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27(수)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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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전용주차장 공개 추첨이 열린 시간은 이미 하루가 저물어가던 때였다. 주민들의 참여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 퇴근 이후로 정해진 일정은 누군가에게는 배려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더 내어주는 선택이었다.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는 목소리,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모습, 절차를 다시 살피는 손길까지. 그 어떤 장면도 요란하지 않았지만, 모든 순간에는 책임이 깃들어 있었다. 공무원들은 앞에 나서기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주민 한 사람의 질문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고, 작은 혼선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공정함을 지키는 일이 곧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은 종종 숫자와 문서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마주한 행정은 기록보다 태도에 가까웠다. 누군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내어주는 일, 그 평범한 선택이 행정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현장의 모습이 과연 한 번의 미담으로만 남아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주민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내어준 행정이 개인의 책임감에만 의존한다면, 그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 참여형 행정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생활 민원과 마을 단위 의사결정이 확대될수록 행정은 점점 더 현장으로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야간·주말 행정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에 현장의 수고를 당연하게 소비하지 않는 제도적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


작은 보완만으로도 변화는 가능하다. 근무 체계의 유연화, 인력 분산 운영, 현장 행정에 대한 합리적 지원은 공무원의 사기를 지키는 동시에 행정의 품질을 높이는 길이다. 주민에게는 신뢰로, 공무원에게는 존중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그날 늦은 시간, 조용히 자리를 지켰던 공무원들의 모습은 행정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퇴근 이후에도 이어진 그 책임과 배려가 내일의 행정을 밝히는 기준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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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퇴근 이후의 행정, 내일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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