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사설]
교육부가 주요 교육 사업 설명회 일정을 대학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불거진 갑질 논란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고질적인 관행이다. 교육부는 예산과 지원 사업을 볼모로 대학을 찍어 누르는 고압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대등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의 명운이 걸린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대학 측의 학사 일정이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통보했다. 대학 입장에서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속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줄기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가진 예산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기로 대학들을 길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을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교육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시급성과 효율적인 행정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할지 모른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대학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해 일정을 잡는 것은 행정적으로 현실 불가능하며, 신속한 정책 집행이 오히려 대학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주객이 전도된 관료제적 독선에 불과하다. 진정한 소통은 효율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시급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고등교육의 핵심 주체인 대학을 단순한 하급 기관이나 동원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돈줄을 쥐고 흔드는 교육부의 찍어 누르기식 행정이 지속되는 한, 정부가 공언해 온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규제 완화는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교육부는 제왕적 감독 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대학과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과 사업을 앞세워 대학을 통제하려는 관행을 타파하고, 사소한 설명회 일정부터 대학의 학사 일정을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교육부의 진정한 권위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율하는 성숙한 행정에서 나옴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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