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무거운 성교육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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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센터장 이명화)'는 청소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상담, 성교육, 성문화활동 전문기관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상담과 체계화된 대상별 성교육프로그램, 체험관 등을 고루 갖춘 성문화센터로는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센터는 지난 2001년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9년이 흘렀다.

 

서울 YMCA가 지난 1983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청소년성교육상담실'을 모태로 했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서울 YMCA가 운영을 맡았다.

 

성상담 및 교육 관련 기관 중 민(民)과 관(官)이 협력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센터의 정식명칭은 '서울특별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딱딱한 관공서의 느낌을 지운 '아하'라는 이름은 이 센터가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지금은 센터의 '애칭'이 된 '아하'는 청소년들이 붙여준 명예로운 이름이며, 센터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말이다.

 

'아하'는 청소년들이 성교육을 받으며 "아하! 바로 이거야!"라고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성교육,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성교육, 마음속 '울림'을 통한 '느낌'이 있는 성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센터의 약속이다.

 

또 이 이름에는 지금까지 센터를 가꾸고 이끌어 온 적지 않은 이들이 흘린 그 동안의 고민과 열정, 땀과 아쉬움이 녹아 있다.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따뜻한 숨결도 함께….

 

센터의 근간이 된 '청소년성교육상담실'부터 현재까지 센터는 성교육의 필요성이나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했던 80년대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성상담과 교육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 성교육의 대들보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 부족 속에서도 우리나라 청소년 성교육의 디딤돌을 놓고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성문화를 바로잡는데 더없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를 소개하며, 이 기회를 통해 청소년 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센터운영의 현실을 살펴보며 '아하 센터'를 비롯해 전국의 지역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센터의 주된 역할은 성교육과 성상담, 성 관련 문화 활동 기획 및 운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처럼 간단한 한 문장으로 센터의 역할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센터의 성교육은 다른 교육기관의 성교육과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 

 

 

따뜻하고 밝은 성교육, 어둡고 무거운 기존 성교육의 한계에서 벗어나

 

센터가 운영하는 성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따뜻하고 밝고 즐겁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의 성교육은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무겁고, 어색하거나 또는 무엇인가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때로는 순결이나 낙태, 피임 등 특정한 부분을 강조한 나머지 교육내용이 어느 한편으로 치우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해 센터의 성교육은 '밝고' '따뜻하며' '즐겁다.'

 

이를 위해 센터는 대상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하면서 낙태나 순결 등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의무와 책임감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 보다 센터는 대상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몸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성'을 어둡거나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고 '밝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기 몸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자기 몸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몸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며, '밝고 따뜻한' 성문화가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널리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예방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상담 방법 다양화…대상의 확대…가해 청소년 상담까지

 

센터 본래의 역할 중 하나인 성 상담은 전화와 면접, 온라인, 집단 등 다양한 형태와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센터는 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일상적인 성 상담은 물론이고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상담까지 실시한다.

 

특히 성폭력 가해 청소년에 대한 성 상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 성범죄 재발방지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명화 센터장은 이에 대해 "성폭력 가해 청소년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 효과 또한 크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센터의 성상담은 센터 소속의 전문상담사와 상담교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성상담 전문가 연수과정을 거친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청소년과 일상을 함께 하는 교사를 비롯한 주변의 이웃 중 뜻이 있는 이들을 성상담 전문가로 양성해 청소년 성 상담 전문가를 늘리고 이들을 통해 청소년 성 상담과 교육이 활성화 되는 효과도 있다.

 

또 이들을 통해 사회 속에 청소년을 위한 성상담과 교육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를 알리고 그릇된 성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청소년 성문화 활동 이끄는 중심(Hub)으로 역할 넓혀…

 

성상담에 있어 센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센터의 역할 확대라 할 수 있다.

 

지금 센터는 단순히 성상담만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우리 청소년의 성교육과 성상담 활성화를 위한 인력 양성기관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상담 실무자와 교사 등 전문가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성교육과 상담에 관심 있는 주부, 대학원생, 자원봉사자 등을 위한 인력 양상 프로그램, 청소년지도자와 청소년 단체 및 기관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성문화운동 활동가 프로그램, 그릇된 성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성문화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상, 다양한 목적의 프로그램들이 있다.

 

센터는 교육을 희망하는 지방의 학교와 교육청 등을 직접 찾아가 교사와 전문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연수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센터는 본래의 역할-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및 상담에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재교육하는 전문 인력 양성기관의 역할을 더하면서 청소년 성문화 활동을 이끄는 중심(Hub)으로 거듭나고 있다.

 

찾아가는 성교육, '아하 해피 버스팅!'…초등 5~6학년 대상

 

센터 성교육을 상징하는 '아하 해피 버스팅!'은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적 한계와 공간부족, 1회성 교육의 한계 등 그 동안의 센터 운영경험을 통해 나타난 아쉬움과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초등학교 5~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우선 고려해 찾아간다.

 

25인승 버스의 내부에는 초등학교 5~6학년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 교재와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버스에 오른 학생들은 함께 간 전문가와 함께 비밀스럽고 부끄러워하며, 궁금해도 물어보지 못했던 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소곤'거린다.

 

'해피버스'는 버스 안에 설치된 교재와 시설물 등을 활용 해 어린이들에게 '아기 돌보기', '엄마 뱃속의 아기모습', '나도 임신 8개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속에서 어린이들은 '예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엄마 뱃속에 있었을까?'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엄마는 어땠을까?' 등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이 과정을 통해 성은 어둡고 음침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넘치는 밝고 따뜻한 것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어린이들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아트북(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책), 백과사전, '호기심 톡톡' 등의 각종 교재와 프로그램도 있다.

 

'해피버스'의 역할은 어린이들을 위한 성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해피버스'는 지역 복지관과 아동센터, 청소년 수련관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화 센터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성교육이 더 편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과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하 섹슈얼리티 체험관'…체험학습, 토론, 문화활동 어우러진 입체형 성교육

 

센터는 청소년들이 오감(五感)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을 마주하면서 '성'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2학년을 중심으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꾸며진 이 체험관은 청소년들이 성적인 존재로서의 '나'를 느끼고 깨닫도록 하기 위한 '자기주도형 체험학습'과 '끼리끼리 그룹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구성은 개별체험 80%, 그룹활동 20%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센터 내 성교육체험관에서 이루어지는 '자기주도형 체험 프로그램'은 '자궁방', '거울방' 등 주제별 체험방을 통해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은 체험관의 각 '방'을 돌아보면서 센터가 준비한 '사춘기놀이터', '십대발언대', '피임플레이', '가상임신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주체성을 재인식하고 성폭력예방, 피임법, 성적 의사결정훈련법 등을 배우게 된다.

 

또 각종 언론 매체와 역사, 예술작품 속에 나타난 다양한 '성'의 모습을 통해 '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게 된다.

 

'끼리끼리 그룹 활동'은 체험관 내 '알자방'에서 이루어지며, 활동내용은 '성감수성&성적 의사결정력 키우기', '성 커뮤니케이션', '사랑과 연애', '포르노', '성폭력', '10대 임신' 등의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선택한 주제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역할극과 토론, 콜라주(신문이나 잡지 책 기타 재료를 풀로 붙여 만드는 미술 기법) 등의 그룹별 활동을 한다.

 

 

지역 성문화센터 모범사례, 전국 32개 지역 센터 문 열어… 

 

'아하 센터'는 전국 지역 성문화센터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모두 32개의 지역 성문화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들은 모두 '아하 센터'를 모범사례로 삼아 설립됐다.

 

서울에도 5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비록 아직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인력과 예산 등 여건도 어렵지만 성교육, 성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20여년전과 비교할 때 인상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명화 센터장은 "비록 아직은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문화센터 운영이 걸음마를 떼는 단계지만 '아하 센터'를 모델로 삼아 32개의 지역 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금도 계속 더 많은 지역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예산 및 인력 부족 심각, '해피버스'도 고작 1대에 불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센터는 3층 건물이다.

 

작은 동사무소(주민센터)와 비슷한 규모이다.

 

전국에서 처음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으로 설립됐고 전국 성문화센터의 모범사례로서 우리나라 청소년 성문화 활동의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나 열악하다.

 

인력 부족 또한 심각하다.

 

현재 센터의 정직원은 이명화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9명에 불과하다.

 

부족한 나머지 인력은 계약직과 백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가 채우고 있다. 물론 이들도 연수과정을 거쳤거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다.

 

청소년 성문화 활동에 대한 열정과 의지 또한 남다르다.

 

그러나 예산의 부족으로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부족한 예산과 인력의 부족을 센터 구성원들의 열정과 의지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협소한 공간도 문제가 심각하다. 센터의 체험관은 한번에 40명이 한데 교육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좁다.

 

이로 인해 센터는 궁여지책으로 한 번에 20명씩 나누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체험관만이 아니다.

 

전국을 누비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해피버스'는 고작 1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업(SK텔레콤)의 지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겨우 운영을 하고 있다.

 

이명화 센터장은 "요즘처럼 방학을 앞두고 전국 각 학교에서 체험관 이용신청이 몰린다. '해피버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공간이 부족하고 버스도 한 대에 불과해 이를 이용하려면 몇 달 전에 신청을 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학교나 단체에서는 불만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체험관 공간도 넓히고 버스도 늘리고 싶지만 그럴 여력이 전혀 없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센터는 '아동 성교육 체험관' 설립을 내년도 사업 목표 중 하나로 정했다. 성범죄의 '저연령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피버스'가 있긴 하지만 '버스'라는 제하된 공간에서 성교육이 진행되는 공간적 한계로 인해 이들을 위한 '체험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해피버스'도 필요하다.

 

현재 '해피버스'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생에 대해서는 교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소와 장비의 부족, 인력의 부족, 처우의 열악함으로 인한 한계는 센터 구성원의 헌신만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교육과 성상담을 포함한 청소년을 위한 성문화운동은 우리 청소년의 미래가 걸린 현안이다.

 

시의회와 지자체 그리고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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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교육기관 탐방③-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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