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7(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전재학2.jpg

교육은 한 국가가 미래 세대와 체결하는 가장 엄숙하고도 신성한 사회적 계약이며, 재정은 그 계약의 이행을 보장하는 최후의 물질적 담보라 할 것이다. 최근 재정 당국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산정 방식 개편 및 삭감 시도는 단지 예산 항목의 숫자를 조정하는 기술적·행정적 편의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한 사회가 지켜온 가치관의 후퇴이자, 국가의 미래를 ‘비용’의 틀에 좁혀 넣으려는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치명적 귀결이다. 교육재정을 한 해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단기적 지출 항목이나 시혜적 예산으로 치부하는 경제 논리가 마침내 국가백년지대계의 근간을 침식하는 것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삭감론자들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 예산도 기계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들으면 합리적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교육이라는 일종의 복잡계(Complex System)를 단지 ‘학생 1인당 투입 비용’이라는 조잡한 단순 산술로 환원하는 단견에 불과할 뿐이다. 
 
교육 현장의 재정 구조는 단순 소비재 공급 체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학교 재정의 60% 이상은 교원 인건비, 학교 건물 및 시설 유지비, 기초 운영비 등 학생 수의 증감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성·경직성 경비’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 수가 30명에서 15명으로 반토막 난다 해도 교실의 전등을 절반만 켜거나, 교사의 임금을 반으로 줄이거나, 학교 건물의 난방 면적을 반으로 축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될수록 소규모 학교의 비율은 높아지며, 이는 오히려 학생 1인당 행정·시설 운영의 단가를 상승시키는 재정적 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인구절벽이라는 시대적 위기 속에서 한 사람이 지니는 사회적·경제적 가치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한다. 산업화 시대의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의 집단적·공장형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최첨단 디지털과 AI 시대에 개별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개별화 교육’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미래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기초학력 보장, AI 기반 디지털 학습 인프라 구축, 기초과학 및 미래 기술 기반 습득, 특수교육과 다문화 교육, 고교학점제, 유보통합 등 고도화된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모두 집약적인 재정적 투입을 필수 전제로 요구한다. 이는 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야말로 오히려 교육에 대한 단위당 투입을 비약적으로 늘려야 하는 결정적인 골든타임이라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흥망은 지식 자본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의지와 정확히 궤를 같이했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게 된 유일한 동력은 사람에 대한 투자, 즉 교육이었다. 197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이후 지속되어 온 내국세 연동 구조는 정치적·경기적 외풍으로부터 공교육의 보루를 지켜낸 핵심 재정 기틀이었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 역시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학령인구 변화와 무관하게 교육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정부 지출 대비 교육 재정 비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 교육 선진국들은 저출생 위기 속에서 교부금을 줄이기는커녕 교사 1인당 학생 비율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멘탈 헬스 및 사회·정서적 돌봄 프로그램을 학교 재정으로 흡수하여 공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루어냈다. 
 
이제 교육교부금의 삭감을 결정하거나 이를 정책적으로 주도·방조한 행정가와 정치인들은 단지 한 해의 예산안을 조율한 관료로 평가받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미래 교육을 거부하고 이 나라의 교육 시계를 정체, 나아가 후퇴시킨 주역으로 역사의 법정에 기록될 것이다. 역사는 단기적인 재정 효율성이라는 명목 뒤에 숨은 정책적 통찰의 부재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스스로 교육의 사다리를 부수는 결정이 초래할 피해는 온전히 힘없는 미래 세대와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됨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이를 반드시 기억하고 냉엄한 평가를 남겨 잘못된 정책을 복원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전재학2.jpg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전체댓글 0

  • 4618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재학의 교육칼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남길 비극적 유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