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27(수)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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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외부의 자극을 넘어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대 사회는 ‘동기부여’의 과잉 시대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열정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로 가득 차 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쉴 새 없이 우리에게 성공한 이들의 조언을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이러한 외부적 자극은 휘발성이 극히 강합니다. 누군가의 강연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가도, 다음 날 아침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면 그 열정은 마치 일회용 배터리처럼 금방 방전되어 버리곤 합니다.


우리는 왜 금새 무기력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동력의 근원이 ‘나’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보상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응원과 달콤한 보상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인생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즉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서야 하는 ‘고립무원’의 상태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결정적 동기(Self-Determined Motivation)’이자,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자가 동력(Self-motivation)’입니다. 이는 외부의 칭찬 없이도 돌아가는 내장형 발전기와 같습니다. 2,500년 전, 죽음의 문턱에서 거문고를 켰던 공자의 일화는 이 자가 동력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위대하게 만드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럼, 자가 동력을 구축하는 세 가지 기둥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기 긍정(Self-Affirmation)입니다. 훼손되지 않는 본질적 가치의 발견입니다. 기원전 489년,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줄 군주를 찾아 천하를 유람하던 중 인생 최악의 사건인 ‘진채지액(陳蔡之厄)’을 맞이합니다. 초나라로 가던 길에 진나라와 채나라 대부들의 방해로 외딴 들판에 포위된 것입니다. 7일간 끼니가 끊겼고, 제자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질려 쓰러졌습니다. 그 절망적인 정적 속에서 공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었습니다.


울분을 토하는 제자인 자로에게 공자는 답합니다. “군자고궁(君子固窮), 소인궁람(小人窮濫).” 군자는 역경에 처하면 더욱 단단해지지만, 소인은 역경 앞에 도리를 어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의 ‘단단함(固)’은 단순한 인내를 넘어선 ‘강력한 자기 긍정’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진정한 자기 긍정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상황은 비록 비참할지언정, 나의 존재 가치와 내가 지향하는 도(道)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단단한 자아 수용입니다. 환경이 나를 규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내 안의 중심축을 지키는 힘이 자가 동력의 첫 번째 연료입니다.


둘째는 자기반성(Self-Reflection), 원망의 에너지를 성찰의 에너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군자가 곤경 속에서도 자가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내면을 정화하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포위된 상황에서도 제자들과 문답을 나누며 자신의 도가 현실과 어긋난 지점을 점검했습니다. 이는 맹자가 강조한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책(Self-Blame)은 에너지를 안으로 고이게 하여 자존감을 썩게 만듭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물음은 동력을 갉아먹습니다. 성찰(Reflection)은 에너지를 밖으로 흐르게 하여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합니다. “나의 방법이 부족했는가? 아니면 시대가 담기에 너무 큰 것인가?”를 묻는 비판적 사고는 자가 동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듭니다. 원망의 화살을 외부(세상, 타인, 환경)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피해자가 되지만, 그 화살을 나 자신의 성장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상황의 주인이 됩니다.


셋째, 관점의 변화(Reframing)는 시련을 가치의 증명으로 재정의 하는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는 스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의 도는 지극히 커서, 천하가 능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현실의 실패가 곧 진리의 실패는 아님을 선언하는 ‘인지적 재구성’입니다.


7일간의 굶주림은 공자에게는 단순한 고난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평생 구축해 온 철학이 죽음이라는 극한의 물리적 압박 앞에서도 유효한지 검증하는 ‘결정적 실험’이었습니다. 심리학의 재구성 기법처럼, 시련을 ‘막다른 길’이 아닌 ‘나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로 재정의할 때 동력의 흐름은 바뀝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수동적 물음에서 “이 상황을 통해 나는 무엇을 완성할 것인가?”라는 주체적 질문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비로소 환경을 활용하는 거인으로 거듭납니다.


질문하는 자에게는 구제 불능이란 없습니다. 자가 동력을 갖추기 위한 자기 긍정, 자기반성, 관점의 변화보다 더 근원적인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머물고 있는 생각의 지점’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남이 해주는 위로와 조언을 내 동력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남의 생각에서 빌려온 에너지는 내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생각대로 나를 살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자기부정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공자는 무언가에 마음을 쓰지 않고(無所用心), 안일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경계했습니다. 고난이 오는 곤란함보다,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는 곤란함이 훨씬 큽니다. 질문을 던지는 그 찰나, 우리 마음의 엔진은 이미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질문하는 자에게는 결코 ‘구제 불능의 상태’란 찾아오지 않습니다.


시인 메리 올리버는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로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이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불인 동시에, 불필요한 껍데기를 태워버리는 정화의 불꽃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눈앞이 캄캄해진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당신 내면의 발전기를 가동할 가장 완벽한 기회입니다. 거문고를 들었던 공자처럼, 이제 당신만의 질문을 던지십시오. 당신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이 되십시오. 저도 이 순간, ‘나만의 무대에서 나만의 불꽃이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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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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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孔子의 진채지액(陳蔡之厄)에서 배우는 ‘역경 극복의 기술’: ‘자가 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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