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20(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Income Contingent Loan)가 당초 계획대로 올 1학기부터 시행된다. 도입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올 초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 이유로 공부를 못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접수 첫날인 15일 하루 동안만 총 5천여 명의 신청자가 쇄도했다. 이후 접수 열흘째인 25일 기준 신청자만 10만 9천 명에 이르고 있다.

세 번의 학자금 대출
하마터면 신용불량자 될 뻔

동국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승하(가명·25세) 군도 올 1학기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수혜를 받게 된 학생 중 한 명이다. 올해 4학년에 올라가는 박 군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휴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그에게 마지막 학기 등록금은 피해갈 수 없는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과 등록금 충당 등의 이유로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기 불황과 등록금 충당 등의 이유로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대에 다녀온 기간을 뺀 대학시절 3년 동안 그는 총 세 번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신입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했지만, 세 번의 학자금 대출을 받는 동안 불어난 이자를 갚아나가는 것은 수입원이 없는 그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마냥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어 대학생활 내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박 군은 과외부터 시작해 공장, 막노동판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주말에도 시급이 높은 호프집 등에서 한나절을 보내야만 했던 그에게 본분인 공부는 이미 뒷전이 된 지 오래다 .

“마지막 학년을 남겨두고 휴학을 염두에 두면서 학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자가 너무 높아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뉴스를 보고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실시된다는 걸 알고 이거다 싶었죠.”

취업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4학년 진학을 앞두고 돈 걱정 없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휴학까지 고민하던 그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누적된 대출이자로 하마터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이었는데, 이번 학기부터 이자부담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5년 2학기부터 학자금대출제도를 시행한 이후 매년 학자금 대출자와 대출액이 늘어나 2008년에 63만여 명이 2조3486억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4955명이 6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하고 있는 신용유의자가 됐고, 연체 건수는 1만1682건에 달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정병선 학생학부모지원과장은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의 경우 재학 중에 매월 수십만 원의 이자를 갚아야 하고,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소득이 없더라도 매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로 인한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매년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시행으로 학자금으로 인한 금융채무 불이행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랏돈 빌려 공부하는데 더 열심히 해야죠”

등록금 걱정은 대학 입학으로 한창 꿈에 부풀어 있어야 할 신입생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대학교 신입생 1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학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묻는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절반 이상이 ‘등록금’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대학 신입생들의 절반 이상은 등록금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대학 신입생들의 절반 이상은 등록금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일찌감치 모 대학 수시전형에 입학한 김재민(가명·20)군도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앞서 대학 등록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집안 형편을 생각하면 남들처럼 마냥 놀 수만은 없는 현실”이라며 입학 전 방학 기간만이라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는 지 찾고 있던 중이었다고 한다.

때마침 대학 입학 시점에 맞춰 시작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덕분에 이자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그는 "돈을 지원 받고 공부하는 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학점도 잘 받고 취업도 빨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성적기준을 B학점 이상으로 상향한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라에서 돈을 받는데 학교 성적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학기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더 채찍질 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대출상담을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의 이현숙 총괄매니저는 “지난해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님 한 분이 재단을 직접 찾아와 자신의 월급 명세서까지 보여주며 신용불량자가 된 딸의 학자금 대출을 간곡히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대출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도와드리지 못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린다”며, “그런 분들이 꼭 이 제도의 혜택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으로 기존에는 대출이 불가능했던 금융채무 불이행자 2만여 명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로 혜택을 보는 대학생들이 총 9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수 40여만 명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는 점에서 그동안 대학생들의 고민 1호로 자리잡아왔던 학비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출 신청, 학기등록 마감 열흘 전까지는 마쳐야

대출상담을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에는 박 군이나 김 군과 같은 처지의 대학 재학생, 신입생들의 신청 및 상담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하루 평균 상담전화 건수만 5만5000건에 달한다. 그러나 신입생의 경우 다음달 초로 예정돼있는 등록기간에 맞추어 대출을 받으려면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


학생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인터넷으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학자금 상환제 대출 신청을 하고 있다.

대출 신청은 신입생의 경우 이번달 15일부터 28일까지, 재학생은 25일부터 3월 18일까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포털 사이트(www.studentloan.go.kr)나 장학재단 홈페이지(www.kosaf.go.kr)에 하면 된다.

신입생은 수능이나 내신이 6등급 이상, 재학생은 이전 학기 성적 평균이 B학점 이상에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2010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합격자들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 신입생들의 등록기간도 2월 9일까지로 연장했다.

단,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전체 가구 소득분위 중 7분위 이하 가구의 대학생으로 제한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소득수준을 파악하는 데 대략 열흘 정도 걸린다. 때문에 대출 신청 절차는 최소 등록 마감일 열흘 전까지는 마쳐야 한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휴~ 하마터면 대학생 신용불량자 될 뻔 했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