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2(토)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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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매일 저녁 KBS '6시 내고향'과 매주 토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방송되는 '동네 한 바퀴'는 은근히 기다려지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이는 빠른 이동과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한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고, 또 천천히 걷는 방식으로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 속에서 만나는 지역의 장인과 명장들은 화려한 성공담의 주인공만은 아니다. 그들은 한자리를 지키며, 사라져 가는 우리의 토종 기술과 생활 문화를 묵묵히 이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있으며, 또 전하려고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이 질문은 곧 우리 교육의 방향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삶과 연계된 배움,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을 강조해 왔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 학교–마을 협력, 학교 밖 학습 자원의 활용은 이제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성과 달리, 실제 학교 현장에서 지역은 여전히 ‘부가적 체험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바로 지역의 장인과 무형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도>를 통해 전통 기술과 예술을 보호하고 전승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축적한 지식과 태도를 몸으로 간직하고 있는 살아 있는 교육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한지 장인의 작업에는 자연 재료의 과학적 이해와 생태적 감수성이 담겨 있고, 옹기 장인의 삶에는 지역 산업과 생활사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자원은 역사·국어·과학·미술·기술·진로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으며, 교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 교육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자가 아니라, 학문의 경계와 맥락을 이해하는 탐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교육의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전통문화와 무형유산 교육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며,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학생의 정체성 형성과 창의적 사고를 강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 교육이 과거 회귀가 아니라 미래 역량을 기르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실행이다. 지역(마을) 연계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사의 개인적 열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지역 문화 자원과 학교를 연결하는 제도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업 자료 개발, 교원 연수, 행정적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역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래야만 지역 자원이 일회성 체험이나 행사로 소모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교육 내용으로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가이자 위대한 교육자였다. 그는 평생 자신의 소원이 우리가 세계 속의 “문화강국“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이는 현대에 와서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생산량이나 수출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적 문화시민을 길러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KBS의 두 방송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각 지역의 장인과 명장의 삶은, 그 출발점이 멀리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교육이 지역의 기억과 문화와 손을 맞잡을 때, 교실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부 정책이 진정으로 현장과 연계하여 이루어질 때, 문화강국의 길은 교육으로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명실공히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지역의 인적 자원과 문화 요소를 풍부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강화하여 다시 살려내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간직해야 할 위대한 교육적 과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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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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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교육으로 잇는 문화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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