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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人포커스] 전국 최초 4선 김석준 부산광역시교육감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부산을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표준으로 만들 것” "AI·반도체·교육복지 혁신으로 미래교육 대전환" 전국 최초 4선 교육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김석준 부산광역시교육감이 민선 교육자치의 새로운 출발선에서 부산교육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교육감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다시 한 번 선택받은 의미를 “지난 9년간 부산교육이 걸어온 길에 대한 신뢰이자 미래교육 완성에 대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4선이라는 결과는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부산교육의 미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엄중한 책임과 명령”이라며, “교육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의 4년은 오직 학생만 바라보며 부산교육의 미래 대전환을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 최초 4선 교육감으로 당선되셨다. 부산 시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취임 소감과 각오는 무엇인가? 이번 선거를 통해 감사하게도 ‘사상 첫 4선 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미래교육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책임을 맡겨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감 재임 9년간 공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교육복지를 두텁고 탄탄하게 하며, 학교 혁신의 기반을 차근차근 구축해 온 성과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자, ‘부산교육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도약시키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산시민과 학부모님들은 낡은 이념공세나 정치적 구호에 흔들리지 않고 검증된 경험과 정책의 안정성을 선택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다져놓은 탄탄한 기반 위에 부산의 아이들이 다가올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더 큰 열정과 경험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민선 교육자치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부산교육의 미래 비전과 핵심 교육철학을 말씀해 달라. 지난 9년간 쌓아온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4년은 화합과 소통 위에서 오직 우리 아이들만 바라보며 부산교육의 미래 대전환을 완성해 나가겠다. 저는 AI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도 기술보다 사람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인간중심 미래교육’을 부산교육의 핵심 철학으로 삼고 있다. 가정환경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자신의 꿈과 역량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 부산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AI 시대에 맞는 미래교육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도, 교육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는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 이를 통해 부산교육이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향후 4년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대표 교육정책은 세 가지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4년은 부산교육이 그동안 쌓아 온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교육 대전환을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핵심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간중심 미래교육 ▲학력과 마음을 함께 키우는 맞춤교육 ▲교사와 학생을 함께 지키는 안심교육 ▲존중과 배려로 함께 크는 시민교육 ▲가족처럼 힘이 되는 따뜻한 행복교육이 그것이다. 기존 성과는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그 위에 ‘부산형 공교육 찬스’라는 새로운 동력을 더하겠다.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도약으로, 부모의 정보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공교육의 힘으로 부산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 ■ AI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부산형 미래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은 말 그대로 AI 대전환의 시대다. 부산교육도 이에 맞게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AI시대를 이끌어가는 인간중심 미래교육’을 첫 번째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우리가 AI를 알고 활용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기술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저는 AI 교육의 핵심은 기술 도입 못지않게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AI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는 도구일 뿐,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교사의 전문적인 지도와 교육적 판단이 함께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AI와 교사가 함께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AI는 학생별 맞춤 지원을 제공하고, 교사는 학생의 동기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AI를 기초학력 향상과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는 도구로 활용해 모든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동시에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강화해 AI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독서·토론·예술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키우겠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답을 내놓더라도 무엇이 옳고,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힘은 결국 인문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AI 활용 역량뿐 아니라 AI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AI 중점학교, AI융합교육 중심학교를 통해 AI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한편, 부산 어디서든 AI 신기술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권역별 AI·메이커교육센터를 확충하겠다. ■ 학력 신장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어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AI 시대일수록 기본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 즉 자기주도 학습 역량이 핵심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중심 자기주도 학습지원을 올해는 중학교까지 확대했다. 운영 초기여서 학교와 선생님들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안착될 수 있도록 잘 지원하겠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문해력과 수리력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지적하는 사례들이 많은데, AI가 답을 줘도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서울교육청과 함께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교과별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정보해석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습 자료도 제작해 지원하겠다. 올해부터는 기초학력지원포털을 구축하여 학년이 달라져도 학생들의 진단 결과와 보정 학습 이력을 밀착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가? 교권과 학생 인권은 둘 다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무엇보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먼저 교원보호공제 지원을 확대했다. 소송의 경우 심급별 최대 1,000만 원까지 보장 금액을 높였고, 피해교원 치료비뿐 아니라 치유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학교의 민원 책임자인 학교장들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연수도 많이 진행했다. 앞으로는 교육지원청마다 학교 민원 대응을 담당하는 ‘교육활동보호센터’를 구성해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악성 민원에 선생님들을 노출시키지 않고, 학교장과 교육청이 함께 직접 대응하도록 하겠다. 또,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교사가 고의적으로 할 일을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 학생 인권과 관련해서는 학생 인권이 보호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 그동안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학교규칙을 지속적으로 개정해 왔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생활협약을 통해 바람직한 학교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앞으로는 생활협약과 생활교육이 모범적으로 이뤄지는 사례들을 발굴하여 안내하고,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보호되는 존중과 배려의 학교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교육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은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의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사소하고 경미한 사안은 교육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결실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갈등을 치유하는 ‘관계회복숙려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운영 성과를 보면서 고학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 학생 정서 지원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가족이나 골목길 또래들과의 놀이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면 지금은 그러한 기회나 공간이 사라졌다. 또, 즉각적인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 실제 대면 상황에서 감정조절에 서툰 아이들을 위해 유니세프와 손잡고 사회정서교육 자료를 개발해 보급하겠다. 더불어 초·중·고교 중 145개 학교를 ‘마음챙김학교’로 지정하여 학생들의 자기 감정 이해와 조절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학교폭력은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관계와 마음을 함께 회복시키겠다.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와 원도심 학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저는 이를 부산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도시 개발과 재개발로 학생 수가 늘어나는 지역은 학교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원도심과 소규모학교는 단순히 통폐합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강한 특색 있는 학교’로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무엇보다 학교가 폐교되면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적정 학생 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규모 학교 중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선정하여 교무행정 전담팀도 구성하고, 통학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근 학교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학교 규모의 차이가 단점이 되지 않도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첨단 AI 교육환경 및 지역과 연계한 교육을 통해 부산의 어디에 살든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폐교의 속도도 늦추고 아이들의 학습권도 보장하겠다. ■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새롭게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저는 교육복지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기본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완성하고, 졸업앨범비와 중학교 교복·체육복 지원, 1형 당뇨와 난치병 학생 치료비 지원 등을 통해 학부모님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노력해 왔다. 앞으로는 수학여행비 및 현장체험학습비도 국내 여행을 기준으로 필요한 실경비를 지원하겠다. 자녀 수는 줄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은 더 커지는 현실을 감안해 부모님의 마음으로 더 촘촘하고 따뜻하게 챙겨, 아이 키우는 걱정을 덜어드리겠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교육격차 해소다. 부산교육청은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원도심과 서부산권에 우수한 선생님들이 우선 배치되도록 하고 있다. 또, 학력신장과 인성교육, 그리고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모든 학생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앞으로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과 학교별 특성화 교육을 더욱 강화해 어느 학교에 가든, 어느 지역에 살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 가겠다. ■ 부산형 늘봄학교와 돌봄 정책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전 정부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늘봄교실로 바꾸면서 한때 현장이 많이 혼란스러웠다. 특히, 부산은 전임 교육감 시절 다른 교육청보다 무리하게 늘봄 정책을 추진하다 혼란이 컸는데, 지난 1년 동안 혼선을 정리하고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했다. 부산교육청은 기존 ‘늘봄학교’를 ‘초등 방과후·돌봄’ 체계로 개편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초등 저학년 돌봄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교 안이나 집 가까운 곳에서 돌봄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그것이 부산형 돌봄 모델인 ‘우리동네자람터’다. 지난 재임 기간 마을에 있는 복지관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빈 공간을 활용해 ‘우리동네자람터’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16곳으로 확대했다. 앞으로도 생활권 중심 돌봄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특히,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향상에도 더 힘쓰겠다. AI를 활용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확대하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지원도 강화하겠다. ■ 부산전자공고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전환은 부산교육의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번 부산전자공고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은 부산 직업교육이 미래 첨단산업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재선거 당시 약속드렸던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그동안 부산교육청은 부산시, 지역대학, 산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전환 TF를 운영하며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과 산학협력 체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번 교육부 지정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자, 지역 전략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부산전자공고에는 전국 고등학교 최초로 반도체 前공정과 後공정 교육이 모두 가능한 ‘반도체교육센터’를 구축하고, 첨단 실습환경을 갖췄다. 학생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첨단 실습환경에서 현장 맞춤형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독보적인 교육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 것을 넘어, 부산의 특성화고 교육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최고 수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 반도체 마이스터고를 통해 부산이 미래 첨단산업 인재 양성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그렇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마이스터고는 단순히 학교 한 곳이 바뀌는 것을 넘어 부산이 ‘인재 유출 도시’에서 ‘첨단 인재 공급 거점’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미래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재를 부산에서 직접 양성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그동안 부산의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배우고, 지역 내 우수 기업으로의 취업은 물론,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게 된다. 부산교육청은 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기업 현장실습과 채용 연계, 지역대학과 연계한 후학습 체계까지 구축해 학생들이 취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직업교육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오는 2028년 개교를 차질 없이 준비해 (가칭)부산반도체마이스터고를 부산과 동남권을 아우르는 반도체 핵심 기술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 이를 계기로 ‘우수 인재 양성→기업유치 및 일자리 창출→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부산이 명실상부한 미래 첨단산업 인재양성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경남공업고의 조선·해양플랜트 특성화고 육성 사업은 부산의 주력산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가? 경남공업고의 조선·해양플랜트 협약형 특성화고 육성은 부산의 주력산업과 직업교육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은 부산의 대표 전략산업인 만큼, 학교와 기업, 대학, 지자체가 함께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사업은 이러한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부산에서 배우고 취업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가겠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키우고, 기업은 우수한 기술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교육청도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직업교육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 금샘고의 전력반도체 특성화고 지정이 부산 반도체 산업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는가? 금샘고의 전력반도체 특성화고 지정 역시 앞서 말씀드린 부산전자공고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이나, 경남공고의 조선·해양플랜트 협약형 특성화고 지정과 마찬가지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부산이 미래 전력반도체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양성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전력반도체는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인 만큼,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지정은 직업교육과 지역 전략산업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양성하고, 학생들이 부산에서 배우고 취업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가겠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부산이 대한민국 전력반도체 산업과 첨단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부산전자공고·경남공고·금샘고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부산형 첨단산업 인재양성 벨트’의 청사진을 설명해 달라. 부산형 첨단산업 인재양성 벨트는 학교별 특성을 살려 부산의 미래 전략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전자공고는 반도체, 경남공고는 조선·해양플랜트, 금샘고는 전력반도체 분야를 맡아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된 인재를 키우는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를 각각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인재양성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교육청은 이 세 학교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인재양성 벨트를 완성해 학생들이 부산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지역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이를 통해 부산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 첨단산업 인재양성의 거점으로 우뚝 서게 하겠다. ■ 부산교육의 미래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육감님께서 꿈꾸는 2030 부산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 제가 꿈꾸는 2030년의 부산은 ‘가장 선진적인 미래 교육을 받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글로벌 인재들이 자라나는 도시’다. 2030년 부산의 교실은 첨단 AI와 디지털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속도와 재능에 맞춘 ‘개인별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완벽히 정착되어 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역량을 기르는 학교로 거듭날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자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부산의 탄탄한 전략산업 생태계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도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교육이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부산의 학생·학부모·교직원 그리고 시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선거 과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 9년간 이룬 성과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AI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미래교육을 본격화하겠다. 저를 지지하셨던 분이나 지지하지 않으셨던 분 가리지 않고 두루 소통하면서 부산교육을 잘 이끌어가겠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부산교육을 꼭 만들어 내겠다.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교육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아이들에게 꿈을, 교육가족에게 자긍심을, 학부모님들께 희망을 드리도록 하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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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딥페이크·가짜뉴스 판치는 세상,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가 책임져야
[교육연합신문=사설] 인공지능(AI)과 소셜미디어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편리함의 그늘은 깊고 어둡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넘쳐난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범죄는 이미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위험은 개인의 조심성만으로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민의 정보 판단 역량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 마침 국회에 국가 차원의 교육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미디어를 올바르게 읽고 가려내는 능력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국가가 책임지고 이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동안의 교육은 파편적이었다. 부처마다 사업이 쪼개져 실효성이 떨어졌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도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이번 법안을 계기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교육의 질을 확실히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안 아이들만 챙겨서는 안 된다. 학교 밖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 정보 취약 계층이 더 위험하다. 이들은 디지털 격차를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내몰리기 쉽다.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촘촘한 교육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생성형 AI 시대의 미디어 교육은 단순한 기능 습득이 아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조작인지 가려내는 비판적 사고의 훈련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토대인 신뢰가 붕괴한다. 정부와 국회는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미디어를 판단하는 강력한 방패를 국민에게 쥐여주는 일은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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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미래 교육의 경고, 진영 논리를 넘어야 아이들이 산다
[교육연합신문=사설] 대한민국 교육이 진영 논리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싸움 속에 아이들의 미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이념의 낡은 틀을 깨고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다.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도입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주목할 점은 정당과 진영을 초월하여 많은 후보들이 이를 공약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인구 소멸 위기를 겪던 지역이 IB 학교 덕분에 인구 유입 지역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진영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IB를 혁신학교와 대척점에 세우며 편을 가르려 한다. 이는 대단히 소모적이고 어리석은 논쟁이다. IB는 혁신교육과 방향성을 공유하면서도 체계적인 평가와 교원 연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로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혁신학교가 IB의 시스템을 도구로 활용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은 교실의 변화다. 잠자는 교실을 깨워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고 수업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진짜 역할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한 정답 빨리 찾기 식의 주입식 교육은 미래가 없다. 암기 위주의 시험 패러다임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이제는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다행히 대학가에 IB 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생기고 서울대에 IB 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제는 축적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바칼로레아(KB)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더 이상 교육을 낡은 이념의 프레임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논쟁의 초점을 진영 싸움에서 교육의 본질로 옮겨야 한다.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아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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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AI 시대의 교육감, ‘기계의 기술’이 아닌 ‘인간의 미래’를 지휘하라
[교육연합신문=사설] 지방선거가 끝났다. 각 지역의 교육 책임자들이 선출되었다. 선거철마다 정치적 공방만 가득했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누가 정말 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투표 후에도 답을 찾기 어렵다. 눈앞의 선거 공약만으로는 후보의 철학과 미래를 모두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은 이미 교실 깊숙이 파고들었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거대한 시대적 책무를 마주해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미래 교육을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당선된 교육감들이 당장 실행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임무를 촉구한다. 첫째, 정답을 찾는 교육을 폐기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라 기존의 교육은 정답만 강요했다. 빠른 암기와 정확한 연산에만 몰두했다. 이런 지식 습득은 이제 의미가 없다. 정보의 취합과 가공은 AI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잘한다. 교육감은 교실에서 오지선다형 시험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대신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AI에게 올바른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정의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교과서를 외우는 교실은 끝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교실을 당장 만들어라. 둘째, AI 맞춤형 학습을 도입하되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라 AI 기술은 교육 양극화를 해소할 강력한 도구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초개인화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라. 진도를 못 따라가는 낙오자도 없어야 한다. 너무 앞서가서 지루한 학생도 없어야 한다. 교실의 평등은 기술로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성이 숨 쉬는 교육이 더 절실하다. 지식 전달은 AI에게 맡기면 된다. 교사는 비로소 학생과 눈을 맞출 시간을 얻는다. 교사의 역할을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인생의 멘토'로 재정의하라. 협동심, 공감 능력, 갈등 해결 능력은 기계가 가르칠 수 없다. 오직 인간과 인간의 부딪힘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가치다. 교육감은 교사가 학생의 정서적 교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라. 셋째, 기술 윤리와 주체성을 심어주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의무화하라 AI 기술의 어두운 단면은 이미 파괴적이다. 딥페이크 범죄와 정보 왜곡이 청소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술을 다루는 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그 안에 담긴 윤리를 빼놓으면 교육이 아니다. 도덕성이 없는 인재는 도구의 노예로 전락할 뿐이다. 교육감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AI 및 미디어 윤리 교육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지정하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올바른 도덕적 잣대를 가져야 한다. 기술을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성숙한 디지털 시민을 길러내라. 이것이 미래 교육감의 가장 시급한 의무다. 교육은 과거의 관행으로 미래를 재단하는 일이 아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준비하는 거룩한 작업이다. 선거는 끝났다. 당선된 교육감들은 이제 지휘봉을 잡았다. 당선의 기쁨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진정으로 교육을 위하는 사람은 미래를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10년 뒤, 20년 뒤의 벌판을 바라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새로 취임하는 교육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즉시 버려라.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해야 한다. 거친 파도를 능숙하게 타는 서퍼로 키워내야 한다. 당선인들은 지금 당장 진정한 미래 교육의 돛을 올리라. 본연의 임무에 모든 것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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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체험학습 교사 면책 추진을 환영한다
[교육연합신문=사설] 체험학습 교사 면책 추진을 환영한다 정부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이다. 이는 위축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소풍과 체험학습은 청소년기에만 쌓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는 우리가 평생 인생에서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추억이 된다. 그러나 그동안 교사들은 과도한 책임 부담에 시달려왔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마저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많은 학교가 사고 우려로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게 되었다. 결국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과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 불안감 속에서는 적극적인 교육 활동이 불가능하다. 안전 수칙을 준수했다면 국가가 교사를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사의 법적 부담이 줄어야 비로소 다양하고 창의적인 체험학습이 활성화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서라도 교사의 안전망 확보는 필수적이다. 법적 공백과 형평성 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른 공무원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학생들을 직접 통솔하는 교사에게는 더 두터운 보호막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게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중과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송 지원과 행정 경감 대책도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 한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우리 아이들도 더 넓은 세상에서 평생 갈 소중한 추억을 얻게 된다. 이번 대책이 무너진 교육 공동체를 복원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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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승호 경기도의원, 4년 의정 성과와 미래 교육 비전 밝혀
[교육연합신문 박소연 기자]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문승호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1)이 지난 5월 26일(화) 교육연합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년간의 의정 활동을 돌아보고 교육 격차 해소와 미래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밝혔다. ■ "작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치의 핵심" 문승호 의원은 평소 "정치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크게 듣는 능력"이라고 정의해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 철학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큰 목소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 들린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생각이야말로 정치가 귀 기울여야 할 곳이다. 그런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정치는 일부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문 의원은 방송인 강호동의 말을 인용해 "프로는 상상하는 대로 되고, 아마추어는 걱정하는 대로 된다"며 교육 현장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실 면적, 복도 폭, 층수까지 법으로 정해진 틀을 유연하게 바꾸고 AI 시대에 맞는 상상력과 표현력 중심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화변기 교체부터 500억 예산까지 … '효능감 정치' 실현 문 의원은 4년 재임 중 지역구에 가져온 교육 예산만 5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희망대초등학교 화변기 양변기 교체 사업을 꼽았다. "재개발로 새 아파트에 살던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 난생처음 보는 화변기가 있었다. 변을 못 보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들이 생겼죠. 5천만 원이라는 작은 예산으로 방학 중 전면 리모델링을 했는데, 그 작은 변화가 학부모들에게 '내 아이를 생각해주는 의원이 있다'는 신뢰로 이어졌다. 거창한 정책 못지않게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 '효능감을 주는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 전국 최초 '학교 급식 잔식 기부 조례' … 일석삼조의 성과 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학교 급식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는 전국 최초 입법으로, 현재 서울·세종·전북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교 급식에서 매년 110억 원 이상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를 인근 사회복지법인과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예산 절감, 복지 서비스 확대, 환경 보호라는 세 가지 효과가 동시에 난다. 중간에 식약처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담당 공무원과 함께 끈질기게 소명해 2시간 이내 조리·적정 온도 유지 조건 하에 기부가 가능하도록 지침을 바꾸는 성과도 거뒀다."라고 밝혔다. ■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 … "피해자가 학교 옮기는 구조는 불합리"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상급학교 분리 배정 제도화 건의안과 관련해 문 의원은 현행 제도의 불합리함을 강하게 지적했다. "현재는 가해 학생이 배정된 학교를 피하려면 피해 학생이 스스로 다른 학교를 찾아가야 한다. 피해자가 제2, 제3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분당 서현 학군처럼 좋은 학교에 가해자들이 먼저 배정되면 피해자는 그 학교를 포기해야 한다. 도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 국회 촉구 건의안을 제출했고, 하루빨리 법이 개정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고등동 중학교 설립 … '도시형 캠퍼스'로 돌파구 성남 고등동 중학교 설립 문제에 대해서는 3년 이상 싸워온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4천 세대 신규 입주 단지 옆에 LH가 마련한 학교 부지가 4년째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 아이들은 사설 차량을 월 7만 원씩 이용하며 30분 거리 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21학급'이라는 설립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다. 올해 도입된 '도시형 캠퍼스' 제도를 활용해 소규모 형태로라도 학교가 생길 수 있도록 본회의 5분 발언, 2천 명 서명부 전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통학로 안전 … "문제의식의 공유가 협력의 시작" 단대초·신흥초 등의 통학로 안전 개선 사례를 소개하며 기관 간 협력의 노하우를 밝혔다. "공문보다 현장이 먼저다. 관계자들이 회의실이 아닌 아이들이 실제 걷는 길 위에서 만날 때 문제의 심각성이 눈으로 보인다. 단대초는 교육청과 성남시가 서로 부지를 내주지 않으려 했는데 교장 선생님의 결단으로 학교 부지를 10미터 물리기로 했고 6월 교육장과 구청장 간 MOU 체결로 보·차도 분리의 토대가 마련됐다. 행안부 예산만 확보되면 단대동 일대 통학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다."라고 뜻을 전했다. ■ "교육 격차 없는 스타트라인" … 정치 입문의 초심 재확인 문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원도심 중학교를 나와 분당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자부했던 실력이 분당에서는 한참 부족했고, 생활 수준과 교육 환경 모두 눈에 띄게 달랐다. 교육 격차는 결국 학력 격차,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최소한 교육에서만큼은 공평한 스타트라인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하루에 학교 급식이 유일한 한 끼인 아이들이 여전히 있다. 일에 파묻혀 잊고 있던 그 초심을 다시 새기고, 그 아이들을 위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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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늦게 배운다는 것의 의미
- [교육연합신문=황영식 기고] 사람은 언제까지 배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부산 남구 기러기문화원 해람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학생들이 있다. 대부분 노년의 학습자들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가난과 전쟁,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시대 속에서 배움은 늘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이들이 다시 교실에 앉는다. 오상호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고, 박춘화 할머니는 만주에서의 유년 시절을 지나 평생을 생계에 묶여 살아왔다. 두 사람에게 학교는 언제나 ‘다음에’로 미뤄진 삶의 영역이었다. 처음은 쉽지 않다. 글자는 낯설고, 손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한 글자를 쓰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교실에서는 그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이 말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다. 배움의 속도가 아니라, 배움의 지속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선언이다. 해람학교의 교실에서 배움은 경쟁이 아니라 과정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다. 입학식에서 교장은 말한다.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온 것입니다. ”그리고 졸업식에서는 다시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왔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걸어왔느냐입니다.” ‘시와 음악의 밤’과 같은 자리에서는 배움이 단순히 글자를 익히는 것을 넘어, 삶을 노래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배움은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이어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배움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다. 삶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못 배운 사람’이라는 낙인처럼 따라다녔던 자기 인식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시간이다. 그 변화는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드러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목적지를 읽고, 거리의 간판을 소리 내어 읽고, 키오스크 앞에서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제 와서 배우느냐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편지를 쓰고 싶어서입니다.” 자식들에게,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는 글로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 편지는 과거의 자신에게 닿는다. 힘겨운 시간을 견뎌낸 어린 날의 자신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말해 주는 방식으로. 해람학교의 교실은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읽는 장소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다림이 있다. 조급함이 아닌 기다림, 비교가 아닌 존중, 경쟁이 아닌 동행. 이러한 교육은 개인을 넘어 사회로 확장된다. 성인 문해교육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사회 참여를 회복하는 공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러기문화원 해람학교는 오랜 시간 한글교육을 이어오며, 늦게 시작한 배움이 결코 늦지 않았음을 증명해 왔다. 이곳에서 졸업장은 학력의 증명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했다는 기록이다. 배움에는 늦음이 없다. 다만 시작이 있을 뿐이다. 오늘도 이 교실에서는 누군가 자신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간다. 서툴지만 분명하게, 그 문장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 황영식 ◇ 기러기문화원 해람학교 교장 ◇ (재)하정육영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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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늦게 배운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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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마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다
- [교육연합신문=고선화 기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하루하루 기적이 쌓이는 과정이다. 아이마다 성장의 속도와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시간은 기다림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한다. 작은 변화 하나에 담긴 기쁨,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결코 한 가정만의 몫이 아니다. 아이 한 명이 성장하기까지는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제도의 뒷받침이 함께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안고 있다.누군가는 말이 느리고, 누군가는 움직임이 불편하다. 또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고, 교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다는 것이다. 함께 웃고 싶고, 함께 배우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그 단순하고도 당연한 바람이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현실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나누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그 안과 밖을 구분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물어야 할 때다. 아이를 기준으로 세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이들을 품어야 한다. 학교는 더 따뜻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돌봄과 교육 역시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질 문제가 아니다. 그 책임은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 다행히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함께하는 프로그램, 주민과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돌봄 활동,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손을 잡아주고, 한 걸음을 함께 내딛어 주는 일.그 사소한 실천이 아이들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큰 힘이 된다. 아이들이 차별 없이 웃을 수 있는 사회, 부모가 조금 덜 불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그 시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곁에 있는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부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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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마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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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우절에 남기는 작은 연극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나는 매년 4월 1일이면 200만 원짜리 거짓말을 한다. 영화의전당에서 근무한 지도 어느덧 16년. 직장 옆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 불리는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 규모만큼이나 사람도 넘쳐난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낮에도 도로가 주차장처럼 막히기 일쑤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5시 야외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나는 오후 2시에 출근한다. 연주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리허설을 지켜본 뒤 관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차를 가지고 가려면 정오 무렵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두 시간쯤 지나면 백화점 인파로 도로가 꽉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불편한 교통 체증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 점심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백화점 식당가에는 언제나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1년 전 오늘, 2025년 4월 1일 화요일.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부산의료원장이 영화의전당을 찾았다. 새로 취임한 배우 출신 대표에게 병원 홍보영상 제작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환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원의 회생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준비 중이라는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11시에는 서울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생중계 회의가 진행됐다. 예상보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복장을 안내하는 문자 발송과 현장 안내판 설치까지 세세한 논의가 이어졌다. 회의를 마친 뒤 공연팀 동료들과 백화점 식당가로 향했다. 그날의 메뉴는 부대찌개였다. 라면과 우동사리를 추가해 배가 터질 듯 먹고 나왔다. 그러나 배부름도 잠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신호가 찾아왔다. 급히 1층 스타벅스 뒤편 화장실로 향했다. 두 번째 칸에 들어가 앉는 순간, 시야에 낯선 물체 하나가 들어왔다. 왼쪽 휴지걸이 위에 놓인 큼지막한 손지갑. 순간 손이 멈췄다. 조심스럽게 지갑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오만원권 지폐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대략 100장, 500만 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걸 그냥 들고 나가면…? ’곧바로 또 다른 생각이 뒤따랐다. ‘여긴 CCTV 천국이다.’ 짧은 갈등 끝에 나는 안내센터로 향했다. 분실물 습득 신고를 하고 명함을 남겼다. 돌아오는 길,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후 3시, 부산시의회 정책지원담당관 미팅이 있어 자리를 옮겼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해운대경찰서 우동지구대였다. 조금 전 습득한 지갑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보상금. 법적으로 습득자는 일정 비율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20%라면 100만 원. ‘100만 원….’ 그 숫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구대에 도착하자 경찰관은 신분 확인을 마친 뒤 봉투 하나를 건넸다. 지갑 주인께서 감사 인사와 함께 전해달라고 하셨다. 봉투를 여는 순간, 나는 말을 잃었다. 오만원권 40장. 200만 원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걸 받아도 되는 걸까. 잠시 망설이자 경찰관이 덧붙였다. “보상금은 100만 원이고, 나머지는 법적 기준에 맞게 전달된 금액입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갑 주인은 어떤 분입니까?” 경찰관은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해운대역 인근 사찰의 스님입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스님은 신분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봉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때 경찰관이 작은 종이 하나를 건넸다. 사찰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종이를 펼쳤다.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한 줄을 바라보았다. 만우절. 이 이야기를 나는 매년 4월 1일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사람들은 처음엔 진지하게 듣는다.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 ‘200만 원 봉투’ 대목에 이르면 분위기는 금세 달아오른다. “대박이다!”, “오늘 저녁은 네가 쏴라!”, “회에 소주 가자!” 그들의 기대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나는 마지막 한 줄을 꺼낸다. "그 종이에 뭐라고 적혀 있었냐면, 만우절.”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내 한숨과 야유가 터져 나오고, 곧 웃음이 번진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짧은 이야기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결국 웃음으로 끝나는 시간.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연극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또 하나의 거짓말을 준비한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웃음을 남기기 위해... ▣ 서승우 ◇ (재)영화의전당 공연본부장 ◇ 동천고등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 부산시 영화영상정책위원회 위원 ◇ 부산 남구립예술단 운영위원 ◇ 부산연극연극상 선정위원 ◇ 부산창작오페라단 이사 ◇ 前부산문화재단 이사 ◇ 前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운영위원 ◇ 前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 부집행위원장 ◇ 前부산연극협회 부회장 ◇ 2025년 국무총리표창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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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우절에 남기는 작은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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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시간, 보호관찰
- [교육연합신문=김미정 기고] 뒷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한 드라마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다양한 이유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병동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다. 정신병동 간호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정신질환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이해와 회복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우울한 주제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의 회복은 극적인 완치가 아니라 조금 덜 아픈 상태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보호관찰 현장에서 마주하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최근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개인과 가족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문제가 이제야 사회 밖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과 같은 질환을 숨기거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치료를 통해 증상이 조절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이해가 확산되고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있어 사회가 한 걸음 더 책임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러나 정신질환과 관련된 강력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불안은 결국 ‘누가, 어떻게, 계속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피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보호관찰은 바로 그 지점을 담당하며 치료와 사회내 관리를 이어주는 안전장치의 기능을 한다. 정신질환을 가진 대상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판결문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범죄의 내용, 양형의 이유를 꼼꼼히 살피고, 보호관찰 기간 중 지도·감독의 방향과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정신질환 대상자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대상자는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하여 판단한다. 정신질환 대상자로 판명되면 보호관찰 기간 중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진료 및 복약 사실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보호관찰관이 병원에 동행하기도 한다. 2023년부터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정신질환자의 보호관찰 종료사실을 경찰과 지자체에 통보하여, 종료 후에도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소유예 마약사범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한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보호관찰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재범이나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지시를 위반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호관찰관은 생계지원이 필요하면 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하고, 치료 지속여부를 더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다. 취업과 자립을 돕기 위해 법무보호복지공단 등 다양한 지역자원과 협력하는 일도 보호관찰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드라마 속 의료진이 환자의 작은 변화에도 의미를 두듯, 보호관찰관의 현장도 그렇게 흘러간다. 보호관찰 대상자의 극적인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없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일,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일이다.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책임지는 일, 그것이 지금 보호관찰관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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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시간, 보호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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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AI라는 거울 앞에 선 교육, ‘인간의 자리’를 묻다
- [교육연합신문=시론] 인공지능(AI)이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질문 한 줄에 일목요연한 답이 쏟아지고, 개인별 맞춤형 학습 알고리즘이 교사의 분필을 대신한다. 바야흐로 ‘교육의 대전환기’다. 그러나 기술의 화려한 편리함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교육의 역설’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가 던진 효율의 덫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먼저, ‘지식의 과잉이 낳은 사고의 빈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교육이 망망대해에서 지식이라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쳤다면, 이제 AI는 가공된 통조림을 입 앞까지 배달해 준다. 결과는 참담하다. 학생들은 정답을 얻는 속도는 빨라졌으나, 정작 ‘왜 그러한가’를 묻는 사유의 근육은 퇴화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하며 지식을 체화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AI가 뱉어낸 문장을 자기 생각이라 착각하는 ‘인지적 태만’이 확산되고 있다. ‘효율의 역설’ 또한 뼈아픈 대목이다. 학습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는 성장을 위한 필수 자양분이다. 그러나 AI는 최단 경로의 정답만을 제시하며 학습자를 ‘지름길’로만 안내한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서툰 문장을 고쳐 쓰며 느꼈던 그 고통스러운 희열이 사라지고 있다. 고생 없는 학습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지름길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인생의 복잡한 난제를 만났을 때 과연 스스로 해결할 끈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평가의 무력화’는 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든다. AI가 대필한 과제물과 인간의 노력이 뒤섞인 성적표는 더 이상 학생의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다. 결과물의 완벽함이 오히려 학습자의 실력을 가리는 장벽이 된 셈이다. 이제 결과 중심의 평가는 한계에 다다랐다. 학습의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관계의 결핍’이다. AI 튜터는 학생의 취약점을 정확히 짚어내지만, 낙심한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줄 손이 없다. 교육은 단순한 데이터의 전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속에서 피어나는 영감의 과정이다. 친구와 논쟁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스승의 삶을 보며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회적 지성’은 알고리즘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AI 시대 교육의 사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회귀하는 데 있다. AI가 ‘How(어떻게)’를 독점할 때, 인간은 ‘Why(왜)’를 물어야 한다. 학교는 지식을 주입하는 창고가 아니라,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윤리적 가치를 판단하는 ‘사유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기술이 지능의 영역을 대신할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 기계가 가질 수 없는 공감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끈기 있게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 AI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우리 교육이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루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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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AI라는 거울 앞에 선 교육, ‘인간의 자리’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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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10분도 버거운 긴 글 읽기, ‘숏폼’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 [교육연합신문=사설] 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10분 이상의 글 읽기에 고통을 느낀다는 통계는 우리 교육 현장의 심각한 위기를 보여준다. 뇌가 짧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은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긴 호흡의 글을 읽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집중력 저하의 주범은 일상화된 숏폼 콘텐츠다. 설문 응답자의 78.4%가 시청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습관적으로 앱을 켠다고 답했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수동적인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해야 하는 텍스트 읽기는 뇌에 과도한 피로감을 주게 된다. 결국 수능 지문이나 교과서 같은 고차원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 자체가 퇴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정보 습득의 매체가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짧고 효율적인 영상 콘텐츠가 정보 전달의 핵심이 된 세상에서, 과거의 방식인 긴 글 읽기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영상 매체가 주는 파편화된 지식은 사고의 깊이를 담보하지 못한다. 학업 성취도와 논리적 사고력의 핵심은 긴 텍스트 속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핵심 정보를 도출해내는 능력에 있다. 영상에만 의존하는 뇌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하거나 추론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이는 곧 지적 성장의 한계로 직결된다. 따라서 이제는 학생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교육 차원에서 ‘디지털 디톡스’와 ‘심층 독서’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공부 시간만큼이라도 스마트폰을 격리하고, 신문 기사나 단행본 등 긴 글을 끝까지 완독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문해력은 미래 경쟁력의 근간이며, 그 근간은 숏폼의 자극이 아닌 텍스트를 향한 인내심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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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10분도 버거운 긴 글 읽기, ‘숏폼’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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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아 완성! 시대의 거친 바람을 이기는 나만의 고결한 향기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알고리즘의 시대, ‘나’에 대한 본질을 묻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AI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초연결 시대’입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타인이 정해 놓은 유망 직종이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길에서 ‘천직(天職)’을 찾으려 방황합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참된 천직은 단 하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천직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직업’이 아니라, 내면의 씨앗이 꽃을 피우는 ‘과정’, 그 자체라고 말입니다. 天職은 배움과 실천으로 빚어내는 자신만의 길이고 모습입니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말합니다. ‘태생적 천재’는 없다, 오직 ‘구하는 자’만 있을 뿐이라고! 우리는 흔히 천직을 ‘운명적으로 타고난 특별한 재능’이라 오해합니다. 그러나 성인(聖人) 공자조차 『논어』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것을 좋아하고 민첩하게 그것을 구하는 자(好古敏以求之者)일 뿐이다.” 공자가 강조한 천직의 핵심은 ‘역동적인 배움’입니다. 배움은 지식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고 끊임없이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작업입니다. 즉, 천직은 완성형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공자가 ‘배움의 태도’를 말했다면,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 배움을 삶에서 어떻게 ‘실천’으로 구현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가난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밤새 읽은 문장을 다시 써보는 ‘재구성 훈련’을 통해 지식을 손끝의 감각으로 익혔습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인격을 닦기 위해 ‘3가지 덕목’을 세우고, 매일 밤 검은 점을 찍으며 자신을 점검했습니다. 절제: 배부르도록 먹지 말 것, 결단: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실행할 것, 겸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절제, 결단, 겸손, 이 세 가지 덕목이 자신의 몸에 흐르도록 하고, 그것를 점검하는 일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처럼 철저한 자기 수련(Self-Discipline)을 통해 그는 인쇄공에서 과학자로, 다시 외교관으로 자신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그에게 직업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수련의 장’이었을 뿐입니다. 결국 천직이란 특정 직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자아 완성의 과정입니다. 우세남의 시 <선(蟬)>에 등장하는 매미가 생각납니다. “居高聲自遠(거고성자원), 높은 곳에 머무니 소리 절로 멀리 퍼지는 것이지, 非是藉秋風(비시자추풍), 가을바람을 빌린 것이 아니라네. 매미의 울음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은 가을바람, 외부의 환경이나 타인의 도움 덕분이 아니라, 높은 곳, 고결한 인격과 수련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남의 힘을 빌려 돋보이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닦아 빛을 내야 합니다. 오늘 내가 읽은 한 줄의 문장을 행동으로 옮길 때,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키워주는 내면의 힘이 되어 비로소 하늘이 내린 단 하나의 진짜 직업, ‘자아 완성’의 천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완성을 넘어 ‘공동체의 완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경계를 허무는 공감, 초연결 시대의 기술은 우리를 잇지만, 마음은 단절시키기 쉽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나’라는 개인은 비로소 ‘우리’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프랭클린이 자신의 덕목을 사회적 헌신(외교, 과학적 발견)으로 연결했듯, 지속 가능한 배움과 나눔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여져야 합니다. 외부의 평가나 알고리즘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인격을 닦는 사람들의 ‘고결한 향기’가 모일 때, 인류는 비로소 기술에 매몰되지 않는 존엄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가을바람을 빌리지 않아도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처럼, 당신의 진심 어린 실천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세계인을 향한 공동체 의식과 ‘더 나은 나’를 위한 묵묵한 발걸음만이 ‘나’를 ‘나’이게 하고 ‘세계’를 ‘세계’이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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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아 완성! 시대의 거친 바람을 이기는 나만의 고결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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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 이득재 이사장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학생 안전과 교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하는 ‘부산형 학교안전 정책’이 전국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교육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해 온 이득재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는 최근 ‘여행자공제사업’을 도입해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등 학교 밖 교육활동에 대한 안전보장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동시에 교권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보호공제사업’의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학생과 교원을 함께 보호하는 종합적인 교육 안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득재 이사장은 “학생 안전과 교원 보호는 학교 교육을 지탱하는 두 축”이라며,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학생들의 교육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득재 이사장이 주도한 ‘현장 중심 안전 정책’이다. 이 이사장은 교육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문제를 바탕으로 ▲학교 밖 교육활동 안전보장을 위한 ‘여행자공제사업’ ▲교권 침해 대응을 위한 ‘교원보호공제사업’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을 위한 ‘즉시 대응 체계’ 등 3대 핵심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여행자공제사업은 질병·전염병·재물손해까지 포함한 실질적 보장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별화된다. 또한, 교원보호공제사업은 법률 지원을 넘어 심리 치유와 치료, 경호 서비스까지 포함한 종합 보호 체계를 갖추며 교원의 교육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득재 이사장은 “정책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학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육연합신문은 이득재 이사장을 만나 부산형 학교안전 정책의 핵심과 주요 정책 아이템, 그리고 향후 비전을 들어보았다. ■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의 여행자공제사업은 어떤 제도인가?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 중심 교육이 확대되면서 학교 밖 교육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했다. 부산학교안전공제회는 올해 3월 1일부터 여행자공제사업을 시행해 학교 밖 교육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와 위험을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기존 보험 체계에서 보상되지 않았던 영역까지 포함해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기존 제도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번 제도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보장 항목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주요 보장 항목은 ▲비급여 치료비 ▲질병 치료비 ▲질병 사망 위로금 ▲전염병 위로금 ▲식중독 위로금 ▲재물손해 ▲긴급조치비 ▲후유장애 보장 확대 등이다. 특히 개인 소지품 손해까지 포함해 학생과 교사의 실제 피해를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 학교 현장에서 기대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기존에는 학교가 직접 보험을 가입해야 했지만, 공제회가 통합 지원함으로써 행정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스템 간소화를 통해 교사의 업무 경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의 교원보호공제사업 확대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교권 침해와 민원 증가로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 교원보호공제사업의 주요 지원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교원보호공제사업은 ▲소송비 ▲치료비 ▲심리상담 ▲경호서비스 ▲분쟁조정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필요 시 경호 서비스까지 지원해 교사의 신변 안전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췄다. ■ 사고 발생 시 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사고 발생 시 공제회와 교육청, 학교 간 협력 체계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한다. 신고 즉시 지원 절차가 가동되며 치료·법률·행정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부산형 학교안전 모델의 전국 확산을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의 여행자공제사업과 교원보호공제사업은 하나의 통합된 교육 안전 정책이다. 앞으로도 현장 중심 정책을 통해 부산형 학교안전 모델을 발전시키고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 학생이 안전하고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 부산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으로서 전국 교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국의 선생님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학생들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교실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노력이 우리 교육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는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생 안전과 교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헌신이 우리 교육의 희망입니다. 앞으로도 교육 현장에서 건강과 보람이 늘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선생님이 존중받는 학교,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 이득재 ◇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 前부산동성고등학교 교장 ◇ 前부산광역시 사립중고등학교 교장회 회장 ◇ 前부산광역시 교원단체 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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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 이득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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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君子固窮! 역경이라는 폭풍 속에서 더 단단한 나를 빚다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원치 않는 불청객이 삶의 문턱을 넘을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건강의 악화,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경제적 위기, 혹은 끝을 알 수 없는 정신적 우울감이 그것입니다.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말하듯, 모든 인류는 역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역경 속에서 피어난 꽃”은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성장하며 빛나는 존재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나 존재가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황제가 뮬란에게 한 명대사, “The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most rare and beautiful of all”가 대표적 예로, 힘든 상황을 극복한 사람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중국 로맨스 고장극《석화지》(2024, 40부작, YOUKU 방영)에서는 이 표현이 주인공 화지의 성장 서사와 연결됩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여성의 성장과 자립, 역경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시청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합니다. “역경 속에서 피어난 꽃”은 문학, 영화, 드라마 등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한 존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사용됩니다. 《뮬란》에서는 개인의 용기와 희생을, 《석화지》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지혜와 강인함을 통해 이 메시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표현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어려움을 견디고 성장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홀로 남은 거실에서, 혼자만의 생각과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의 갈등, 입장 다름에서, 각자의 역경과 마주하며 고뇌하며 삶에 지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화를 내고, 누군가는 환경에 끌려다니며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환경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지배당할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논어』는 우리에게 놀라운 답을 제시합니다. 5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검찰총장직(대사구)을 내려놓고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 그 여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14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노숙을 했고, 끝내 진나라에서는 양식이 완전히 바닥나는 ‘재진절량(在陳絶糧)’의 위기를 맞습니다. 제자들은 굶주려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고, 다혈질이었던 자로는 화를 내며 묻습니다. “군자도 이렇게 궁할 때가 있습니까?”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하늘을 향해 던지는 “성실하게 산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깁니까?”라는 원망과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나만을 위해 살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합니다. 공자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군자고궁(君子固窮)’, 군자는 역경이 닥쳤을 때 오히려 그 상황을 견뎌내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지는 사람이다. ‘소인궁사람(小人窮斯濫)’, 소인은 역경이 오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넘쳐흐르며(濫), 자신을 잃고 주변에 화를 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자는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번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사람이 곧 군자라고 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건 분명 슬프고 괴롭다. 그렇다고 남에게 나를 알아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공자는 생각을 완전히 반대로 해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는 공자의 충고는 자기의 길을 가고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면서 비난이나 칭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내 삶을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가? 내 참모습은 내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지 ‘다른 사람이 알아주는 데’ 달려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라는 준엄한 말씀이겠지요. 말을 들을 때는 ‘그래야지’ 하지면 조금 지나면 ‘나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다?’ 공자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높이 평가한 건 ‘그들이 과거의 원수를 기억하지 않았고, 따라서 원한도 적었다(伯夷叔齊不念舊惡, 怨是用希).’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포숙(鮑叔)을 기억하는 건 물론 그의 인품이 뛰어나고 판단이 냉철했던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중(管仲)에 대한 끝없는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관중이 “자신을 낳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고 고백한 것만 봐도 그의 그릇을 알 수 있다. 관중을 천거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리까지 관중에게 내주고도 그가 자신을 챙겨주지 않았을 때조차 전혀 불평하지 않은 포숙이 없었다면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조차 생겨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남이 나를 무시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면 아무리 만나서 시시덕거려도 뒤끝이 허전하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말은 그렇게 한다? 주머니의 송곳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본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뜻이지만 그걸 꼭 재주에만 국한할 까닭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 특히 나는 그렇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을 흘기는 유형이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으면 자신보다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 그 화를 푸는 경우가 흔하다. 국장이 과장을 깨면 과장은 사무관이나 주무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담임선생이 아침부터 교장에게 한 소리를 들으면 그 학급의 기상도는 하루 종일 흐려진다. 밖에서 일어난 일로 가족들에게 원망을 하는 내가 부끄럽다. 그런데 顏淵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았다. 간단한 것 같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다. 화를 옮기지 말아야 할 때 화를 옮김으로써 가정의 평화가 깨지고 조직의 인화 단결이 깨지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 안연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에서 초범과 재범의 양형을 달리 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야구에서 내야수를 보는 선수들이 한 번 실수한다고 교체를 하는 감독은 드물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교체를 한다. 심리적 부담감으로 똑같은 실수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한 교체여야 한다. 그것이 결단이다. 공자는 실천윤리로서의 인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도 안연에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공자는 인의 기준을 거창한 것에서 찾지 않는다.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자세, 그것이 인의 기준이다.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하루에 한 번이라고 외치고 싶다. 오늘부터라도 외쳐보련다. ‘不遷怒 不貳過’ 우리가 겪는 직장 내 갈등, 사업의 실패, 인간관계의 균열은 공자가 겪은 ‘굶주림’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역경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나다움’을 유지하는 정신력이야말로 군자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 ‘호학(好學)’과 ‘중용(中庸)’입니다. 자기 초월의 힘은 ‘호학(好學)’입니다. 공자는 스스로를 ‘태어나면서 아는 자’가 아니라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로 규정했습니다. “열 가구 정도 사는 작은 마을에도 나만큼 충성되고 신의 있는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역경을 이기는 힘은 ‘배움’에서 나옵니다. 배움은 고정된 생각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초월하여 ‘건너가는’ 행위입니다. 내 무지를 자각하고 남의 말을 듣는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역경이라는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 너머를 볼 수 있습니다. 균형의 감각은 중용(中庸)에서 시작합니다. 최근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상식적인 행동들은 유교의 ‘중용’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용은 멈춰있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끊임없이 중심을 잡으려는 ‘동적인 균형’이자 ‘노력’입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삶의 균형감을 찾아가는 이 과정이 우리를 역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지식은 머리에 이고 다니는 과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깨뜨려 먹고 내 몸의 양분으로 삼는 ‘실천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막스 베버가 강조한 종교적 윤리가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었듯, 유학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 勿施於人)’이라는 황금률은 이제 세계인의 공동체 윤리가 되어야 합니다. 1988년, 영국 브라이튼에서 열린 제18차 세계 철학자 대회에서, 인류의 golden rule로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 ‘己所不慾 勿施於人’이 최고 투표율을 2번이나 기록했다고 합니다. 역경 속에서도 ‘나다움’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묵묵히 자아를 닦아나간다면, 당신의 삶 또한 외부의 도움 없이도 고결한 향기를 내뿜으며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질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그 역경은, 당신을 파괴하러 온 재앙이 아니라 더 단단한 존재로 빚어내기 위한 ‘축복의 신호’입니다. 더 단단한 나를 빚는 하루하루를 생각합니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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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君子固窮! 역경이라는 폭풍 속에서 더 단단한 나를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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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기대한다
- [교육연합신문=최재춘 기고]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 정신문화다. 오늘날 태권도는 200여 개국, 수천만 명이 수련하는 세계적 무도이자 교육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술과 경기의 영역을 넘어 예절과 인내, 존중과 평화를 강조하는 태권도 정신은 한국이 세계에 전해온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제 그 가치를 남북이 함께 세계에 알릴 중요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필자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 등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태권도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정체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남북이 공유하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태권도계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필요했고, 남북 공동 등재라는 정치적 현실 또한 넘어야 할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을 대표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태권도인들까지 응원 메시지와 챌린지로 힘을 보태며 태권도가 민족 공동의 문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태권도는 이미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하는 문화이지만, 동시에 남과 북이 함께 발전시켜 온 민족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초기 등재 추진 과정에서는 곳곳에서 어려움과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 태권도인들의 열망과 국내 태권도 가족들의 전폭적인 응원, 그리고 관련 기관과 단체의 협력 속에 최근 유네스코 본부에 등재안이 신청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우리는 이미 중요한 선례를 가지고 있다. 2018년 남북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된 사례다. 당시 유네스코는 분단국가인 남북이 공동 문화를 통해 화합과 평화를 모색하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국제사회의 협력 속에서 공동 등재라는 역사적 결과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남북 관계는 과거보다 더 경색된 상황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문화는 갈등을 넘어서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정치와 외교가 막힌 상황에서도 문화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 문화유산 회의인 만큼, 정부와 관련 기관이 문화 외교 차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태권도의 남북 공동 등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태권도는 1960년대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며 한국의 예절과 정신을 알리는 문화 외교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단순한 스포츠 기술을 넘어 예의와 배려,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태권도 교육은 세계 곳곳에서 한국 문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축적된 태권도의 저력은 이제 스포츠를 넘어 평화와 화합의 문화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태권도가 남북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다면, 이는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남북이 공유하는 민족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태권도가 남북을 잇는 문화의 다리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길이 세계 속에서 한국 문화의 품격과 정신을 더욱 빛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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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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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정답'의 시대가 가고, '질문'의 야생이 온다
- [교육연합신문=시론] □ 우물 벽에 금이 가다: ‘박제된 지능’의 종말 오랫동안 우리 교육은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계산적 지능을 숭상해 왔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기계 신(Deus ex Machina) AI는 우리가 신봉해온 지능이 사실은 거대한 데이터의 박제에 불과했음을 폭로한다. 암기와 계산이라는 우물 안의 평화는 깨졌다. 이제 인간이 기계보다 더 기계적으로 성실할 때, 그 성실함은 미덕이 아닌 대체 가능성의 지표가 된다.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의 땀방울을 자랑하는 교육은 이제 멈춰야 한다. □ 나무에서 풀밭으로: 리좀(Rhizome)적 사유로의 전환 질 들레즈가 말한 수목형 사고는 뿌리에서 줄기, 가지로 이어지는 위계와 정답의 체계다. 하지만 AI 시대의 지능은 정해진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이제 교육은 거대한 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든 뻗어나가고 접속하는 리좀(Rhizome)의 풀밭을 가꾸는 일이 되어야 한다. 중심이 없는 네트워크, 경계를 허무는 탈영토화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정해진 경기장 안에서 규칙을 외우는 우등생보다, 경기장 밖에서 판을 새로 짜는 돌연변이들이 생존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 지식의 소유자에서 대화의 기술자로 지식의 소유권은 이미 챗봇에게 넘어갔다. 이제 인간의 가치는 결핍에서 나온다. 모든 답을 가진 기계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 프롬프트는 단순한 기술적 명령어가 아니다. 그것은 사유의 정교함이자, 기계와 공명하는 앙상블 지능의 핵심이다. 지식을 머리에 쌓아두는 고체 지능의 시대는 끝났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흐르고 접속하는 액체 지능을 가진 호모 프롬프투스(Homo Promptus)를 길러내야 한다. □ 결론: 우물을 허문 개구리가 마주할 야생의 지도 시스템의 오류를 기회로 바꾸고, 나만의 변칙을 설계하는 자만이 진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교육의 역할은 더 이상 안전한 우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우물 벽을 허물고 나가는 고통을 격려하며, 광활한 야생에서 길을 잃지 않을 질문의 나침반을 쥐여주는 것이다. 정답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질문의 야생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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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정답'의 시대가 가고, '질문'의 야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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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일꾼의 첫 번째 책무,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
- [교육연합신문=이현우 기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중 가장 따뜻하고 숭고한 실천이 바로 헌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는 대한적십자사 서구지회 회원들과 함께 동아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헌혈캠페인에 참여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마음들이 모인 자리였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기꺼이 팔을 걷어 올리고 헌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살아 있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날 49번째 헌혈에 참여했다. 헌혈을 할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헌혈은 특별한 누군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봉사라는 사실이다. 위급한 환자에게 한 봉지의 혈액은 단순한 의료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이어주는 희망이며, 한 가족에게는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귀중한 기회다. 그래서 헌혈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봉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 지역일꾼의 역할은 정책을 말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삶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먼저 손을 내미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나 역시 부산서구의회 의원으로서 구민들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구정 현안과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골목과 시장, 주민들의 생활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지역의 작은 불편과 어려움이 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역일꾼의 역할은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 답을 찾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서구지회 회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우리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생명 나눔을 위해 시간을 내어 헌혈캠페인을 펼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모습은 공동체 정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 동아대학교 캠퍼스 헌혈캠페인에서는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더욱 의미 있었다. 미래세대가 나눔과 봉사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49번째 헌혈을 마치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말보다 행동으로, 약속보다 실천으로 봉사하는 지역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앞으로도 구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의정활동과 함께 생명 나눔과 봉사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 헌혈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봉사다. 우리가 팔을 걷는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기적이 된다.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역일꾼의 첫 번째 책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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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일꾼의 첫 번째 책무,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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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세습의 도구가 된 교육, 다시 '사다리'로 복원하라
- [교육연합신문=사설] 교육은 소수 카르텔의 신분 세습 도구가 아니다. 마땅히 국민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특권층의 정보 독점과 복잡한 전형은 불평등을 고착화한다. 이는 사회적 역동성을 가로막고 공정의 가치를 뿌리째 흔든다. 물론 교육의 자율성과 수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수 인재 양성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수적인 과제다. 부의 대물림을 제도적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격차는 개인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수준이다. 출발선이 뒤틀린 경주는 공정한 경쟁이라 부를 수 없다. 기회의 불평등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체제의 안정성을 해칠 뿐이다. 정부는 무너진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입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교육이 다시 희망의 통로가 될 때 사회는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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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세습의 도구가 된 교육, 다시 '사다리'로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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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고병구 '어쩌다 의사가 되어'를 읽고
- [교육연합신문=송근식 기고] 한 해의 작은 달 2월, 설 명절과 입춘이 들어 있는 달, 봄이 다가오는 기다림과 설렘이 있는 달도 벌써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었다. 옛말에 복(福)은 받는 것이고, 덕(德)은 쌓는 것인데, 손(手)으로는 나누고 발(足)로 걸어서 건강을 지키고, 얼굴(容)은 항상 미소를 짓고, 마음(心)으로는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책(冊)을 골라 독서 하면서 자아(自我)의 성숙과 마음을 키우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번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읽을거리를 찾다가 몇 권의 책 중에서 우연히 “어쩌다 의사가 되어”라는 에세이집을 발견하고 단숨에 반쯤 읽었는데 바로 이 병원의 대표원장이자 저자인 고병구 원장이 의사로서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면서 환한 얼굴로 설명하는 열정이 존경스럽고 위의 말에 부합된 분이라 이 책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둘째는 우리 교육연합신문 전국 애독자와 네트워크를 통해 이 귀한 자료를 알리고, 국내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향후 진로와 직업선택에 도움이 되고 또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이 저자의 경험을 공유해 도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권장하고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없는 이익에 대한 탐닉에 빠진 부류들이 많다. 노동을 조롱하고 성실함을 비웃으며 요행을 미덕처럼 기대하고 비트코인, 주식, 불법도박, 마약, 스포츠베팅 같은 투기에 쉽게 빠져드는 현실의 일탈에 젖어 드는 청소년들에게는 시금석이 되고 나침판이 될 것을 확신한다. 노력으로 쌓은 인생만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은 쉽게 버는 돈이 아니라 땀과 기다림, 인내, 그리고 정당한 성공, 공정함과 책임감, 사회적 신뢰감을 갖추는 것이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돼 있고 ▲어쩌다 의사가 되어 ▲추억 속의 나날들 ▲내가 잘 할수 있는 것 ▲나를 위한 시간 ▲흔들리는 세상을 향해 ▲마음을 시에 담다.로 나누어 구성됐다. ■ 보이지 않는 얼굴들 "의사로서 나 자신을 평가한다면 나는 그저 평범한 의사에 불가하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의사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보통의 의사다. 대부분 의사들처럼 내가 배운 지식을 통해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직업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날마다 환자들과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저자 고병구 원장은 겸손(謙遜)이 넘친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 세우지 않는 태도이다. 슈바이쳐 박사는 “겸손은 크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숙이는 것”이며, 상대를 존중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진솔하게 이해하면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부가 의사인데도, 40년 전에는 부산 1급지(광복동, 서면 등)에 개업해서 부를 창조했을 수 있는 충분조건에도 중심지를 벗어나 어렵고 불우한 환경의 당감동을 선택해, 지금의 준종합병원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고, 외아들 고지환 원장도 부산의대를 졸업, 동 대학에서 소화기내과 진료 교수를 역임했고, 지난해에는 소화기 종양학 분야의 세계적인 SCI급 국제학술지 저널 표지모델로 선정돼 장식한 능력가인데도 대학병원, 대형병원에 보내지 않고, 가족 3명의 의사와 외부 원장 3명과 함께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전혀 과시하는 모습은 하나도 없다. 또, 책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도 좀 멋지게 지을 수 있는데도, 의사 가운을 입고 근엄한 모습을 취한다거나 진찰하는 모습을 택할 법한데, 순하고 연한 녹색 바탕에 별이 새겨진 나무(Tree) 한 그루가 전부일 만큼 겸손하다. 물론 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책의 머리말에서 나오긴 한다. ■ 머리말 '무슨 말을 해야 할까?'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그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의 답으로 주말이면 가끔 아내와 함께 운전대를 잡고 시골길을 달릴 때 고향처럼 느끼는 마을 어귀마다 서 있는 고목의 모습을 본다. 그래, 저 나무처럼 살자. 저 나무처럼 늙어 가자. 나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마지막 날에 나는 웃으면서 떠나리라”는 문장을 대하면서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무는 우리에게 열매를 제공하고, 잎은 그늘을, 봄에는 새싹으로 희망을, 여름에는 잎의 그늘로 쉬는 휴식처로,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겨울에는 나목으로 우리에게 인내심과 기다림의 미학을 일깨워 준다.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고병구 원장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90년대 중반 한 직장 동료가 해인사 백련암 성철스님의 수좌스님을 뵈러 간다기에 금일봉을 보시했더니 법명을 하나 받아 왔는데 '하목(夏木)'이었다. 나의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상태인데 나는 깜작 놀랐다. 우연히도 내 한자 이름에는 나무목(木)이 3개 들어 있어, 나는 내 아이디도 hamoksong으로 쓰고, 호(號)도 하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 잊을 수 없는 한마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학생을 본적이 없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많이 배운 사람으로 여기던 한적한 시골, 산간벽지의 오지 경북 문경의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오직 농사일만 선택할 수 있었던 운명에서, 그래도 꿈이 있어 전액 국비 지원인 철도고등학교를 가려고 했을 때, 김천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재종형(고무림 선생)이 찾아와 아버지와 나의 진로를 의논하던 중 ”애를 왜 바보로 만들려고 하세요?“하던 그 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고무림 선생의 안내로 오늘날 고병구 저자가 된 것은, 마치 존 레논이 아들을 위해 작사한 Beautiful Boy의 가사 일부를 연상케 한다. ”너의 마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날지 못한다고 미리 겁먹지 마라. 세상에는 너를 보호해 줄 울타리가 있단다.“ 그 울타리는 가정, 부모, 형제, 학교, 선한 이웃 등이 있다. 문경에서 못살던, 오직 철도고를 꿈꾸던 소년에게 김천고와 경북의대를 안내한 울타리가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사람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고 인생길이 바뀌게 되는 숙명적인 계기가 되는 일이 간혹 있다. 바로 이 저자도 그 은혜를 입었지만, 본인의 재능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과 행복은 유지할 수 없었다. 요즘도 의과대학에 진학 하려면 초등학교부터 과외를 받고, 고교 성적이 상위 1~5%에 들어야 하며, 경제적 능력과 부모의 관심과 본인의 숱한 어려움과 특출한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힘드는데, 하물며 50년 전 국립의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재종형님의 선견지명과 본인의 얼마나 혹독(酷毒)한 노력을 했을지 예견할 수 있다. ■ 나의 모교 송설학원 김천고등학교 김천고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 마지막 궁녀이자 육영사업가였던 최송설당 여사가 설립, 영친왕 보모상궁으로 책봉, 고종황제로부터 송설당 칭호 하사. 재산 전부를 해인사에 희사 예정이었는데, 만해 한용운 스님의 권유로 조국의 암울한 미래를 위해 인재 양성을 결심, 1931년 김천고등학교를 설립하였다. 평북 전주에 남강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와 더불어 민족사학 칭호. 개교 당시 영남의 오아시스로 통함. 지금도 3.1절에 입학하는 전통. 1907년 을사늑약 앞두고 영친왕이 일본에 볼모 잡혀간 후 귀국 때는 부산에 상륙해 김천에서 내려 김천고 '정걸재'에 들려 송설당을 친견하였다고 함. 지금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로 전국적으로 240명 선발. 교훈은 ”깨끗하게, 부지런하게“(남자고 아닌 여자고 교훈처럼). 풀어 쓰면 마음(心)은 깨끗하게(眞實), 몸(身)은 부지런하게(誠實)라는 뜻이다. 저자는 김천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 것이 일생일대의 자부심이자 자신의 은혜로 여기고 있다. 이 책이 인연이 되어 올해(2026년) 3월 1일 모교 입학식에서 동문 대표 격려사도 하게 되었다. 참고로 도산 안창호(1878 ~1938)선생도 평양에 대성학교를 세워 무실역행(務實力行)을 강조했다. 공리공론을 배척하고, 참되고 성실하게 힘써 행할 것을 강조. 實은 힘쓰자는 것으로 진실, 성실, 거짓 없는 것을 말하며 역행은 반드시 이루자는 뜻. ■ 연좌제의 희생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무관 후보생으로 중위, 대위 계급을 받고 장교로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6.25때 당숙의 월북으로 연좌제에 걸려 무관 후보자격을 박탈당하고 이등병 의사가 되어 위생병으로 3년을 보낸 원통함이 있었다. 전역을 석 달 남긴 1980년 10월 어느 날 영내 보초를 서고 있는데 국보위에서 연좌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방송을 듣고 할 수만 있다면 남은 3개월이라도 군위관으로 보내고 싶었다는 말이 나온다. 얼마나 원통하고 가슴 아파 제대 후 한동안 동기들 모임에서 군대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고 뒷자리로 물러났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0년 후 대전 군의학교에서 열리는 아들 지환 군(부산의대 졸)의 임관식에서 대위 계급장을 다는 아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연좌제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구나“하는 위로와 묘한 감회를 느꼈다고 했다. *연좌제(緣坐制) : 범죄자의 친족 또는 기까운 사이, 범죄자의 주변인이란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제도. 해방 후 납북, 월북자 가족은 공무원은 물론 사회 생활에 불이익을 당함. 1980년 헌법 금지됨. ■ 잊을 수 없는 추억 추억에는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 그리고 부끄러운 추억과 가슴 아픈 추억이 있다. 좋은 추억은 잔잔하게 스쳐 지나가는 산들 바람같은 어릴적 동심의 추억부터 기억하기 좋은 것. 나쁜 추억은 죄를 지었거나 상처를 입힌 잔인한 추억이고 그리고 부끄러운 추억은 미숙함으로 수치(羞恥)가 담겨있는 추억으로 자신이 좀 더 자랄 수 있었던 것이고, 가슴 아픈 추억은 칼날 같이 날카롭게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보석 같은 추억이고 나를 자라게 하는 추억이다. 저자는 시간은 과거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요술 지팡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세월은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심어 주는 일에 내 삶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 꽃과 바람과 물 사방이 병품처럼 산으로 둘러쌓인 문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보이는 것이 산과 꽃과 바람과 물이었는데, 이젠 도시의 빌딩숲 속에서 매일 병원 건물 사무실 속에서 환자만 대하는 숨막히는 생활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산뜻한 들국화가 되고, 시원한 솔바람이 되고, 맑은 물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두고두고 이 자리를 지키다가 고향 언덕에 재로 뿌려지는 게 나의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한 부분에서는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감을 느끼며, 70대 중반을 넘긴 저자나 독자인 내가 공통점을 갖는 부분이면서 그래도 남은 삶의 막바지에서 깨끗하게, 부지런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로 1년 늦게 입학했고, 의예과 시절엔 고열, 오한을 동반한 장티푸스에 고생했고, 43세 땐 갑자기 대장에 천공이 생겨 장 절제 수술과, 곧 B형 간염에 걸려 친구들 사이엔 이미 죽었다고 소문이 났다. 그처럼 허약하고 병치레 심한 몸이 어느 날 B형 간염균이 사라졌고, 이것은 로또 당첨될 만큼 드문 확률이라고 한다. 그 후 식사를 잘하고 60이 넘어 운동을 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기와 채소, 날과일과 비빔밥 등 ”밥이 보약이다“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즐겁게 먹고 담배를 피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맛있게 먹고,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건강한 삶의 비결이라고 했는데 위의 내용은 의사의 전문적 처방이 아닌 일반 생활인들이 경험에서 말하는 순수한 지혜의 덕담 같아서 더욱 친근감과 신뢰감이 든다. 의사인 저자가 오히려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오래 사세요“란다. 얼마나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했으면 이런 격려를 받을 수 있을까? 위 내용 외에도 '소 팔자 인생', '나를 위한 시간', '눈썹과 인덕',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굽은 인생길' 등 수많은 울림과 되새겨야 할 내용과 말들이 많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를 독립시킨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생각 났다. ”절망을 느낄 때 마다 나는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 진리와 사랑의 방법은 늘 승리했다. 우리에겐 선과 진리와 사랑은 다시 일어날 힘과 용기를 준다. 글 전체가 연좌제에 대한 불평 즉 돌은 던지지 않았지만 약간 주먹을 쥐고 울분을 터뜨린 것 외는 모두가 긍정적이고,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심장을 안정시켜 주었다. 결국 자기 직분을 다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기쁨과 행복이 멀리 있다 생각지 말고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인연이 되어 지난 3월 1일(삼일절)날 모교 김천고등학교 입학식에서 동문 대표로 ”격려사(檄勵辭)“를 한 내용을 소개한다. ■ "송설 후배들에게"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 하는 것,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자기 능력을 극대화하는 비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오늘 여러분처럼 김천고 입학이었으며,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김천고를 졸업했다는 사실이다. 김천고는 내 정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우리 김천고는 일본의 압제하에 있던 암흑기에 대한의 미래를 위해 송설당 할머니께서 세운 민족학교이다. 초대 정열모 교장 선생께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의해 투옥되고, 학교는 공립전환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에 굴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러 개교 100주년을 눈앞에 두었다. 이처럼 유서깊은 학교에 여러분이 들어오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며 영광이다. ---중략--- 의사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후배 여러분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시오. 장차 술과 담배, 혹은 다른 약물들을 가까이 할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 자신에게 해로운 것이라면 단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는 70대 중반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큰 수술을 받았고, 수개월 동안 병을 앓으면서 죽을 고비도 넘겼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만큼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하루 8시간 이상 환자를 보고, 나머지 먹고 자는 시간 외 모든 시간은 뭔가를 하면서 보냈다.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진다. 별도의 휴식 시간을 갖지 않아도 지치는 일이 없다. 나처럼 바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무리 바빠도 성취 여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가진 비결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 뿐이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길을 찾아 실천하시기 바란다. ▣ 송근식 ◇ 교육연합신문 부산지사장 ◇ 前부산예문여고·광명고·경혜여고·건국중학교 교장 ◇ 학교법인 선화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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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고병구 '어쩌다 의사가 되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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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체육중·고등학교 제20대 윤강 교장 취임
- [교육연합신문=정윤영 기자] 부산체육중·고등학교(교장 윤강)는 지난 3월 3일 제20대 윤강교장으로 취임식을 했다고 알렸다. 윤강 신임 교장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1996. 02.)한 후,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2002. 8.)와 체육대학에서 박사학위(2024. 2.)를 취득하며 체육교육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주요 경력으로는 부산중학교와 남천중학교(2000. 3.~2009. 2.), 부산체육고등학교(2009. 3.~2015. 2.) 교사로 근무한 후, 화명고등학교(2015. 3.~2016. 8.)를 거쳐 부산광역시교육청 체육 장학사(2016. 9.~2022. 2.)로 활동했다. 이어 부산체육고등학교 교감(2022. 3.~2024. 2.), 부산학생인성교육원 한빛학교장 겸 기획운영부장(2024. 3.~2026. 2.)을 역임하며 학교 행정과 체육교육 정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윤강 교장은 취임사에서 “부산체육중·고등학교는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엘리트 체육 산실이며, 부산체육영재들을 발굴·육성하며 부산 체육의 뿌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학교의 위상을 강조했다. 이어 전임 교장들의 학교 경영 철학을 계승하며 다음과 같은 약속과 다짐을 밝혔다. ▲첫째, 학생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인적·물적 역량을 극대화하고, 쾌적한 훈련 환경 및 생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둘째, ‘극기하는 자 미래를 연다’는 교훈을 실현하기 위해 체육계열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꿈 실현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의 환경을 마련하겠다. ▲셋째, 선한 리더십을 갖춘 부산 체육인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선수 정립과 인성교육에 학교 역량을 집중하겠다. 윤강 교장은 “부산 체육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선수들이 꿈과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학교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취임 의지를 밝혔다. 장병진 교감은 "이번 취임을 계기로 엘리트 체육 성과와 인성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모범적인 체육고등학교로 거듭날 것"이라며, "부산 체육의 중심 역활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망했다. 부산체육중·고등학교는 앞으로도 엘리트 체육과 인성교육의 균형을 통해 부산 체육의 중심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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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체육중·고등학교 제20대 윤강 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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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래의 만세, 기념을 넘어 도시의 품격으로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3월의 동래는 단순히 봄을 맞이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1919년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내며, 도시의 정체성과 책임을 동시에 환기하는 무대가 되었다. 동래구가 주관한 3·1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는 해마다 열리는 기념행사라는 틀을 넘어, 지역 역사자산을 교육과 공동체의 가치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담긴 자리였다. 행사는 부산3·1독립운동 기념탑 참배로 시작됐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헌화는 형식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어 내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삼창이 이어졌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태극기를 들었다. 그 장면은 세대 간의 기억 계승이라는 상징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동래구가 역사적 동선을 세밀하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동래시장과 수안인정시장 일대를 잇는 만세 행렬은 1919년 당시 실제 만세운동이 전개됐던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과거의 현장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걷게 함으로써 체험형 역사교육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래는 부산에서 가장 치열하게 3·1운동에 응답한 지역이다. 장터와 골목, 동헌과 읍성 일대는 민족의 자존을 외치는 공간이었다. 평범한 상인과 학생, 이름 없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동래구가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도시 브랜드의 일부로 재해석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해 행사에서는 동래 출신 독립운동가 박차정 의사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됐다. 지역 인물을 통해 독립의 의미를 구체적 서사로 전달했다는 점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역사적 인물을 지역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재조명한 점 또한 교육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수동식 태극기 인쇄 체험과 독립선언서 낭독 프로그램은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먹 냄새가 번지는 인쇄 체험 공간에서 학생들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했나요?” 이 질문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일지 모른다.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묻는 순간 살아난다. 동래구가 마련한 이 재현의 장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3·1운동의 본질은 ‘만세’라는 구호에 있지 않다. 그것은 두려움을 넘어선 결단,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내려놓았던 책임에 있다. 오늘 우리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그 장면을 되살린다. 그렇기에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 앞에서 용기를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래구의 이번 재현행사는 지역 역사자산을 문화·교육 콘텐츠로 확장한 모범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학교 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참여 확대, 역사 공간의 상시 해설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이어진다면 동래의 3·1정신은 도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역사를 품은 도시는 단단하다. 기억을 자산으로 만드는 도시는 품격이 있다.동래의 봄바람 속에서 울린 만세는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동래가 어떤 도시로 서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기념을 넘어 교육으로, 교육을 넘어 책임으로 이어질 때, 동래의 3·1정신은 도시의 품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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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래의 만세, 기념을 넘어 도시의 품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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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교과서도 못 읽는 아이들, '후천적 난독'의 늪에서 구해야
- [교육연합신문=사설] 단순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도구인 문해력이 무너지면 공교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국어 사교육비가 타 과목보다 가파르게 상승(10.8%)했다는 사실은, 공교육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해력 결핍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해력 교육을 단순히 국어 수업의 일부가 아닌, 전 국가적인 생존 전략으로 다루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위기의 핵심 원인은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1분 내외의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긴 글을 읽을 때 시선이 방황하고 집중력을 잃는 ‘후천적 난독’ 증상을 보인다. 뇌가 즉각적인 보상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여지면서, 인내심을 갖고 문맥을 짚어가는 고차원적 사고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시대적 변화로 보기도 한다. 종이책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과거의 독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텍스트 중심의 교육이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영상 매체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게 할 뿐,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한다. 모든 고등 사고와 학문의 기초는 정교한 텍스트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어휘를 몰라 교과서를 완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초 체력 없이 기술만 배울 수 없듯, 문해력 없는 디지털 활용 능력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정부와 교육계는 지금이라도 읽기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숏폼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긴 호흡의 독서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과서 어휘를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사교육비 폭증을 잡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들의 손에 다시 책을 쥐여주고, 문장을 끝까지 읽어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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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교과서도 못 읽는 아이들, '후천적 난독'의 늪에서 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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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孔子의 진채지액(陳蔡之厄)에서 배우는 ‘역경 극복의 기술’: ‘자가 동력’입니다.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삶은 외부의 자극을 넘어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대 사회는 ‘동기부여’의 과잉 시대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열정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로 가득 차 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쉴 새 없이 우리에게 성공한 이들의 조언을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이러한 외부적 자극은 휘발성이 극히 강합니다. 누군가의 강연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가도, 다음 날 아침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면 그 열정은 마치 일회용 배터리처럼 금방 방전되어 버리곤 합니다. 우리는 왜 금새 무기력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동력의 근원이 ‘나’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보상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응원과 달콤한 보상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인생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즉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서야 하는 ‘고립무원’의 상태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결정적 동기(Self-Determined Motivation)’이자,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자가 동력(Self-motivation)’입니다. 이는 외부의 칭찬 없이도 돌아가는 내장형 발전기와 같습니다. 2,500년 전, 죽음의 문턱에서 거문고를 켰던 공자의 일화는 이 자가 동력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위대하게 만드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럼, 자가 동력을 구축하는 세 가지 기둥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기 긍정(Self-Affirmation)입니다. 훼손되지 않는 본질적 가치의 발견입니다. 기원전 489년,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줄 군주를 찾아 천하를 유람하던 중 인생 최악의 사건인 ‘진채지액(陳蔡之厄)’을 맞이합니다. 초나라로 가던 길에 진나라와 채나라 대부들의 방해로 외딴 들판에 포위된 것입니다. 7일간 끼니가 끊겼고, 제자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질려 쓰러졌습니다. 그 절망적인 정적 속에서 공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었습니다. 울분을 토하는 제자인 자로에게 공자는 답합니다. “군자고궁(君子固窮), 소인궁람(小人窮濫).” 군자는 역경에 처하면 더욱 단단해지지만, 소인은 역경 앞에 도리를 어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의 ‘단단함(固)’은 단순한 인내를 넘어선 ‘강력한 자기 긍정’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진정한 자기 긍정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상황은 비록 비참할지언정, 나의 존재 가치와 내가 지향하는 도(道)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단단한 자아 수용입니다. 환경이 나를 규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내 안의 중심축을 지키는 힘이 자가 동력의 첫 번째 연료입니다. 둘째는 자기반성(Self-Reflection), 원망의 에너지를 성찰의 에너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군자가 곤경 속에서도 자가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내면을 정화하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포위된 상황에서도 제자들과 문답을 나누며 자신의 도가 현실과 어긋난 지점을 점검했습니다. 이는 맹자가 강조한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책(Self-Blame)은 에너지를 안으로 고이게 하여 자존감을 썩게 만듭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물음은 동력을 갉아먹습니다. 성찰(Reflection)은 에너지를 밖으로 흐르게 하여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합니다. “나의 방법이 부족했는가? 아니면 시대가 담기에 너무 큰 것인가?”를 묻는 비판적 사고는 자가 동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듭니다. 원망의 화살을 외부(세상, 타인, 환경)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피해자가 되지만, 그 화살을 나 자신의 성장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상황의 주인이 됩니다. 셋째, 관점의 변화(Reframing)는 시련을 가치의 증명으로 재정의 하는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는 스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의 도는 지극히 커서, 천하가 능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현실의 실패가 곧 진리의 실패는 아님을 선언하는 ‘인지적 재구성’입니다. 7일간의 굶주림은 공자에게는 단순한 고난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평생 구축해 온 철학이 죽음이라는 극한의 물리적 압박 앞에서도 유효한지 검증하는 ‘결정적 실험’이었습니다. 심리학의 재구성 기법처럼, 시련을 ‘막다른 길’이 아닌 ‘나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로 재정의할 때 동력의 흐름은 바뀝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수동적 물음에서 “이 상황을 통해 나는 무엇을 완성할 것인가?”라는 주체적 질문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비로소 환경을 활용하는 거인으로 거듭납니다. 질문하는 자에게는 구제 불능이란 없습니다. 자가 동력을 갖추기 위한 자기 긍정, 자기반성, 관점의 변화보다 더 근원적인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머물고 있는 생각의 지점’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남이 해주는 위로와 조언을 내 동력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남의 생각에서 빌려온 에너지는 내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생각대로 나를 살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자기부정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공자는 무언가에 마음을 쓰지 않고(無所用心), 안일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고난이 오는 곤란함보다,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는 곤란함이 훨씬 큽니다. 질문을 던지는 그 찰나, 우리 마음의 엔진은 이미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질문하는 자에게는 결코 ‘구제 불능의 상태’란 찾아오지 않습니다. 시인 메리 올리버는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로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이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불인 동시에, 불필요한 껍데기를 태워버리는 정화의 불꽃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눈앞이 캄캄해진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당신 내면의 발전기를 가동할 가장 완벽한 기회입니다. 거문고를 들었던 공자처럼, 이제 당신만의 질문을 던지십시오. 당신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이 되십시오. 저도 이 순간, ‘나만의 무대에서 나만의 불꽃이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습니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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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孔子의 진채지액(陳蔡之厄)에서 배우는 ‘역경 극복의 기술’: ‘자가 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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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은 판단하는 ‘자세’에서 대상에게 머무는 ‘태도’만큼 존재한다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근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박홍근 선생이 쓰고, 윤용하 선생이 곡을 붙인,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다. 이때가 자기 생각을 하는 시기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 세계는 사람이 만들지 않은 자연과 생각의 결과인 문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먼저 만든 물건이 없고, 먼저 만든 제도도 없다고 한다. 이 말은 먼저 생각한 적이 없다.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의 결과를 받아들여서 살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기의 것으로 주장하며 산다. 그래서 미디어 평론가나 토론자들이 하는 말을 자기의 생각으로 숭배하며 산다. 따라서 자기의 생각을 바꿀 방법을 모른다. 다른 사람 생각의 결과를 받아서 살기 때문에 바꾸려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 생각은 현실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은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구하며 산다. 자기는 없다. 모양은 자기일지 몰라도 생각은 자기가 아니다. 남이 ‘정해준 마음’으로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해진 마음’이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는 덩어리가 크면 클수록 ‘정해진 마음’이 주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정해진 마음’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로 바뀐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 ‘정해진 마음’에 갇힌 자기를 장례 지내라.” “장자는 실력 없는 삶을 정당화하는 사상가가 아니라, 내내 실력 있는 삶을 살다 가라고 독려했다.” 또 ‘자존과 독립과 주체와 존엄’을 중시했고, 가치(價値)보다는 사실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으며, 무엇보다도 어떤 틀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던 사상가였다. 따라서 《장자》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서사)들을 통해 정해진 마음을 깨부수고, 자기를 잃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차원을 향해 건너가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다. 변화를 범주로 하는 책이다. 문명은 인간의 문화적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문화적 존재다. 무엇을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 문명 세계에서 탁월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하거나 만들어서 야기하는 이 일을 잘한다는 의미다. 최진석 교수는 보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세상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이 보여주는 것과 무관하게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것을 뭐 어렵다고 저렇게 푸념을 하느냐 하겠지만, 무엇인가를 인식할 때, 이것이 세상이 보여주는 그 자체인지, 아니면 내가 보고자 하는 방식을 거친 것인지 사실 구분할 수 없다. 무엇인가 보고 들을 때 이미 내가 ‘보고자 하는 방식’이 알게 모르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 보고 싶은 지표만을 봐서는 안 된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다툼에서 승리를 거둔 유방이나, 손권, 유비 등과 천하 패권을 다퉜던 조조 그리고 당나라의 태종 등이 세상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방법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천민 출신 유방은 중앙집권제를 취했던 진나라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귀족 출신이었던 항우는 중앙집권제의 한계를 보지 못하고 패권에만 관심을 뒀다. 그래서 유방은 중앙집권제와 봉건제를 혼합한 지배 시스템을 제시해 천하의 우군을 모아 항우와 싸울 수 있었다. 모든 철학은 그 시대에 해결해야 될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높고, 가장 치명적인,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공동체가 존속하기 어려운 그런 문제와의 투쟁으로 나온 것이다. 남이 만들 때는 머릿속에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런데 따라 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는, 머릿속에만 있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이 매커니즘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냥 구체적으로 만들어진 것만 받아서 쓰고 만족한다. 그러니까 보여지고 만져지는 것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무엇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려고 할 때 인간이 되는 것이다.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컴퓨터를 알려고 하는 사람 사이에 생존의 질과 양은 어느 쪽이 더 크고 높겠는가? 그 컴퓨터의 구성 원리나 작동 원리를 아는 사람이 그 컴퓨터를 가지고 훨씬 더 높고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알려고 할 때,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원시적 지적 본능이 작용하고, 이 원시적 지적 본능이 작용하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보다 훨씬 더 질과 양면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알려고 하는 욕구는 인간이 문명을 건설하고 삶을 자기한테 이로운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는데, 어떤 큰 출발점이 된다. 문명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다 합쳐서 문명이라고 한다. 이 인간은 문명을 건설하는 존재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 때, 생각을 사용해서 만든다. 그래서 문명은 ‘생각의 결과. 질문의 결과, 불편함을 해결한 결과, 문제를 해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생각, 질문, 불편함, 문제는 어디서 오는가? 현실에서 온다. 생각, 질문, 불편함, 문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서 오지 않고, 그 세계를 자세히 보는 사람에게만 다가오는 것이다. 앞서가려면, 문명에서 더 우위에 서려면, 생각해야 되고, 질문해야 되고, 문제와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생각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불편함을 찾아내고, 질문하는 이런 일들은 다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발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불교에서는 相을 짓지마라(정해진 생각)고 한다. 그다음에 정해진 기능에만 빠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숟가락을 들고 이것을 밥 먹는 도구로만 이해해서는 자기의 지적 유연성이나 어떤 동질성을 발견하는 은유력이 개발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모든 창조 활동은 전부 은유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다 이미 있는 것들의 연결이다. 다시 말해서 창의성은 연결이다. 창의성은 은유다, 스마트폰을 보자. 그 이전에 있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물건이다. 전혀 새로운 물건이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부속품을 보자. 다 이미 있던 것들이다. MP3, 이미 있었던 것들이다. 전화기, 이미 있던 것이다. MP3하고 전화기가 연결됐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은유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창조 행위는 다 은유다. 이 세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으면, 이미 있는 ‘유’들을 연결하여야 한다. 이미 있는 ‘유’의 연결이 창의고 창조다. 누가 세계를 움직이는가? 낯설게 볼 줄 아는 사람이 움직이게 한다. 그다음에 동질성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낯설게 보고, 동질성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낯설게 보려는 의지가 나와야 한다. 연결하려는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느냐? 이 의지가 나오는 원천이 바로 이 세계에 대한 사랑, 이 세계에 대한 자비심이다.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고, 이 세계를 볼 수 없다. 이 세계에 대한 자비심이 없으면, 이 세계를 볼 수 없다. 이 세계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이 없으면, 그냥 익숙한 판단, 습관적인 인식으로 살게 된다. 이 세계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이 있으면, 습관적인 인식을 넘어서서 이 세계를 볼 수 있다. 그다음에 하나는 뭐냐? 이 세계를 사랑하고, 이 세계에 대한 자비심이 있으면 나한테 야망이 생긴다. 포부가 생긴다. 야망과 포부가 강렬하거나 절실하면, 이 세계를 습관적으로 보지 않게 된다. 이 습관을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 이 세계가 익숙함을 벗고 전혀 새로운 얼굴로 여러분 앞에 다가올 것이다. 그때 여러분은 보는 사람이 될 것이고, 은유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창조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해처럼 하는 게 어떤 것이냐? 해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일을 할 뿐이다. 인격이나 의식의 차원이 높다. 이것이 사람이 나아갈 길,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이다. 그냥 모든 일은 내가 할 일이다. 그것으로 인해서 가족, 사회, 국가에 도움이 된다. 이게 우리 弘益情神의 핵심이다. 한자 공부는 은유의 지름길이다. 한글을 알기 위해서는 한자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한자에 쓰이는 말이 모두 우리말이다. 외우려고 하는 순간에 한자 공부는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雨(비 우), ‘비’를 ‘우’라고도 한다는 말이다. 雨 자를 보면, 어떤 것을 생각해야 되느냐? ‘비’를 왜 ‘우’라고 했을까를 생각해야 된다. 글자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이 생각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자의 훈과 음은 모두 詩다. 알고 싶어 하도록 해야 사람이다. 이제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문화를 바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한자의 훈과 음은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코드다. 생각을 키우는 방법으로 한자를 활용하자. 상상력, 사고력을 키워주는 논리적인 연계성을 일깨워주는 이런 공부가 지금 절실하다. 이제 판단에서 자세히, 낯설게 보는 사람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탈 때이지 않은가? 과감하게!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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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은 판단하는 ‘자세’에서 대상에게 머무는 ‘태도’만큼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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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행정통합 뒤에 숨은 ‘교육재정 절벽’ 대책을 마련하라
- [교육연합신문=사설] 정부와 국회는 행정통합에 따른 교육재정 감소 대책을 법안에 즉각 명시해야 한다.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교육계는 지방 교육 재정의 대폭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재정 대책 없는 통합은 지방 교육을 고사시킨다. 정부는 교육 재원 확보 방안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교육재정 공백은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지방세 세율 조정 특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교육교부금의 기반인 세입 구조를 흔든다. 교육감협의회는 최대 1.9조 원의 재정 축소를 경고했다. 노후 시설 개선과 돌봄 사업이 중단될 위기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수입 구조의 공백을 지적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장기적으로 교육 재원을 확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행정 효율화로 중복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강력한 자치권은 지역 맞춤형 교육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교육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경제 논리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재정 감소는 당장 교실 환경 악화로 나타난다. 통합 지역 내 교육 소외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비통합 지역과의 역차별 문제 역시 심각한 갈등 요소다. ‘선 통합 후 보완’ 방식은 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한다. 국회는 특별법 최종 의결 전에 교육재정 보전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특별교부금 신설 등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재정의 안정성 없이는 행정통합도 성공할 수 없다. 교육은 지방자치의 핵심적인 축이다. 국회는 교육계의 정당한 우려를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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