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28(월)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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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바이러스의 침습, 감기의 병태생리 - ‘감기(Common cold)’는 인류가 가장 흔하게 마주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이지만, 그 기저에 자리 잡은 분자생물학적 기전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감기는 비인두를 비롯한 상기도 점막이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계절성 엔데믹 코로나바이러스(HCoV-229E, OC43, NL63, HKU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F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AdV)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시작됩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의 특이 수용체—예컨대 시알산(Sialic acid)이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2(ACE2), 디펩티딜 펩티다아제 4(DPP4) 등—에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혈구응집소(HA)를 결합하여 세포 내로 침투합니다.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숙주의 톨유사수용체(TLR3, TLR4, TLR7)와 세포질 내 센서 단백질을 자극하여 선천 면역 방어망을 가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핵 내 전사인자인 NF-κB가 핵 내로 이동하고, 세포질 내 다중 단백질 복합체인 ‘NLRP3 염증복합체(NLRP3 inflammasome)’가 활성화됩니다. NLRP3 복합체는 프로-카스파제-1(Pro-caspase-1)을 절단·활성화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베타(IL-1β)와 인터루킨-18(IL-18)의 분비를 유도하고, 가스더민 D(GSDMD) 매개 세포 사멸(Pyroptosis)을 촉발합니다. 이어 종양괴사인자(TNF-α), 인터루킨-6(IL-6)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방출되면서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기도 점막 부종, 비루(콧물), 인후통, 기침, 발열 등의 전신 염증 증상이 폭발적으로 발현됩니다.

 

2.진통제와 항생제를 활용한 감기치료의 딜레마 - 임상 현장에서 감기 초기 치료로 흔히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 등은 당장의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symptomatic treatment)입니다. 이들 약제는 바이러스의 복제나 점막 손상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며, 장기 또는 과다 복용 시 위장관 출혈, 간독성, 심혈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무분별한 ‘항생제(Antibiotics) 처방’입니다. 유럽 이비인후과학회 가이드라인(EPOS 2020) 및 다수의 역학 연구에 따르면, 급성 바이러스성 비부비동염(감기) 환자의 60~88%에서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으나, 실제 세균성 합병증이 입증되어 항생제 치료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0.5~2%에 불과합니다. 

 

바이러스 질환에 투여된 항생제는 치료 기간을 단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질병의 자연 치유 경과나 안와·두개 내 합병증 발생률에도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항생제의 과용은 전신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폐 조직 내 다제내성균의 출현과 집락화를 촉진하여 향후 난치성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합니다. 아울러 감기 후 염증으로 민감해진 기도 신경과 점막 손상으로 인해 3~8주간 발작성 마른기침이 지속되는 ‘감염 후 기침(Post-infectious cough)’ 역시 일반 진통제나 진해거담제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임상 난제입니다.

 

3.폐와 장의 신경·면역학적 고리, ‘장-폐 축(Gut-Lung Axis)’의 통찰 - 최근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발견 중 하나는 호흡기 면역과 소화기 면역계가 긴밀히 소통한다는 ‘장-폐 축(gut-lung axis)’ 이론입니다. 이는 한의학에서 강조해 온 “폐와 대장은 상호 밀접한 관계하에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는다(肺與大腸相表裏)”라는 명제와 흥미로운 관련성을 보입니다. 

 

호흡기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손상된 폐 조직에서 분비되는 케모카인 축(CCL25-CCR9)을 통해 폐의 활성화된 CD4+ T 세포가 장 점막 고유층으로 이동합니다. 이 세포들이 분비하는 인터페론 감마(IFN-γ)는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 초래하여 대장균(Escherichia coli)을 비롯한 유해균의 비정상적 과증식을 유발합니다. 증식한 대장균과 그 내독소(LPS)는 장 점막의 밀착연접 단백질(ZO-1, Claudin-1)과 분비형 면역글로불린 A(sIgA)를 파괴하여 장벽 누수(Leaky gut)를 일으킵니다. 이로 인해 세균과 독소가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다시 폐포로 역유입(Bacterial translocation)되며, 폐포 대식세포와 호중구를 자극해 전신성 염증이나 급성 폐 손상 등의 병리를 2차적으로 증폭시킵니다.

 

반대로 장내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생성하는 단쇄지방산(SCFAs: 아세트산, 부티르산, 프로피온산)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하여 면역세포 표면의 GPR41/43 수용체에 결합합니다. 단쇄지방산은 조절 T 세포(Treg)의 분화를 촉진하고 과도한 NF-κB 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폐포 내 염증 폭풍을 억제하고 손상된 점막 장벽을 신속히 복구합니다. 즉, 감기를 근본적으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상기도 국소 증상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장-폐 축 전반의 면역 항상성을 정상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의 결론입니다. 

 

4. 감기와 호흡기 감염을 치료하는 한약의 현대 과학적 근거 - 현대 과학적 분석 기술과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통해, 복합 한약 처방과 천연 유효 성분들이 지닌 다표적(Multi-target)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기전이 다각도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첫째, 한약에서 유래한 거대분자 복합 다당류(Polysaccharides)의 생물학적 활성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황기(Astragalus membranaceus), 인삼(Panax ginseng), 길경(Platycodon grandiflorus), 백부근(Stemonae Radix) 등에서 분리된 다당체는 음전하 기반의 정전기적 상호작용과 입체적 삼중나선 구조를 통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시알산이나 ACE2 수용체에 부착하는 첫 단계를 물리화학적으로 차단합니다. 동시에 세포 내 바이러스 복제 핵심 효소인 3CLpro 및 RdRp 복합체의 활성을 저해하며, 장내 유익균주를 선택적으로 증식시켜 혈중 단쇄지방산(SCFA) 농도를 높임으로써 장-폐 축 면역 방어선을 강화합니다.

 

둘째, 한의학의 대표적 처방들은 초기 염증 증폭을 강력히 제어합니다. 저명 국제 의학 저널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은교산(銀翹散)과 마행감석탕(麻杏甘石湯) 병용 투여는 타미플루와 동등 이상의 해열 시간 단축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바이러스성 폐포 염증 반응을 유의하게 억제했습니다. 황금의 바이칼린(Baicalin), 연교의 포시소사이드(Forsythoside), 금은화의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감초의 글리시리진(Glycyrrhizin) 등은 TLR4/MyD88 경로를 차단하고 NLRP3 염증복합체의 조립과 Caspase-1 활성화를 억제하여 IL-1β, IL-6, TNF-α의 분비를 차단합니다. 이외에 행인의 아미그달린(Amygdalin)과 길경의 플라티코딘 D(Platycodin D)는 중추성 진해 작용과 함께 점막 분비 기능을 정상화하고 기도 과민성을 완화하여 감염 후 만성 기침의 기간을 단축시킵니다.

 

5. 면역을 깨우고 회복을 앞당기는 일상 속 호흡기 자가 관리법 - 흡기 바이러스 질환의 예방과 신속한 회복을 위해서는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체의 고유한 면역 탄력성을 유지하는 생활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온도 및 점막 습도 유지: 바이러스는 차고 건조한 환경에서 상기도 상피 침투력이 극대화됩니다. 실내 습도를 40~60%, 온도를 20~22°C로 유지하고, 미온수를 수시로 마셔서 인후 점막의 섬모 운동성과 국소 방어 물질 분비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생리식염수 비강 세척: 외출 후 또는 비충혈 및 비루 발생 시 등장성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비강 세척은 상기도에 부착된 바이러스 입자와 염증 매개 물질을 물리적으로 배출시켜 부비동염 및 하기도 합병증으로의 이행을 효과적으로 방지합니다.

 

-장-폐 축을 강화하는 식이 요법: 장내 미생물의 단쇄지방산 생성을 돕는 수용성 식이섬유(귀리, 버섯, 해조류 등)와 발효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반면 고지방·단순당 중심의 식단은 장내 유해 대장균을 증식시켜 폐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감염기에는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호흡기 안정 약차(藥茶) 활용: 초기 인후 통증과 마른기침에는 항염·거담 효능이 입증된 도라지(길경)와 감초를 함께 달인 ‘감길탕(甘桔湯)’, 으슬으슬한 오한과 미열에는 파뿌리(총백)와 생강차를 따뜻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기 휴식과 점진적 활동 재개: 급성 발열기에는 고강도 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멜라토닌 분비와 T 세포 면역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며, 해열 후 점진적인 가벼운 산책과 복식호흡을 통해 폐활량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기는 단순한 계절성 질환을 넘어 인체의 면역 조절력과 점막 항상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장과 폐의 유기적 연결망을 회복하고 신체 본연의 기운을 북돋우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올바른 일상 관리를 통해, 거친 기침과 감염의 굴레를 벗어나 맑고 건강한 숨결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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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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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기침과 발열의 악순환 감기, 다중표적 면역 조절로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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