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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육의 ‘정치적 면역계’를 구축하자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를 뜯어고치고, 교육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와 기구를 신설하는 등 주로 ‘제도적 외과 수술’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아무리 법률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해도, 적대적 거대 양당 정치라는 강력한 구조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교육 현장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자극적인 실험실로 전락하곤 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가 교육을 지배하는 이 고질적인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 수술을 넘어, 교육 현장 스스로가 정치적 외풍을 이겨내는 자체적인 ‘면역계(Immune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제도나 정치인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독립이 아니라, 교실 내부의 체질을 바꾸어 정치가 감히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거시적인 제도 개혁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이, 정작 교육의 미시적 생태계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왔다. ‘교육 현장의 정책 수용도’ 연구에 따르면, 상향식(Top-down)으로 하달되는 정치권발 교육 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오히려 교사들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여 공교육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OECD 교육 지표에서도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국가일수록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된 교육 성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정치가 교육을 흔들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교실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공약들은 학교를 장기적인 안목이 실종된 ‘피로 사회’로 만들 뿐이다. 이에 우리는 제도적 독립을 넘어, 정치의 논리가 교실 문턱에서 스스로 차단되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과정의 ‘블록체인(Blockchain)화’를 통한 정책 불변성 확보다.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교육과정을 손쉽게 주무르지 못하도록, 국가 교육의 핵심 뼈대를 분산형 시스템인 ‘블록체인’처럼 상호 검증 구조로 묶어야 한다. 지역 사회, 현장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계가 공동으로 승인한 교육의 핵심 가치와 장기 로드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독으로 수정할 수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합의체만이 교육을 진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잠금장치’라 할 것이다. 둘째, 진영 논리를 파쇄하는 ‘메타-비판(Meta-Critical) 사고’의 훈련이다. 정치인들이 교육을 도구로 삼는 이유는 대중이 진영 논리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르치는 대신, “왜 저 정치인은 저런 주장을 할까?”, “저 공약 뒤에 숨은 이해관계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분석하는 ‘미디어 및 정치 리터러시’ 수업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수사와 선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들 앞에서는, 어떤 정치인도 교육적 야합이 불가할 것이다. 이는 핀란드의 체계적인 ‘가짜 뉴스’ 판별 교육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세대의 서사로 이념의 독소를 녹이는 ‘격대(Gyeok-dae)교육’의 구조화이다. 정치적 이념은 대개 동시대의 갈등을 먹고 자라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경험은 갈등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이는 현대의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교과서 밖으로 나와, 아이들이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관통해 온 조부모 세대의 서사를 직접 채록하고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외침이 아닌, 평범한 이웃이자 가족인 조부모 세대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의 궤적을 마주할 때, 아이들은 인위적으로 가공된 진영 논리를 초월해 연대감과 따뜻한 인성의 가치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의 미래 교육의 도도한 흐름은 이미 정부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걱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는 교육이 정치의 미성숙함을 걱정하고, 이를 치유할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다.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요요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교실 내부의 면역력을 키워 굳건한 교육의 자존감을 세워야 한다. 정치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깊고 단단한 사유의 숲을 아이들의 내면에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교육 자율성의 확보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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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6
  • [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 10명 중 9명이 무혐의인 아동학대 신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 10명 중 9명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이다. 자녀가 그 억울한 교사라면 그 상황에서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통계 증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교사의 일상은 마비된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건으로 신고를 당했는데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고립감, 형사 절차와 수사에 대한 부담과 수치심, 낙인 효과를 교사는 가장 힘들어한다. 통계에 따르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신고된 교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혐의없음이나 불송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범죄 혐의자로 살아야 했던 교사들의 지난한 고통이 담겨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거짓 비난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신고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허위·과장 신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는 생활지도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아동학대 신고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지도가 곧바로 범죄 혐의로 연결되는 현실은 교육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교권 침해 신고센터에는 우울증 치료와 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무혐의라면 제도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살펴보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바라보게 만들고, 교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과 거리를 두게 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교사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면 현장 교육의 질적 하락은 당연하다.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교육활동과 학대를 구분하는 전문 심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1차 검증장치가 필요하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포함된 사안은 교육 전문가와 아동 전문가가 먼저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정서적 아동학대 적용도 교육 상황에서는 제한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악의적 허위 신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한 신고는 보호하되 보복성 신고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송망방이 처벌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교육은 입시 중심·불평등·창의성 억제 구조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교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아동학대라는 드론 공격이다. 학생에 대한 선한 동기를 가진 교사들이 악의적 소송에 쓰러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교사에 대한 최대한의 보호막을 마련해야 한다. 악의적 허위 신고라는 드론 살상 공격을 막아 주어야 한다. 홀로 맨몸으로 살상적인 드론에 맞서라는 것은 교육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교사에게 너무도 가혹한 내몰림이다. 학생에게 안전이 제일이듯이 교사에게 안전한 교직 활동도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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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5
  • [최윤용의 100세 칼럼] 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경고,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과 한의학적 해법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지방간의 새로운 이해,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의 복합적 병리 기전 - 최근 세계 간학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는 기존 명칭을 대사이상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변경하며 이 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병명 변경은 이 질환이 단순히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 아닌 지방간 질환이라는 애매한 관점을 넘어, 전신적 대사 기능 장애와 심혈관 대사 위험 인자가 발병의 핵심이라는 보다 명료한 질환명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MASLD의 병태생리는 단순한 간 내 지방 축적을 넘어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 인슐린 저항성, 지질 독성, 미토콘드리아 및 내형질세포망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불균형(장-간 축의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간세포의 손상과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특히, 간 내 지방 축적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방 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유리지방산의 과도한 간 유입과 간 내 신생 지방 합성(De novo lipogenesis)의 병리적 증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MASLD의 장기적 경과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 - MASLD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간세포에 염증과 지방 축적이 동반되어 정상보다 2-3배 부풀어 오르고 손상되는 풍선변성(hepatocellular balloning)을 동반하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으로 진행됩니다. 이 단계까지 악화된 지방간질환은 이후 중증 간질환인 간 섬유화 및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특히 간 섬유화의 중증도는 MASLD 환자의 전체 사망률 및 간 관련 합병증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간 섬유화가 심해질수록 간세포암(간암) 발생 위험이 동시에 증가하며,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간암의 연간 발생률이 0.7~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MASLD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조용한 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위험을 인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침습적인 간 생검을 대신하여 FIB-4 지수와 같은 비침습적 혈청 바이오마커나 진동 제어 일과성 탄성초음파(VCTE), 자기공명영상 양성자 밀도 지방 비율(MRI-PDFF) 등의 영상 진단 기법이 간 섬유화의 조기 발견 및 위험도 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한 MASLD는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 및 관리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차단하고 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치료 옵션의 딜레마 - 현재 광범위한 MASLD 환자군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의학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일부 진행성 간 섬유화 환자를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조직학적이나 임상적으로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등 중증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아직 MASLD에 대한 치료 지침은 체중 감량과 식단 조절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 작용제인 레스메티롬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를 동반한 MASH 치료제로 미국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약물들은 간 내 지질 대사를 촉진하거나 체중 감량 및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MASH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신약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딜레마는 MASLD가 단순한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 소인, 대사적 요인, 그리고 환경적 촉발 인자가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이질적인 증후군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MASLD는 다양한 대사적 요인이 얽힌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증후군이므로, 단일 경로만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 하나로는 모든 환자의 병리적 진행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과학적으로 입증된 한의 치료와 MASLD 치료 한약의 다중 표적 조절 효과 - 이러한 단일 표적 치료의 한계 속에서, 전신 대사의 불균형을 다각도로 회복시키는 한의학적 접근이 MASLD를 극복할 새로운 과학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천연 활성 성분이 어우러진 한약은 단일 경로가 아닌 다중 표적에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MASLD의 병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요한 한약으로 활용되어 온 갈근(Pueraria lobata)의 핵심 이소플라본 성분인 푸에라린(Puerarin)은 간세포 내에서 AMPK 및 PI3K/Akt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고, SREBP-1c와 같은 지방 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여 간 내 지질 축적을 차단합니다. 아울러, 푸에라린은 Nrf2/ARE 항산화 경로를 자극하여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경감시킵니다. 이 외에도 한약재 황련 등에서 추출되는 베르베린(Berberine)과 강황의 커큐민(Curcumin) 성분 등 역시 간 내 지질 합성을 억제하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한약에 함유된 다당류(polysaccharides) 성분들은 최근 MASLD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간 축(Gut-liver axis)'의 붕괴를 바로잡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는 장벽의 투과성을 높여 장내의 독소를 간으로 유입시키고 TLR4/NF-κB와 같은 염증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다당류와 갈근의 저항성 전분 등은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단쇄지방산(SCFA) 생성을 촉진하여 장 점막의 장벽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간으로 향하는 염증 신호를 차단하고 전신적인 대사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황련해독탕, 일관전, 영계출감탕 등 전통적인 한약 처방의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한약과 기존 서양의학적 관리(식이, 운동 등)를 병행했을 때, 단독 관리에 비해 간 기능, 혈중 지질 수치, 체질량지수(BMI) 등 전반적인 MASLD 경과에서 더 나은 결과가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비약물 치료인 침 치료의 효과 역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편, 체내의 지방분율 측정이 가능한 자기공명영상(MRI-PDFF)장비를 활용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에서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12주간 침전기자극술 치료를 시행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간 내 지방 함량이 유의미하게 크게 감소(-33.6%)하였으며, 간 지방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더 높았습니다. 이는 전침치료가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안전하게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간 내 지질 대사를 가속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5.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을 극복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법 -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은 단순한 간의 문제를 넘어 전신 대사의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어 악화하는 다계통 복합 질환입니다. 따라서, 체중 감량과 식이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한 적극적인 생활 습관의 교정은 질병의 진행을 막고 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일차 치료 전략입니다. •계획적인 식단 및 영양 관리: 최근 연구에서는 지중해식 식단 패턴을 권장할 때, 체성분의 미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사 마커와 간 기능 검사에서 유익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고합니다. 아울러,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인 운동요법 실천: 체중 감량과 독립적으로, 운동 개입은 자기공명영상으로 측정한 간 지방을 평균 24%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주당 최소 150분 이상의 빠르게 걷기와 같은 중등도 강도의 활동에 해당하는 개입에서 가장 큰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를 통한 장-간 축(Gut-liver axis) 관리: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장내 장벽 투과성의 상실은 내독소 방출을 증가시키고 MASLD의 병리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내 환경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채소, 콩류, 통곡물, 해조류 등을 매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은 간의 문제로 시작해 전신 대사 전반을 위협하는 간과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신체 고유의 대사 기능과 장내 환경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되찾아주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에 꾸준하고 올바른 생활 관리가 더해진다면 충분히 질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대사 균형을 지혜롭게 바로잡아,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간을 지켜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Reinson T, Bilson J, Childs C, Buchanan RM, Targher G, Byrne CD. Metabolic dysfunction 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echanisms, diagnosis, and management in adults. BMJ Med. 2026 Mar 31;5(1):e002038. doi: 10.1136/bmjmed-2025-002038. 2. Ren R, Liang X, Wei X.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pathogenesis and novel treatment options. Mol Biomed. 2026 May 30;7(1):80. doi: 10.1186/s43556-026-00486-5. 3.Wild SH, Lazarus JV, Spearman CW, Ocama P, Bilson J, Zhou XD, Zheng MH, Byrne CD. MASLD prevalence, incidence and global aspects. Diabetologia. 2026 May 21. doi: 10.1007/s00125-026-06726-1. 4. Bian Z, Zhao A, Wang Q, Li Y, Liu Y, Yang W, Li Y, Bai J, Niu S, Liu S, Guo J. Advancements in research on the anti-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effects and mechanisms of ac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olysaccharides: A review. Int J Biol Macromol. 2025 Sep;321(Pt 3):146292. doi: 10.1016/j.ijbiomac.2025.146292. 5. Zhou X, Xu H, Wang H, Zhang H, Chen Y, Chen J. Roles and mechanisms of Pueraria lobata radix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J Ethnopharmacol. 2026 Oct 28;369:121891. doi: 10.1016/j.jep.2026.121891. 6. Wang S, Xu H, Du R, Wei C, Cui X, Zhang C, Zhong M, Zhang H, Wu Q, Tong G, Luo L. Underlying mechanism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treating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evidences from preclinical and clinical studies. J Ethnopharmacol. 2025 Aug 29;352:120192. doi: 10.1016/j.jep.2025.120192. 7. Ding X, He X, Tang B, Lan T. Integrated traditional Chinese and Western medicine in the prevention and treatment of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future directions and strategies. Chin Med. 2024 Feb 3;19(1):21. doi: 10.1186/s13020-024-00894-1. 8. Zhao J, Wang Q, Zhao X, Wu L, Li J, Zhang W, Xu S, Han C, Du Y, Tong X, Duan W, Cao D, Ren H, Zhao X, Ou X, Jia J, You H. Electro-acupuncture reduced steatosis on MRI-PDFF in patients wit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a randomized controlled pilot clinical trial. Chin Med. 2023 Feb 24;18(1):19. doi: 10.1186/s13020-023-00724-w. 9. Chen X, Shi J, Lai Y, Xue Y, Ung COL, Hu H. Systematic 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of Chinese herb medicine for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implications for future drug development and trial design. Chin Med. 2023 May 19;18(1):58. doi: 10.1186/s13020-023-00761-5. 10. Cao Y, Fang X, Sun M, Zhang Y, Shan M, Lan X, Zhu D, Luo H. Preventive and therapeutic effects of natural products and herbal extracts on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nonalcoholic steatohepatitis. Phytother Res. 2023 Sep;37(9):3867-3897. doi: 10.1002/ptr.7932.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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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3
  • [전재학의 교육칼럼] “적이 없는 곳에서 싸워라”-손자병법의 교육에의 적용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손자(孫子)는 2500년 전 전쟁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이 없는 곳에서 싸워라.” 이 말을 듣자마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를 교육에 적용하자면 “아니, 그럼 시험 기간에 학생이 없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라는 말인가?”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전략·전술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교육이 가장 절실하게 새겨야 할 철학으로 연계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지금 너무 많은 ‘적이 몰린 곳’에서만 싸우고 있다. SKY 입시, 의대 경쟁, 사교육 의존, 스펙 전쟁…. 모두가 하나의 좁은 문으로 몰려들어 심한 정체현상을 빚으며 서로의 어깨를 들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죽도록 경쟁하는데도 행복한 학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교육은 원래 사람을 키우는 일인데, 우리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일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은 아침 7시에 학교로 향하고 밤 11시에 학원을 마친다. 그런데도 부모는 불안하고 학생은 자신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마치 전 국민이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데 속도 조절 버튼이 고장 난 느낌이다. 더 무서운 건,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손자의 말은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적이 많은 곳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애초에 적이 없는 곳으로 가라.” 오늘날 교육 문제의 핵심은 경쟁 자체보다 “모두가 똑같은 목표만 바라본다”는 데 있다. 어느 고등학생은 의사가 꿈이 아니라도 의대 설명회를 간다. 왜냐면 “안 가면 손해 보는 것 같아서”이다. 이것은 꿈의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 공포의 문제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이후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제시했다. 또한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연구는 학생의 장기적 성공에 성적보다 자기주도성과 회복탄력성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정답 하나를 가장 빨리 맞히는 사람”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여 미래의 ‘팀플레이’ 대신에 치열한 ‘개인전’만 치르고 있다. 그래서 이제 교육은 손자가 제안하는 대로 “적이 없는 곳”을 발견하도록 학생을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학생이 수학 2등급이지만 영상 편집을 기막히게 잘한다. 또 어떤 학생은 영어는 약하지만 사람을 웃기는 능력이 천재적이다. 그런데 학교는 묻는다. “그래서 내신 몇 등급인데?” 마치 코끼리와 원숭이와 펭귄을 한 줄로 세워놓고 나무 오르기 시험을 보는 셈이다. 이쯤 되면 펭귄은 “난 수영 국가대표인데...”라고 탄식하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의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Haward Gardner)는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인간의 재능이 언어·논리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는 음악지능, 공간지능, 대인관계지능 등 다양한 재능의 존재를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교육이 왜 획일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손자의 전략은 바로 수학 천재와 경쟁하지 말고, 자신만의 전장을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냉혹하다. 부모는 불안하다. 대학 간판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희귀한 인재는 ‘1등급 인간’이 아니라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아는 인간’ 즉,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AI 시대에는 평균적인 능력은 기계가 훨씬 더 잘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외우게 하고 줄을 세우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만의 질문을 하고, 자기를 알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하지만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이 없는 곳에서 싸운다는 것은 경쟁을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남의 전장에서 허무하게 소모되지 말라는 뜻이다. 손자는 아마 오늘날 한국 교육을 본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왜 모두 같은 문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문이 없으면 창문으로 들어가고, 창문이 없으면 벽을 뚫어라”고 말이다. 결국 고전의 지혜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에 우리는 그 지혜를 발견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지혜를 단련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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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9
  • [구본희 반려詩選] 걸음도 값이 있다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걸음도 값이 있다 첫발 뗀 아이도 늙은 어른도 걸음걸이는 참 닮았다. 아이는 아장아장, 어른은 뒤뚱뒤뚱. 아이는 귀엽다 하고 어른은 안쓰럽다 한다. 손잡고 걷는 모습도 비슷한데 아이는 대견하다 하고 어른은 짠하다고 한다. 걸음도 값이 달라서 나이든다는 게 문득 서럽기만 하다. 하지만,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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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8
  • [최윤용의 100세 칼럼] 번아웃 뒤에 숨은 세포의 비명, 만성피로증후군과 '뇌-장 축'에서 찾는 해결의 실마리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에너지 방전의 신호, 만성피로증후군의 과학적 실체 -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넘겼던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 몸의 조절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태인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E/CFS)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ME/CFS는 단순히 ‘피곤하다’는 주관적 증상이 아니라, 면역계 조절 이상, 산화 스트레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중추신경계의 신경염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전신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ME/CFS 환자에서는 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ATP)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뇌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회로가 지속적인 염증 반응에 영향을 받게 되고,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량을 줄이는 ‘질병 행동(sickness behavior)’ 상태에 들어갑니다. ME/CFS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작업후 권태감(Post-exertional malaise)입니다. 이는 가벼운 신체 활동이나 정신적 활동 후에도 며칠 동안 극심한 피로와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2. 완치제가 없는 만성 피로, '운동이 독이 되는' 역설 - 안타깝게도 ME/CFS를 완전히 치료하는 표준 약물이나 치료법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치료는 주로 피로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피로 관리법이 일부 환자에게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만성 피로 환자들에게 널리 권장했던 '점진적 운동치료'나 '인지행동치료'는 최근 연구에서 효과와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E/CFS 환자는 일반적인 운동 부족과 달리 세포 에너지 대사와 면역 조절 체계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미토콘드리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작업후 권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치료보다는, 개인의 상태와 생체 반응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과 '뇌-장 축(Brain-Gut Axis)'의 교란 - 최근 만성 피로 연구가 크게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이 있습니다. 많은 코로나 19 장기 후유증 환자는 ME/CFS와 유사하게 지속적인 피로, 운동 후 악화, 집중력 저하(Brain fog)를 경험합니다. 이 때문에 두 질환 사이의 공통된 생물학적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중요한 연결고리 중 하나로 뇌-장 축(brain-gut axis)의 이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면역과 신경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감염이나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장벽 기능이 약화되면 장내 미생물 유래 물질이 혈액으로 이동하는 ‘미생물 전위(microbial translocation)’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가 면역계 이상 및 신경계 염증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장의 변화가 뇌 기능과 자율신경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뇌-장 축’의 악순환이 만성 피로 증상을 지속시키는 하나의 요인이라는 것이 최근 연구의 관심사입니다. 4. 만성 피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 침·뜸·추나·한약 연구의 가능성 - 최근에는 뇌-장 축과 신경-면역 조절 체계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치료 접근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의학적 치료법들이 이러한 생체 조절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다수 진행중입니다. 첫째,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기력 저하와 허약 상태의 개선에 사용되어온 대표적 처방인 '사군자탕(四君子湯)'의 효능이 다기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사군자탕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직접적으로 재조정하여 유익균의 점유율을 높이고 피로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한약재 황기에서 추출한 '황기 다당류(Astragalus polysaccharide)' 역시 복합 인자로 유발된 만성 피로 동물 모델에서 단쇄지방산(SCFA) 대사산물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복원함으로써 뇌-장 축의 병리 상태를 개선한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정밀 의학 기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만성 피로 한약 치료는 한의학 특유의 맞춤형 세분화 진단 유형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진 후, 말초혈액 단핵구의 히스톤 인산화(Histone phosphorylation)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여 개인별로 최적화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둘째, '침 및 전침 치료'는 자율신경계 조절의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RCT 연구에 따르면, 침과 뜸 치료는 심박수 변동성(HRV)을 유의미하게 조절하여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신경-면역계의 항상성을 회복시킵니다. 특히 뇌-장 축 치료 기전 연구에서는 깊은 비골신경(deep peroneal nerve) 부위의 전침 자극이 미주신경 반사를 강력하게 유발하여, 중추신경계의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장벽의 투과성을 회복시키는 뇌-장 축 조절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수기 요법인 '추나 치료' 역시 의미있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임상시험 연구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4주간 주 3회(총 12회)의 추나 치료를 일반 관리와 병행한 결과, 단순 일반 관리군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다차원적 피로 점수와 신체 기능 장애가 비약적으로 감소하고 치료의 안전성 또한 매우 우수함이 밝혀졌습니다. 5. 세포 에너지를 지키는 일상 속 만성 피로 자가 관리법 - 만성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치료와 병행되는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뇌-장 축과 미토콘드리아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생활 페이스 조절을 통한 에너지 보존: ME/CFS 관리의 핵심은 무리한 활동으로 작업 후 권태감을 유발하지 않는 생활 페이스 조절(pacing)입니다. 일상생활 중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파악하고, 신체 활동과 정신적 집중 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 피로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장 축 보호를 위한 식이 및 장 건강 관리: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장벽 투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제당과 가공식품, 글루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단을 통해 미생물이 장내에서 유익한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것을 돕고 면역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 이완을 위한 부드러운 심신 요법: 격렬한 운동보다는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과 같은 저강도 심신 이완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몸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긴장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수면과 회복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성 피로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나 ‘참으면 지나가는 피곤함’이 아니며, 우리 몸의 면역계와 신경계, 그리고 장내 환경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앞으로의 만성 피로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에너지 대사와 뇌-장 축, 면역 조절 시스템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성 피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기반한 과학적 한의 치료와 관리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Latimer KM, Gunther A, Kopec M. Fatigue in Adults: Evaluation and Management. Am Fam Physician. 2023 Jul;108(1):58-69. 2.Komaroff AL, Dantzer R. Causes of symptoms and symptom persistence in long COVID and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Cell Rep Med. 2025 Aug 19;6(8):102259. doi: 10.1016/j.xcrm.2025.102259. 3.Li T, Litscher G, Zhou Y, Song Y, Shu Q, Chen L, Huang Q, Wang Y, Tian H, Teng R, Wang H, Liang F. Effects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on heart rate variability in chronic fatigue syndrome patients: Regulating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in a clinical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lement Ther Med. 2025 Sep;92:103184. doi: 10.1016/j.ctim.2025.103184. 4.Wang D, Yang T, Cui Y, Qu Y, Feng C, Sun Z, Zhang M. From tradition to healing: the promise of acupuncture in managing chronic fatigue syndrome. Front Med (Lausanne). 2026 Jan 20;12:1724290. doi: 10.3389/fmed.2025.1724290. 5.Fan J, Jiao J, Chang HQ, Zhong DL, Liu XB, Li J, Chen LM, Jin RJ, Wu X.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ME/CFS): diagnosis and management. J Transl Med. 2025 Dec 9;24(1):62. doi: 10.1186/s12967-025-07506-y. 6.Dai L, Liu Z, Zhou W, Zhang L, Miao M, Wang L, Hua H, Wang B, Ji G. Sijunzi decoction, a classical Chinese herbal formula, improves fatigue symptoms with changes in gut microbiota in chronic fatigue syndrome: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center clinical trial. Phytomedicine. 2024 Jul;129:155636. doi: 10.1016/j.phymed.2024.155636. 7.Xu T, Gao S, Cheng X, Man W, Wang Y, Yin Y. Histone phosphorylation analysis of two main TCM syndromes of chronic fatigue syndrome. J Transl Med. 2025 Dec 25;24(1):69. doi: 10.1186/s12967-025-07579-9. 8.Wang S, Ren J, Zhou X, Fang S, He T, Wu Z, Xu S, Kong L, Fang M. Tuina therapy for patients with chronic fatigue syndrom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Transl Med. 2026 Jan 8;24(1):301. doi: 10.1186/s12967-025-07624-7 9.Kim DY, Youn J, Kang N, Cho SI, Ha IH. Potential application of brain-gut axis-based treatments in Long COVID and ME/CFS: a case-based systematic review. J Transl Med. 2026 Feb 10;24(1):371. doi: 10.1186/s12967-026-07807-wIF. 10.Wei X, Xin J, Chen W, Wang J, Lv Y, Wei Y, Li Z, Ding Q, Shen Y, Xu X, Zhang X, Zhang W, Zu X. Astragalus polysaccharide ameliorated complex factor-induced chronic fatigue syndrome by modulating the gut microbiota and metabolites in mice. Biomed Pharmacother. 2023 Jul;163:114862. doi: 10.1016/j.biopha.2023.114862.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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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4
  • [전재학의 교육칼럼] ‘틴 테이크오버’ 시대, 부모 책임법을 숙고(熟考)하며...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우리 사회는 촉법 소년(만 14세)의 나이를 하향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는 십 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해진 범죄 수법과 빈번한 횟수에 그 책임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으로 번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십 대 청소년에 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바람직한 성장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숙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요즘 바다 건너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다. 이는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모여 도심을 점거하고, 난폭운전과 폭력, 기물 파손을 벌인 뒤 흩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에서는 공공질서 훼손과 시민 불안을 이유로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논의의 화살이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반복적 비행에 대해 부모에게 벌금이나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여러 주에서는 미성년자의 범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모에게 일부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가?” 역으로 이렇게도 물을 수 있다. “부모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 집단 폭행, 무면허 운전, 온라인 범죄, 마약 범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의 양상은 점점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다. 범죄 연령은 낮아지고 수법은 성인 범죄를 닮아간다. 그런데 이상한 면이 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를 탓한다. 학교는 가정을 탓한다. 가정은 사회를 탓한다. 사회는 제도를 탓한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 정작 책임은 사라진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공만 있고 선수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유엔 산하 아동권리 관련 보고서들은 청소년 문제를 단순히 부모 개인의 실패로 환원하는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아동은 가정과 사회가 함께 양육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의 역할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학교는 가정이지 않은가? 첫 번째 교사는 부모다. 첫 번째 생활 규칙도 부모에게 배운다. “하지 마라”보다 강력한 교육은 부모의 삶 그 자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 아버지가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교육이 아니라 연설이 된다.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쩌면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자녀 교육이 아니라 부모 교육인지도 모른다. 독일의 한 교육학자는 “아이 문제의 절반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라고 말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수십 시간 교육을 받는다. 심지어 반려견을 입양할 때도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한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 역할은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부모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채용 공고도 없이 시작하는 직업이다.” 웃음이 나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응하여 부모 책임 조항을 법으로 강화해야 할까? 필자는 일정 부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처벌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벌금 부과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교육 의무화다. 징계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 참여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 책임 회복이다. 이제 우리에게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더 많은 CCTV가 아니다. 더 많은 경찰도 아니다. 저녁 식탁에서 자녀와 눈을 맞추는 부모, 하루 10분이라도 진심으로 대화하는 부모, 잘못했을 때 책임을 가르치는 부모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범죄의 책임을 법으로 부모에게 물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부모의 책임을 교육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부모 교육을 더욱 강력하게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 그리고 법적 제도가 필요한 때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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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2
  • [김홍제의 목요칼럼] "그거 그냥 장난이었는데요?"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그거 그냥 장난이었는데요? 분노가 일었다. 담임을 하면서 학생에게 가장 화가 나는 일은 괴롭힘이었다. 약한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학생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면서 머리를 툭툭 치면서 갑자기 목을 누르거나 연필로 등을 찌르거나 한다. 울면 더 놀리면서 ‘내가 뭐?’라는 표정을 짓는다. 담임이 발견해서 제지하면 “아니 그냥 친해서 장난한 거예요.”하며 그냥 쓱 지나간다. 약한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지속성에 있다. 장난이라고 하는 폭력은 지속적이고 상대를 조롱하고 중단요청에 대한 무시를 반복한다. 상대 반응을 즐기며 자신의 가학성을 조금씩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묘하게 처벌을 피할 정도의 경계선에서 폭력을 행사한다. 걸리면 장난이라고 하거나 상대방이 원해서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그 학생에게 묻는다. 너보다 힘이 센 친구에게 그렇게 장난을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고. 당연히 그런 적은 없다. 장난이라는 말은 폭력을 감추기 위한 포장일 뿐이다. 친구를 곤충이나 작은 힘없는 동물처럼 학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곤충의 다리를 자르고 날개를 자르고 하다가 결국은 목을 잘라내고 죽음의 고통에 꿈틀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장난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그래서 초기에 작은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도록 교육하고 훈화하는 것이 담임교사인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교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는 학생을 그냥 모른 척하고 두면 안 된다. 그런 행동은 교사에 대하여 더 많은 위해를 할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 권위를 무시하는 학생을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거나 장난을 치거나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는 학생(그런 학생은 조금씩 강도를 더해간다)은 어느 정도의 징계를 받지 않은 선을 넘나들면서 학교와 교사를 능멸하려 한다. 성취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작은 싹부터 반드시 끊어주어야 한다. 학생이 파괴와 능멸이라는 어긋난 성취 재미를 느끼고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학교와 교사가 단호하게 끊어주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스타벅스 ‘5·18 탱크 데이’ 이벤트가 사회적 공분을 불렀다. 대표가 사과도 했다. ‘일베’ 등장 이후 혐오 놀이는 일상화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앞 ‘폭식 투쟁’처럼 혐오가 유희의 형태로 오고 있다. 혐오 세력은 계산된 모호성으로 도발적 메시지를 던지고 비난에 처하면 의도성을 부인한다. 제재가 가해지면 ‘전체주의’로 비난하며 자신을 억압받는 피해자로 만든다. 쟁점을 ‘표현의 자유’로 바꾸어 비난을 무력화하고 결국 자신의 도발을 사회가 관용하게 만든다. 민주국가라면 극단주의 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작은 틈을 막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에 대한 폭력적인 장난을 그대로 두면 더 큰 분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운동경기든 사람 사는 것에서든 작은 것부터 챙겨야 한다. 작은 일을 대하는 삶의 방식이 한 사람의 품격과 사회의 품격을 만든다. 교실에서 작은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 바로 그 자리에서 진정한 인간 존중과 교육은 시작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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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1
  • [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사람 공부』가 던지는 관계(關係)의 메시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지식은 넘쳐나는데, 왜 사람 사이의 마음은 더 닫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가장 아픈 질문이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보다 무서운 것은 ‘관계의 문해력’ 결핍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며,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요즘의 아이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코딩 한 줄, 영어 단어 하나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인문학자 진웨준(金越俊)의 저서 『사람 공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교육자들에게 번뜩이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동서고금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처세(處世)’라는 단어를 기회주의적 기술이 아닌,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최고의 지혜’로 격상시키기 때문이다. 진웨준은 이 책에서 조조의 일화를 통해 교육적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조가 젊은 시절, 자신을 도왔던 현령 진궁과 함께 도망치던 중 의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장면은 유명하다. 진웨준은 이를 단순한 악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람을 읽는 안목’과 ‘포용의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을 하고 있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를 교실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첫째, ‘정답’이 아닌 ‘마음’을 채점해야 한다. 교실 내 갈등 상황에서 교사는 판사가 되기 쉽다. 하지만 『사람 공부』는 ‘현상 너머의 동기’를 보라고 조언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주기 전,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이나 ‘인정 욕구’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웨준이 말하는 영웅들의 통찰력이라 할 것이다. 둘째, ‘침묵’의 처세를 가르쳐야 한다. 책에서는 말 한마디로 천하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요즘 아이들은 SNS를 통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말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멈춤과 경청’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내 주장을 관철하는 법”보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힘”이 결국 가장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야 한다. 셋째, ‘패배’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의 격을 결정한다. 역사 속 영웅들은 위기의 순간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진웨준은 실패했을 때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를 강조한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을 때, 경기에서 졌을 때 아이들이 타인이나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 공부라 할 것이다. 이제 교사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관계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가 제안하는 처세의 지혜를 교육 과정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웨준은 책의 말미에서 결국 “모든 공부의 끝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종적인 기술은 미적분 공식이나 영문법만이 아니다. 바로 곁에 있는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타인의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 됨의 기술’이라 믿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인재들을 끝없이 찾아내고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람 공부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는 것이 처세가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람 공부다.”(본문 중) 『사람 공부』는 우리에게 말한다. 처세는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함께 승리(Win-Win)하기 위한 따뜻한 전략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교사가 교실에 섰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품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람’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그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 교실은 비로소 삶의 현장이자 가장 위대한 인문학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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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05
  • [구본희 반려詩選] 풍선덩굴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풍선덩굴 하늘에 초록 풍선 주렁주렁 달렸다. 하얀 꽃담 속에 세 칸 방 짓고 아이를 품었다. 비바람 막고 별빛 안아 고이 길렀다. 사랑 담아 까만 가슴에 하얀 하트를 새겼다. 세상 너머로 살포시 띄운 작은 기도 ㅡ 아름답게 살기를.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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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04
  • [전재학의 교육칼럼] 왜 다시, 문해력인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날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가? 학력 저하일까? 사교육 과열일까? 아니면 교권 붕괴일까?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더 근본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다. 필자의 칼럼 「청소년들의 뒤처지는 문해력,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는 몇 년 전 발표되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게 읽혀야 할 교육적 경고가 되었다. 오늘날 교사들이 모여 교육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화제가 단연코 학생들의 “문해력” 결핍의 심각성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문해력이라는 말조차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어떤 교사는 이렇게 다시 설명한다.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힘 말이야.” 그러자 한 학생이 묻는다. “쌤, 그거 요약본 있나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해석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힘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력과 공감력, 민주 시민성의 기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문장을 읽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긴 글을 견디지 못하며, 질문보다 검색에 익숙한 세대로 변해가고 있다. 교실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시험 문제를 읽고도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학생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어 과목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결국 문해력의 결핍과 연결된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환경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깊이 읽기와 사유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생각을 확장시키기보다 취향만 반복 강화하고, AI는 스스로 사고하기 전에 먼저 답을 제공한다. 이제 아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보다 “정답이 뭐예요?”를 먼저 묻는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사고 체계의 위기다. 필자는 당시 칼럼에서 읽기·말하기·쓰기 교육의 회복을 강조했다. 시 동아리, 스피치 활동, 글쓰기 교육, 일기 쓰기 같은 실천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찰은 지금도 매우 유효하다. 아니, AI 시대일수록 더욱 절박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최후의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이며, 문해력은 바로 그 생각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읽는 시간을 빼앗았는가? 왜 학교는 시험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며 사유의 교육을 잃어버렸는가? 왜 독서는 취미가 되었고, 글쓰기는 수행평가 기술로 전락했는가? 문해력 회복은 거창한 정책 이전에 교육 철학의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에서 읽기와 토론, 서술형 글쓰기를 강화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만 문해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 둘째, 학교는 ‘조용히 읽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독서는 과제가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들에게도 읽고 쓰는 전문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의 문해력은 결국 교사의 언어 수준을 넘기 어렵다. 넷째,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책 읽는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중심 교육의 방향 수정이다. 지금처럼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만 강조해서는 문해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이해의 깊이를 평가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문해력이 무너진 사회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와 선동에 흔들리며, 민주주의마저 약해진다. 그래서 문해력 교육은 단순한 학업 향상이 아니라 사회를 지키는 공공의 과제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입시제도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돌려주고, 언어를 돌려주고, 생각하는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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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9
  • [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아름다운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인공지능, 숫자, 비교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대로이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타인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진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떻게 보일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 사회의 품격은 그 사회가 어떤 아름다움을 존경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과 성공만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은 거칠어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하루의 선택이 겹쳐서 한 사람의 표정을 만든다. 배려와 품위가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인간답게 대하려 애쓴다.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을 위한 공간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움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그 친절은 햇살처럼 세상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 교육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감은 단순히 착해지는 교육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공감은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학교는 점수를 경쟁하는 공간이기 전에 인간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어른들의 태도를 더 많이 배운다. 교사와 부모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배려를 말할 수도 없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분위기와 태도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세상은 인간이 서로를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가 실수해도 모욕당하지 않는 학교,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다고 취급받지 않는 사회. 아픈 사람이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곳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않은 사회’이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불행에 익숙해지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할 때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거나 숫자와 성과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 인간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잠시라도 함께 서주는 누군가가 있는 세상. 인간다운 따뜻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회. 그런 세상이야말로 기술보다 오래가고 돈보다 강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교육은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다운 사람, 공감하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창밖은 다양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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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8
  • [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자궁이 보내는 경고음, 원발성 월경통의 원인과 유병률 - 원발성 월경통(Primary dysmenorrhea)은 골반 내 뚜렷한 기질적 이상 없이 월경 주기에 맞춰 발생하는 하복부의 경련성 통증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70개국 자료를 종합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은 여성 인구에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일상생활과 학업·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여성 건강 문제로 지목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이 통증의 핵심은 자궁 내막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이 자궁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감소시켜 허혈성 통증을 유발하는 데 있습니다. 월경통으로 인해 반복되는 통증 신호는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되며, 점차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를 초래하여 신경학적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진통제만으로 월경통 관리가 어려운 이유와 숨은 위험성 - 현재 원발성 월경통의 1차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경구 피임약이 주로 처방됩니다. 이들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차단하여 급성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진통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 복용 시 위장관 장애,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어 복용을 중단하곤 합니다. 식물 유래 한약 치료(plant-derived therapies)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기존 약물의 한계와 부작용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월경통이 포함되면서, 표준화된 한약 치료에 대한 치료 접근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월경통이 동반하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매달 반복되는 심한 통증은 신경면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하여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진통을 넘어 신체 전반의 신경학적 안정과 염증 제어를 돕는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합니다. 3. 뇌 신경망 연구를 통한 월경통의 뇌과학적 재해석 - 최근 뇌과학 연구는 월경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신경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원발성 월경통을 앓은 여성들은 통증을 지각하고 조절하는 뇌의 특정 네트워크(대뇌피질-변연계 등) 구조와 활성도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궁에서 시작된 말초의 염증 신호가 뇌의 통증 조절 회로를 교란시켜,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월경통 치료가 자궁 수축 억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4.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이러한 맥락에서 한의학 치료는 월경통 관리에 있어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효과와 기전이 최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침 치료는 뇌의 통증 조절 네트워크를 정상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fMRI를 이용한 연구에서 침술은 월경통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 기능적 연결성을 조절하여 중추성 진통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양한 침 관련 치료를 비교 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고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19년간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추적 연구에서는 원발성 월경통 환자에게 꾸준히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신경면역 조절 기전을 통해 향후 우울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침 치료가 단순 진통을 넘어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지님을 의미합니다. 한약 역시 다양한 약리 성분이 여러 병리적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여 자궁 내 염증 환경과 혈류 개선에 기여합니다. 월경통에 다용되는 대표적 처방인 온경탕은 최신의 인공지능 기반 약리분석 연구를 통해 염증 발현의 핵심 경로인 PI3K/AKT/NF-κB 신호 전달을 억제하여 하복부의 혈류에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 염증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근래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월경질환 치료에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계지복령환이 위약군에 비해 월경통 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특정 처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도 환자 맞춤형 한약 치료가 진통제 복용량을 줄이고 통증 지속 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월경통 자가 관리법 - 임상적인 한의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적극적인 관리 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만성 월경통을 관리해나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요법 :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천연 진통제입니다. 2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규칙적인 요가, 스트레칭,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은 골반 내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통증 유발 물질을 배출시켜 월경통 강도를 뚜렷하게 감소시킵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기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 유지와 하복부 보온 : 한의학에서 말하는 '한응혈어(寒凝血瘀, 차가운 기운이 혈액을 뭉치게 함)'는 실제 생리학적 혈관 수축과 일치합니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골반 근육의 긴장을 풀고 미세혈류 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통을 '여성이라면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진통제에만 의존한 채 위장 장애와 우울감을 감내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궁의 국소적 염증을 다스리고 중추신경계의 예민함을 잠재우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와 올바른 운동 습관을 통해, 매달 찾아오는 통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누리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de Arruda GT, Barbosa-Silva J, Driusso P, Pathmanathan C, Armijo-Olivo S, Avila MA. Worldwide prevalence of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cross 70 countries. Pain. 2026 Jan 1;167(1):41-55. doi: 10.1097/j.pain.0000000000003768 2.Iacovides S, Avidon I, Baker FC. What we know about primary dysmenorrhea today: a critical review. Hum Reprod Update. 2015 Nov-Dec;21(6):762-78. doi: 10.1093/humupd/dmv039. 3.Cho SI, Jung HJ, Park M, Kim DI. Effectiveness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on treatment of dysmenorrhea: An analysis of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Integr Med Res. 2026 Mar;15(1):101209. doi: 10.1016/j.imr.2025.101209 4.Wu L, Xu Lou I, Hu Z, Wang G, Deshpande SV, Cáceres-Matos R. Efficacy of Plant-Derived Therapies for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hytother Res. 2026 Apr 15. doi: 10.1002/ptr.70324 5.Tsai IC, Hsu CW, Chang CH, Lei WT, Tseng PT, Chang KV.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Different Exercises for Reducing Pain Intensity in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Sports Med Open. 2024 May 30;10(1):63. doi: 10.1186/s40798-024-00718-4. 6.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2023:8307249. 7.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 Feb 18;2023:8307249. doi: 10.1155/2023/8307249. 8.Liao CC, Lin CL, Tsai FJ, Chien CH, Li JM. Acupuncture's long-term impact on depression prevention in primary dysmenorrhea: A 19-year follow-up of a Taiwan cohort with neuroimmune insights. J Affect Disord. 2024 Jan 1;344:48-60. doi: 10.1016/j.jad.2023.10.013. 9.Li XL, Jin Y, Gao R, Zhou QX, Huang F, Liu L. Wenjing decoction: Mechanism in the treatment of dysmenorrhea with blood stasis syndrome through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erification. J Ethnopharmacol. 2025 Jan 30;337(Pt 1):118818. doi: 10.1016/j.jep.2024.118818. 10.Luo Y, Mao P, Chen P, Li C, Fu X, Zhuang M. Effect of Guizhi Fuling Wan in primary dysmenorrhe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Ethnopharmacol. 2023 May 10;307:116247. doi: 10.1016/j.jep.2023.116247.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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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6
  • [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작년 겨울, “할아버지, 이 딸기 맛이 좀 이상해~.” 제철이 지난 시기에 어린 손녀가 먹던 딸기를 내려놓으며 하던 말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철 지난 과일의 맛은 6살 아이의 기억과 입에도 낯설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딸기 한 알을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는지 우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는 날로 무더운 여름을 나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을 만큼 폭염과 싸우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나 과학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다. 가뭄, 폭우, 태풍, 식량 위기까지, 우리의 삶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런 시대,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식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한 삶의 선택’을 가르쳐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도 가까운 곳, 바로 우리의 식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그 자체가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이나 비제철 작물의 경우, 수송 과정에서 평균 11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인공조명, 난방, 수분조절 등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곧 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2020년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겨울에 먹는 딸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탄소 배출량은 약 3.4kg의 CO₂로 밝혀졌다. 반면에, 제철인 봄에 재배된 딸기는 0.8kg의 CO₂로 훨씬 적다. 같은 딸기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철 급식’을 운영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철저한 탄소 중립 교육에 나서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2022년부터 ‘제철 급식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해서 한 주일씩 제철 재료로만 구성된 메뉴를 만들고, 식사 후에는 환경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한 학생은 “처음엔 낯선 반찬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연이 지금 주는 맛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니, 앞으로 장을 볼 때도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를 이끄는 울림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제철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소비함으로써 난방, 냉방, 장거리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농업의 활성화이다. 식재료는 대개 지역 농산물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음식의 이동 거리를 줄이는 ‘로컬푸드’ 실천이기도 하다. 셋째, 식문화의 회복이다. 제철 음식은 자연이 주는 최적의 영양 상태를 가진다. 건강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넷째, 소비자로서의 책임 교육이다. 아이들이 직접 음식 선택의 윤리성과 환경적 영향을 배움으로써, 더 넓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제로 푸드 마일(Zero Food Mile)’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한 학생이 쓴 글이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이 지구에 무게가 될 수도, 지구를 쉬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철이라는 건 단지 맛있는 시기가 아니라, 자연이 숨 쉬는 시기였다.” 결론적으로 ‘제철 음식 먹기’는 단지 건강을 위한 선택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실천이자 위대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은 거창한 기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느끼고, 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경교육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기초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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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2
  • [구본희 반려詩選] 핑계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핑계 당신은 핑계의 대가라며 아내는 불평한다. 아직 어리니, 유치원 가면, 학교 가면...... 빈자리로 남은 약속들. 자전거 타기, 공놀이, 캠핑, 놀이공원. 돌아보니 바쁘단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미안한 젊은 날, 나는 나만을 사랑했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손주가 생기면 그때는 꼭 지키리라, 또 다짐한다. 그보다 아내가 먼저. 오늘도 아내의 한마디가 조용히 가슴을 후빈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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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1
  • [전재학의 교육칼럼] 오지선다형 수능, 개선해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지선다형 수학능력시험(수능)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앞세워 오랜 기간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제 교육 전문가들과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체제가 AI 시대, 최첨단 과학·기술의 디지털 시대에는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강력한 틀이라는 사실에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배출한 유능한 엘리트들은 실제로는 교육 현장에서 빠른 시간에 정답을 찾는 ‘기술’을 익히는 구조에 남다르게 익숙한 인재들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업 중 학생들이 ‘답이 몇 번이냐’를 먼저 묻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문제해결보다는 시험 요령에 집중하는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이 같은 경향은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이루어 왔다. 왜냐면 객관식 수능은 ‘선택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형태고,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일수록 전문 사교육이 의존해 효과를 얻어 결국 계급의 세습화를 부채질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국내의 수능 운영 방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제한적이다. 다만, 2028학년도부터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사고력 평가 강화가 기대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다만, 공정성과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논의들은 개관식의 한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같은 서술·논술형 대입 시험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데 유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깊이 있는 성찰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 진일보한 방법”이라며, “2028학년도부터의 도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입시 전문가는 “서술형 문항은 전산 채점이 어렵고, 채점 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채점의 신뢰성과 관리 비용 문제는 현실적인 장애물로 지적된다. 앞서 말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전통적인 논술형 중심 평가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을 핵심으로 여겼다. 프랑스어 과목은 수험생이 출제된 주제에 대한 긴 글을 작성해야 하며, 수학은 풀이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도 유사한 방식의 논술·서술형 대입 평가를 채택하고 있어, 학습자의 ‘사고하는 능력’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흐름은 우리 교육도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사고력 중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은 평가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만, 교육이 지향해야 할 사고력, 창의성, 다양성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정답 중심의 구조는 이미 변화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에 따라서는 수능 문제의 ‘해킹’조차 가능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선발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상을 위한 ‘교육’이다. 여기엔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이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수능의 고득점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내내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 빠르게 정답을 찾는 것만이 학창 시절의 고정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길러진 우리의 엘리트들은 토의⋅토론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재로 고위직에 올라 공인된 인재들임에도 ‘공부머리’와 ‘일머리’의 극심한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객관식 정답 찾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의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과 반발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는 말처럼 수능 개혁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것은 개선이 가능한 핑계 수단일 뿐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퇴행한다. 이제 수능 개혁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수능 개혁을 도모하고 대비하는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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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5
  • [김홍제의 목요칼럼] 차트는 읽지만 삶은 읽지 못하는 시대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오늘의 한국 사회는 차트를 읽는 데는 민감하지만 삶의 방향을 읽는 데는 서툴러지고 있다. 투자 광풍과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이유에 한국 교육의 책임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보다 ‘따라가는 법’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열풍은 결국 돈에 대한 욕망만이 아니라 양극화와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집단 심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모든 시대의 광풍은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암호화폐 열풍도 당시에는 모두 새로운 질서와 미래의 약속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끝내 남는 것은 본질이었다.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는 이성의 힘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 공식은 배웠지만 자본의 원리는 배우지 못했다. 문제를 푸는 훈련은 반복했지만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은 익히지 못했다. 객관식 시험에 길들여진 사회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을 만든다. 삶은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잔인한 진실은 세상이 객관식 시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상승하는 종목들을 보라.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력과 에너지 전환 산업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 상승하는 자산의 본질은 ‘변화에 대한 감각’에 있다. 전력 기업의 상승은 에너지 질서의 전환을 예고하고 인공지능 기업의 부상은 인간의 노동과 사고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미래의 방향을 읽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주식은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낼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교육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주가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관심하다. 자본은 사회를 움직일 수 있지만 인간의 품격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존재는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지금 교육에 필요한 것도 단순한 제도의 개편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다. 질문할 수 있는 인간, 의심할 수 있는 인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다. 교육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인간’이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유행하는 답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힘은 긴 독서와 토론, 예술과 철학, 그리고 혼자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단련된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 아니라 깊은 내면이다. 차트를 읽는 능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삶의 방향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이다.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갈 학생에게 교육에서 그 힘을 길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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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4
  • [최윤용의 100세 칼럼] 허리를 펴야 삶이 편안해진다 : 만성 비특이성 요통을 다스리는 추나요법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원인 모를 허리 통증, '만성 비특이성 요통'의 굴레 - 싱그러운 5월,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선뜻 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특히 X-ray나 MRI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디스크 파열이나 뼈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뻐근함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비특이성 요통(Chronic non-specific low back pain)'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 요통은 단순히 허리 근육이 뭉친 것을 넘어, 척추 주변 근육과 관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통증이 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걷거나 앉아 있는 일상적인 동작조차 버거워지며, 근육 감소 및 우울감까지 초래하여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의 중요 대안으로 자리 잡은 '추나요법' - 이렇게 굳어지고 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바로잡는 한의학적 수기치료가 바로 '추나요법'입니다. 국제 학술지인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14)에 소개된 바와 같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인체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척추와 관절의 구조적 문제를 교정하는 한의학적 수기치료법입니다. 최근에는 만성 통증 관리 분야에서 추나요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국제 저명 학술지(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발표된 서지학적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에 대한 추나요법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2025년 대규모 후향적 연구(BMJ Open)에서는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이후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의 추나 치료 활용이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하였으며, 국민의 척추 건강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최신 연구에서 입증된 추나요법의 통증 완화 및 기능 회복 효과 -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는 엄격하게 설계된 임상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6년 영국 의학저널(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만성 비특이성 요통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행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기능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나요법은 다른 보존적 치료와 병행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2026년 발표된 실용적 임상연구(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에서는 추나요법과 일반 물리치료를 병행한 그룹이 단독 치료 그룹에 비해 만성 요통 개선에 더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퇴행성 변화가 심한 '증상성 퇴행성 요추 전방전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5년 다기관 임상시험(Mayo Clinic Proceedings)에서도 추나를 포함한 비수술적 통합 치료가 척추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통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대안임이 입증되었다는 점입니다. 신경을 재생하고 근육 위축을 막는 추나의 분자생물학적 효과기전 - 최근의 기초 과학 연구들은 추나요법이 단순히 뼈를 맞추는 물리적 자극을 넘어,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 기능 조절을 통한 통증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습니다. 2025년 정형외과 연구 저널(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에 발표된 동물 실험 연구에 따르면, 추나 치료의 물리적 자극은 세포 내 특정 경로(Piezo1/YAP/TAZ)를 활성화하여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인 '수초(myelin)'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둘째,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소실을 방지합니다. 요통이 오래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빠지기 쉬운데, 2024년 발표 연구에서는 추나요법이 근육 회복과 관련된 세포 신호 (PI3K/Akt)를 조절하여 좌골신경 손상으로 유발된 근육 위축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셋째, 중추신경계의 통증 민감도를 낮춥니다. 2026년 세포 분자 의학 저널(Journal of Cellular and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연구는, 추나가 척수 내 성상세포의 특정 경로(NDRG2/GLT-1)를 조절해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의 증폭을 억제함으로써 만성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바른 척추로 되찾는 100세 시대의 든든한 일상 - 성공적인 요통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자세의 인체공학적 관리: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며 허리를 세워야 합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숙이는 대신 무릎을 굽혀 하체의 힘을 이용하는 습관은 요추에 가해지는 과도한 압축력을 분산시켜 구조적 변형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운동 요법 : 하루 30분 이상의 평지 걷기나 수영은 척추를 지탱하는 핵심 코어 근육을 강화합니다. 이는 추나 치료가 자극하는 근육 회복 신호와 결합하여,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위축을 방지하고 척추의 지지력을 높여줍니다.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 틈틈이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자가 스트레칭은 척추 주변 신경에 가해지는 기계적 압박을 줄여줍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은 척추 주변의 긴장을 줄이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의 긴장을 완화해 만성 통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만성 요통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단순히 진통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Kim K, Yan D, Bauer BA, Choi JC, Wang Z, Jung JE, Kim J, Kim TH, Eldrige JS, Mauck WD, Holmes BD, Bublitz SE, Seo M, Qu W. Nonsurgical Integrative Treatments for Symptomatic Degenerative Lumbar Spondylolisthesis: A Multinational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 Mayo Clin Proc. 2025 Nov 2:S0025-6196(25)00334-9. doi: 10.1016/j.mayocp.2025.05.030 2.Tan ICC, Wong HEM, Qiao F, Chong WM, Soh CCR, Ho CE, Cheong KCP, Chen LTJ, Bong PA, Seet IHN, Lim XW, Ma QY, Zhou X, Shen LB, Yang J, Chen JX, Bauer BA, Tay BK. Effectiveness of tuina and physiotherapy to manage pain for patients with chronic low back pain: a pragmatic randomized clinical trial. BMC Complement Med Ther. 2026 Jan 9;26(1):47. doi: 10.1186/s12906-025-05234-w 3.Baek GG, Ha IH, Lee YJ, Shin YJ, Shin BC. Analysis of the utilisation of Chuna manual therapy for musculoskeletal disorders after its coverage under national health insurance in Korea: a retrospective analysis. BMJ Open. 2025 Aug 8;15(8):e094099. doi: 10.1136/bmjopen-2024-094099. 4.Huayu L, Jiamin Y, Xudong S, Mengchao Z, Shunqin Y. Tui Na therapy for pain and function in chronic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BMJ Support Palliat Care. 2026 Mar 3:spcare-2025-005896. doi: 10.1136/spcare-2025-005896. 5.Xu H, Wang Z, Wang Z, Lei Y, Chen J, Zhou H, Li M, Diao J, Bian Y, Zhou B, Zhou Y. Recent trends in Tuina for chronic pain management: A bibliometric analysis and literature review. Complement Ther Med. 2024 Sep;84:103068. doi: 10.1016/j.ctim.2024.103068. 6.Park TY, Moon TW, Cho DC, Lee JH, Ko YS, Hwang EH, Heo KH, Choi TY, Shin BC. An introduction to Chuna manual medicine in Korea: History, insurance coverage, education, and clinical research in Korean literature. Integr Med Res. 2014 Jun;3(2):49-59. doi: 10.1016/j.imr.2013.08.001. 7.Zhang H, Chen L, Jiang J, Huang L, Huang H, Huang L, Chen S, Lin Z. Tuina Inhibits Synaptic Plasticity Through the Astrocytic NDRG2/GLT-1 Pathway to Alleviate Neuropathic Pain. J Cell Mol Med. 2026 Jan;30(1):e71013. doi: 10.1111/jcmm.71013. 8.Zhang Y, Zhang H, Liu J, Sun J, Xu Y, Shi N, Zhang H, Yan J, Chen J, Wang H, Yu T. Tuina alleviates the muscle atrophy induced by sciatic nerve injury in rats through regulation of PI3K/Akt signaling. J Orthop Surg Res. 2024 Dec 31;19(1):892. doi: 10.1186/s13018-024-05270-1 9.Xu Y, Rentuya N, Yu T, Yan J, Zhang H, Zhang Y, Zhang H, Sun J, Liu J. Tuina promotes nerve myelin regeneration in SNI rats through Piezo1/YAP/TAZ pathway. J Orthop Surg Res. 2025 May 12;20(1):454. doi: 10.1186/s13018-025-05794-0.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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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2
  • [구본희 반려詩選] 유모차 없는 거리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유모차 없는 거리 저출산 시대, 유모차 지나가면 낯선 반가움. 그 안엔 아이 없이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 대형 매장 아이 코너엔 강아지, 고양이 반짝이는 무대.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 출산 정책은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 결혼도 독립도 뒷전, 답답함은 세상 탓일까, 우리 탓인가. 유모차 없는 거리, 우린 무얼 기다리나.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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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0
  • [전재학의 교육칼럼] 세계적인 Z세대의 분노, 우리는 그들을 위한 대책이 있는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간주한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SNS, 유튜브 등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며 자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 세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함께 성장한 특징이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들 Z세대가 역사의 흐름을 다시 쓰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일 것으로 예견되어 이에 대한 대책과 그들을 바르게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데 보다 관심과 애정, 기회 부여와 역량 계발에 총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 2020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뒤덮은 촛불 시위의 중심에, 2022년 네팔 총선에서 신생 정당 래코스트(RSP)를 제1야당 반열로 끌어올리고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돌풍의 핵심에, 그리고 2023년 마다가스카르의 대선에서 “더 이상 가난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외치며 기존 정치권력을 뒤흔든 주역 역시 바로 Z세대였다. 이들은 더 이상 정치와 경제의 주변인들이 아니다. 이제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세대가 되었다. 불가리아 청년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해변을 사유화하고 부패 스캔들이 반복되던 현실 앞에서 그들은 “더 이상 침묵하면, 이 나라는 사라진다”고 외쳤다. 그들의 끈질긴 연대는 결국 장기 집권 세력의 몰락, 개혁 내각 출범으로 이어졌다. 네팔에서는 30대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난, 실업, 해외 노동 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Z세대는 SNS를 활용해 정치의 문법을 새로 만들었다. 거리 캠페인이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되면서 기성 정치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청년 주도 정치 혁명이 현실이 되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대학 청년들이 “청년 세대에게 남은 것은 빈곤뿐”이라며 일자리를 요구했고, 이를 중심으로 6개 청년 시민단체가 연대한 끝에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시민 행동을 조직했다. 반면 한국의 청년들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지만, 주거·일자리·미래 전망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의 문은 좁아지고, 주거비는 하늘을 찌르고, 경력은 쌓아야 하지만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들이 40만~70만~100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청년들은 “도전보다 생존이 먼저”라고 말한다. 한국 청년의 삶 만족도 역시 OECD 최하위권이며, 20대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빠르고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실패다. 청년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청년이 아니라 바로 한국 사회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Z세대의 절망을 희망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청년을 ‘참여자’가 아니라 ‘국가 설계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불가리아·네팔·마다가스카르의 공통점은 청년이 정치 결과의 ‘대상’이 아니라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청년의 경력을 직선이 아니라 ‘다중 경로’로 재구성해야 한다. 네팔의 청년 정치 혁명은 직업·학업·창업을 넘나드는 유연한 경로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셋째, 주거는 희망의 시작이다.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모두 ‘삶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었다. 넷째, 청년의 분노를 국가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Z세대는 불평만 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그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가 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의 절망은 그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청년이 직접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Z세대의 분노로부터 안전지대가 되려면, 이제 청년을 국가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고용 절벽, 집값 급등, 전월세 가격 급등, 학자금 빚 상환 유연성, 어설픈 연금 개혁 등으로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응답할 차례가 되었다. 누릴만한 것들을 충분히 누린 기성세대이자 이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조차 12.3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 권력과 욕망을 끝없이 채우려 하는데 만년 생채기만 당하며 실신할 수준의 청년들이 극우화되는 것을 좌시할 것인가? 그들이 절망보다 희망을 간직한 채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 설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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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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