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01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책임
- 실제 사례와 판례를 중심으로
학교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생활하다 보니, 어쩌면 일반 사회생활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짜증난다고 하여 사표를 낼 수도 없고, 싫다고 하여 서로 안 볼 수도 없으니 어떤 학생들에게는 감옥생활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학과일정이 시작된 후에는 교사가 부모를 대신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감독하며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그러한 의무를 게을리 하였을 경우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어떤 경우에 학교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호동이는 체육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마침 체력검사를 위한 팔굽혀펴기가 시작되었는데, 호동이는 팔굽혀펴기를 15번 정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호동이는 동공이 풀린 채 호흡을 하지 못하고 침을 흘렸습니다. 당황한 체육교사가 학생들을 시켜 호동이를 반듯이 눕히게 했는데, 1, 2분이 지나도 호동이의 상태는 그대로였습니다.
체육교사는 호동이의 얼굴을 두드려 보고, 학생들을 시켜 호동이의 팔다리를 주무르게 했지만, 호동이는 그래도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체육교사는 호동이가 쓰러진 후 5분이 지나서 양호실로 옮겼고, 양호교사가 5~6분 거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호동이를 이송시켰습니다.
호동이는 쓰러진 후 15분이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하였고,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한동안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았던 터라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통상 호흡이 정지된 후 5분이 지나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고, 10분 후에는 중추신경계의 보존이 어렵다고 합니다.
호동이는 호흡이 멈춘 후 15분이 지난 후에야 응급실에 도착하였으므로, 심폐소생술을 받더라도 이미 뇌신경에 큰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동이의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호동이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교는 호동이가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쓰러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고, 쓰러진 후 15분 내에 인근병원으로 데려갔으니 필요한 응급조치는 다한 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의 응급상황은 교육활동과는 무관한 것이니 그 조치를 다하지 못한 책임까지 학교와 교사에게 물을 것은 못 되고, 호동이가 식물인간이 된 점은 안타깝지만 그것은 불운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지 학교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하였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위 사례는 2003년도에 실제로 발생하였던 사건에 관한 것인데, 법원은 학교로 하여금 호동이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학교 내에서의 응급상황은 비록 교육활동은 아니나 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그러한 생활관계에까지 부모를 대신하여 학생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는 부담하고, 만일 학생이 수업 중에 쓰러져 위급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 체육교사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절한 응급조치를 즉각 시행하여 학생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체육교사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의사도 아닌데 학생의 상태를 어떻게 진단하여 응급조치를 하라는 것인지 자신에게 지워진 과중한 책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호동이의 호흡 여부 등을 살피는 것은 꼭 의사가 아니어도 가능한 일이고, 체육교사가 스스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었다면 호동이를 즉시 양호교사에게 보이거나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어야 하였습니다. 따라서 체육교사가 그러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적어도 5분 가량 시간을 지체하다가 뒤늦게 양호실로 옮긴 것은 과실이 아니라고 항변하기에는 부족한 것입니다.
비록 호동이는 스스로 급성 심장정지를 일으켰지만, 교사가 응급조치를 잘하였더라면 호동이의 상태가 그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교사의 사용자인 학교에게 호동이의 증세악화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긍정한 것입니다. (대법원2008.5.8.선고2008다5417판결 참조)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교정에서 발생하는 학생의 모든 사고에 대하여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법원이 학교의 책임을 부인한 경우입니다.
세윤이는 중학교 1학년생입니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반장도 맡고 있습니다. 다만, 성격이 좀 거칠고 건방져서 평소 자기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다가 담임교사의 꾸중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한번은 같은 반 급우인 구라가 미술선생님의 치마 속을 들여다 본 일이 있었습니다. 세윤이는 선생님의 지시로 구라를 교무실로 데려가려고 하였는데, 구라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세윤이는 화가 나서 구라의 턱을 쳤고, 구라가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구라의 안경이 떨어져 깨지기도 하였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몇 달 후 종신이가 축구를 하다가 세윤이와 부딪혀 넘어졌는데, 세윤이는 "누구냐"고 소리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종신이의 얼굴을 발로 차 볼이 퉁퉁 붇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세윤이에게 더 큰 일이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세윤이는 3교시가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는데, 승민이가 청소용 밀대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 그만 더러운 물방울이 세윤이의 도시락에 튀어버렸습니다. 화가 난 세윤이는 승민이의 얼굴을 때렸고, 그만 승민이의 왼쪽 눈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승민이의 부모는 학교와 세윤이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학교는 쉬는 시간에 일어난 급우간의 싸움까지 어떻게 교사가 일일이 감독하고 보호할 수 있느냐, 이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까지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세윤이의 부모 역시 자식이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는 것까지 어떻게 부모가 말리겠느냐면서 그런 일은 학교가 알아서 미리 예방할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이에 대하여 승민이의 부모는 세윤이가 평소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그 부모와 담당교사는 세윤이가 급우를 때리는 일 없이 원만히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 조언하였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고등법원은 승민이 부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승민이 부모의 학교에 대한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습니다. 즉, 승민이 부모는 세윤이 부모에 대하여만 승소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즉, 교사가 쉬는 시간에 교실 내에의 학생의 행위에 대해서도 보호 및 감독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은 일단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교육활동과 밀접불가분한 생활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쉬는 시간에 발생하는 학생의 행위라도 교사가 이를 예측하거나 예측할 수 있었을 경우에만 보호 및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그 책임이 제한되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비록 세윤이가 평소 성격이 거칠고 친구를 괴롭힌 적은 있으나, 반장으로서 평소 매사에 적극적이고 학업성적이 우수하였던 점을 참작할 때 그 폭력성은 우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세윤이의 폭력성이 돌발적인 것이라면, 교사가 이런 일까지 예측할 것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윤이 부모의 책임은 여전히 인정하였습니다. 평소 세윤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부모가 이를 제대로 지도, 교육하지 못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그러한 판단에는 실제로 세윤이 부모의 책임마저 부인할 경우 승민이는 누구에 대해서도 그 손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뒷받침되었을 것입니다.
만일 세윤이가 항상 화가 나 있고, 누군가 괴롭히지 못하여 안달이 난 정서가 불안한 청소년이었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요? 아마도 법원은 그러한 경우에는 교사가 세윤이의 폭력성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감독하였어야 한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만일 위 사례에서 세윤이의 부모가 가난하여 도저히 손해배상을 할 처지가 못되었다면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으나, 법원은 승민이의 손해를 배상할 유일한 당사자는 학교뿐인 점을 고려하여 세윤이의 폭행은 우발적이지 않고 교사가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44433 판결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