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3월의 동래는 단순히 봄을 맞이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1919년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내며, 도시의 정체성과 책임을 동시에 환기하는 무대가 되었다. 동래구가 주관한 3·1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는 해마다 열리는 기념행사라는 틀을 넘어, 지역 역사자산을 교육과 공동체의 가치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담긴 자리였다.
행사는 부산3·1독립운동 기념탑 참배로 시작됐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헌화는 형식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어 내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삼창이 이어졌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태극기를 들었다. 그 장면은 세대 간의 기억 계승이라는 상징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동래구가 역사적 동선을 세밀하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동래시장과 수안인정시장 일대를 잇는 만세 행렬은 1919년 당시 실제 만세운동이 전개됐던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과거의 현장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걷게 함으로써 체험형 역사교육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래는 부산에서 가장 치열하게 3·1운동에 응답한 지역이다. 장터와 골목, 동헌과 읍성 일대는 민족의 자존을 외치는 공간이었다. 평범한 상인과 학생, 이름 없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동래구가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도시 브랜드의 일부로 재해석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해 행사에서는 동래 출신 독립운동가 박차정 의사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됐다. 지역 인물을 통해 독립의 의미를 구체적 서사로 전달했다는 점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역사적 인물을 지역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재조명한 점 또한 교육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수동식 태극기 인쇄 체험과 독립선언서 낭독 프로그램은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먹 냄새가 번지는 인쇄 체험 공간에서 학생들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했나요?”
이 질문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일지 모른다.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묻는 순간 살아난다. 동래구가 마련한 이 재현의 장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3·1운동의 본질은 ‘만세’라는 구호에 있지 않다. 그것은 두려움을 넘어선 결단,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내려놓았던 책임에 있다. 오늘 우리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그 장면을 되살린다. 그렇기에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 앞에서 용기를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래구의 이번 재현행사는 지역 역사자산을 문화·교육 콘텐츠로 확장한 모범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학교 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참여 확대, 역사 공간의 상시 해설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이어진다면 동래의 3·1정신은 도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역사를 품은 도시는 단단하다. 기억을 자산으로 만드는 도시는 품격이 있다.동래의 봄바람 속에서 울린 만세는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동래가 어떤 도시로 서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기념을 넘어 교육으로, 교육을 넘어 책임으로 이어질 때, 동래의 3·1정신은 도시의 품격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