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바친 노동자의 죽음, 죽음보다 더한 산재 불인정
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승인 결정에 “업무 스트레스 산재 인정해야 한다” 목소리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지난 2024년 9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IT기업 사옥에서 25년 동안 근무해 온 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유족 측은 고인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업무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 1월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을 불승인했다.
이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25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해 온 노동자가 업무로 인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면, 과연 산업재해로 볼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인가.
산업재해는 반드시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나 신체적 부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의 노동 환경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 역시 노동자가 겪는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특히 장기간 업무에 노출되며 누적된 스트레스는 개인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고통은 여전히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 과정에서 쉽게 배제되곤 한다. 그러나 고인이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조직에서 일해 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이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사람의 인생 대부분이 직장과 연결돼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다. 고인의 죽음이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문제였는지, 아니면 직장 환경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조직을 위해 일해 온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최소한 그 배경에 업무적 요인이 있었는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현재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 결정에 대해 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 사람의 삶이 대부분 직장에서 흘러갔고, 그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와 고통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면 산업재해 판단 또한 보다 적극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