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0-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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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기록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서울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통감부가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을 투옥하고 고문하기 위해 1908년에 문을 연 감옥이다. 통감부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국정을 장악하고 통치하기 위해 서울에 설치되었던 식민 통치 기구이다. 통감부는 식민 통치를 추진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이후 통감부는 1910년 조선총독부로 공식 전환됐다. 서대문형무소에서는 반일 세력과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수용했다. 항일운동을 벌인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약 60000평 정도의 부지를 사용했다. 일제는 이 광활한 부지 위에 붉은 벽돌의 옥사와 공장, 사형장 등을 치밀하게 배치하여 당대 최첨단 감시 체계를 갖춘 거대한 감옥을 구축했다. 이곳은 전국의 수많은 의병 투쟁, 국권 회복 운동, 그리고 이후 펼쳐진 3·1운동과 비밀결사 운동 등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고 투옥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되었다. 일제는 이 대규모 수용 시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유를 박탈하고 항일 의지를 근본적으로 꺾고자 했다. 백범 김구, 신채호, 허위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모진 고문과 열악한 감옥 환경에 희생되었다. 수감자들은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좁은 독방에 갇힌 채, 취조 과정에서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고문을 견뎌내야 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평생 안고 갈 장애를 입거나 끝내 감옥 안에서 순국했다. 또한 극도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실한 식사로 인해 전염병과 영양실조가 나타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병마와 싸우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옥사 구석에 위치한 사형장으로 끌려간 애국지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외치며 삶을 마감했다.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은 형무소 담장 구석구석에 짙게 남아 있다. 오늘날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뼈아픈 수난과 탄압의 현장이자,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을 기리며 이번 주, 서대문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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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2026-10-25
  • [전재학의 교육칼럼] 가수 지드래곤에게서 배우는 ‘남다름’의 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우리 교육에 던진 시사점은 매우 깊게 다가선다. 호앙 흐엉 지앙 학생은 2026년 베트남 고교 졸업시험 A01 계열에서 30점 만점에 29.75점을 받아 전국 공동 수석에 올랐고, SAT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세계의 전통적인 명문대학들을 비롯해 서울대의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최종 KAIST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9월 학기에 입학하여 놀랍게 디자인된 KAIST 캠퍼스 적응에 익숙해지고 과학 연구에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그가 주목한 인물 한 사람이 뜻밖에도 초빙교수인 가수 지드래곤이었음을 각종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지앙 학생은 지드래곤에게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학 영재가 가수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가?”… 매우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창의성에는 전공의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은 2024년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KAIST는 그의 대중문화 경험과 창작 역량을 과학기술과 문화산업의 융합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후 KAIST와 함께 AI·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미디어아트와 우주 연구를 결합한 음원 송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과학의 언어로 예술을 상상하고, 예술의 방식으로 과학을 바라본 사례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청소년 교육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드래곤’이라는 유명인의 이름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듯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다. 이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말로 치환하여 이 시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로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무리 지은 펭귄들이 얼음 끝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순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든다. 그 한 번의 도약이 무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퍼스트 펭귄은 어떤 학생인가? 정답을 가장 빨리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다. 실패하지 않는 학생이 아니라 실패를 새로운 배움으로 바꾸는 학생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학생이 아니라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학생이라 할 것이다. KAIST가 2026학년도 학사과정에서 ‘창의도전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KAIST는 해당 전형을 통해 과학영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 자체에서도 기존의 성취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잠재력을 바라보는 흐름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은 퍼스트 펭귄 교육이 무모함을 가르치는 것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와 무모함은 다르다. 지드래곤에게서 청소년이 배워야 할 것은 그가 입는 옷도, 부르는 노래도, 얻은 명성도 아니다. 지드래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이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기 길을 만들고, 누군가는 과학으로, 누군가는 문학으로, 누군가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야가 아니라 태도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것을 어떻게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 태도다.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지드래곤에게서 발견한 것은 결국 유명인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인간의 자세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남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인가, 아니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인가? 교육은 아이에게 완성된 지도를 건네주는 일이 아니다. 아직 길이 그려지지 않은 백지 한 장을 건네고, 그 위에 자기만의 길을 그릴 용기를 갖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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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23
  • [오피니언리더스] 박수영 국회의원, “빌바오와 판교, 부산의 미래를 위한 교훈”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국민의힘 박수영 국회의원(부산 남구)이 ‘빌바오와 판교’를 주제로 한 기고를 통해 부산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적극행정과 정책적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쇠락한 산업도시에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한 스페인 빌바오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판교 테크노밸리의 사례를 제시하며, 도시의 경쟁력은 어려움을 회피하는 행정이 아니라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행정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 빌바오의 기적, 문화가 도시의 운명을 바꾸다 스페인 빌바오는 한때 철강과 조선업으로 번영했지만 산업구조 변화와 경제위기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바스크 지방정부는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 개관을 중심으로 항만 정비와 교통망 확충 등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박 의원은 이른바 ‘빌바오 효과’를 소개하며, 세계적인 문화시설 유치가 도시의 이미지와 경제적 활력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중단보다 대안 마련이 중요 박 의원은 빌바오의 성공 사례를 부산 이기대 일원에 추진됐던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사업과 연결했다. 이기대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이 조화를 이룬다면 부산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는 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건립비 약 1100억 원과 연간 운영비 약 125억 원의 재정 부담, 환경 훼손 우려, 불리한 계약 조건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박 의원은 부산시 정책점검단의 다수 의견이 ‘사업조건 재검토’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건이 마뜩잖다면 사업 중단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지적했다. ■ 판교 테크노밸리, 규제 개선이 만든 새로운 기회 박 의원은 경기도 재직 당시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과정에서 경험했던 적극행정 사례도 소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건축사업이 중단되자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지분 변동을 허용하되 6개월 이내 착공하도록 조건을 부여해 사업 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특혜 시비와 감사 우려 등 반대가 있었지만, 박 의원은 지속적인 검토와 설득을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행정이 기존 제도에 머무르기보다 공공의 이익과 지역 발전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멈춰선 도시에 밝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는다” 박 의원은 대형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과 이해관계 충돌 등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산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재정 건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예산은 늘 부족하고 이해관계는 항상 충돌한다”며 “혼을 담아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돌파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멈춰선 도시에 밝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로 부산의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도전과 행정의 책임을 역설했다. 이번 기고는 부산의 주요 문화관광 정책을 둘러싼 논의 속에서 단순한 사업 추진 여부를 넘어, 도시의 장기적 발전 방향과 행정의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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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22
  • [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함께 일할 때 더 큰 가능성이 열린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경험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때 조직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을 장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과 가능성으로 바라볼 때 기업과 사회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 보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실제 채용과 근무환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 이후의 직무 배치, 조직 구성원의 이해, 소통 방식 등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용적인 조직문화는 교육과 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슈퍼바이저 역량강화 교육, 대기업 장애인 고용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단순히 법과 제도를 설명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공유하고, 조직이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ESG 경영이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은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은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포용적인 일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교육은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며,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고용정책은 채용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다양한 역량이 발휘되는 조직이 결국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좋은 일터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믿는 조직은 더 큰 혁신을 만들어 낸다. 사람 중심의 교육과 포용적 조직문화를 통해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HRD의 또 다른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지역 협력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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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21
  • [오피니언리더스] 공탁환 KGA에셋 세이브인스 팀장
    [교육연합신문=공탁한 기고]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약속이다. 그러나 그 약속의 진정한 가치는 보험에 가입하는 순간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실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드러난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에 집중해야 할 환자에게 보험금 청구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복잡한 보험약관과 낯선 청구 서류, 예상과 다른 보험금 지급액은 고객에게 적지 않은 혼란과 불안을 안겨준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험전문가의 역할은 단순한 상품 판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객이 자신의 권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책임 있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최근 보험금융신문이 선정한 ‘2026 올해의 보험리더’에 이름을 올린 KGA에셋 세이브인스 공탁환 팀장의 활동은 이러한 보험서비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공 팀장은 10년 넘게 부산지역 병원 현장에서 보험금 청구와 보상 관련 업무를 지원하며 고객 중심의 실무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의 책임이다.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점검하고 보험약관을 바탕으로 예상 지급 범위를 안내하며, 실제 지급된 보험금에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원인을 확인하는 일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60대 후반 고객이 과거 염좌 진료 이력을 이유로 보험금 전액 부지급 통보를 받았던 사례는 전문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공 팀장은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과 보험 가입 당시 청약서,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해 보험사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약 2주간의 소명 과정을 거쳐 기존 부지급 결정이 철회되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모든 보험금 분쟁에서 동일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보험약관과 의학적 근거, 계약 당시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노력이 고객의 권익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보험산업은 오랫동안 영업 실적과 계약 규모를 중요한 성과 기준으로 삼아왔다. 물론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 영업 경쟁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얼마나 많은 계약을 체결했는가 못지않게, 계약 이후 고객의 신뢰를 얼마나 충실하게 지켜왔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상품 설명이 아니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절차를 친절하게 안내하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대응하는 전문가다. 공 팀장은 “계약이 이뤄진 순간보다 계약 후에 고객이 더 필요로 하고, 더 믿고 찾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원칙”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보험전문가가 지켜야 할 중요한 직업윤리가 담겨 있다. 보험은 고객의 불안을 이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또한, 보험전문가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을 넘어 고객과 보험사 사이에서 정확한 정보와 신뢰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과 실무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보험약관은 복잡하고 보상 판단에는 다양한 의학적·법률적 요소가 작용한다. 따라서 전문가는 자신의 경험만을 앞세우기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고객을 안내해야 한다. 고객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보험금 지급을 무조건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약관과 관련 법규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고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탁환 팀장의 ‘2026 올해의 보험리더’ 선정은 개인의 성과를 넘어 보험업계가 지향해야 할 고객 중심 서비스의 방향을 보여준다. 앞으로 보험산업의 경쟁력은 상품의 다양성이나 영업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고객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누구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지, 그 신뢰에 얼마나 책임 있게 응답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공 팀장은 “보험에 가입하던 날의 반가움보다 보상의 갈림길에서 고객에게 더 큰 안도감을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보험은 한 장의 계약서로 시작되지만, 그 신뢰는 고객이 실제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보험의 가치는 가입을 권유하는 말이 아니라, 고객에게 약속한 보상이 정당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책임 있는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그것이 보험의 본질이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보험전문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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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리더스
    2026-10-20
  • [책소개]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
    [교육연합신문=편집국] - 본지 김춘식 논설위원, 신간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 출간… 현장 교사, 교육청 정책기획자, 교육연수원, 대학 AI교양교육 설계자 위한 필독서로 조명 초거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적 노동과 신체 노동의 경계를 재편하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대화형 AI 모델이 로스쿨과 MBA 시험을 통과하고, 자동차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는 현실은 미래 교육의 방향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약 30년에 걸쳐 배우고 익히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는 시대다. 이러한 지식 습득의 속도 격차 앞에서 공교육과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본지 논설위원이자 동신대학교 K-남도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춘식 박사가 지난 10여 년간 주요 언론과 방송, 학술 매체에 기고해 온 글들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체계화한 신간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소명출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기술 진보의 나열이나 추상적인 미래 예측을 넘어선다. 저자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사유 체력, 즉 '생각 근육'이며, 이를 복원하는 핵심 열쇠가 인문학적 성찰과 역사적 통찰에 있음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특히, 이 서적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 시·도교육청의 교육전문가 및 교육정책기획자, 전국 교육연수원, 대학의 AI 교양교육과정 설계자 등 교육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책적·교육학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유용한 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 독일 칼만 석학 특별강연 및 브레멘주 교육부 강연 성과: '자발적 가축화'에 대한 경고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문제의식은 이미 독일과 유럽 학계 및 교육행정 기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와 아헨공과대학교(RWTH Aachen)가 주관한 '칼만 석학 특별강연'에서 'AI 시대의 인간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데 이어, 독일 브레멘주 교육부(LIS) 초청 강연에서는 'AI 시대의 문해력과 질문하는 인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 독일과 유럽 교육연구자들의 깊은 관심과 공감을 끌어낸 바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요약문과 정답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퇴행을 '자발적 가축화(Self-domestication)'이자 '사유의 외주화'로 정의한다. 편의성을 이유로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권한을 기술에 넘겨줌으로써 텍스트의 맥락을 길게 읽어내지 못하고 문단을 건너뛰는 '후천적 난독'과 비판적 문해력 저하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지적이다. 충남교육청의 시선 추적(Eye-Tracking) 연구와 OECD의 성인 및 청소년 역량 조사 지표를 분석한 결과, 15세 학생 중 사실과 의견을 냉철히 구분하는 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은 기술 도입에 앞서 '생각하는 힘'의 정립이 왜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입증한다. 스웨덴이 과도한 디지털 기기 보급 정책을 재검토하고 종이 교과서와 손글씨 중심 수업으로 회귀한 사례나 프랑스의 학내 기기 통제 정책 역시 성장 단계에 맞는 문해력 교육의 순서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역량: 'H-Factor'와 정서적 지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환경에서 교육이 지켜내야 할 고유 영역으로 저자는 'H-Factor(Human Factor)'를 제시한다. 정서 지능, 공감 능력, 도덕적 판단력, 맥락적 이해력,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수용하는 정서적 지지는 수치화되거나 알고리즘으로 단순 복제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그럴듯한 위로의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타인의 슬픔 앞에서 수반되는 감정의 중력이나 인간적 망설임까지 함께 짊어질 수는 없다. 교사가 학생의 걸음걸이나 표정 하나에서 미세한 위기 신호를 직관적으로 알아차리는 역량은 데이터 계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 형성된 체화된 감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역할 중 하나로 정서적 지원 분야를 꼽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순 지식 전달의 역할은 기술이 보완하더라도, 학생들의 내면을 지탱하고 '질문하는 인간(Homo Quaerens)'을 길러내는 교사의 역할은 AI 시대일수록 더욱 대체 불가능해진다. ■ 고전과 역사적 기억에서 도출하는 교육철학적 대안 책은 현대의 인공지능 이슈를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 고전 텍스트와 연결하여 기술 윤리의 문제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기술적 성취가 인간의 도덕적 성숙을 저절로 보장하지 않으며, 사유를 외주화할 때 기술 종속이 일어난다는 고전의 경고는 오늘날 거대 테크 기업의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제공한다. 또한,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바르샤바 게토 위령탑 앞에서 사죄한 역사적 사건과 독일의 '기억문화(Erinnerungskultur)' 정착 과정을 조명하면서, 화해와 성찰은 단순한 외교적 선언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통한 지속적인 제도화로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과거사를 대면하는 국가적 태도에 대한 분석인 동시에, 공교육이 보편적 인권과 역사 정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된다. ■ 현장 중심의 실행 모델: 창의융합 발표토론(CCEP)과 인문학적 전환 저자가 포스텍(POSTECH) 재직 시절부터 경북과 전남 지역 초·중·고교 현장에 독서인문교육과 연계해 적용해 온 '창의융합 발표토론 교육프로그램(CCEP)'은 AI 시대 교육 혁신의 구체적인 실행 모형을 제시한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 의식을 설정하고 문헌을 탐독하며, 소논문을 작성하고 동료들과 발표·토론하는 과정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정답 자판기가 아닌 사유의 근력을 키우는 피트니스 코치로 전환하는 실천적 접근이다.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는 단순한 인문학 예찬론이 아니다. 기술의 편의성 속에서 자발적 가축화의 위험을 경계하고, 공교육과 대학 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담은 실용적 가이드북이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가, 교원 연수를 기획하는 연수원 관계자, 대학에서 AI와 인문학의 융합 교과를 설계하는 연구자들에게 이 책은 AI 시대의 교육적 대응표를 작성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지은이: 김춘식(동신대학교 K-남도문화학과 교수,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펴낸곳: 소명출판 ■ 정가: 19,000원 ▣ 저자 김춘식 동신대학교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역사철학부 석사학위(역사학, 교육학, 정치학), 동 대학 철학박사학위(서양근현대사)를 취득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2024 칼만 펠로우(독일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위원 ◇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칼스루에공과대학교(KIT) 초빙교수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초대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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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20
  • [최윤용의 100세 칼럼] 암 수술부터 척추·관절 수술까지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단순 침상 안정이 아닌 생리적 항상성의 재건, 수술 후 재활의 개념 - 많은 환자가 종양을 절제하거나 손상된 관절과 척추를 교정하는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치료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술의 종료는 또 다른 치열한 생리적 회복 과정인 ‘수술 후 재활(Postoperative rehabilitation)’의 출발점입니다. 과거의 전통적인 수술 후 요양 개념은 수술로 허약해진 신체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엄격한 장기 금식, 각종 배액관과 도뇨관의 장기간 유지, 과도한 수액 투여 및 절대적인 침상 안정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켈렛(Kehlet) 교수가 주창한 이래 현대 수술 후 관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수술 후 회복 촉진(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이하 ERAS)’ 패러다임은 수술이 인체에 가하는 복합적인 외상 스트레스 반응을 조기에 능동적으로 제어하여 수술 전의 신체 기능과 대사 항상성을 신속히 되찾는 통합 재활 과정으로 수술 후 재활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수술이라는 물리적 침습은 인체 내부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신경·내분비·면역학적 폭풍을 일으킵니다. 복부나 근골격계 수술이 시작되는 1단계(신경원성 단계)에서 피부와 조직 절개는 기계수용체와 통각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하여 척수 억제 반사와 교감신경계(아드레날린성 경로)를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뇌의 고립로핵과 시상하부 실방핵을 자극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분비인자를 방출시킴으로써 위장관 운동을 즉각 마비시킵니다. 이어지는 2단계(염증성 단계)에서는 외과적 조작으로 인해 조직 내 비만세포가 탈과립되고 근육층에 상주하는 M1 대식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종양괴사인자, 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유도성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래 산화질소, 사이클로옥시게나제-2 유래 프로스타글란딘이 대량 방출되어 장관 평활근 수축력을 직접 떨어뜨리고 전신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근육 위축을 유발합니다. 2. 마약성 진통제와 장마비의 딜레마, 수술 후 재활의 필요성과 최신 논의 - 수술 기법이 개복술에서 복강경 및 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로 고도화되고 ERAS 프로토콜이 도입되면서 평균 재원 기간이 1.88일 단축되고 합병증 위험이 29% 감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으나,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재활의 난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복부 수술 환자의 약 19%에서 발생하는 ‘수술 후 위장관 기능장애’와 대장직장 수술 환자의 10~30%가 겪는 ‘수술 후 장마비(postoperative ileus)’는 복부 팽만, 가스 및 대변 배출 지연, 경구 섭취 불내성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장 유래 감염과 패혈증,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전신마취 수술 환자의 30%, 고위험군의 60~80%는 수술 후 구역 및 구토를 겪으며, 이는 복압 상승으로 인한 창상 열개, 출혈, 흡인성 폐렴 위험을 높입니다. 정형외과와 척추 수술 영역의 재활 문제도 심각하여, 슬관절 전치환술 환자는 수술 1개월 후 대퇴사두근 기능이 20~25% 감소하고 1년 후에도 보행 속도가 18%, 계단 오르기 속도가 51% 저하되어 약 15~20%가 재활 결과에 불만족을 호소하며, 퇴행성 요추 질환 수술 환자의 10~75%는 신경근 견인 손상에 따른 난치성 잔여 하지 저림과 근육 강직을 겪습니다. 가장 큰 임상적 딜레마는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해 투여하는 약물 자체가 오히려 재활과 장기 기능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체 수술의 36.5% 이상, 주요 암 수술의 95% 이상에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opioids)는 장 신경계에 분포한 μ-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여 비추진성 수축을 늘리고 수분·전해질 분비를 억제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해 심각한 변비와 수술 후 장마비, 구역·구토를 촉발합니다. 더욱이 수술을 계기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접한 환자의 약 6%가 수술 90일 이후에도 약물을 끊지 못하는 지속적 오피오이드 사용자로 전락하는 문제가 전 세계적 보건 위기로 대두되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는 위장관 출혈과 간·신장 독성 위험이 있고,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은 술후 호흡 억제 우려로 활용이 위축되고 있으며, 장 회복을 돕기 위해 시도되던 정맥 리도카인 주입술 역시 최근 영국 27개 병원 다기관 임상시험(ALLEGRO trial)에서 위장관 회복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항구토제 단독 투여만으로는 수술 후 오심과 구역 전체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학계에서는 ERAS의 빈틈을 메우고 마약성 진통제 의존도를 낮추며 다장기 기능을 보호하는 비약물적 전략의 일환으로 ‘수술 전후 침구치료’의 결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3. 신경·면역·근막을 조율하는 침구 재활의 현대 과학적 작용기전 - 신경생리학, 면역학 및 생체역학 성과를 반영한 각종 연구들이 침과 침전기자극술(electroacupuncture), 뜸 치료가 단순한 국소 자극을 넘어 말초·척수·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 근막 연결망을 입체적으로 조절하여 수술 후 재활을 촉진하는 정교한 기전을 규명해 내고 있습니다. 첫째, ‘미주신경-콜린성 항염증 경로(cholinergic anti-inflammatory pathway)’와 ‘뇌-장 축(brain-gut axis)’의 활성화입니다. 족삼리(ST36), 상거허(ST37), 내관(PC6) 등 주요 경혈에 침이나 침전기자극술 자극을 가하면 체성감각-자율신경 반사를 통해 과항진된 교감신경이 억제되고 미주신경 및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활성화된 미주신경 말단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은 장 근육층 대식세포 표면의 알파7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하여 세포 내 JAK2/STAT3 신호전달 경로를 가동함으로써, TNF-α, IL-1β, IL-6, 골수형성페록시다제(MPO) 등 염증 매개체의 방출과 복강 내 조직 유착을 억제합니다. 동시에 침전기자극술 은 미주신경-부신 축을 자극해 카테콜아민 분비와 말초 도파민 D1 수용체 작용을 통해 전신 염증을 제어하고, 장 신경계의 카할 간질세포(ICC)와 콜린성 신경원을 복구하며 혈관활성장펩티드, 물질 P(Substance P), 가스트린, 모틸린 분비를 정상화하여 장관 연동운동을 회복시킵니다. 또한 내관혈 자극은 소뇌와 뇌섬엽(insula) 사이의 신경 연결망 및 시상하부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 방출을 조절하여 구토 중추를 안정시키고, 귀의 경혈 자극은 위장관을 지배하는 유일한 표재성 분지인 미주신경 이개분지를 직접 활성화합니다. 둘째, 말초·척수·중추를 아우르는 3단계 다중 진통 및 신경 재생 기전입니다. 말초 수준에서 침 자극은 Aδ 및 C 신경섬유를 활성화하고 국소 아데노신 방출을 유도해 A1 퓨린 수용체를 통한 통각 전달을 직접 차단하며, 면역세포를 조절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항염증성(IL-4, IL-10, TGF-β) 상태로 전환합니다. 척수 후각 수준에서는 엔케팔린 매개 분절성 진통을 유도하고, 케모카인 축(CCL2/CCR2 및 CCL3/CCR5)을 하향 조절하여 만성 통증을 고착화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교세포(astrocytes)의 과활성화를 차단합니다. 나아가 상위 뇌 수준에서는 중뇌 수도관주위회색질과 연수 복내측부의 칸나비노이드 CB1 수용체 매개 GABA성 신경 억제를 통해 하행성 통증 억제 경로(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가동하며, 침전기자극술 주파수에 따라 2 Hz에서는 엔케팔린과 베타-엔도르핀을, 100 Hz에서는 다이노르핀을 선택적으로 분비시켜 통증을 제어하고 신경줄기세포 증식 및 재수초화(remyelination)를 촉진합니다. 셋째, 생체의 구조적 안정 회복과 근막 이완 기전입니다. 수술 후 조직 손상과 염증은 근섬유아세포의 비정상적 수축과 세포외기질(ECM)의 병리적 재구성을 유발하여 마치 갑옷처럼 굳어지는 ‘근막 갑옷’ 상태를 형성함으로써 근육 강직과 신경 말단 압박 통증을 지속시킵니다. 침 치료의 물리적 자극은 경피적 미세 근막절개술처럼 작용하여 근막의 전단 탄성률과 미세 유착을 해소하고 생체역학적 장력 균형을 복원함으로써, 환자가 조기에 재활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4. 소화기암부터 척추·관절 수술까지, 현대과학적 임상 연구로 입증된 침치료 활용 수술 후 재활의 근거 - 침구 치료의 수술 후 재활 효능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에 게재된 대규모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과 네트워크 메타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첫째, 위장관암 및 복부 수술 후 장 기능 회복 효과입니다. 소화기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Gastroenterology』(2025)에 발표된 중국 7개 대학병원 585명 대상 다기관 3군 임상시험에 따르면, 복강경 위암 절제술 후 내관·족삼리·상거허에 총 4회 침전기자극술 치료를 시행한 군은 첫 가스 배출 시간이 평균 69.46시간으로, 가짜 침전기자극술 군(82.08시간)보다 12.96시간, 표준 치료 단독군(93.59시간)보다 무려 24.46시간 단축되어 장마비 기간을 만 하루 이상 앞당겼습니다. 또한 첫 배변 시간(-24.66시간), 고형식 섭취 내성 시간(-122.18시간), 독립 보행 시간(-17.93시간)을 모두 단축하고 지속성 장마비 발생률을 66.15%에서 39.69%로 낮추었으며, 수술 4주 후까지 피로·불면·통증·불안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의하게 높였습니다. 외과학 분야의 해외 저명 학술지 『JAMA Surgery』(2023)에 실린 대장암 복강경 수술 환자 248명 대상 다기관 임상시험 역시 엄격한 ERAS 프로토콜 하에서도 중완·천추·족삼리·상거허 침전기자극술 치료가 가짜 침치료 대비 첫 배변 시간(76.4시간 vs 90.0시간)과 첫 가스 배출 시간(44.3시간 vs 58.9시간)을 유의하게 앞당기고 지속성 장마비 발생 위험을 절반(10% vs 20%)으로 감소시킴을 입증했습니다. 아울러 대장직장 수술 환자 1,56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침전기자극술 이 장 기능 회복뿐 아니라 술후 2~3일째 통증과 전체 합병증 발생률을 29% 낮추고 입원 기간을 1.22일 단축시켰으며, 위장관암 수술 환자 4,019명(43개 연구) 대상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가스·배변 회복에는 침전기자극술 이, 장음 회복에는 평자법이, 복부 팽만·설사 완화에는 이혈 피내침이, 전반적 임상 유효율 향상에는 쑥의 정유·플라보노이드·다당체와 온열 자극이 결합된 뜸 치료가 각각 1위를 차지해 증상별 맞춤형 한의 치료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둘째, 전신마취 후 구역·구토 제어 및 주요 장기 보호 효과입니다. 전신마취 환자 7,372명(50개 연구)을 망라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경혈전기자극 치료와 항구토제 병용이 전체 구역·구토 예방 1위를 차지했고, 경혈 수기치료와 항구토제 병용이 오심 예방 1위, 침전기자극술 과 항구토제 병용이 구토 억제 및 항구토제 요구량 감소 1위로 확인되어 약물 단독 요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나아가 심장 수술 및 관상동맥 중재술 전후 내관(PC6)·극문(PC4) 침전기자극술 자극은 심근 손상 지표인 트로포닌과 CRP를 낮춰 중환자실 체류 기간을 줄이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노인 척추 수술 시 백회(GV20)·족삼리(ST36) 침 치료는 뇌 손상 및 염증 지표인 S100β와 IL-6를 감소시켜 수술 후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하는 뇌 보호 효과를 발휘합니다. 셋째, 정형외과 관절 치환술 및 척추 수술 후 근골격·신경 재활 효과입니다. 슬관절 전치환술 환자 2,128명(28개 연구)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혈해(SP10)·양구(ST34)·독비(ST35)·양릉천(GB34)·족삼리(ST36) 등을 활용한 침전기자극술, 온침, 뜸 치료는 수술 후 극심한 통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신문·피질하·슬관절 이혈 지압은 무릎 관절 가동범위(ROM) 회복에 가장 탁월했고, 침전기자극술은 관절 강직(WOMAC stiffness)과 생화학적 염증 지표 개선에 가장 우수했습니다. 퇴행성 요추 수술 후 재활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점수와 기능장애 지수(ODI)를 유의하게 낮추었으며, 부침(FSN)은 시술 1시간 내 즉각적인 진통과 24~72시간 내 광배근·대둔근·요추 주위근 경직 완화를 이끌어냈고, 협침과 세레콕시브 병용은 술후 3일과 7일째 염증 수치(CRP, IL-6)를 약물 단독보다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배꼽침(제침)과 기해(CV6)·관원(CV4)·족삼리(ST36) 온침 병용은 수술 후 6개월 시점까지 난치성 잔여 하지 저림과 신경전도 속도를 우수하게 회복시켰습니다. 5.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재활 수칙 및 자가 관리 전략 -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고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치료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 최신 지침에 근거한 자가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전 금식 최소화 및 탄수화물 보충: 과거처럼 자정부터 무조건 굶는 것은 오히려 인슐린 저항성과 근육 이화작용, 갈증 및 술후 구토를 악화시킵니다. 위 배출 지연 질환이 없다면 수술 6시간 전까지 가벼운 식사를, 수술 2시간 전까지는 맑은 물이나 복합 탄수화물 음료를 섭취하여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을 보존하고 정상 체액량과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합니다. -조기 구강 식이와 껌 씹기 및 능동적 조기 보행: 수술 후 가스가 나올 때까지 굶기보다 의료진의 지도하에 수술 당일 또는 24시간 이내에 조기 경구 영양 섭취를 시작하고, 식후 하루 3회 껌을 씹어 미주신경 반사를 통한 장운동을 자극해야 합니다. 또한 정맥 수액관과 소변줄을 조기에 제거한 뒤 하루 8회 이상 병실을 걷고 식사 시 침대 대신 의자에 앉으며 하루 8시간 이상 침상 밖에서 생활하는 능동적 보행이 장마비와 근위축, 혈전증을 막는 핵심입니다. -침 활용 “수술 후 재활치료’ 시 알아둘 점: 침 치료 시 느껴지는 뻐근함, 무거움, 저릿함이나 침전기자극술 후 시술 부위의 일시적인 팽만감은 신경섬유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득기(得氣)’ 반응이므로 과도하게 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규모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침구 치료 관련 부작용은 경미한 피하 혈종 등에 그치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고,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도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심장 박동기(Pacemaker) 등 체내 전기 자극 기기를 이식한 환자나 극심한 쇠약 상태의 고령 환자는 반드시 시술 전 한의 의료진에게 자신의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을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수술 후 재활은 손상된 조직을 아물게 하는 것을 넘어 흐트러진 자율신경과 면역, 근막의 질서를 바로잡아 삶의 활력을 되찾는 전인적 치유의 여정입니다. 통합적 관점의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써,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검증된 과학적 한의 침구 재활 치료의 조화를 통해, 수술 후 통증과 장마비의 두려움을 넘어 건강하고 온전한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참고문헌(References) 1. Elias KM, Brindle ME, Nelson G.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 Evidence and Practice. NEJM Evid. 2025 Feb 25;4(3):EVIDra2400012. doi: 10.1056/EVIDra2400012 2. Mao Y, Yang L. Clinical application of electroacupuncture in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Front Rehabil Sci. 2023 May 24;4:1135618. doi: 10.3389/fresc.2023.1135618 3. Kong Q, Chen LM, Liu CY, Li W, Yin PH. The effect of acupuncture on gastrointestinal recovery after abdominal surgery: a narrative review from clinical trials. Int J Surg. 2024 Sep;110(9):5713-5721. doi: 10.1097/JS9.0000000000001641 4. Wu Y, Li X, Tan X, Tan J, Chang X. Influence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on postoperative gastrointestinal dysfunction among patients with gastrointestinal cancer: A network meta-analysis. Complement Ther Med. 2026 Feb;97:103331. doi: 10.1016/j.ctim.2026.103331 5. Chen HT, Hung KC, Huang YT, Wu JY, Hsing CH, Lin CM, Chen IW, Sun CK. Efficacy of electroacupuncture in improving postoperative ileus in patients receiving colorectal surger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 J Surg. 2024 Feb;110(2):1113-1125. doi: 10.1097/JS9.0000000000000848 6. Zhou T, Hou H, Cairen Z, Wang Y, Wang P, Ge L, Wa M, Xu Z, Tang F, Wang C, Liu R, Li D, Xue J, Zhang S.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acupoint stimulation for preventing 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after general anesthesia: a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trials. Int J Surg. 2025 Jan;111(1):1330-1347. doi: 10.1097/JS9.0000000000001976 7. Li WX, Wu CQ, Feng W, Zhan YJ, Yang L, Jia HJ, Pei J, Li KP. Acupuncture for rehabilitation after total knee arthroplasty: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Int J Surg. 2025 Jan;111(1):1373-1385. doi: 10.1097/JS9.0000000000002006 8.Changsheng H, Lei Y, Cong L, Xingsheng Z, Sijia W, Mo Z, Guang Y, Haolin S. Acupuncture for postoperative rehabilitation in degenerative lumbar spinal diseases: mechanisms and clinical evidence. Eur Spine J. 2026 Jun 27. doi: 10.1007/s00586-026-10139-4 9. Pei L, Wang G, Yang S, Zhou S, Xu T, Zhou J, Zhang W, Lu K, Hu L, Wang Y, Wang K, You D, Wu Y, Li L, Guo J, Sun J. Electroacupuncture Reduces Duration of Postoperative Ileus After Laparoscopic Gastrectomy for Gastric Cancer: A Multicenter Randomized Trial. Gastroenterology. 2025 Jul;169(1):73-84. doi: 10.1053/j.gastro.2025.02.006 10. Wang Y, Yang JW, Yan SY, Lu Y, Han JG, Pei W, Zhao JJ, Li ZK, Zhou H, Yang NN, Wang LQ, Yang YC, Liu CZ. Electroacupuncture vs Sham Electroacupuncture in the Treatment of Postoperative Ileus After Laparoscopic Surgery for Colorectal Cancer: A Multicenter,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Surg. 2023 Jan 1;158(1):20-27. doi: 10.1001/jamasurg.2022.5674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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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8
  • [구본희 반려詩選] 슴베 사랑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슴베 사랑 나무 자루 속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둠 칼날의 뿌리가 산다. 번득이는 날 아래 깊숙이 몸을 감춘 채 칼과 자루 사이 다리를 놓는다. 자루가 부서지면 칼날은 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슴베는 허공에 홀로 남는다. 서로 다름을 품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비로소 한 몸으로 산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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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8
  • [학교탐방] 부산 남성초등학교…삶과 세계를 연결하는 미래교육의 새 지평 열어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교육의 본질은 무엇이며,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학교교육 역시 지식 전달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배움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전환의 중심에서 부산 남성초등학교(교장 이광민)는 국가교육과정과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철학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학교가 위치한 부산 중구 원도심의 역사·문화·생활환경을 교육과정에 접목하는 새로운 배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탐구하고,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며, 스스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을 가정과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확장하면서 배움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을 경험하고 있다. 남성초등학교가 지향하는 미래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하거나 첨단 교육기술을 활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두고 있다. 교육연합신문은 '글로벌 미래교육 학교탐방' 특별기획 첫 번째 학교로 부산 남성초등학교를 찾아 이광민 교장의 교육철학과 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지역사회 연계 탐구활동, 미래교육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조명했다. ■ 이광민 교장 “배움이 곧 삶이 되는 교육, 남성초등학교가 실천할 것” “마을 골목길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은 훗날 세상을 품고 미래를 열어갈 단단한 힘이 될 것입니다.” 부산 남성초등학교 이광민 교장이 강조하는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일상의 경험에서 배움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 교장은 “남성초의 탐구 교육은 우리 학교가 있는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학교 주변 중구 원도심에서 배운 탐구의 경험이 아이들의 각 가정과 거주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모습을 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배움이 곧 삶이 되는 교육과정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학교교육이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학업 성취를 넘어 학생들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오늘날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일은 이전보다 쉬워졌지만,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며 타인과 협력해 해결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답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가를 넘어, 학생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떠한 과정으로 답을 찾아가는가에 있다. 남성초등학교는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학생을 배움의 능동적인 주체로 세우는 탐구 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이자 조력자로 참여하며, 학생들은 관찰과 조사, 토론과 협력, 성찰과 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배움을 만들어간다. 특히, 남성초등학교의 탐구교육은 학교 주변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매일 지나치는 골목길과 전통시장, 역사적 공간에서 학습의 주제를 발견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면서 교과서 속 지식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경험한다. 이는 학교교육의 범위를 교실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가정과 사회로 확대하려는 교육적 시도다. 이광민 교장이 강조하는 '마을을 깊이 아는 아이'는 단순히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잘 이해하는 학생이 아니다. 자신의 주변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책임감과 실천력을 갖춘 학생을 의미한다. 남성초등학교의 교육은 이처럼 가장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시작해 세계를 향한 폭넓은 사고와 시민의식으로 발전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 국가교육과정과 IB 교육철학의 융합… 학생이 배움의 중심에 서다 남성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국가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 바칼로레아(IB) 초등교육 프로그램(PYP)의 탐구 중심 교육철학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IB 교육철학의 중요한 특징은 학생들이 개별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의 지식을 연결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남성초등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의 교과 성취기준과 학교자율시간 등을 바탕으로 IB PYP의 초학문적 주제를 연계해 학생들의 탐구활동을 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탐구 주제인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법' 등은 특정 교과의 범위를 넘어 사회·과학·국어·예술 등 다양한 학습영역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지역의 역사를 탐구하는 수업에서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나 연도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역사적 공간의 형성과 변화, 지역주민의 생활 모습, 문화적 특성 등을 함께 조사하면서 공간과 시간, 사람의 삶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지역사회의 안전과 환경을 탐구할 때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조사하고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관찰하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교사는 탐구가 교육과정의 목표와 연결되도록 지원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을 심화시키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역량, 비판적 사고력을 함께 기르게 된다. 이는 국가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핵심역량을 실제 학습활동 속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남성초등학교는 IB 교육철학을 별개의 교육체계로 접근하기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특성과 학교가 자리한 지역사회의 교육적 환경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부산 중구 원도심 전체가 배움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자산으로 부산 중구는 근현대사의 흔적과 다양한 생활문화가 공존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이다. 오랜 세월 형성된 골목길과 전통시장,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공간에는 지역주민의 생활과 부산의 변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성초등학교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교육과정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용두산공원과 부산근현대역사관, 대청동 일대의 골목길은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접한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실제 공간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배움의 현장이 된다. 학생들은 익숙한 지역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탐구한다. 특히 지역의 상인과 어르신, 공공기관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책이나 영상만으로 얻기 어려운 생생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마을은 단순히 학교 주변에 존재하는 생활공간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경제와 공동체, 사람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사회로 다가온다. 남성초등학교가 실천하는 마을 연계 교육은 일회성 현장체험과 구별된다. 현장을 방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질문과 자료조사, 현장 관찰, 결과 정리와 성찰, 후속 실천활동으로 이어지는 탐구과정 속에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움은 학생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자신이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 2학년 '마을의 공간과 사람'… 지역의 역사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다 남성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대표적인 탐구활동은 '마을의 공간과 사람'을 주제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용두산공원과 대청동 골목길, 부산근현대역사관 등 지역의 주요 장소를 탐방하며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지역 상인과 어르신들을 만나 마을이 변화해 온 과정과 그 속에서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다. 학생들에게 오래된 골목과 건물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기억과 생활이 축적된 역사적 공간으로 인식된다. 특히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활동은 세대 간 소통과 존중의 가치를 배우는 계기가 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찰한 공간의 모습을 기록하고,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다. 서로 다른 관찰과 생각을 비교하면서 하나의 공간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저학년 학생들의 기초적인 관찰력과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 3학년 '공동체 시스템과 문제 해결'… 지역사회의 문제를 탐구하는 어린 시민들 3학년 학생들은 '공동체 시스템과 문제 해결'을 주제로 지역사회의 기능과 운영 원리를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한다. 중구보건소와 소방서, 전통시장 등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관 및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유지되는 원리와 사회적 역할을 살펴본다. 학생들의 질문은 생활 속에서 출발한다. ▲우리 마을의 안전은 누가, 어떻게 지킬까?' ▲건강한 생활환경을 위해 지역사회는 어떤 역할을 할까?' ▲전통시장을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운영체계를 이해하고, 주민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출발점이 된다. 보건소와 소방서의 역할을 살펴보면서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중요성을 배우고, 전통시장을 탐구하면서 지역경제와 주민생활의 관계를 이해한다. 또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며, 친구들과 토의해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정답을 찾아내는 일보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태도다. 학생들은 공동체가 여러 사람의 역할과 협력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참여의 중요성을 배워간다. 남성초등학교의 이러한 탐구활동은 어린 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주시민교육의 기초적 실천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안전·생태 지도와 전통시장 홍보… 배움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실천교육 남성초등학교 탐구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배움의 결과를 실제 생활 속 행동으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조사와 토론, 발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이 발견한 내용을 구체적인 결과물과 실천활동으로 발전시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구 안전·생태 지도'와 전통시장 홍보 브로슈어 제작활동이다. 학생들은 마을을 탐방하며 관찰한 안전 및 생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지도 형태로 정리한다. 이러한 활동에는 지역에 대한 관찰과 조사, 정보의 분류와 시각화, 협력적 의사결정 등 여러 학습과정이 포함된다. 또한, 전통시장의 역사와 특성,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탐구한 뒤 시장의 가치를 알리는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하고 캠페인 활동으로 확장한다. 이는 교과 지식을 실제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동시에 자신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는 경험이다. IB 교육에서 강조하는 '행동(Action)'은 탐구를 통해 얻은 이해를 개인의 태도 변화나 공동체를 위한 실천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초등학교의 교육활동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며, 작은 실천이 공동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다. 특히, 초등교육 단계에서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 실천적 문제해결 역량을 기르는 교육적 토대가 될 수 있다. ■ 학교에서 가정으로, 중구에서 부산 전역으로… 배움의 확장을 이끄는 전이학습 남성초등학교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교육적 가치는 '전이학습(Transfer of Learning)'이다. 전이학습은 특정한 상황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능, 사고방식을 새로운 환경이나 다른 문제 상황에 적용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학교 주변 중구 원도심에서 익힌 관찰과 질문, 탐구의 방법을 자신의 가정과 생활지역에 적용하는 것은 전이학습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다. 학교에서 골목의 역사와 공간의 변화를 탐구했던 학생은 부모와 함께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돌아보면서 익숙한 거리와 건축물, 주민들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마을 안전을 조사한 경험은 생활 주변의 위험 요소를 스스로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특정한 수업시간이나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특히,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지역을 탐방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학습경험의 확장과 더불어 가족 간 소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교육적으로 연결될 때 학생들의 배움은 더욱 폭넓은 의미를 갖는다. 남성초등학교가 지향하는 전이학습의 가치는 특정 지역의 지식을 익히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이 어디에서 생활하더라도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평생학습 역량을 형성하는 기초이자 학생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교육적 접근이다. ■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힘을 기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능력이 중요한 학습성과로 인식됐지만, 오늘날에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남성초등학교의 탐구 중심 교육은 미래교육의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면서 던지는 작은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에 머무르지 않는다.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며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과 연결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 추상적인 개념을 일방적으로 전달받기보다 실제 생활 속 문제를 통해 지식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학습의 결과가 자신의 삶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협력적인 탐구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경험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 중심의 역량이기도 하다. 남성초등학교의 교육은 미래교육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 지역을 이해하는 교육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교육으로… 글로벌 시민역량의 토대 글로벌 미래교육은 반드시 해외의 교육환경을 경험하거나 외국어 능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 역시 중요한 교육적 과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경험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한 학생은 다른 지역과 국가의 역사와 문화도 비교하고 존중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된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경험은 더 넓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환경·안전·문화·공존의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성초등학교가 강조하는 마을 중심 탐구교육은 이처럼 지역적 정체성과 세계시민 역량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일과 세계를 향해 열린 시각을 갖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공동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이 축적될수록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남성초등학교가 추구하는 글로벌 미래교육의 의미는 바로 이러한 연결에 있다. ■ 학교·가정·지역사회의 교육적 동행…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의 조건 탐구 중심 교육과 마을 연계 교육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과정 설계 역량은 물론, 가정의 이해와 참여, 지역사회의 협력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남성초등학교의 교육활동은 학교 주변의 역사·문화 시설과 전통시장, 공공기관, 지역주민 등을 배움의 자원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학교와 지역사회 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사회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는 교육활동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탐구하면서 얻은 이해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가정에서도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은 교육의 지속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이다. 아울러 탐구 중심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질문 수준과 사고력의 변화, 협력과 성찰의 과정, 실천활동의 지속성 등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활동의 횟수나 결과물의 규모보다 학생들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배움을 새로운 상황에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평가와 환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 연구와 교원 간 협력, 지역사회 교육자원의 지속적인 발굴과 연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이광민 교장의 교육 리더십… 학생의 삶에서 교육의 방향을 찾다 남성초등학교 교육활동 전반에서 주목되는 것은 학생들의 일상과 지역사회를 교육과정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이광민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이 교장이 강조하는 배움은 교사가 준비한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고 질문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든 과정이 배움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사고력과 시민의식, 사회적 책임감을 함께 길러주는 성장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생활을 교육과정과 연결하는 접근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장의 교육철학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학교가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교육활동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꾸준히 살피는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 남성초등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리더십의 핵심 역시 새로운 교육방식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의 구성원을 존중하며, 배움을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것. 이는 지역을 이해하는 교육을 넘어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교육의 본질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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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관탐방
    2026-10-17
  • [전재학의 교육칼럼] 변종 폭력 ‘야차룰’에 대한 교육적 대응책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날 학교 현장은 갈수록 가관이다. 본래의 기능을 잃고 끔찍한 변종 폭력의 실험장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야차룰’은 우리 교육 공동체가 직면한 매우 충격적인 단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은어는, 아이들끼리의 단순한 다툼을 넘어 사전에 면밀하게 기획되고 잔인하게 이루어지는 구조적 야만성을 띠고 있다. 교실의 질서가 무너진 자리에 고개를 든 이 기괴한 폭력의 실태를 냉정히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먼저 ‘야차룰’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야차(夜叉)’는 본래 산스크리트어 ‘야크샤(Yakṣa)’에서 유래한 말로, 불교 신화나 민속에서 사람을 해치거나 두려움을 주는 흉폭하고 사나운 귀신(또는 괴물)을 뜻한다. 이로부터 파생되어, 인터넷 격투 콘텐츠나 대중문화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싸우는 격투 방식’을 일컫는 은어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에 ‘규칙(Rule)’이 결합하여 ‘제한 없이 맨몸으로 붙는 싸움 규칙’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은 유튜브 및 격투 콘텐츠의 모방으로 인터넷 방송이나 종합격투기 콘텐츠 등에서 보호장구 없이 거칠게 싸우는 모습이 밈(Meme)처럼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이를 모방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학교 폭력 처벌 회피의 목적으로 생겨난 변종 수법으로 아이들이 고안해 낸 얄팍한 꼼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교활한 것은 철저하게 ‘합의된 결투’라는 명목으로 위장된 점이다. 당사자 간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거나, 교실 구석, 화장실, 학교 인근 공터 등 교사의 눈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맨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도록 강요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싸움이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아이들이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나 단체 대화방에 유포하고, 심지어 이를 흥행 콘텐츠처럼 소비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변종 폭력이 일상화된 배경은 무엇인가? 먼저 사법적 눈속임과 솜방망이 처벌이다. 가해 학생들은 “우리끼리 합의하여 싸운 것”이라며 학교 폭력의 범주를 교묘히 빠져나가려 한다. 실제로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신종 학교 폭력 심의 건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의 10명 중 8명가량은 서면사과나 접촉 금지 등 가벼운 ‘조치’에 그치고 있다. 학생부에 기록조차 남지 않거나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는 솜방망이 처벌은 아이들에게 “폭력은 잠시 스쳐 가는 유희일 뿐”이라는 비교육적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또한 공동체 의식의 실종과 방관의 문화다. 경쟁 지상주의 교육 속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은 퇴화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진 청소년 문화가 ‘구경꾼’과 ‘방관자’를 양산하며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야만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가담 형태별 처벌의 세분화 및 무관용 원칙 적용이다. ‘합의된 싸움’이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직접적인 폭력 행사는 물론이고, 싸움을 주선하거나 관전하며 촬영하고 유포한 모든 방관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2차 가해 방지 및 플랫폼 정화 시스템이다. 폭력 영상이 유포되는 즉시 학교와 경찰이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폭력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야 한다. 셋째, 관계 회복 중심의 인성 교육과 신고 시스템의 개혁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변종 폭력의 특성을 고려해 학생들이 익명으로 두려움 없이 고발할 수 있는 신속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교실 내에서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근본적인 인성·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야차룰’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학교 안에서 활개 치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이들의 주먹질을 방관하고 가벼운 처벌로 눈감아주는 것은 학교가 폭력의 공범을 양산하는 것과 같다. 이제 차가운 방관과 솜방망이 처벌의 그늘을 거두고, 한편으로는 강력한 법과 원칙, 다른 한편으로는 따뜻한 공감의 교육으로 교실을 정화할 때 비로소 학교는 다시 배움과 성장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기획·연재
    • 연재
    2026-10-16
  • [오피니언리더스] 김선화 부산시관광통역사
    [교육연합신문=김선화 기고] 부산의 진정한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 절경, 정겨운 전통시장과 풍부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도시에서 만난 사람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마음일 것이다. 부산의 관광 현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에게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며 진솔한 소통을 이어가는 영어 관광통역사 김선화이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며 쌓은 국제적 감각과 영어 소통 능력은 그의 소중한 자산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경험은 외국인 관광객의 눈높이에서 부산을 소개하고, 낯선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선화 통역사에게 관광 안내는 단순히 정해진 관광지를 방문하고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다. 여행객이 부산을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가까이 느끼며, 특별한 추억을 안고 돌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배려다 관광통역사의 전문성은 외국어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김선화 통역사의 안내를 경험한 한 외국인 관광객은 그를 지식이 풍부하고 밝으며, 여행 내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훌륭한 가이드라고 평가했다. 특히, 관광객의 관심과 상황에 맞춰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부산의 역사와 한국의 생활문화를 흥미롭게 설명한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쇼핑과 일상문화 체험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여행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 관광객은 부산을 방문하는 다른 여행객들에게도 Fiona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한 개인적 칭찬을 넘어 관광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여행객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감정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 관광통역사는 부산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통역사는 부산의 첫인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존재다. 관광통역사의 설명 하나, 친절한 행동 하나가 여행객에게는 부산과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김선화 씨는 이러한 관광통역사의 역할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여행객에게 부산의 역사와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며 소통한다. 이처럼 관광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은 단순한 관광서비스를 넘어 국가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민간외교의 역할로 이어진다. 관광통역사는 도시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달하는 문화전달자이자 외국인 여행객과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인 셈이다. ■ 부산 관광의 미래는 사람 중심의 관광에 있다 부산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와 기반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관광서비스의 질적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부산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갔으며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하는지가 관광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만나는 관광통역사의 전문성과 친절은 관광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관광통역사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역량 강화는 물론, 관광 현장의 근무환경과 서비스 여건 개선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의 바다와 산, 역사와 문화는 이미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여기에 사람의 친절과 진심이 더해질 때 부산은 단순히 방문하는 도시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 부산을 보고 떠나는 여행에서, 부산을 기억하는 여행으로 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 속에 남지만, 누군가에게 받았던 따뜻한 배려와 진심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오늘도 부산의 관광 현장에서 세계 각국의 여행객을 맞이하는 김선화 통역사가 전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정보가 아니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 한국인의 정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안내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산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만남들이 쌓여 부산 관광의 품격을 높이고 세계 속 부산의 가치를 만들어 간다. 관광은 풍경을 보여주는 일에서 시작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산의 바다를 보러 왔다가 부산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가슴에 담아 돌아가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관광도시 부산의 미래다. 부산의 진짜 매력은 사람이다. 그리고 관광통역사 김선화은 그 가치를 현장에서 전하는 부산 관광의 소중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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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6
  • [김홍제의 목요칼럼] 부캉이 열풍과 진정한 위로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몸길이 약 3미터 암컷 흑상어 한 마리가 9월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로 들어왔다. 그 이후 이 상어는 시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9월 19일부터 10월 9일 오후 6시까지 이 상어를 보기 위해 친수공원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120만 명을 넘어섰다. 열풍이다. 이 상어는 북항에 나타났다는 의미에서 '부캉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 홍보대사로 공식 위촉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왜 상어 한 마리를 향해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뉴스 내용을 보다 보면 부캉이와 늑구 같은 야생동물의 모습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며 환호한다. 배우자나 노부모는 돌보지 않아도 반려동물에게는 극진하게 대하는 요즘 세태를 듣고 있었지만 야생동물에 대한 대중의 유별난 관심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화면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비극이 지나간다. 전쟁으로 집을 잃은 사람, 폭력 앞에서 무너지는 약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기후 위기로 사라지는 생태계와 멸종의 벼랑에 선 야생동물도 있다. 현실 생활의 비루하고 비참한 현실이 우리 앞에 있지만 부캉이에게 보내는 관심만큼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말 없는 야생동물은 우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들은 나의 입장을 요구하지도 않고,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위로한다. 반면 인간은 다르다. 인간의 고통에는 원인과 책임이 있으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곳에 마음을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판단해야 하고 때로는 감정의 불편함을 느끼며 무엇인가 행동해야 한다. 부캉이 뉴스와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뉴스가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무연고 사망자는 7,190명이라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의 53.4%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46.6%는 정부의 복지 수혜 대상이 될 정도의 가난에 놓이지는 않았는데도 무연고로 처리되었다. 작년에 전국에서 법적인 연고자(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가 있지만 무연고로 삶을 마친 이는 74.9%였다. 무연고 사망자가 한 해 만 명이 넘어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우리는 무연고 사망자가 누구인지 왜 무연고가 되는지도 모르고 관심이 없다. 현대인의 관심은 ‘깊이 생각해야 얻는 감동’에서 ‘즉시 소비할 수 있는 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위로를 너무 쉽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위로는 귀여운 것을 바라보며 잠시 웃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위로는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자연을 바라보며 결국 다시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부캉이에 대한 열광은 너무 복잡하고 지친 세상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존재에게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표현일 수 있다. 우리가 정말 회복해야 할 것은 불편하고 아픈 인간의 현실을 끝까지 바라보는 힘이다. 그런 힘에 교육이 한 줌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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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5
  • [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일할 기회에는 나이가 없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발휘하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고용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시니어들은 여전히 기업과 사회에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나이를 이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 역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숙련된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적합한 인력을 찾기 어렵고, 채용 이후에도 업무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니어의 경험과 기업의 수요를 연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고용을 만드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취업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시니어를 비롯한 경험 있는 인재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자의 경력과 역량을 분석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연결하여 안정적으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니어의 경험이 새로운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과 함께 성장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고용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과 중장년, 시니어는 물론 경력단절여성,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포용적인 고용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일할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참여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기업 역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면서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연결의 시작이다. 앞으로의 고용정책은 취업률이라는 숫자를 넘어 다양한 계층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람의 경험과 역량을 나이로 판단하지 않고, 경험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사회가 더 건강한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한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계층의 가능성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고용서비스의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장애인 고용과 포용적 일터 조성을 위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과 ESG 기반 고용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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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14
  • [전재학의 교육칼럼] 리센느가 교육이 회복해야 할 정서적 효과에 압도적인 이유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요즘 K-팝 생태계에 일어난 지각변동을 알지 못하면 구태의연한 사람으로 딱 평가받기 십상이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평판 분석에 의하면 중소기획사 출신의 5인조 걸그룹 리센느(RESCENE)가 압도적인 빅데이터 지수로 국민적 우상에 가까운 방탄소년단(BTS)과 임영웅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적인 팬덤을 지닌 글로벌 팝스타와 독보적인 국민적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 사이에서, 데뷔 초기 거대 자본의 지원조차 받지 못했던 신인 그룹이 이뤄낸 최근의 결과는 단지 대중음악계의 흥행 사건을 넘어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범람하는 숏폼, 1.5배속의 빠른 재생 속도, 순간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강렬한 연출이 지배하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리센느의 성공은 ‘이상 현상’처럼 보인다. 먼저 리센느(RE:SCENE)라는 이름부터 살펴보자. 그것은 ‘장면(Scene)을 향기(Perfume)로 다시 기억한다’는 아날로그적 미학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 알림을 확인하고, 쉬는 시간마다 15초짜리 숏폼 영상 수십 개를 넘겨보며, 인강(인터넷 강의)조차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들으며 살아간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단발성 이슈가 쉼 없이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그들의 뇌와 감성은 극한 피로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센느가 선보인 음악적 유산인 ‘Love Attack’, ‘Pretty Girl’ 등은 과도한 기계음이나 강박적인 고리 대신, 맑고 투명한 멜로디 라인과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한 중학교 교실의 아침 자율학습 시간, 학생들이 “가사가 너무 세지 않아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머리가 아플 때 들으면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리센느의 ‘향기’ 같은 음악이 정서적 안정제이자 도피처가 된 것이다. 오늘날 학교 현장의 가장 큰 비극 중의 하나는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단정 짓고 포기해 버리는 청소년들의 조급함이다. “어차피 난 안 돼”, “이번 생은 망했어(이생망)”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쓰이는 교실 안에서, 리센느가 보여준 대기만성형 서사는 그 어떤 도덕이나 윤리 수업보다 강렬한 교육적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데뷔 초기, 대형 기획사의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리센느는 방송 무대 하나를 서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관객이 적은 무대에서도 라이브 음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땀 흘리며 실력을 다졌다.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차지한 날, 화려한 메이크업 위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던 멤버들의 모습이 SNS를 타고 청소년들에게 번졌다. 학생들은 묵묵히 실력을 다져 마침내 결실을 본 또래의 도전에 자신을 투영하기에 이르렀다. 시험 성적이 떨어져 좌절했던 고등학생이 그들의 역주행 영상을 보며 다시 책상에 앉는 모습, 예체능 실기 준비로 매일 밤 울던 학생이 리센느의 연습 영상을 보며 위로받는 모습은, 결과 지향적 사회에서 과정 중심의 정직한 노력이 지닌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 살아있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리센느의 교육적 가치는 첫째, 깊이 있는 철학적 서사이다. BTS의 자아 정체성을 다룬 'Love Yourself'처럼 리센느 역시 ‘향기’라는 정서적 콘셉과 청소년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미완의 감정을 함께 고민하고 보듬는 음악적 철학이다. 둘째, 상업적 소비를 넘어선 건강한 유대감이다. 이는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는 선순환적 커뮤니티로의 진화이다. 셋째, 아티스트의 인격과 건강을 존중하는 기획사의 시스템이다. 조기 소모되고 잊히는 K-팝의 자극적인 굴레 속에서 멤버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보호하는 장기적인 진정성이다. 교육은 대중문화를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한눈팔기’로 도매금을 매기는 경향에서 벗어나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럽게도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우리 청소년이 무엇에 열광하고 어디에서 눈물을 흘리는지 관찰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리센느 신드롬이 우리 교육 현장에 던지는 메시지에의 주목은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청소년 교육의 비법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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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9
  • [오피니언리더스] 박종철 부산광역시의원…"'변함없는 진심의 정치' 펼칠 터"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10월, 교육연합신문은 치열했던 6·3지방선거에서 부산 기장군 선거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히 재선에 성공한 박종철 부산시의원을 만났다. 교육 현장에 몸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 교육정책과 지역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박 의원은 현재 부산시의회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여야를 아우르는 소통과 협치를 통해 원활한 의정활동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인 만큼, 그의 역할에 거는 기대도 크다. 가을 남자 특유의 소탈한 미소와 편안한 말투가 인상적인 박종철 의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정치인으로서의 진지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여유와 유쾌함이 묻어났고, 인터뷰 내내 웃음꽃이 피어났다. 재선 시의원으로서 바라보는 부산의 미래와 기장군의 변화, 교육 현장에 대한 생각, 그리고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그려가는 부산시의회의 협치와 소통에 대해 박종철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장군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기장의 최우선 과제는 빠른 성장에 맞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기장은 일광신도시를 비롯해 생활권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교통·교육·생활 인프라가 지역의 성장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오랫동안 주민들의 생활과 재산권을 제약해 온 불합리한 규제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기장의 미래도 함께 준비해야 하고, SMR을 비롯한 미래 에너지산업을 연구개발과 지역기업 참여, 전문인력 양성,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결국 지금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은 하나씩 해결하고, 기장의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산업은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미래의 성장 기반까지 함께 만드는 것, 그것이 기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조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산의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이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새로운 바닷길 하나가 열리는 문제가 아니다. 부산이 이미 갖추고 있는 세계적인 항만과 해운·물류,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래서 이번 조례에도 기업 지원과 연관산업 육성,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 등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담았다.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부산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해, 그 성과가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돼야 한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뒤따라가는 도시가 아니라 먼저 준비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도시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가장 큰 이유이다. ■ 부산시장,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이다. 협치는 잘하고 있는가? 부산시장과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저희는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을 위해서는 당을 떠나 함께해야 한다. 부산시와도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다만 정책의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시민의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은 의회가 책임 있게 따지고 견제해야 한다. 기장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현안을 두고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때로는 부딪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정치적 대립에 머물지 않고 결국 군민에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저는 협치가 무조건 찬성하거나 양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고 본다. 기준은 분명하다. 부산과 기장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는 든든한 협력자가 되고, 잘못된 부분에는 책임 있는 감시자가 되겠다. ■ 우성빈 기장군수에게 160억 스마트도시사업 때문에 날선 공방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핵심은 일부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160억 원 규모의 스마트도시사업 전체를 중단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느냐는 것이다. 이 사업에는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재난 대응, 산불 조기감지, 스마트 교통체계 등 군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접 연결된 여러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국비와 군비가 함께 투입되는 만큼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꼼꼼히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당시 제가 확인한 바로는 해당 사업비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시·도 자율계정으로, 일부 세부사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을 조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160억 원 규모의 사업 전체를 포기하기에 앞서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사업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지, 군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살려서 추진할 수 없는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제가 지적했던 핵심도 바로 이 부분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전임 군수의 사업이냐, 현 군수의 사업이냐는 정치적 시각으로 볼 일이 아니다.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군민에게 필요한 사업인가, 군민의 안전과 삶에 도움이 되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으로 느낀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안전은 사후 대응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부산의 반복되는 지반침하 문제를 시정질문으로 다룬 것도 같은 이유다. 도시가 오래되고 지하시설물이 복잡해질수록 작은 위험 신호를 미리 발견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폭우와 태풍, 폭염 같은 기후재난도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데이터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내는 예방 중심의 안전행정이 필요하다. 저는 늘 현장과 안전을 의정활동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왔다. 사고가 발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도시가 아니라 위험을 먼저 찾아내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부산,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안전한 도시의 모습이라고 본다. ■ 평소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구인 기장에 교육 문제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기장은 인구와 생활권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교육 인프라도 지역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함께 확충돼야 한다. 제가 계속 챙기고 있는 대표적인 현안이 장안고의 일광신도시 확대 이전과 기숙사 설치 문제다. 5분 자유발언에 이어 올해 3월에는 시정질문을 통해 이전 추진 상황과 행정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했다. 학교 문제는 단순히 학교 건물 하나를 어디에 세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통학 여건과 교육환경은 물론 학부모들의 생활과 지역의 정주여건까지 연결돼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되는 지역이라면 도시가 커진 뒤 학교와 돌봄, 교통시설을 뒤늦게 확충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성장과 인구 변화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도시개발의 속도와 교육환경의 속도가 함께 가야 한다. 기장의 아이들이 사는 곳 때문에 교육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교육 인프라를 계속 챙기겠다. ■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도시 기장’의 구상은 무엇인가? 저는 교육도시가 단순히 좋은 학교 몇 개가 있는 도시라고 보지 않는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가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방과 후에도 부모가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다양한 문화·체육 활동을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져야 진정한 교육도시라고 본다. 그래서 학교 확충뿐만 아니라 안전한 통학로와 대중교통, 돌봄, 도서관과 문화·체육시설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환경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 . 제가 손자녀 돌봄수당의 조속한 시행을 계속 요구해 온 것도 같은 이유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담을 한 가정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행정이 함께 나눠야 한다. 결국 목표는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기장을 떠나야겠다’가 아니라 ‘기장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과 돌봄, 문화와 생활환경이 함께 갖춰진 기장, 그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교육도시 기장’이다. ■ 앞으로 4년, 기장군을 어떤 도시로 만들고 싶은가? 저는 기장을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이면서 부산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지역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먼저 교통·교육·생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오랫동안 지역 발전을 가로막아 온 불합리한 규제는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기장이 가진 원전과 에너지산업의 기반,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농업과 관광의 가능성도 기장만의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 특히, SMR을 비롯한 미래 에너지산업이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기업의 성장과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기장은 단순히 인구와 도시 규모만 커지는 곳이 아니라 살기 좋아서 사람이 머물고, 좋은 일자리가 있어 청년이 찾아오고,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도시가 돼야 한다. 주민의 삶은 더 편안하게, 청년과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를, 부산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기장. 그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기장의 미래이다. ■ 폭염과 기후재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후재난 역시 사후복구보다 예방과 선제 대응에 중심을 둬야 한다. 특히, 폭염은 어르신과 어린이, 야외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무더위쉼터와 그늘시설 같은 기본적인 대책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폭염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집중호우와 태풍, 산불, 지반침하도 마찬가지이다. 재난이 발생한 뒤 대응하기보다 지역별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장은 해안과 산지, 농촌과 신도시가 함께 있어 지역에 따라 재난의 유형과 위험요인이 다르다. 획일적인 대책보다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촘촘한 재난안전망이 필요하다.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서도 현장을 직접 살피고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내는 예방 중심의 안전대책이 실제 예산과 정책으로 이어져 시민이 체감하는 안전으로 연결되도록 끝까지 챙기겠다. ■ 끝으로 교육연합신문 독자들과 기장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육연합신문 독자 여러분과 기장군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시는 관심과 성원에 늘 감사드린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 결과로 보여드리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돌봄의 기반을 꼼꼼히 챙기겠다. 청년들이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기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장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쓰겠다. 재선 시의원이자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삶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의회에서는 기장과 부산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한발 앞서 준비하겠다.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시민을 향한 ‘변함없는 진심’을 지키면서 말보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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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8
  • [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 경쟁력이 된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좋은 조직은 우수한 인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있을 때 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이 부족하다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최근 기업과 공공기관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업무환경의 변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조직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협업 역량을 높이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느끼는 것은 조직마다 필요한 교육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조직은 리더십이 필요하고, 어떤 조직은 소통과 협업이 우선이며, 또 다른 조직은 민원 대응이나 조직문화 개선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교육은 정해진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특성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 워크숍을 운영하며 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해 왔다. 교육에 앞서 기관의 특성과 업무환경, 구성원의 요구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참여형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강의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실제로 조직활성화와 리더십 교육, 팀워크 향상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 스트레스 관리, 특별민원 응대교육, 공공재정환수법 교육, ESG 교육, 장애인 고용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운영하며 기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왔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종류가 아니라 교육 이후 구성원들의 행동과 조직의 변화이다. 교육이 업무에 적용되고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교육의 가치는 완성된다. 교육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사람의 성장은 조직을 변화시킨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조직에 대한 신뢰도 함께 커진다. 결국 조직의 경쟁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앞으로의 HRD는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조직의 변화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관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문화를 함께 키우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의 성장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구성원 한 사람의 변화가 조직을 바꾸고, 조직의 변화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HRD의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고용서비스, 시니어와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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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7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Royal History in the Streets of Seoul: King Jeongjo’s Royal Parade
    [교육연합신문=이채원 학생기자] Seoul is a city where modern life often moves quickly, yet its streets continue to carry traces of Korea’s royal past. On October 4, 2026, this history came to life through King Jeongjo’s Royal Parade, a large-scale reenactment of one of the most significant royal journeys of the Joseon Dynasty. Stretching from Seoul toward Suwon and Hwaseong, the parade recreates King Jeongjo’s historic journey to honor his family and visit his father’s tomb, bringing centuries-old traditions into the streets of modern Korea. The original journey took place in 1795, when King Jeongjo traveled from Seoul to Hwaseong with his mother, Lady Hyegyeong, to celebrate her 60th birthday. Known as the Eulmyo Year Royal Procession, the eight-day journey was carefully documented in the Wonhaeng Eulmyo Jeongni Uigwe, a detailed record of the royal procession. The 2026 reenactment is based on these historical records and is organized by Seoul, Gyeonggi Province, Suwon, and Hwaseong. The Seoul portion of the parade began at Gyeongbokgung Palace, where a ceremony marked the king’s departure. From there, the procession traveled through the city toward Nodeulnaru Park. Participants dressed in traditional royal clothing recreated the elaborate procession, while performances and a citizen parade added a modern community element to the historical event. In total, the Seoul section covered approximately 7.5 kilometers, allowing spectators to encounter the procession as it moved through familiar city streets. The parade was not limited to Seoul. The procession continued through Suwon, where visitors could see a royal welcoming ceremony and a parade around Suwon Hwaseong, before continuing toward Hwaseong. In Hwaseong, the event included both modern and traditional sections, ultimately recreating the journey toward Yungneung, the tomb associated with Jeongjo’s father, Crown Prince Sado. Together, the three sections recreated a 31.8-kilometer route, connecting different cities through a shared piece of Korean history. What makes King Jeongjo’s Royal Parade particularly meaningful is the way it transforms historical records into a living experience. Rather than encountering the Joseon Dynasty only through museum displays or textbooks, visitors can watch the procession pass through the same broader landscape where royal journeys once took place. With more than 4,000 participants and 108 horses involved in the 2026 reenactment, the scale of the event reflects the grandeur of the original procession while allowing modern citizens to participate in preserving its memory. Today, King Jeongjo’s Royal Parade serves as both a historical reenactment and a cultural celebration. By bringing together Seoul, Suwon, and Hwaseong, the event connects the capital with the places that shaped Jeongjo’s story and allows history to be experienced beyond the walls of a museum. As the procession moves through modern streets filled with cars, buildings, and thousands of spectators, the past briefly becomes part of the present, reminding visitors that history is not simply something preserved—it is something that can still move through the streets around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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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2026-10-05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한강버스’ 타고 떠나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교육연합신문=원선재 학생기자] 지난 5월 1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서울숲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취재해 보았다. 시작은 우연히 집 근처에 홍보로 붙어있는 ‘한강버스타고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가자!’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시작됐다. 회색빛 빌딩 숲을 벗어나 계절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서울정원박람회로 향하는 길. 지하철이나 승용차 대신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를 타고 박람회장에 다다르는 이색 여정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서양식 현대 정원의 감각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한국 전통 정원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되고 있다. □ ‘시원한 바람과 물길 따라’ 한강 위에서 누리는 운치 선착장에 들어서자 잔잔한 한강 물결 너머로 우뚝 선 도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승선 절차를 마치고 한강버스에 탑승하자,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선상 위로 탁 트인 서울의 풍경이 펼쳐진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경관 자체를 정원의 일부로 받아들이던 우리 선조들의 ‘차경기법처럼, 한강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교량과 물비늘, 멀리 보이는 산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입체 정원이 되어 준다. □ 현대적 시도와 전통의 숨결: ‘인공미’ vs ‘차경과 조화’ 목적지인 선착장에 내리면, 다채로운 정원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박람회장은 크게 현대 정원의 참신함과 한국 전통 정원의 예스러움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ㅁ 현대 정원 (작가·기업 정원): 기하학적인 동선과 과감한 조형물, 화려한 유색 식물의 배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형물 중심의 시각적 연출과 명확하게 구분된 구역 분할은 관람객에게 강렬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ㅁ 한국 전통 정원 (K-헤리티지 및 전통 테마 정원): 지형을 크게 바꾸지 않고 흙과 돌, 우리 고유의 수목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모습이 돋보인다. 계단식 단을 만들어 화초를 심은 ‘화계’나 야트막한 담장, 기와와 어우러진 공간은 자연을 정복하기보다 ‘자연의 일부로 스며들고자 했던’ 조상들의 정원 철학을 느끼게 한다. 서양과 동양의 정원을 조사해 보니 “서양의 현대 정원이 '보여주는 예술'로서 개성과 조형미를 강조한다면, 한국의 전통 정원은 경계를 허물고 자연 속에 사람이 동화되는 '휴식과 풍류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강버스로 완성하는 정원 나들이의 마침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정원 산책을 마친 뒤 돌아가는 길 역시 한강버스가 훌륭한 마무리가 되어준다. 해가 저물고 조명이 켜진 정원의 야경을 뒤로한 채 다시 한강버스에 오르면, 강물 위에 반사되는 도심의 야경 투어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물길을 타고 떠나 자연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이번 나들이는, 바쁜 일상 속 도심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특별하고 운치 있는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 기획·연재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2026-10-05
  • [전재학의 교육칼럼]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적 교사’를 기다리며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언제부터인지 우리 학교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아동학대”, “정서적 학대”로 얽혀 고소·고발을 당하며 교실의 사법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5법’이 순차적으로 시행된 지 3년이 흘렀으나 현장에서는 갈수록 악성 민원에 의한 교권 추락으로 공교육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하자마자 교사 살리기에 나서 악성 민원인을 형사고발까지 하기에 이르렀을까? 이러한 시기에 우리의 유·초·중·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사는 진정 어떤 인물인가? 세상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인물 돈키호테를 흔히 무모한 이상주의자나 환상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로 기억한다. 우스꽝스러운 투구를 쓰고 거리의 거대한 풍차를 거인이라 부르며 달려드는 그의 모습은 현실 감각이 결여된 행동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그가 외친 “풍차를 향해 싸우라(Fight the windmill)”라는 사자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타성에 젖은 세상을 깨우는 거대한 용기와 결기가 숨어 있다. 현역 시절 덕장이자 명장으로 알려진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현 국방부 장관)이 장병들에게 돈키호테의 정신 자세를 주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하고 불투명한 위협 앞에서도 자신이 믿는 가치와 정의를 위해 주저 없이 돌진하는 야전의 군인 정신, 그것이 바로 현대판 돈키호테의 본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전쟁터와 비견될 만큼 치열하고 아슬아슬한 학교 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교사들에게도 이 돈키호테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요구된다면 지나친 비교이고, 비현실적인 것인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초중고 교육 현장은 서두의 표현처럼 무력감과 몸 사리기가 팽배해 있다. 교권 추락, 악성 민원, 과도한 행정업무 속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무사안일’과 ‘중립’이라는 안전지대로 피신하고 수동적 방어 태세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풍차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숙이고, 거인이 나타나도 못 본 척 지나치는 것이 영리한 처세술로 통한다. 그러나 소신을 버린 교사 밑에서 아이들이 삶의 본보기와 용기를 배울 수는 없다. 지금 교육 현장에 필요한 것은 관성에 맞서 올바른 교육적 신념을 향해 돌진하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교사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교육적 인물들 역시 당대에는 모두 ‘무모한 돈키호테’라 불렸다. 19세기 말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John Dewey)가 개혁적 진보주의 교육을 주창할 당시, 전통적 주입식 교육에 젖어 있던 사회는 그를 현실을 모르는 몽상가로 치부했다. 그러나 듀이는 타성이라는 풍차를 향해 끝없이 교육 개혁의 창을 내던졌고, 마침내 현대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일제강점기 미공군 사관학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인비행학교를 설립하고 신민회 활동을 통해 민족 교육에 앞장섰던 임창호 목사나 노백린 장군 역시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광인처럼 보였다. 무장 투쟁과 교육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모든 것을 던졌던 그들의 무모한 용기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소환하고자 하는 돈키호테 정신이란 무작정 현실을 무시하고 돌진하는 가벼운 호기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옳은 길이라면 세상의 비웃음과 난관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는 단단한 신념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교사는 입시라는 거대한 구조적 풍차 앞에서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존엄성과 가능성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다. 당장 눈앞의 성과나 안전에 연연하기보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교단에 서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교사가 홀로 외롭게 풍차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돈키호테 곁에 충직한 산초 판사가 있었듯, 교육 당국과 학부모, 그리고 사회는 소신 있게 교육 활동을 펼치는 교사들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안전망이 되어주어야 한다. 학생 교육이라는 본질을 향해 주저 없이 달려가는 용기 있고 지혜로운 ‘돈키호테 교사’들이 늘어날 때, 비로소 우리 교육의 타락한 풍차는 멈추고 새로운 희망의 바람개비가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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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2
  • [김홍제의 목요칼럼] 넘어지지 않는 아이는 자전거를 배울 수 없다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학교는 기성품이나 완제품을 만드는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을 최대로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날. 아이는 몇 번이고 넘어졌다. 균형을 잃을 때마다 자전거는 쓰러졌다.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아주던 부모가 슬며시 손을 놓는다. 아이는 그것을 모른 채 페달을 밟는다. 얼마를 달린 뒤에야 혼자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홀로 바람을 가르던 기쁨. 그 성취감은 오래 가슴에 남는다. 요즘 부모와 학교를 볼 때 걱정스러운 면이 많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가 넘어질 기회를 줄이려 하고 있다. 지는 것도 안 되고, 뒤처지는 것도 안 되며, 다른 아이와 비교되는 것도 조심스럽다. 서울 초등학교에서 교내 상장이 줄어들고 운동회가 경쟁보다 놀이 중심으로 바뀌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쟁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일만 배우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내가 ‘최선을 다했어도 질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해 준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졌다면 아이는 묻게 된다. ‘왜 졌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 질문들이 바로 성장의 시작이다. 넘어졌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패배는 인격의 패배가 아니라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시도를 위한 배움 자료이다. 학교 교육과정 내용과 가정교육의 경험과 실증을 통하여 이 진실을 느끼도록 교육해야 한다. 상을 받았을 때 기뻐하는 것도 배움이지만, 상을 받지 못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은 더 큰 배움이다.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경험은 시험지에 답을 적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지고도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운 아이가 긴 인생에서는 더 단단하게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위대한 성취는 위대한 실패의 덕분이다. 도전과 실패는 인간을 성숙시킨다. 학교가 점점 이런 경험을 배우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 교사는 칭찬 하나에도 형평성을 걱정하고 질책 하나에도 민원을 염려한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더 깊은 사랑은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견디고 회복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학교 밖의 세상은 학생의 감정을 배려해 주지 않는다. 원하는 대학에 모두 갈 수 없고, 원하는 직장을 모두 얻을 수도 없다. 성실해도 선택받지 못하고 옳은 일을 하고도 실패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실패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다. 회피는 문제를 없애주기보다는 더 심각하게 키우게 된다. 실패를 해석하고 다시 시작하는 능력은 실제로 성장에서 매우 핵심적인 능력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학교가 더 깊이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실패를 견디고, 갈등을 조정하고, 타인의 승리를 인정하며, 자신의 패배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힘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학교가 그 힘을 키워 주어야 한다. 좋은 교육은 아이 앞의 모든 돌을 치워주는 일이 아니다. 돌에 걸려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리고 가르치는 일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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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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