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사설]
단순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도구인 문해력이 무너지면 공교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국어 사교육비가 타 과목보다 가파르게 상승(10.8%)했다는 사실은, 공교육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해력 결핍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해력 교육을 단순히 국어 수업의 일부가 아닌, 전 국가적인 생존 전략으로 다루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위기의 핵심 원인은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1분 내외의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긴 글을 읽을 때 시선이 방황하고 집중력을 잃는 ‘후천적 난독’ 증상을 보인다. 뇌가 즉각적인 보상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여지면서, 인내심을 갖고 문맥을 짚어가는 고차원적 사고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시대적 변화로 보기도 한다. 종이책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과거의 독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텍스트 중심의 교육이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영상 매체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게 할 뿐,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한다. 모든 고등 사고와 학문의 기초는 정교한 텍스트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어휘를 몰라 교과서를 완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초 체력 없이 기술만 배울 수 없듯, 문해력 없는 디지털 활용 능력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정부와 교육계는 지금이라도 읽기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숏폼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긴 호흡의 독서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과서 어휘를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사교육비 폭증을 잡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들의 손에 다시 책을 쥐여주고, 문장을 끝까지 읽어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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