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30(일)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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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사용돼 온 속담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세우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이 속담이 낯설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닥칠지 알 수 없다. 평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아무 일이 없을 때 미리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행정이 아닐까.


기자는 과거 한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 수동심폐소생기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안전장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다들 건강해서 이곳에서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면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은 왜 실시하는가. 실제 전쟁이나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 훈련하고 대비하는 것 아닌가.


안전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사고가 발생한 뒤 “그때 설치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준비돼 있어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 각종 재난이 잇따르고 있다. 재난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안전 대응체계는 과연 충분한가. 얼마 전 기자는 최근 혁신제품으로 출시된 산소마스크를 접했다.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으로, 제품 설명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산소가 발생해 대피 과정에서 호흡을 돕는 방식이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이 불길만은 아니다. 화재 현장에서는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질식 위험이 매우 크다. 실제 화재에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대피와 함께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자는 이 제품이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궁금해 몇몇 구청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일부 지자체에는 관련 제품이 샘플 형태로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상당수에서는 산소마스크 자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품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해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접하면서 기자의 머릿속에는 다시 한 번 그 속담이 떠올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물론 새로운 안전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관공서나 사업장에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 인증 여부,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효용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장에서 화재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책임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자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화재는 단 몇 분, 아니 몇 초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 그래서 안전에는 ‘나중’이 없다.


관공서와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학교, 복지시설, 전통시장, 다중이용시설, 사업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는 어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살펴보고, 필요한 장비와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행정의 기본 책무다.


몇 달 뒤 화재 예방의 달을 맞아 각 기관이 일제히 캠페인을 벌이고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물을 배포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여주기식 캠페인’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수막 한 장을 더 거는 것보다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을 했다는 실적을 남기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시민과 공무원이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적극행정’이라는 말도 안전 분야에서부터 실천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지역에서는 아직 사고가 없었다.”, “건강한 사람들이라 필요하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 대응하면 된다.” 이런 안일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안전불감증일 수 있다.


재난은 행정기관의 결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한 뒤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고 장비를 구입하는 행정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행정이 진정한 적극행정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비 하나가 평소에는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난의 순간에는 그 하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더 이상 안전행정의 현실을 표현하는 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가 난 뒤의 후회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의 준비다. 그리고, 그 준비의 출발점은 바로 행정기관의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검토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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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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