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생은 냉방병, 교실은 온도 불균형…"예산은 쓰고 효과는 없다"
렌탈비는 계속 나가는데 수업 중에는 전원 'OFF'… 학생 건강과 예산 효율 함께 살필 때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교실은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만큼 교실 환경은 학습권과 건강권을 좌우하는 중요한 교육 여건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둘러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실 공기청정기다.
학생 건강을 위해 보급된 공기청정기지만, 정작 수업 시간에는 전원이 꺼져 있는 교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수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공기청정기를 켜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대부분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쓰지도 않는 장비의 렌탈비가 매년 집행되는 현실을 보면 교육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사실상 '전시용 시설'로 남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고려하면 계속 가동하기 어렵고,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름철이면 교실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반복된다. 천장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공기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교실 안에서도 자리마다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진다.
에어컨 아래에 앉은 학생들은 찬바람을 직접 맞아 냉방병을 호소한다. 반면 교실 뒤편이나 창가, 구석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냉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더위를 견뎌야 한다. 같은 교실 안에서 '춥다'와 '덥다'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냉방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학교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회전 소음은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무선 마이크 사용 시에는 하울링까지 발생해 오히려 수업 환경을 저해한다.
최근에는 과도한 냉방을 둘러싼 학부모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일부 학교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최저온도로 가동해 학생들이 여름철에도 담요와 겉옷을 준비할 정도라며, 학생 건강을 고려한 권장 실내온도 기준 마련과 학교별 냉방 운영 개선을 교육청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외 온도 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냉방병과 호흡기 질환, 두통,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냉기가 닿지 않는 공간에서는 온열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결국 냉방은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학생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제 공기청정기 설치 여부를 넘어 교실 전체의 공기질과 냉방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기정화와 공기순환, 냉난방 효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예산 역시 설치 실적보다 운영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활용도와 교육 효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시설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기후위기와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교실 환경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장비를 얼마나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학생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