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5(토)
 

[교육연합신문=김미정 기고] 

뒷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한 드라마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다양한 이유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병동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다. 정신병동 간호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정신질환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이해와 회복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우울한 주제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의 회복은 극적인 완치가 아니라 조금 덜 아픈 상태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보호관찰 현장에서 마주하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최근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개인과 가족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문제가 이제야 사회 밖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과 같은 질환을 숨기거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치료를 통해 증상이 조절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이해가 확산되고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있어 사회가 한 걸음 더 책임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러나 정신질환과 관련된 강력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불안은 결국 ‘누가, 어떻게, 계속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피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보호관찰은 바로 그 지점을 담당하며 치료와 사회내 관리를 이어주는 안전장치의 기능을 한다. 

 

정신질환을 가진 대상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판결문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범죄의 내용, 양형의 이유를 꼼꼼히 살피고, 보호관찰 기간 중 지도·감독의 방향과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정신질환 대상자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대상자는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하여 판단한다. 정신질환 대상자로 판명되면 보호관찰 기간 중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진료 및 복약 사실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보호관찰관이 병원에 동행하기도 한다. 2023년부터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정신질환자의 보호관찰 종료사실을 경찰과 지자체에 통보하여, 종료 후에도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소유예 마약사범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한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보호관찰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재범이나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지시를 위반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호관찰관은 생계지원이 필요하면 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하고, 치료 지속여부를 더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다. 취업과 자립을 돕기 위해 법무보호복지공단 등 다양한 지역자원과 협력하는 일도 보호관찰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드라마 속 의료진이 환자의 작은 변화에도 의미를 두듯, 보호관찰관의 현장도 그렇게 흘러간다. 보호관찰 대상자의 극적인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없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일,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일이다.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책임지는 일, 그것이 지금 보호관찰관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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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시간, 보호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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