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시론]
인공지능(AI)이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질문 한 줄에 일목요연한 답이 쏟아지고, 개인별 맞춤형 학습 알고리즘이 교사의 분필을 대신한다. 바야흐로 ‘교육의 대전환기’다. 그러나 기술의 화려한 편리함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교육의 역설’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가 던진 효율의 덫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먼저, ‘지식의 과잉이 낳은 사고의 빈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교육이 망망대해에서 지식이라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쳤다면, 이제 AI는 가공된 통조림을 입 앞까지 배달해 준다. 결과는 참담하다. 학생들은 정답을 얻는 속도는 빨라졌으나, 정작 ‘왜 그러한가’를 묻는 사유의 근육은 퇴화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하며 지식을 체화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AI가 뱉어낸 문장을 자기 생각이라 착각하는 ‘인지적 태만’이 확산되고 있다.
‘효율의 역설’ 또한 뼈아픈 대목이다. 학습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는 성장을 위한 필수 자양분이다. 그러나 AI는 최단 경로의 정답만을 제시하며 학습자를 ‘지름길’로만 안내한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서툰 문장을 고쳐 쓰며 느꼈던 그 고통스러운 희열이 사라지고 있다. 고생 없는 학습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지름길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인생의 복잡한 난제를 만났을 때 과연 스스로 해결할 끈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평가의 무력화’는 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든다. AI가 대필한 과제물과 인간의 노력이 뒤섞인 성적표는 더 이상 학생의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다. 결과물의 완벽함이 오히려 학습자의 실력을 가리는 장벽이 된 셈이다. 이제 결과 중심의 평가는 한계에 다다랐다. 학습의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관계의 결핍’이다. AI 튜터는 학생의 취약점을 정확히 짚어내지만, 낙심한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줄 손이 없다. 교육은 단순한 데이터의 전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속에서 피어나는 영감의 과정이다. 친구와 논쟁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스승의 삶을 보며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회적 지성’은 알고리즘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AI 시대 교육의 사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회귀하는 데 있다. AI가 ‘How(어떻게)’를 독점할 때, 인간은 ‘Why(왜)’를 물어야 한다. 학교는 지식을 주입하는 창고가 아니라,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윤리적 가치를 판단하는 ‘사유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기술이 지능의 영역을 대신할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 기계가 가질 수 없는 공감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끈기 있게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 AI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우리 교육이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루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