르게 따라잡는 ‘추격형 전술국가’의 꼭대기에서 멈춰 섰습니다. 과거사 청산과 내부 분열에만 매몰되면 추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질문을 던지고 세계 문명의 표준을 새로 세우는 ‘창의적 전략국가, 선도국가’로 사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출발점은 상식과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은 현상 유지의 안락함을 깨뜨리고, 숨겨진 모순을 들추어내며, 새로운 진리와 제도를 태동시키는 ‘문명 진화의 가장 강력한 방아쇠’입니다. 가족이나 절친한 지인일수록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경계를 침범하고 정서적으로 지배하기 쉽습니다. 기대치가 높기에 배신감과 상처도 가장 깊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건강한 거리감과 경계를 지키는 존중이 없으면 관계는 폭력으로 변질됩니다. 정약용 조선 후기 실학자의 사상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두 가지 핵심 처세술은 말을 줄이는 것(말조심)과 선을 긋는 것(인간관계의 거리두기)입니다. 정약용은 유배 생활을 비롯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말의 무게와 인간관계의 본질을 깊이 깨달았고, 이를 자식들과 제자들에게 전했습니다. 첫째, ‘말을 줄여라(말조심과 침묵).’입니다. 정약용은 말 한마디가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고, 때로는 화를 부르는 근원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말을 아껴 화를 면하라. “내가 한 말이 내 발목을 잡는다.”고 했습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나에게 되돌아와 해를 끼치므로, 말하기 전에 항상 세 번 생각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귀는 열고 입은 닫아라. 들음으로써 지혜를 얻고, 말함으로써 후회를 남기기 쉽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최고의 방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가벼운 말을 삼가라. 품격 있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며, 말의 양보다 그 안에 담긴 깊이와 진실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둘째, 선을 그어라(인간관계의 거리두기). 그가 말한 ‘선을 긋는 것’은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배척하라는 뜻이 아니라, 서로 상처받지 않을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의미입니다. 악인과의 거리를 두라는 것입니다.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마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가족, 친구 등)라도 지나치게 의지하거나 간섭하면 갈등이 생깁니다. 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경계선, 타인이 내 삶을 흔들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선을 긋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지혜입니다. 정약용의 가르침은 결국 “입을 다물어 구설을 피하고, 선을 그어 인간관계의 피로함을 줄이라.”는 현대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비교는 결핍과 탐욕, 분노의 온상입니다. 타인의 조건과 나를 견주는 마음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조건과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마음 챙김)’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인과(因果)에 따라 흐를 뿐 우열이 없음을 깨닫는 데서 참된 자유가 시작됩니다. 창의성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無)에서의 창조가 아니라 ‘에디톨로지(Editology: 편집학)’입니다. 지식, 감각, 경험의 조각들을 해체하고 전혀 다른 맥락으로 낯설게 재배열(연결)할 때 창의성이 탄생합니다. 나만의 독립된 생각 공간(슈필라움)을 확보하고 유희하듯 지식을 섞어야 합니다. 찰리 멍거는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빈곤한 이들이 ‘단기적 만족에 집착하고, 확증편향(자증)에 갇히며, 배움을 멈추는 태도’를 반복한다고 짚었습니다. 실수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객관적 인과관계를 냉정히 복기하지 않는 지적 나태함이 빈곤을 되풀이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기분이나 동기부여, 외부 보상에 의존하는 사람은 슬럼프가 오면 무너집니다. 그러나 감정의 기복과 상관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진 시간에 묵묵히 자리에 앉아 ‘그냥 해치우는 일상의 시스템(루틴)’을 가진 사람은 장기적 승부에서 누구도 꺾을 수 없습니다. 성공하는 법을 찾기 전에, 실패하는 법(어리석음, 편향, 탐욕)을 먼저 목록화하여 철저히 피하는 방식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사고 모델을 쓰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망상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한 보건 위기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오만한 질주와 맹목적 지구 착취에 자연이 가한 ‘거대한 문명사적 멈춤 명령’이었습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타자와의 연결성을 성찰하는 생태적·철학적 각성의 계기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혁신은 낡은 기계를 새 기계로 바꾸는 차원이 아닙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의 프레임과 사유의 높이를 완전히 바꾸는 존재론적 탈바꿈’입니다. 질문을 바꾸지 않는 사회에서의 혁신 구호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합니다.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갇혀 환상을 좇은 미치광이로 보이지만, 세속의 안락함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온몸을 던진 ‘순수한 실존적 결단의 상징’입니다. 책 속에 안주하지 말고 책을 딛고 거친 현실의 지평으로 건너가야 함을 웅변합니다. 사람의 인격적 크기(함량)는 골방의 관념적 명상에서 커지지 않습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부딪히고 책임을 지며 ‘구체적인 일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비로소 인격의 뼈대가 단단해지고 그릇이 넓어집니다. 일과 수양은 둘이 아닙니다. 당연함을 내려놓을 때 겸손한 감사가 시작되고, 남의 정답을 버릴 때 주체적인 사유가 시작됩니다. 매 순간 주어지는 삶의 인연에 깊이 감사하며 스스로 시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주인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 자신과 이 땅의 미래는 비로소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 이 길을 함께 열어가지 않겠습니까?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 우리말로 배우는 한자 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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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사함과 웃음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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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경일인데 태극기는 어디로 갔는가
- [교육연합신문=김광명 기고] 삼일절과 광복절, 개천절과 한글날이 되면 예전에는 골목마다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였다.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었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국경일의 의미와 나라사랑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었다. 태극기 게양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이었으며, 공동체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소중한 문화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경일에도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둘러보면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관공서와 주요 도로변을 제외하면 국경일이라는 사실조차 실감하기 어려운 풍경이 낯설지 않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며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여 왔다. 그러나 정작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국민의 일상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태극기를 다는 일에 점점 소홀해지고 있는가.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국민의 애국심 부족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주거환경의 변화와 공동주택 중심의 생활문화, 국경일에 대한 인식 변화, 국가상징 교육의 부족, 생활 속 실천 기회의 감소 등 복합적인 원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국경일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선열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 아니라 단순히 쉬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태극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목숨을 걸고 높이 들었던 민족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의 현장을 함께해 온 국가의 얼굴이다. 태극기의 흰 바탕에는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다. 가운데 태극 문양은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며,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는 각각 하늘과 땅, 물과 불을 나타낸다. 이처럼 깊은 역사적 의미와 철학적 가치를 지닌 태극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충실하게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태극기 게양 문화의 회복은 단순한 국기 달기 운동을 넘어 역사교육의 가치를 높이고, 공동체 의식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되살리는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부산 남구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남구 각 동의 주요 관문과 상징성이 높은 장소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해 태극기를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우리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라면 어떻겠는가. 주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상징물이 되고, 방문객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나아가 미래세대에게는 태극기를 일상에서 마주하며 나라의 역사와 국가상징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물론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가 단순히 높은 깃대를 세우는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역사성과 주변 도시경관을 충분히 고려해 조화롭게 설계하고, 태극기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안내시설을 비롯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작은 쉼터, 품격 있는 야간 경관조명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설치 장소의 적정성과 보행환경, 강풍에 따른 시설물 안전, 사업비와 유지관리 비용 등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충분한 공감대와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산 남구 17개 동 가운데 접근성과 상징성이 높은 장소를 우선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성과와 주민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한 도시 미관 개선을 넘어 국가상징을 생활 속에 정착시키고,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교육의 가치를 높이는 미래지향적 공공사업이 될 수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학생들이 국기게양대를 직접 방문하고, 태극기의 역사와 독립운동의 의미를 배우는 체험교육을 운영한다면 교육적 효과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아울러 가정에서의 태극기 게양 문화도 함께 회복해야 한다. 국경일을 앞두고 행정복지센터와 학교, 공동주택 관리주체, 주민자치단체 등이 협력해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국기 구입과 올바른 게양 방법을 쉽게 안내하는 등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태극기를 가까이하는 문화는 일회성 행사나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지속적인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태극기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진영의 상징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국기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존중하고 지켜야 할 국가의 상징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고 살아온 시대와 지역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태극기가 갈등과 대립의 상징이 아니라 화합과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에서 태극기가 올라갈 때 한마음으로 감동하고 환호한다. 국가적 위기와 어려움 앞에서도 태극기 아래 뜻을 모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다. 그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이제는 우리 동네와 가정, 학교의 일상 속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국경일마다 태극기 게양을 독려하는 구호를 반복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가까이하고 국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을 입구에서는 태극기가 주민들을 맞이하고, 아이들은 그 아래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선열들의 희생을 배우며, 국경일이면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도시를 상상해 보자. 그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을 부산 남구에서 만들어 보면 어떻겠는가. “마을마다 태극기 하나, 동네마다 대한민국의 자부심 하나.” 대형 국기게양대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태극기를 중심으로 세대가 소통하며 나라의 소중함을 함께 되새기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태극기는 바람이 불어야 펄럭인다. 그러나 태극기를 다시 국민의 마음속에 높이 세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실천이다.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제 태극기를 우리 삶의 가까운 곳으로 다시 불러와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자유의 가치, 공동체의 자긍심을 다음 세대에 당당하게 물려주어야 한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그 얼굴을 빛나게 하는 일은 국가만의 책무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할 소중한 책임이다. 국경일에 태극기가 다시 골목마다 힘차게 펄럭이는 대한민국, 그 뜻깊은 변화가 부산 남구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김광명 ◇ 前부산광역시의회 의원(제8·9대) ◇ 前부산광역시 남구의회 의원(제6·7대) ◇ 前(사)부산광역시 남구청년연합회 회장 ◇ 前부산남부교육지원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 ◇ 前부산남구청소년지도협의회 회장 ◇ 前(사)용호지역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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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경일인데 태극기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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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물은 세워진다, 도시는 기획된다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야경일까, 유명한 축제일까, 아니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랜드마크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도시의 경쟁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건물만 보러 도시를 찾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기대 이상일 때, 도시는 관광지를 넘어 목적지가 된다. 부산은 이미 적지 않은 것을 갖추고 있다. 국제적인 축제와 다양한 공연, 해변과 항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 역동적인 음식문화가 있다.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었고, 2027년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예정돼 있다. 이제 부산 관광의 과제는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이미 가진 자산으로 어떤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도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얼마나 분명한가에 따라 완성된다. 파리의 문화적 매력은 에펠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런던의 관광 경쟁력도 빅벤이나 버킹엄궁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도시에는 예술과 공연, 전시와 스포츠, 미식과 일상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문 동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있다. 관광객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여행하는 시기에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경험하기 위해 움직인다. 여기서 부산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부산에도 축제는 많고 공연도 열린다. 문제는 행사의 유무가 아니라 개별 행사가 도시 전체의 매력으로 얼마나 연결되는가에 있다. 각각의 축제와 공연이 저마다의 성과를 내는 것과, 그 모든 경험이 ‘부산에 가야 하는 이유’로 축적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부산을 여행하려는 외국인이 특정 공연을 발견하고, 그 일정에 맞춰 항공편과 숙박을 예약하며, 낮에는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공연을 관람한다면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여행을 결정하게 만든 핵심 동기가 된다. 반대로 공연이 열려도 해외에서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예약과 관람이 불편하며, 여행 일정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잠재력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이 차이가 부산 관광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 ■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의 미래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2027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부산의 문화와 관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유치하고, 부산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며, 북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건축물이 완성되는 순간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공연장은 외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다. 어떤 작품을 올리는가, 어떤 예술가를 키우는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가,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자주 그곳을 찾는가가 중요하다. 개관 기념 공연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다음 해, 그다음 시즌에도 사람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다. 한 번의 화려한 개관보다 오랜 시간 축적되는 예술적 신뢰가 도시의 브랜드를 만든다. 또한, 오페라하우스가 독립된 섬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콘서트홀과 기존 공연장, 영화제와 지역 축제, 전시공간과 관광업계가 서로의 관객을 연결해야 한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부산의 다른 문화공간을 찾고,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이 다음 공연을 예약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진정한 성공은 그 건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 공간이 부산 전체의 문화적 활력을 얼마나 확장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 축제의 도시에서 ‘문화적 목적지’로 부산은 축제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도시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축제와 공연을 새로운 관점에서 연결해야 하는 도시다. 필요한 것은 행사 목록의 확대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 프로그램처럼 기획하는 발상이다. 봄에는 어떤 예술을 경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바다와 음악이 어떻게 만나며, 가을에는 영화와 공연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겨울에는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계절별 축제를 배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와 여행 시기에 따라 도시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흩어진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편집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 관객이 부산의 오페라 공연을 예약하면 인근 전시와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발견할 수 있고,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이 지역 공연과 미식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행사가 관객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부산 체류를 함께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결은 홍보의 문제인 동시에 산업의 문제다. 공연 기획자와 관광업계, 숙박업계, 지역 상권이 일정과 상품을 함께 설계한다면 문화행사의 효과는 공연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관광 소비를 이끌고, 관광은 다시 예술의 관객과 재원을 넓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 세계인의 시선보다 먼저, 관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할수록 해외 유명 공연과 국제적인 이벤트에 관심이 쏠리기 쉽다. 그러나 외부의 명성을 빌려오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문화적 자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예술단체를 초청하는 일과 함께 부산의 예술가들이 성장하고, 지역의 공연단체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부산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다른 나라의 무대에 오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의 예술이 부산에 도착하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산의 예술이 세계로 나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이 일상적으로 공연장을 찾고 축제를 즐기며 지역 예술을 지지할 때 문화 인프라는 비로소 살아 있는 자산이 된다. 관광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공간은 특정 시기의 방문객에 의존하기 쉽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은 도시의 문화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만든다. 결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수준은 그 도시가 평소 축적해 온 문화의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장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시민이 평소에도 좋은 공연과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 관광객 수를 넘어, 도시의 선택받는 힘으로 관광객 수는 분명 중요한 지표다. 부산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들과 경쟁하려면 방문객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숫자의 성장만으로 도시의 국제적 위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부산을 방문한 사람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여행 중 무엇을 가장 인상 깊게 경험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공연과 축제가 실제로 숙박 예약과 지역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화행사의 관객 수와 관광객의 만족도,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다음 기획도 정교해질 수 있다. 이제 부산 관광정책에는 관광과 문화예술을 따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이 필요하다. 공연장은 문화시설이면서 관광 동기이고, 축제는 시민의 문화행사이면서 도시의 국제적인 홍보 자산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능력이 앞으로 부산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부산은 더 이상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미 가진 자산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시다.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은 그 가능성을 시험할 중요한 기회다. 건물의 완공을 도시의 성취로 끝낼 것인지, 새로운 문화관광 시대의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기획에 달려 있다. ■ 도시는 건축으로 모습을 갖추지만, 기획으로 기억된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가 많고 축제가 화려한 도시만이 아니다. 세계인이 부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축제의 일정에 맞춰 방문하며, 그 경험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도시다. 부산에는 이미 무대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무대들을 하나의 도시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안목과 실행력이다. 오페라하우스의 불이 켜지는 날, 부산의 관광도 함께 새로운 막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부산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꿈꾸는 데 머물지 않고, 세계인이 찾아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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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물은 세워진다, 도시는 기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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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늘봄학교 전면화의 명암
- [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초등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초등 1~2학년까지 정착되며 학부모의 양육 부담 완화와 국가 책임 돌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기존 돌봄교실의 높은 대기 수요를 흡수하고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교육 가족 모두가 깊이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안착해 가는 과정에서 학교가 겪는 공간의 과밀화와 관리 체계의 과부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엄중한 과제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늘봄학교 추진 현황」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된 이후 참여율은 8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기존의 돌봄 대기 수요를 사실상 해소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나타난 공간 여건의 격차는 여전히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대도시 과밀 지역의 경우 일반 정규 교실을 늘봄과 함께 쓰는 '겸용 교실' 비율이 늘면서 교사의 수업 연구 및 학생 상담 공간이 잠식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농어촌 및 원도심 학교는 전문 강사 수급의 어려움과 방과 후 안전 관리 인력 부족이라는 상반된 난관에 직면해 있다. 학교 담장 안으로 모든 돌봄 수요를 흡수하려는 물리적 집중이 낳은 구조적 한계다. 학교는 통계표 위의 숫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배움의 터전이자 아이들의 삶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모든 돌봄과 보육의 책무를 학교라는 단일 기관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려 한다면, 교원은 본연의 교수·학습 연구와 학생 지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돌봄 서비스의 질적 도약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질 높은 교육'과 '안정적인 공공 돌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패러다임의 확장이 요구된다. 우선, 학교 중심의 돌봄을 넘어선 '지자체 책임형 협력 거버넌스' 확대가 절실하다. 학교 밖 유휴 공공시설, 청소년수련관,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등을 거점형 늘봄센터로 적극 발굴·연계해야 한다. 공간이 부족한 학교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해 질 높은 예체능 및 놀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통학 및 공간 운영을 전담하는 '온 마을 돌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 '교육'과 '돌봄'의 운영 체계를 행정적·공간적으로 정교하게 분리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 조직과 늘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늘봄지원실 전담 인력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늘봄전담사 및 관리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안전 관리와 시설 유지보수, 예산 집행 등의 행정 부담이 일반 교사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빈틈없이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양적 수용'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쉼을 보장하는 '돌봄 질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이나 과도한 특별활동을 강요하기보다, 자유 놀이와 쉼, 또래 간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아동 친화적 쉼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종일 이어지는 빽빽한 통제가 아니라 안전 속에서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편안한 품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의 완성을 위해서는 학교에만 모든 짐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보듬는 성숙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 박진우 ◇ 교육학 박사 ◇ 부산 칠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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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늘봄학교 전면화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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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병역특례, 이제는 ‘혜택’보다 ‘책임’을 생각할 때
-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 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병역의무는 오랜 시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이자, 때로는 청춘의 한 시기를 내려놓아야 하는 숙제와도 같았다. 특히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병역의무는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 온 가장 무거운 의무 가운데 하나다. 현행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동선수에게 있어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군 복무로 인해 선수 생활이 중단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제도의 배경에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과연 현재의 제도가 시대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로 다수의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게 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선수 개인에게는 매우 큰 혜택이지만,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또래 청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점이다. 국가대표 선수는 단순히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실력만큼이나 경기장 밖에서 보여주는 언행과 인격도 중요하다. 특히, 전쟁이나 사고로 신체적 피해를 입은 장병을 연상시키는 행동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입은 장병들과 지금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권의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책임감과 겸손함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아시안게임 종목별 경쟁 수준과 참가 선수 구성, 국제대회로서의 권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메달 획득만을 기준으로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야구의 경우 프로 선수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 대표팀과 사회인 야구 선수 중심의 일본 대표팀이 맞붙는 등 종목별로 참가 선수의 구성과 경쟁 조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축구 역시 연령 제한이 있는 아시안게임 특성상 국가별 선수 구성에 차이가 있고, 우리나라는 와일드카드 선수를 활용해 대표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 물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나선 선수들의 노력과 땀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메달 하나만으로 병역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은 스포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BTS(방탄소년단) 역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함께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했다. 전성기의 시간을 국가의 부름에 따라 잠시 내려놓은 이들의 선택은 병역의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과가 국가 이미지와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가대표라는 이유로 누리는 명예가 클수록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 병역특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앞세우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제대회의 수준과 권위, 참가국의 선수 구성, 경기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병역특례 대상과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도 자신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은 지금도 군부대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곁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누군가는 추운 겨울밤 경계근무를 서고, 누군가는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청춘 역시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만큼,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감사와 존중을 보내야 한다. 병역특례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특별히 부여한 예외적인 혜택이다. 그렇다면 혜택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책임과 겸손이 따라야 한다. 이번 논란이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병역특례 제도의 취지와 형평성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의 성취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또 다른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돌아간다면, 그 제도는 언젠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제는 메달의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메달 뒤에 있는 공정성과 책임의 가치를 함께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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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병역특례, 이제는 ‘혜택’보다 ‘책임’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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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어릴 때부터 알았던 사자성어, 언행일치, 그 때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청출어람, 입신양명 등 사자성어의 뜻이 다 좋은 뜻인 건 알겠는데 언행일치는 왜 좋은 뜻이지? 언행일치, 말과 그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그런 당연한 말에 사람들은 줄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린 나의 시선으로는 언행일치는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냥 말한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학원 간다고 엄마한테 말하고 학원 가고, 논다고 말하고 놀면 되는 거지, 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인가?”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말과 행동이 같은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압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높이 있을수록 그 정도는 더욱 커집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잣대로 약자를 대하는 태도, 이익과 손해 앞에서의 모습, 예기치 못한 분노의 상황에서의 언행, 남이 없는 곳에서의 정직함,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 등을 나열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근본을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인 잣대는 크고 작은 약속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옛 성인들도 신뢰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공자는《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人而無信 未知其可也(인이무신 미지기가야)”, 즉 “사람으로서 신의가 없다면 그가 어디에 쓰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자하(子夏)는 “大德不踰閒 小德出入可也(대덕불유한 소덕출입가야)”, 즉 “큰 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다면 작은 행동에는 약간의 오차가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인성의 큰 테두리가 바로 신의(信義)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고전이 말하는 신의의 시작점은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합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성실함은 타고난 의지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매 순간의 절제와 작은 실천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삶의 모습입니다. 《중용(中庸)》에 등장하는 “愼其獨也(신기독야)”는 남이 보지 않고 홀로 있는 곳에서도 스스로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하늘과 소통하는 더욱 두려운 시간임을 고백하는 옛 성현의 깊은 성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우리말로 배우는 한자에서 본 約束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約의 모습과 소리에서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오고 또 내려와 하늘을 안고 있음으로 하늘의 뜻과 같아지기 위해 마음을 맺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束의 모습과 소리에서도 묶여진 동이 안에 새로운 미래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約束은 하늘과 같은 사람들의 더 큰 생각과 결실을 위한 언행인 것입니다. 지켜도 되고 경우에 따라 쉽게 어겨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내면의 단단함은 자기 자신을 다루는 아주 사소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가장 큰 이유는 순간의 편안함에 속기 때문이다. 편안함을 포기할 때 비로소 인격의 단단함이 시작된다.” 모든 것은 자기에게서 먼저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학(大學)》에서는 내면의 정성스러움이 외면으로 드러나는 이치를 “誠於中 形於外(성어중 형어외)”, 즉 “안에 진실함이 있으면 반드시 밖으로 나타난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약속 앞에서도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남과 약속할 때 쉽게 승낙하지 않으며, 한 번 입 밖으로 낸 말은 어떠한 손해나 번거로움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냅니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그의 스승이자 부친인 손웅정 감독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와 맺은 약속’을 증명하는 삶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 선수가 만 16세에 도달할 때까지 약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당장의 경기 출전이나 화려한 기술 습득을 경계하고, 오직 기본기 단련이라는 둘만의 약속을 묵묵히 이행했습니다. 손 선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린 시절, 운동장 세 바퀴를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리프팅하면서 도는 훈련과 공이 단 한 번이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숫자를 1부터 세어야 하는 가혹한 자기 규율을 지키며 매일 정해진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성장기 이후에도 매일 양발 슈팅 500개씩, 하루 1,000개의 슛을 연습하며 양발의 감각을 익히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손웅정 감독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방울이 한 사람의 진짜 본질을 만든다"고 단언합니다. 매일의 루틴을 정직하게 지켜낸 위대한 성실함과 엄격한 정성이 있었기에, 훗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페널티킥 없이 양발만으로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에 오르는 역사적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용》은 “至誠無息(지성무식)”, 즉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성즉형 형즉저 저즉명 명즉동 동즉변 변즉화)”, 즉 “정성스러우면 나타나고, 나타나면 더욱 밝아지며, 밝아지면 감동을 주고, 감동을 주면 변화한다.”고 설명합니다. 참된 정성, 즉 지성(至誠)은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言而有信 行必有果(언이유신 행필유과)”, 즉 “말에는 반드시 신의가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처럼, 자신을 속이지 않는 성실함이 있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변함없는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참된 됨됨이와 인성의 기본은 언행이 일치하는 일상의 모습에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말의 무게를 알기에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타인을 현혹하지 않는 사람, 스스로에게는 신독으로 엄격하되 타인의 허물에는 배려와 이해를 더 하는 사람, 이익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지 않고 자신의 신용을 증명해 나가는 사람이 바로 좋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는 말합니다. 루틴이 있는 사람은 못 이긴다고 합니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모든 자세가 다릅니다. 그들은 남의 루틴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루틴을 위해 실험과 기록을 반복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내 말과 내 생각이 내 몸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자신을 자신이게 만드는 德이 아닐까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은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철환천하(轍環天下)하며 도덕 정치를 주창한 공자께서 덕과 고독의 관계를 명쾌하게 표현하여, 혼탁한 세상에서 도덕을 실천하는 자, 옳은 길을 가는 자는 외롭고 고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으며 반드시 친한 친구가 생기고, 좋은 이해자, 정다운 동반자와 협력자가 생기는 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신뢰를 지키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강제력은 제도도, 규정도, 이익도아닙니다. 내 안의 생각하는 능력, 바로 스스로 반성하는 힘입니다. 무엇이 부끄러운 일이고, 무엇이 명예로운 일인지 알 길이 없으니, 세상은 조타수 없는 배와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양심, 염치, 수치심’ 등과 같은 ‘인간적인 것’들을 배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보물들이 담긴 상자가 바로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간적으로 살다 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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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대학에 설명회 일정 일방 통보, 교육부의 예산 권력 갑질은 멈춰야 한다
- [교육연합신문=사설] 교육부가 주요 교육 사업 설명회 일정을 대학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불거진 갑질 논란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고질적인 관행이다. 교육부는 예산과 지원 사업을 볼모로 대학을 찍어 누르는 고압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대등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의 명운이 걸린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대학 측의 학사 일정이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통보했다. 대학 입장에서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속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줄기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가진 예산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기로 대학들을 길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을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교육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시급성과 효율적인 행정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할지 모른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대학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해 일정을 잡는 것은 행정적으로 현실 불가능하며, 신속한 정책 집행이 오히려 대학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주객이 전도된 관료제적 독선에 불과하다. 진정한 소통은 효율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시급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고등교육의 핵심 주체인 대학을 단순한 하급 기관이나 동원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돈줄을 쥐고 흔드는 교육부의 찍어 누르기식 행정이 지속되는 한, 정부가 공언해 온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규제 완화는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교육부는 제왕적 감독 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대학과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과 사업을 앞세워 대학을 통제하려는 관행을 타파하고, 사소한 설명회 일정부터 대학의 학사 일정을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교육부의 진정한 권위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율하는 성숙한 행정에서 나옴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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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대학에 설명회 일정 일방 통보, 교육부의 예산 권력 갑질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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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왕 김광휘] 2027 대입논술 비법 - 고려대학교 논술
- [교육연합신문=김광휘 논술] 고려대학교 논술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시험이 아니다.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를 정확히 읽고, 문제의 요구에 맞게 핵심 개념을 뽑아내며, 그것을 논리적인 답안 구조로 연결하는 시험이다. 김광휘 ‘논술의 왕’식으로 정리하면 고려대 논술의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문제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제시문을 요약이 아니라 논거로 바꾸어라.” 수험생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고려대 논술 대비 비법은 다음과 같다. ■ 제시문보다 문제를 먼저 읽어라 논술 답안의 방향은 제시문이 아니라 문제의 명령어에서 결정된다. ‘비교하라’, ‘분석하라’, ‘비판하라’, ‘평가하라’, ‘설명하라’,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지시어에 따라 답안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비교하라’는 문제에서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밝혀야 하고, ‘비판하라’는 문제에서는 대상의 한계나 논리적 약점을 지적해야 한다.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문제에서 제시문 요약만 반복하면 좋은 답안이 될 수 없다. ○ 비법 포인트 문제를 읽을 때 명령어에 밑줄을 긋고, 답안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하라. ■ 제시문은 따로 읽지 말고 관계 속에서 읽어라 고려대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제시문 하나하나의 단순 요약이 아니다. 여러 제시문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관계로 연결된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한 제시문이 다른 제시문의 한계를 보완한다. ▲두 제시문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하나의 제시문은 원인을, 다른 제시문은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을 때는 “이 글이 무슨 내용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다른 제시문과 어떤 관계인가?”까지 파악해야 한다. ○ 비법 포인트 고려대 논술의 핵심은 제시문 요약이 아니라 제시문 간 상관관계 파악이다. ■ 공통 개념을 뽑아라 여러 제시문과 자료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을 찾아야 답안의 중심이 잡힌다. 예를 들어 자유, 평등, 공정성, 경쟁, 연대, 공동체, 다양성, 책임, 효율성, 인간 존엄, 기술 발전, 사회적 약자, 불평등 같은 개념들이 자주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키워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 속에서 어떤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 예시 ▲자유 vs 평등 ▲경쟁 vs 연대 ▲효율성 vs 공정성 ▲개인의 권리 vs 공동체의 책임 ▲성장 vs 분배 ▲기술 발전 vs 인간성 ▲다양성 vs 사회 통합 ○ 비법 포인트 주제를 외우지 말고, 주제 속에 숨어 있는 가치 대립 구조를 찾아라. ■ 자료는 나열하지 말고 한 문장으로 묶어라 표, 그래프, 통계, 사례 자료가 나올 경우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자료를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답안은 자료들을 관통하는 공통 의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여러 자료가 소득 격차, 교육 기회 차이, 지역 불균형을 보여준다면 다음과 같이 묶을 수 있다. “제시된 자료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회 격차가 여러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료를 종합해 핵심 문제를 규정해야 이후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제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비법 포인트 자료를 설명하지 말고, 자료가 함께 가리키는 사회문제를 찾아라. ■ 제시문은 요약하지 말고 논거로 바꿔라 논술 답안에서 제시문은 단순히 정리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이나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나쁜 답안 : 제시문 A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좋은 답안 : 제시문 A가 강조하는 공동체적 연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적 협력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이처럼 제시문의 내용을 자신의 논리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 비법 포인트 “이 제시문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이 제시문을 내 주장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 답안은 결론부터 설계하라 논술 답안을 처음부터 써 내려가면 논지가 흔들리기 쉽다. 먼저 결론을 정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근거를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결론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사회적 불평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제도적 개선과 공동체적 연대가 함께 필요하다.” 그러면 본론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불평등의 원인 분석 ▲개인 책임론의 한계 ▲사회적·제도적 해결방안 제시 ○ 비법 포인트 답안은 쓰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정하고 본론을 배치하라. ■ 해결방안은 개인·사회·제도 차원으로 구체화하라 해결방안 문제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와 같은 추상적 표현만 쓰면 설득력이 약하다. 해결방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과적인 방식은 세 층위로 나누는 것이다. ▢ 개인 차원 개인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고, 타인의 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사회 차원 사회는 공감, 연대, 협력의 문화를 확산하고, 차별과 배제를 줄이는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 제도 차원 국가와 제도는 교육,복지,노동,지역 정책 등을 통해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 비법 포인트 해결방안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드러나야 한다. ■ 옹호·비판형 문제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하라 특정 주장에 대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문제가 나오면 입장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비판한다고 해놓고 본론에서 옹호 논리를 쓰거나, 결론에서 애매하게 “둘 다중요하다”고 마무리 하면 답안의 힘이 떨어진다. ■ 안정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대상 주장의 핵심 정리 ▲자신의 입장 제시 ▲제시문을 근거로 활용 ▲반대 입장 간단 검토 ▲자신의 결론 재확인 ○ 비법 포인트 어느 입장을 선택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입장을 끝까지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 반드시 피해야 할 답안 유형 고려대 논술에서 피해야 할 답안은 다음과 같다. ▢ 제시문 요약형 답안 ▲제시문 내용을 반복하지만 자신의 논리로 연결하지 못하는 답안 ▢ 자료 나열형 답안 ▲표와 그래프를 하나씩 설명하지만 공통 의미를 찾지 못하는 답안 ▢ 입장 혼란형 답안 ▲옹호와 비판이 뒤섞여 논지가 흔들리는 답안 ▢ 구호형 답안 ▲ “노력해야 한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만 반복하는 답안 ▢ 배경지식 과시형 답안 ▲ 문제와 직접 관련 없는 이론이나 시사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답안 ○ 비법 포인트 논술은 많이 쓰는 시험이 아니라 정확히 쓰는 시험이다. ■ 실전 답안 기본 공식 고려대 논술 답안은 다음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 명령어 확인 → 제시문 핵심 파악 → 공통 개념 추출 → 자료 종합 → 입장 결정→ 근거 배치 → 결론 정리 사회문제 해결형 문항이라면 다음 틀을 활용할 수 있다. 제시된 자료들은 ○○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의 원인은 ○○에 있으며, 제시문 A는 이를 □□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또한 제시문 B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변화, 사회적 연대,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옹호·비판형 문항이라면 다음 틀이 안정적이다. 제시된 주장의 핵심은 ○○이다. 나는 이 주장을 옹호한다/비판한다. ▲첫째, 제시문 A는 ○○의 측면에서 이 주장의 타당성/한계를 보여준다. ▲둘째, 제시문 B는 □□의 관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반대 입장에서는 ○○라고 볼 수 있으나, 이는 ○○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따라서 이 주장은 옹호/비판되어야 한다. ■ 최종 정리 김광휘 ‘논술의 왕’식 고려대 논술 비법은 결국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정확히 읽고, 관계를 파악하고, 구조적으로 써라.고려대 논술은 예상 주제를 맞히는 시험이 아니다. 낯선 제시문과 자료가 나오더라도 문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핵심 개념을 뽑아내며, 제시문을 자신의 논거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수험생은 배경지식 암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문제 독해, 제시문 분석, 자료 해석, 논거 구성, 답안 구조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 한 줄 비법 고려대 논술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자료를 정확히 읽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람이 이긴다. ▣ 김광휘 ◇ 前현광문리학원 원장 ◇ 前부산종로학원 원장 ◇ 前부산학원 부원장 ◇ 언어영역 문학(창과창) ◇ 언어영역 독해(한샘출판사) ◇ 홀로서기 논술(대학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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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왕 김광휘] 2027 대입논술 비법 - 고려대학교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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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학생 감소 시대, 특수교육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 [교육연합신문=신동현 칼럼] 우리나라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빈 교실이 생기고 소규모학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흐름과 반대로 빠르게 늘어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교육대상자입니다. 「2026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에서 2023년 10만 9,703명, 2024년 11만 5,610명, 2025년 12만 735명, 2026년 12만 4,195명으로 해마다 증가했습니다. 4년 만에 2만 500명, 19.8%가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자폐성장애 학생은 같은 기간 1만 7,024명에서 2만 8,798명으로 69.2% 증가했습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곳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6년 특수교육대상자 가운데 특수학교에서 배우는 학생은 3만 1,993명인 반면, 일반학교 특수학급 학생은 7만 2,784명,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도 1만 9,202명입니다. 전체의 74%가량이 일반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특수교육은 특수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특수교육 체계는 이렇게 빠르게 늘고 다양해지는 교육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을까요?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22조는 특수교육 담당 교원을 특수교육대상자 4명마다 1명씩 배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네 명이라도 필요한 지원은 전혀 다릅니다. 수업지원만 필요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의사소통, 이동, 신변처리, 행동·감각조절 등에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습니다. 교사가 한 학생의 위기상황이나 신변처리를 지원하는 동안 다른 학생의 수업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교사와 지원인력의 부족은 학생이 받아야 할 교육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학교를 계속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2022년 192교였던 특수학교는 2026년 199교로 7교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반면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같은 기간 1만 2,712학급에서 1만 5,426학급으로 2,714학급, 21.3%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일부 주민의 반대 과정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했던 일도 경험했습니다.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해서 필요한 지역에 곧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닌 현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특수학교를 더 짓고 특수학급을 하나씩 늘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변화한 교육환경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의 대안은 학생 감소로 여유 공간이 생기는 일반학교, 특히 소규모학교를 활용한 ‘거점형 특수학급’입니다. 지역의 특수교육 수요와 접근성을 고려해 몇몇 학교를 거점으로 정하고, 일반 특수학급보다 충분한 특수교사와 지원인력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감각조절실·심리안정공간·신변처리시설을 갖추고 행동·의사소통 지원 등 전문적인 기능도 함께 두는 것입니다. 거점의 전문인력이 인근 학교를 찾아가 학생과 교사를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한 학교에 모으자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교육의 전문성과 인력을 거점에 모아 여러 학교가 함께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은 일반학교 안에 ‘SEN Unit’과 ‘Resourced Provision’을 두어 전문적인 인력과 시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모든 전문인력과 시설을 각각 갖추기 어렵다면, 일반학교 안에 전문성을 집중하면서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도 이제 ‘일반학교냐 특수학교냐’라는 두 가지 선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학급과 순회지원, 일반 특수학급, 거점형 특수학급, 특수학교로 이어지는 촘촘한 지원체계를 만들고 학생 수뿐 아니라 실제 지원요구도에 따라 교사와 지원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학생이 줄어 교실이 비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특수교육을 받을 공간과 교사, 전문인력이 부족합니다. 이 두 문제를 따로 바라볼 이유가 없습니다. 학생이 줄어드는 학교의 공간과 특수교육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것. ‘한 명의 특수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특수교육’에서 ‘여러 교사와 전문가, 지역의 학교가 한 아이를 함께 지원하는 특수교육’으로 바꾸는 것. 그곳에서 학생 감소 시대, 우리 특수교육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 신동현 ◇ 부산 강서초등학교 교장 ◇ 前 부산 장서초등학교 교감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관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정책연구소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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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학생 감소 시대, 특수교육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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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가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하고 있는가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가이드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관광객이 처음 접하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사회의 인상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 한마디가 부산에 대한 이미지가 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첫 기준이 될 수 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골목과 색채로 기억되는 관광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한국전쟁과 피란, 정착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갈치시장 또한 단순한 수산시장을 넘어 부산 사람들의 삶과 애환, 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관광객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관광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무자격 가이드’ 문제 역시 특정 직업군의 이해관계 차원에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본질은 관광객의 안전과 권익, 정보의 정확성 그리고 관광서비스의 책임성에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 현장에서 접하는 설명을 상당 부분 현지 전문가의 설명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나 왜곡된 문화적 설명이 전달된다면 관광객은 이를 사실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의 부정확한 설명이 한 도시의 역사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과 책임의 문제다. 관광 일정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용·계약·서비스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면 그 피해는 결국 관광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는 순간 관광서비스 체계의 사각지대는 그대로 드러난다. 관광 현장에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제도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이와 함께 관광통역안내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관광통역안내사는 단순히 외국어를 전달하는 통역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과 사회적 특성을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광객이 대한민국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관광통역안내사는 관광 현장의 중요한 민간 외교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식 관광통역안내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직업군을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이는 궁극적으로 관광객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관광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부산 관광정책 역시 이제 관광객의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물론 많은 관광객이 부산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부산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어떤 기억을 안고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다.관광객 한 명이 부산에서 경험한 하루는 곧 부산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가이드를 만나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은 관광객은 부산을 신뢰할 수 있는 도시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부정확하거나 무책임한 안내를 경험한 관광객은 그 기억을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 경험이 부산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관광 행정과 관광업계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관광의 경쟁력은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하고 대형 시설을 확충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관광객을 직접 만나는 사람의 전문성, 관광산업 종사자의 책임의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과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관광도시의 품격이 만들어진다.무자격 가이드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은 누군가의 생계를 제한하거나 특정 종사자를 배제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단속과 처벌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관광객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을 확보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 행정기관은 관광 현장의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제도적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관광업계 또한 책임 있는 운영과 자율적인 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이 자신이 이용하는 관광서비스의 자격 여부와 운영 주체, 책임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광객 한 명에게 부산은 단순한 대한민국의 한 도시가 아닐 수 있다.그 관광객에게 부산은 곧 대한민국이며, 부산에서 만난 사람과 경험한 서비스가 대한민국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이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하고 있는가.” 관광객 수를 늘리는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부산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기억하며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부산이 진정한 국제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지 개발과 관광콘텐츠 확대뿐만 아니라 관광서비스의 기본 질서와 전문성, 그리고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함께 확립해야 한다. 좋은 관광은 매력적인 관광지에서 시작된다.그러나 품격 있는 관광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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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가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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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우리는 날마다 요동치는 세상사 속에서 불안과 피로를 마주합니다. 수많은 사건과 갈등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이유는 사물의 겉모습만 볼 뿐, 그 이면에서 도도히 흐르는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를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무엇을 먼저 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먼저’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상에서는 이치(牛자)의 작용(儿)이 언제나 먼저라는 뜻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회의 본질적 법칙을 직시하고, 남의 정답에 기대는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기획하는 주인의 길을 열기 위한 화두를 정리해 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 ‘연기(緣起)와 조건’이라고 전현수 박사는 말합니다. 즉 세상의 이치는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조건이 다하면 사라지는 연기(緣起)의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며, 모든 존재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무상(無常)하게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세상은 내 욕심이나 의지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원인과 조건’의 인과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모르면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 현실과 싸우게 되고, 결국 분노, 불안, 우울이라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치를 알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지혜’가 생기며, 어떤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원인을 분석해 바른 조건을 짓는 능동적이고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인생을 바꾸는 힘을 ‘학(學)과 습(習)’으로, 《논어》의 첫 장에 나오는 ‘학이시습(學而時習)’입니다. ‘학(學)’으로 기존의 낡은 틀을 깨는 새로운 시선과 앎을 받아들이고, ‘습(習)’으로 일상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날갯짓하듯 훈련하여 몸에 체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머릿속 지식에 머물지 않고 배운 바를 삶의 행동으로 익혀내는 것만이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최진석 교수는 ‘미래에 올 일을 미리 현실화하는 힘’을 강조합니다. 과거의 원한이나 현실의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치와 질서를 현재로 끌어당겨 ‘개념(Concept)’으로 설계하고 행동하는 힘입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결과를 뒤따라가는 모방자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고 스스로 미래의 아젠다(행해져야 할 일들)를 기획하는 ‘전략적 사유’를 의미합니다. 요즘 전략적 사유로, ‘루틴이 있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말들을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가 말하는 루틴은 단순한 반복 일과가 아니라 ‘의지력의 소모를 막아주는 심리적 자동 보호 시스템’입니다. 감정의 기복, 슬럼프, 외부 스트레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읽고 쓰고 행동하는 기본 틀(루틴)을 가진 사람은, 순간의 열정만으로 사는 사람을 장기적 승부에서 반드시 이겨낸다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특정 이념, 도덕, 성공 기준이라는 획일화된 ‘유위(有爲)’의 프레임에 갇혀 극단적인 대립과 피로를 겪고 있습니다. 노자의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안 하는 방관이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편견과 도그마를 걷어내고 대상과 세계의 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유입니다. 이 인지적 유연성이야말로 혐오와 분열을 치유하는 시대적 해독제입니다. 그래서 현대에 노자 철학이 현대에 절실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전현수 박사는 세상의 이치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정한 비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과응보는 권선징악의 도덕적 설화가 아니라 ‘마음과 행위가 짓는 엄밀한 과학적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타인을 향해 혐오와 분노의 마음을 품으면, 그 감정의 파동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가장 먼저 내 몸과 영혼을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선한 생각과 행동을 지으면 그 평온과 신뢰가 고스란히 나의 삶으로 환류됩니다. 뿌린 씨앗대로 거둔다는 우주의 정직한 순환입니다. 어떤 현실이 일어날 때는 반드시 작용하는 근본 이유가 존재합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마십시오. 왜? 불행해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어 변화를 주어야만 현실이 바뀝니다. 하버드 다니엘 골먼은 충동을 참고 조절하는 능력과 타인의 마음을 읽고 공존하는 능력을, 불교에서는 해로운 것을 인지하고 멈추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경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을 가려내는 지혜, 즉 말만 앞서는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이 생각납니다. ‘청기언이관기행(聽其言而觀其行)’, 그의 현란한 말을 듣는 데서 멈추지 말고, 반드시 뒤따르는 행동을 시간 차를 두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위기 상황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에 책임을 회피하는지, 말과 행동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는지를 냉정히 관찰하는 것이 사람을 거르는 기준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행복을 짓는 구체적 방법으로, 전현수 박사는 인간관계의 지옥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가는 길은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려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타인은 나의 통제 영역 밖(타인의 몫)에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는 상대의 조건에 따라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라고 객관적으로 수용(이해)하며, 내 쪽에서는 진실한 경청과 자애로운 태도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대화의 비결은 상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태도, 즉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과연 선생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와 같은 인지적 겸손과 경청의 언어입니다. 상대의 말을 먼저 인정하고 수긍해 주는 여백을 둘 때 비로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립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 ‘많이 힘들었겠다.’ 고민을 토로할 때, ‘어떻게 생각하니?’ 결과가 아쉬울 때, ‘그거 하느라 애썼다.’ 의견이 대립할 때,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제 국민에서 시민으로 대전환이 절실한 때입니다. 시민이란 단순히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거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공공의 가치를 세우며 책임지는 ‘자율적 주체’입니다. 주입식 교육은 지시를 따르는 백성을 만들 뿐 참된 시민을 길러내지 못합니다. 일상에서 권위나 여론에 맹종하지 않고 “이것이 공익과 미래에 부합하는가?”를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훈련을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코비 브라이언트, 무라카미 하루키, 워런 버핏에게는 공통의 비밀이 있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매일 새벽 4시 훈련을 결코 거르지 않는 압도적인 디테일과 집념의 소유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일어나 4시간 동안 원고지 20매를 쓰고, 10km를 달리는 기계적인 자기 규율을 살았습니다. 워런 버핏은 하루의 80%를 오직 책을 읽고 생각하는 데 바치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장기적 사유의 소유자였습니다. 위대함의 비밀은 천재적 번뜩임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원칙을 매일 묵묵히 밀고 나가는 ‘지독한 자기 통제와 일상의 루틴’입니다. 황농문 교수는 생각을 늦출수록 탁월해지는 몰입(Slow Thinking)의 의미에 대해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생각 늦추기’는 조급증을 버리고 뇌를 이완된 상태로 유지하면서, 하나의 문제에 긴 호흡으로 의식을 집중하는 ‘슬로 싱킹(Slow Thinking)’입니다. 쫓기듯 결론을 내리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몰입할 때, 뇌의 시냅스가 활성화되어 번뜩이는 영감과 차원 높은 창의적 통찰이 발현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으며, 뇌과학적으로 감사는 불안과 결핍을 유발하는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지적 명료성을 회복시켜 준다고 합니다. 막연한 감사가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오늘 마신 따뜻한 차 한 잔”,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건강” 등 일상의 구체적인 사실 3가지를 매일 밤 기록하며 그 이면의 연결고리를 곱씹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감사함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안착시켜 보겠습니다. 인간의 진화는 생물학적 육체의 진화에서 멈추지 않고, ‘의식의 진화, 사유의 도약’으로 이어집니다. 집단의 신념이나 도덕률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단계(노예)에서 벗어나, 고유한 자아를 자각하고 문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주인)로 나아가는 정신적 비약이야말로 인간이 완수해야 할 진정한 진화의 여정입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강조하는 성공의 핵심은 ‘자기 반영적 재미(슈필라움·Spielraum)’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노동은 소진(번아웃)을 낳지만, 내가 진정으로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과 행위는 최고의 창의성을 분출합니다.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발견하고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무는 사람만이 고도의 자율성과 성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모르면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는 종속자로 살아가지만, 이치를 꿰뚫어 보는 자는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우뚝 섭니다. 우리를 불행하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입니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give and take)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찾는 것이 인생의 성찰 과제입니다.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를 철저히 성찰하며 행동을 조절해야 합니다. 자기를 다스리는 능력과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혜로운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나만 좋거나 남만 좋은 것이 아닌 양쪽 모두에게 유익한 길을 찾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 우리말로 배우는 한자 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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