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지정신의 현대적 재현
상지대학교 특성화기초학부장 최용석 교수
[교육연합신문=상지대 특성화기초학부장 최용석 교수]

상지, 뜻을 숭상함은 선비의 덕목이요, 자격이다. 선비가 실리를 버리고 명분을 따르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죽음 앞에서도 추호의 두려움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어질고 곧은 뜻을 숭상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인, 의, 예, 지, 신의 오덕을 고루 갖춘 전인격체로서의 선비는 근대사회가 시작되기까지 우리 민족의 지성을 대표했고, 실천의 준거가 되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선비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인간성 상실과 소외의 시대에서 정신적 지주가 될 만한, 실천적 사표가 될 만한 인품을 가진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선비를 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부정적 의견 또한 존재한다. 근대로 향하는 세계사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나라를 문약에 빠뜨려 버린 존재, 국권 상실의 위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파당의 쟁투에만 골몰하던 존재로 그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상지정신은 충효를 체로,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과 인의를 추구하는 선비정신 그리고 인의예지신의 오상을 용으로 하는 상지대학교의 건학철학이다.
상지라는 교명이 설립자 노암 김문기 박사에 의해 지어진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리고 그 건학 이념인 상지정신이 누구에 의해 제창된 것인지 모르는 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상지의 정신이 그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인의예지신의 덕목이 값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비정신이, 인의예지신의 오덕이 21세기 현대사회에 얼마나 어울리는가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느냐이다.
어떠한 사회, 어떠한 문명의 빛나는 전통도 현대에 맞게 재창조되지 않으면 박물관의 유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노암 김문기 설립자가 제창한 상지정신은 성현의 말씀이나 조상의 얼을 단순히 기념하자는 것이 아닌 까닭에 건학 당시인 1970년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도 곤란한 일이다.
우리 상지의 건학 이념이 21세기를 넘어 먼 미래에도 유효한 사상적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당대에 걸맞은 전통으로 늘 거듭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이거나 과거퇴행적인 것으로 상지정신을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자랑스러운 상지의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공동체의 중추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우리네 선비의 정신을 21세기 현대에 재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소명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이 말이 환기하듯 인의예지신의 올바른 뜻을 궁구하여 체득하는 것을 바탕으로, 당대는 물론 미래사회에까지 계승해 나갈 새로운 전통의 근거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이 상지의 건학이념을 이어받아 실천함으로써, 인격도야와 국제화 시대의 전문지식을 함양하고 체득하는 일은 상지정신의 현대적 재현의 도정에서 그 첫걸음에 해당한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