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25(금)
 

[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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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부산의 동쪽 끝자락, 푸른 바다를 품은 기장군의 한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노라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당장 학구내의 내년도 취학 대상 아동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서글픈 현실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강원도 두메산골이나 낙도의 외딴 섬마을 이야기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서도 매년 수십 개의 초등학교 학급이 줄어들며, 도농 복합 지역과 원도심을 중심으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추계 통계를 살펴보면 인구 절벽의 경사는 아찔할 정도다. 2023년 40만 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전국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수는 2024년 35만여 명으로 급감하더니, 급기야 20만 명대 후반까지 내려앉으며 3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부산의 사정도 결코 다르지 않다. 부산 시내 전체 300여 개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20명 미만인 학교가 40여 곳을 훌쩍 넘어 전체의 약 14%에 달하며, 이 중 10명도 채 되지 않는 초미니 학교만 20여 곳에 이른다. 기장군과 강서구 같은 도농 복합 지역은 물론, 영도구와 중·서구 등 원도심에 이르기까지 한 학급조차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충격파 앞에서 제시되는 대응책은 여전히 학생 수 기준에 얽매인 통폐합과 휴·폐교 등 구조조정 중심의 양적 접근에 머무르고 있어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학교는 통계표 위의 숫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지역사회의 구심점이다. 농어촌과 원도심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 순간 젊은 층의 유입은 원천 차단되고 마을 공동체는 급속히 붕괴한다. 재정 효율성만을 앞세워 교문을 걸어 잠그는 조치는 결국 지역 소멸을 재촉하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위기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관성적인 통폐합 유도가 아닌 발상 전환적인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우선, 주소 이전 없이도 도심에서 전·입학할 수 있는 '광역 자유통학구역'과 '도시형 교육유학제'의 전면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심 과밀학급의 갑갑한 교실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주소지 제한의 빗장을 과감히 풀고 교육청 차원의 거점 통학버스를 적극 지원한다면, 천혜의 자연환경과 쾌적한 공간을 갖춘 소규모 학교는 도심 학생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안 배움터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제공인 교육과정인 'IB(국제 바칼로레아) PYP'나 '해양·생태 몰입형 특색 프로그램'의 선제적 유치가 필요하다. 획일적인 교육과정 대신 질문과 탐구, 생태 체험 중심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입혀야 한다. 실제로 특색 있는 교육 모델을 도입한 소규모 학교에 도심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기 위해 찾아오는 '역유입 현상'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증명된 바 있다. 

 

나아가 인근 소규모 학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캠퍼스형 공유 학교(Co-learning Campus)'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일상적인 교과 학습은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살려 1:1 맞춤형으로 진행하되, 체육대회나 음악 합주, 체험학습 등 또래 관계 형성이 필요한 영역은 인근 학교들이 연대하여 공동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사회성 결핍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작은 학교의 고유한 생명력을 지켜낼 수 있다. 

 

흔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역으로 그 마을의 숨결을 이어가는 마지막 심장은 바로 학교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공동체가 존속할 수는 없으며, 획일적인 효율성의 잣대로 작은 학교들을 지워버린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 또한 메말라갈 수밖에 없다. 신입생 0명이라는 엄중한 경고음 앞에서,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작은 학교의 미래학교 전환'이라는 담대한 상생의 정책 결단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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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우

◇ 교육학 박사

◇ 부산 칠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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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신입생 0명'의 역설, 소규모 작은 학교를 '미래형 혁신 배움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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