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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육계의 민심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민심이 대폭발했다고 하고 민심이 매섭다고도 했다. 서로가 민심의 무서움을 보았다고 했다. 치열했던 선거이기에 어느 한 쪽은 선거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선거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대단했다. 선거를 이끌었던 여당지도부가 사의를 표명했다. 국정 기조에서도 인적쇄신을 한다고 한다. 국정쇄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선거를 통하여 민심을 확인한 결과이다. 교육에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민심은 무엇인가. 국가교육위원회는 4월 12일에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으로 ‘과도한 학벌주의’와 ‘대입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시장 확대 및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꼽았다.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학벌주의를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았다는 내용이다. 교육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2점이었다. 변화가 가장 시급한 교육 분야는 고교교육(46.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민심에 정부가 얼마나 발 빠르게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이다.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학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학교 현장에 얼마나 자리 잡았을까. 돌봄교실 확충과 늘봄전담사 인력 충원이 문제다. 돌봄교실을 겸용교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수업준비를 할 교실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술형 문항 폐지 및 교원 인권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어떠한가.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전국 초·중·고, 특수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교원의 능력과 전문성을 신장한다는 취지로 2010년에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교사노조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폐지를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깜깜이 평가, 보복성 평가, 교사 외모 평가를 비롯한 성희롱 등 부작용이 많다고 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교육적 효율성은 증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권침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분명하다. 교육개혁은 왜 구호에 그치고 있는가. 진정성 있는 교육개혁은 왜 성공이 어려운가. 교육에서 많은 개정과 쇄신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교육 현장과 함께 가지 못한 원인이 클 것이다. 교육 현장의 민심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한 원인도 있다. 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면서 현장의 의견수렴을 형식적으로 하면서 밀어붙이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한 교육 개혁은 힘들 것이다. 민심은 물과 같고 배는 물이 있어야 항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출에 의한 승진시스템과 보직으로의 전환, 교사 행정 업무를 대신할 충분한 인력 확보, 교사에게 평가의 자유, 교육과정 편성의 책임과 자유, 표현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를 통제하기보다는 학교와 교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가야 한다. 그것이 교육 현장의 민심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천안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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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파괴와 변화-'파리대왕'에 담긴 인간 본성의 철학적 고찰(산풍고괘)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대상전」에 산풍고괘를 보면 ‘바람이 산 밑에서 불다가, 산을 만나면 산을 휘돌아가면서 산의 모든 질서를 깨뜨린다.’고 되어 있다. 즉 바람ㅁ이 산을 휘돌아나가면 초목과 과실이 어지러이 흩어진다. 쇠락의 조짐이다. 이를 인간 세상으로 보면 아랫사람이 굴종하면 윗사람은 정체하니, 부패하는 세상을 말한다. 그러나 부패 자체에는 원시와 형통이 포함되어 있어서 거듭 변화한 다음에 질서로 돌아간다. 그래서 큰 내를 건너면 이롭다(移涉大川).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은 타락, 무질서, 파괴로부터 일어난다. 즉 썩어 문드러져야 비로소 진정한 일이 생겨난다. 혁명도 그러하다. 변화는 썩음, 파괴를 그 계기로 삼는다. ‘일’은 시(時)와 의(義)에 의해 나타난다. 시(時)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운명적, 종교적이다. 반대로 의(義)는 형이하학적인 것으로 우리 삶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시는 우연이, 의는 필연이 지배하는 것이다. 우연과 필연의 교착점에서 ‘일’이 만들어진다. 산풍고의 ‘고(蠱)’라는 글자도 그릇(皿) 속에 벌레(虫)가 세 마리(蟲) 들어 있다. 그릇은 생존할 수 있는 도구를 상징한다. 그것에 생존을 위협하는 벌레(독충)가 세 마리나 있다. 갑골문에 이 글자가 ‘저주’를 의미하는 이유다. 고괘는 부패와 파괴의 모습이다. 군자는 대중에게 리더십을 발휘하여 구체적인 사업을 대대적으로 감행하여야 한다.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54』에는 산풍고괘가 말한 무질서, 혼란, 파괴, 타락 등의 환경에 놓인 무인도에서 15소년이 겪는 갈등과 해결 방안을 이야기로 풀이한다. 즉 이 소설은 영국 소년들이 핵폭탄이 터져 영국 전역이 초토화 되어버린 상황에서 비행기가 추락하여 15명의 아이들만 무인도에 남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동인물인 랄프와 반동인물인 잭의 갈등이 주요 화소(話素)를 이룬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존재 양식적 삶을 지향하고 크로머는 소유 양식적 삶을 지향하듯이, 랄프는 존재 양식적 삶을, 잭은 소유 양식적 삶을 지향한다. 무인도의 소년들은 투표를 통해 가장 성숙해 보이고 잘 생긴 랄프를 대장으로 선출하고, 랄프는 성가대원을 이끌던 잭을 이인자로 포섭한다. 랄프는 나름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나가는 배들에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불을 피우자고 제안한다. 소년들은 피기의 안경을 햇빛에 반사해 불을 피운다. 그러나 불은 잘못하여 정글까지 퍼지게 된다. 소년들은 심기일전하여 오두막과 봉화를 짓는다. 잭은 열심히 무인도를 탈출하려 애쓴다. 한편 잭은 돼지 잡는데 온 신경을 쓴다. 하지만 해변에 피운 불을 감독하는 임무를 소홀히 한다. 지나가던 배가 구조 신호를 못보고 지나치게 만든다. 그 일로 랄프와 잭의 사이가 벌어져 갈등이 시작된다. 한편 소년들은 산 위에서 짐승을 보았다는 악몽을 꾼다고 호소했다. 랄프와 잭은 산을 수색한다. 랄프 일행이 짐승의 그림자를 보고 기겁한다. 서둘러 무리에서 돌아온 후 잭이 랄프는 겁쟁이라며 놀린다. 이어 새로운 대장을 뽑자고 제안한다. 이후 무리는 분열한다. 잭은 돼지 사냥을 통해 얻은 고기를 미끼로 랄프 편에 선 소년들을 빼내오기 시작한다. 잭의 무리들은 야만인들처럼 얼굴에 돼지피를 칠하고 창을 들고 불 주변을 도는 광기어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소년들은 이에 동조한다. 한편 사이먼은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정글 깊숙이 탐험한다. 그러다가 산언덕에서 조종사의 썩은 시체와 낙하산이 바위에 매달려 있는 기괴한 형상을 목격하게 된다. 공포로 넋이 나간 상태에서 환상을 보게 된 사이먼. 그 앞에 파리대왕이 나타나 인간은 절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며 비웃는다. 잭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한다. 랄프 일행을 습격한다. 피기의 안경을 훔친다. 이 일을 계기로 서로 싸우게 된다. 결국 피기가 절벽으로 떨어진다. 홀로 남겨진 랄프는 잭의 일행에게 쫓기게 된다. 잭은 랄프를 잡기 위해 섬 전체에 불을 지른다. 섬을 덮친 대화재를 목격한 해군이 섬에 상륙한다. 무인도의 소년들과 조우하게 된다. 모두가 오열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는 제 1, 2차 세계대전에서, 전 인류의 역사를 통해 목격한 인간의 숨겨진 사악한 내면을 소년들이 조금씩 야만인같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파리대왕’은 막연한 공포, 내재된 익명성을 상징한다. 인간의 생존 욕구가 인간을 가장 쉽게 타락시키는 심리적 기제임을 고발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도 전쟁이나 학살을 벌인 지도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논리도 다름 아닌 생존이다. 생존 본능이 양심을 누르는 순간부터 악은 그 본능을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즉 범죄를 용인하는 사회가 펼쳐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주역』에서는 ‘진민육덕(振民育德)’이라 했다. 진민(振民)은 사회적 사업, 그러니까 구제사업이다. 육덕(育德)은 개인적 내면의 진실을 쌓는 사업이다. 진민은 외적인 것, 육덕은 내적인 것을 함께 해 나가는 것만이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썩어야 혁명이 일어난다. 일이 생긴다. 혁명이 일어나야 일시에 새롭게 바뀐다. 총이나 칼로 일어난 혁명은 부질없다. 인간의 의식이 변화되는 혁명이라야 한다. 그래야 그 혁명이 오래간다. 그렇기 때문에 ‘진민육덕’이다. 외부적으로 대대적인 구제사업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 개인들의 의식이 변화되도록 힘써야 한다. 산풍고의 ‘고(蠱)’라는 글자는 ‘고혹’이라는 단어와 같이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는 의미다. 마치 요즘의 마약처럼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드는 독충이다. 그릇에 독충이 세 마리나 들어가 있다. 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데, 그 독충도 함께 먹는다. 병에 걸리거나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마약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증상과 유사하다. 이런 유혹에 빠지면 파괴, 저주, 혼란, 무질서가 득세하여 썩어 문드러져야 끝이 난다.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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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호랑이 꼬리를 밟는 행위–'안나 카레니나'와 안수등정(천택리괘)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삶에서 종종 작은 노력이 큰 성취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천택리괘의 철학은 우리가 열망을 추구할 때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상전」에 천택리괘를 보면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연못이 있는 모습’이다. 하늘은 건괘라서 호랑이를 뜻하고, 아래에 있는 연못은 기쁨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즉 호랑이를 머리에 이고 기쁘게 따라가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것은 이상을 향한 우리의 열정을 나타낸다. 또한 미지의 신성에 도전하는 모험 같기도 하다. 이상을 향한 꿈의 도전은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서 있으면 그저 땅 위일 뿐이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 사회원들의 조심스런 실천(밟음)을 통해서만 사회는 안정된다. 그런데 조심스레 밟아 나가도 호랑이 꼬리를 밟을 때가 있다. ‘안수등정(安樹藤井)’이라 했다. 미친 코끼리에게 쫓겨, 우물에 빠지는 순간, 등나무 덩굴을 잡고, 추락을 모면하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위에서는 코끼리가 씩씩대고, 밑에서는 뱀들이 우글거리고, 중간에는 쥐들이 나무 덩굴을 갉아 먹고 있다. 그때 어디선가 꿀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꿀맛에 취해서 입을 벌리고 그 꿀을 받아먹는다. 달콤한 꿀에 취해 모든 상황과 고통을 잊어버린다. 이게 인간이다. 이런 ‘안수등정(安樹藤井)’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문학작품을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썼다. 바로 『안나 카레니나』 다. 안나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안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무미건조한 성격의 카렌닌에게 시집을 가 8살 난 세료자라는 아들을 두고 산다. 그들의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을 중시한 결혼이었다. 나이 차이뿐만 아니라 성격 차이도 그들의 결혼 생활을 불행하게 했다. 안나는 매력적이고 저돌적인 귀족 청년 브론스키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유부녀의 사랑은 그 자체로 이미 불길한 전조를 띠고 있었다. 안나는 아들을 포기하는 것으로, 브론스키는 군대를 떠나는 것으로 그들은 불륜의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사회는 인습적으로 자유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생활을 했고, 안나 역시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방 귀족으로 사교계의 청년과는 거리가 먼 레빈은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키티를 사랑한다. 하지만 키티는 브론스키에게 빠져 레빈의 청혼을 거절한다. 이에 실망한 레빈은 시골로 내려가 농민들을 계몽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펼치지만 키티에 대한 사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이혼조차 해주지 않는 남편과 사교계의 배척으로 안나와 브론스키는 괴로움을 겪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브론스키와 안나에게 상처를 입은 키티는 레빈의 진지한 사랑을 받아들인다. 이탈리아 여행도 지겨워질 무렵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의 정열이 점차 식어간다. 이때 브론스키는 젊고 예쁜 소로키나와의 연애를 하게 된다. 안나는 브론스키의 말과 행동을 의심하며 괴로워하고 점차 우울증에 빠진다. 브론스키와의 첫 만남의 장소였던 기차역으로 가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안나 카레니나』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사랑 이야기가 서로 대조되며 전개된다. 하나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키티와 레빈의 행복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전자는 에로스에서 타나토스로 이어지는 불행한 로맨스다. 이들에게 사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인 것처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후자에서의 사랑은 아름다운 한 편의 시이며, 건전한 사랑의 모델이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정열의 과잉에서 생겨난 이기적이고 수치스런 사랑으로 결국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톨스토이는 그들의 사랑보다는 고통에서 행복으로 이어지는 키티와 레빈의 사랑을 이상적인 사랑으로 제시한다. 사랑은 많은 신비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들만의 사연과 사랑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누구의 사랑이 아름답고 누구의 사랑이 추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름 고통의 용광로를 거치면서 성숙해지고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스의 시인인 에우리피데스는 ‘사랑은 가장 달콤하면서도 가장 쓰라린 것’이라 했다. 안나가 처음으로 느낀 사랑은 자기 영혼의 구원자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바뀌었다. 안나는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랑에 솔직했으나, 그녀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이었다. 금지된 사랑은 매혹적이지만 언제나 치명적이다. 금지된 불륜은 파멸과 죽음을 경고하는데, 그럴수록 매혹의 힘은 강해진다. 사랑은 죽음을 불 지피고, 죽음은 사랑을 완성한다. 안나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여성이다. 안나의 사랑에서처럼 있을 수 없는 사랑은 없다. 다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있을 뿐이다. 7080시대 양희은의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주인공 안나의 비극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에서 비롯된다. 자기보다 20살이나 나이가 많은 남편과 사랑의 감정 없이 결혼했다. 이 과정이 호랑이 꼬리를 밟는 행위인 것이다.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 했다. 이는 『시경』에 있는 말인데, ‘살얼음을 밟듯 언행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우리의 속담에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다. 인생길을 별것 아니라고 자만하지 말고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스레 밟아나가다 보면 호랑이 꼬리를 밟는 일이 있더라도 호랑이를 머리에 이고 기쁘게 따라가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천택리괘는 상천하택의 모습, 즉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연못이 있는 형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성들이 모두 자기 위치에서 자기의 뜻하는 바를 올바로 실천해 나가면 사회는 안정된다. 우리는 살면서 마치 호랑이 꼬리를 밟은 듯 자책할 때가 있다.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망치거나 가지 말아야 할 회사에 들어갔거나 잘못 투자해서 큰돈을 잃거나 반드시 잡아야 할 인연을 놓쳐버렸을 때 스스로를 자책한다. 천택리괘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았어도 호랑이가 물지 않으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호랑이 꼬리로 봤던 일이 사실은 호랑이 꼬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에게도 극적인 희망은 있는 법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처럼. 지의 자리와 천의 자리는 무대의 배경이 되므로 여기서는 인의 자리를 보자. 63효사를 보면 설치고 장담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기꾼들이다. 사기꾼들에게 호랑이 꼬리를 밟게 된 것이다. 위기다.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까? 바로 신중함과 발 빠른 행동이다. 자기가 스스로 떠 안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현명한 대책을 강구해서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착한 삶보다 현명한 삶이 더 좋은 것이다. 대개 착한 사람들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의 희생자가 된다. 착한 것이 악한 것보다는 좋을지 몰라도 자신의 착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되고 자기로 인해 친구들, 가족, 친척에까지 해를 끼치게 되는 일이 많다. 착해지려 하기보다 현명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사기꾼들은 착한 사람들을 먹이로 생각한다. 필자도 사기당한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사기꾼한테 속아 주식투자를 했다. 실패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후 발생하는 후폭풍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한다. 가족의 분열, 직장의 실패, 나아가 내 자신의 인생까지 그야말로 핵폭발급 해악이 뒤따라 온다.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이다. 고민하다가 아버님을 찾아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아버님은 필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산행이나 하자며 필자를 보문산으로 데려갔다. 함께 산행하던 중에 아버님이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한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돌부리에 걸려 두 번 넘어지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필자는 아버님 뒤를 따라 걷다가 옆에 있는 소나무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 그 후 주식투자를 끊었다. 아버님의 말씀이 호랑이 꼬리를 밟은 필자를 빠져나오게 한 것이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안수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천택리괘를 보면서 그런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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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삶을 위한 학교’로의 학교철학의 제고(提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인간은 살아가면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라는 배움(교육)의 과정을 거친다. 각 과정은 고유의 역할을 존재의 사명으로 간직하며 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여기서 각 교육기관의 ‘존재의 사명’은 곧 그 기관의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통칭하여 ‘학교철학’이라 부른다. 곧 학교철학은 학교의 고유한 사명을 일컫는 말이며 이는 유아의 세계를 대표하는 ‘놀이의 세계’에서 성인의 세계인 ‘일과 직업의 세계’로 나아가는 준비단계인 것이다. 학령 전 아동기, 즉 유아기에는 유치원이라 지칭하는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거치는데 이는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동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유아들은 놀이하면서 자라고 놀이를 통해 배우게 된다. 그만큼 노는 것은 유아기의 중요한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유아는 놀이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놀이와 함께 살아가고 배우는 과정에서 점차 나이를 먹게 되고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성인의 세계를 향한 사회적 역할을 가르치도록 위임을 받게 되고 그 속에서 일과 직업의 전문적 세계를 준비하는 위대한 사명을 안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는 필연적으로 ‘문화 충격(culture shock)’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일 뛰어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성인이 될 준비 즉, 일과 직업의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이고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아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숭고한 사명을 갖게 된다. 이런 논리는 19세기 독일의 박애주의 시대부터 학교의 기본 과제로 채택되었다. 따라서 독일을 비롯한 오늘날의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들은 이러한 학교교육의 철학을 준수하는 교육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잠시 학교의 단계별 과정을 보자. 초등학교는 놀이의 단계를 대표하는 유아의 세계에 더욱 밀착하게 되고 고등학교는 일과 직업을 향한 성인의 세계에 더욱 밀착하게 된다. 따라서 그 중간단계인 중학교 교육은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찍이 놀이의 세계로부터 성인의 세계로 가는 중간의 중학교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우리가 다시금 중학교 과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근거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일과 직업의 세계’를 위한 ‘사회적 역할(social role)’을 충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이를 위해 존재의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즉,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삶의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학교철학이자 학교의 사명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교육을 보자. 이러한 학교교육의 목표에 얼마나 충실하게 다가서고 있는가? 학교가 놀이의 세계에서 일의 세계로 사회화를 위한 연착륙을 얼마나 충실하게 도와주고 있는가? 역할놀이에서 전문지식을 터득하도록 전환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할 역할, 예컨대 직업인으로서의 역할, 어머니로서의 역할, 아버지로서의 역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 경제인으로서의 역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 문화인으로서의 역할 등등을 제대로 학습시키고 있는가? 학교교육의 역할, 즉 학교철학은 이제 다시금 제고(提高)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으로의 일방적 교육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이는 곧 출세와 성공지향을 위한 뿌리 깊은 교육가치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벌타파를 위한 강력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시민의 육성은 말로만 그치는 구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숭고한 학교철학을 드높여 그 속에서 누구나 단계별 학교 과정을 통해 즐겁고 만족스럽게 배우고 경험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행복한 전문인의 삶을 준비하는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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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살아있는 자기주도형 인간으로 가는 교육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산업혁명의 여파로 우리는 교육에서도 생산라인 이론을 물려받았다. 마을 중간에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있는데 그 안은 똑같이 생긴 수많은 방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방에는 책걸상이 줄지어 놓여 있다. 종이 물리면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 30명과 함께 이 교실들 중 한 곳으로 간다. 매시간 어떤 어른이 교실로 걸어 들어와서는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그들 중 한 명은 자국의 형태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른 한 명은 인류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한다. 세 번째 사람은 인간의 신체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런 교육 모델을 비웃기는 쉽다. 그리고 이 모델이 과거에는 성취가 어떠했든 이제는 파산했다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쓸 만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398쪽-399쪽)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오는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의 쓸 만한 대안’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유발 하라리는 전례 없는 혁명적 변화 시기에 직면하여 2050년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의 몸과 뇌와 정신을 공학적으로 개조할 수 있게 된 이상 확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아이들이 배우는 것 대부분은 2050년이면 소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내용과 거리가 먼 것이 바로 ‘더 많은 정보’이다.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친다. 필요한 것은 정보 이해 능력과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다. 늘 낯선 것이 새로운 기본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처해야 한다. 현대 사회 삶은 반복되는 일상, 스트레스, 돈, 경쟁과 비교로 힘겨운 몸부림을 한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나’는 찾을 수 없기에 허전하기만 하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들지?’라는 의문이 들 때 ‘사는 게 원래 힘들어’라는 진솔한 말이 오히려 위로를 준다. 달콤하고 허망한 위로보다는 고통과 괴로움을 직시하는 진실한 위로가 필요하다. 진실한 위로를 해주는 어른과 학교와 부모가 없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자기주도성은 능동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적이고 선택을 스스로 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은 산업형 껍데기 인간을 양산할 뿐이다. 자신의 주도로 결정한 것이 없기에 열정과 책임감이 솟아나지 않는다. 민주주의 발전은 능동성과 책임감이 있는 시민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발적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나침반을 갖고 인생을 여행할 수 있다. 한국교육은 아직도 개성의 실현보다 성공과 부에 치중하고 있다.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잠재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답을 잘 하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에서 질문을 잘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해 정도와 인식의 한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인간은 인간다워지기 위해 사유해야 한다’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명제를 교육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 살아있는 자기주도형 인간만이 미래를 주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천안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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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이 시대 우리 교육의 최우선 과제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누구나 각자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가장 듣고 싶은 소리, 행복한 정서(情緖)를 유발하는 소리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중⋅고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재잘거리는 소리, 왁자지껄 환호와 아우성은 이제 정겨움을 넘어 특별한 의미와 감응을 유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최근 3년여의 기나긴 코로나19 위기로 격리와 소외의 시기를 지나고 미래 국가의 소멸로 가는 초저출산의 시대를 살면서 생명력을 드러내는 소리가 더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는 세상의 그 어느 소리와 비교할 수 없는 경외(敬畏)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 접어들면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생생한 소리가 멈춘 지 꽤 오래 되었다. 갈수록 공동화(空同化)되어 가는 시골의 주택들은 겨우 흔적만 남아 앙상한 겨울나무를 보는 듯하다. 어쩌다 어디선가 아동들의 소리가 들려오면 한참이나 멈추어 지켜보게 되고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흠뻑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 순간 인간의 존엄과 고귀함을 찬양하는 시심(詩心)의 동행은 그리 어렵지 않은 정서가 되었다. 그뿐이랴. 주택가 인근을 걷다보면 어린이집에서 산책 나온 유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인솔하는 보육교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선창을 하면 그에 따라 고저장단을 맞추어 응답하는 아동들의 합창 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는 이 시대에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되고 있다. 2018년 0.98명 이후 1명 이하로 떨어진 출생률은 현재 0.7~0.6명대로 하향되어 모두가 우려하는 미래의 세계 최초 국가 소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유치원 아동들의 활기찬 놀이와 교육활동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제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다가온다. 천진난만한 아동들의 즐거운 표정에서 나오는 소리에는 무엇보다도 아직은 누가 1등인가를 재고 판단하는 살벌한 경쟁이 없다. 그저 놀이가 좋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맘껏 발산할 뿐이다. 이를 보면서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을 만든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그렇게 성장하길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운동장과 부속 체육 시설에서 들려오는 아동들의 환성과 아우성 또한 또 다른 종류의 생명의 근원이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활력을 키우고 성장을 촉진하는 증거다. 각종 체육 활동과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활기찬 운동장은 친구들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대표한다. 그곳에는 꿈과 끼를 키우고 공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쁨과 건강이 넘친다. 누가 그들을 거두어 교실에 가두고 입시공부에만 전념하라고 할 것인가. 하지만 현실은 어둠의 터널에 깊숙이 들어서 있다. 최근 초등학교 예비 의대반이 운영되고 일찍부터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며 국⋅영⋅수⋅예체능 사교육에 빠져들고 있다. 정규 교과시간 이후에 숨 쉴 여유조차 없이 이동하며 파김치가 되어 가는 아동들의 얼굴에 핏기가 없고 웃음이 멈춘 지 오래다. 유아 시절에 그렇게 인사를 잘하던 아이들이 상급 학교로 커가면서 이웃어른을 만나도 시큰둥하고 남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오직 공부에 매달려 어떻게 하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의대에 가고 취업을 잘 할 것인지에 관심과 걱정만 있을 뿐이다. 우리 교육은 전국의 학교마다 최첨단 과학기술에 접목하는 에듀테크(Edu-tech)와 이제는 일상에서 땔 수 없는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압도하는 챗GPT 기술은 질문 하나로 학습을 해결할 정도다. 모두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에 의해 비인간화를 심화시키는 냉정한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유일하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부대끼는 최상의 시간이 바로 놀이와 체육 활동이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아동들의 순수하고 즐겁고 행복한 소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정겹고 세상 어느 것보다도 관심과 애정이 가는 것이다. 이는 주입식 지식교육과 공부가 가져다주는 행복보다 훨씬 우월하다.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자연스럽게 맘껏 외치는 소리를 키우는 교육정책은 이 시대 최고이자 최우선 과제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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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육의 소명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이다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어느 초등학교 3학년생의 절절한 사연을 들어보자. 그는 친구들과 함께 부모들이 이끄는 학교 탐방에 얼떨결에 참여했다. 그런데 드넓은 어느 대학교의 육중한 교문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담임교사에게 보내어 여기가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나중에 여기 오려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친구들을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으로 수능 과목들, 특히 고급 수학을 배운다는 사실도 말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머리 아파하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자, 이것이 더하거나 뺄 것이 없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이런 과정을 위해 아이들을 1년이라도 먼저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는 과연 진정한 부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 우리는 악몽을 꾼 것 같다. 이상(理想)적인 교육을 말하나 현실은 결코 이중적인 태도에 박수칠 수 없다. 아직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만 5세의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그 후유증이 불을 보듯이 명확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잔인한 것인가. 그들이 자유롭게 놀며 행복할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박탈하려는 중대한 범죄를 모의하는 것과 같다. 아동학대치고 이런 잔인함이 세계 어느 나라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한국은 결코 행복한 선진국, 정상적인 교육 국가가 아니다. 현대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68혁명을 치르며 ‘경쟁은 야만’임을 강조했고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 없는 학교와 꿈과 끼를 키우며 아동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학교 만드는 데 교육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런 환경이 형성된 독일에서 자란 어느 재한 독일인 방송인은 “고등학교 시절이 매일매일 축제의 분위기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이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는 우리나라 젊은이들과는 완전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헬조선’과 ‘이생망’은 당연하지 않은가. 세계 최상위권의 청소년 자살률을 보라.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도 과연 이게 행복한 나라, 선진국의 모습인가. 이런 전반적인 냉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일부만의 사실이라고 우길 것인가?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의 유, 초등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볼 때 우수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우수한 교사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교육복지가 어느 정도 실현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 첨단 교육시설과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교 교육의 혁신도 일정한 공헌을 한다. 문제는 이제는 드러내놓고 ‘초등학교 의대반’ 처럼 입시에 몰입하는 초등학교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대학입시에 매몰된 우리의 고교 교육은 거의 졸도 상태이며 대학 교육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한참 뒤처져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최우선의 교육 정책은 무엇인가? 그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북유럽처럼 ‘행복’ 교과의 운영을 제도화해서라도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마디로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집단지성을 배우고 미래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 행복한 민주시민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중등 학교에 교부되는 교육재정은 본래 교육의 목적을 위해서 충실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중등 교부금을 돌려 대학 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교육에의 거시적인 국가의 안목과 투자는 이것저것 재느라 엄두도 못 내면서 말이다. 이제는 교육 관료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의식혁명, 교육 가치의 절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학벌 사회의 노예로 고통스럽게 살기보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어른들도 행복하다. 어려서부터 행복을 경험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통해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지향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교육 정책은 케케묵은 입시 위주, 학벌을 쌓기 위한 교육을 폐기하고 디지털 대문명의 변화에 따른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행복한 세대로 키우는 것이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잊지 말자. ▣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現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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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성장을 보는 기쁨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충청지역을 연고로 하는 한화야구단을 응원하는 응원단은 ‘보살’이라고들 한다. 역전패를 자주하는 팀. 연패를 거듭해서 속이 뒤집어지는 팀. 최약체 꼴찌의 상징. 그런 야구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래도 그들은 한화가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응원한다. 그런 한화가 언젠가 18년 만에 8연승을 하자 한화팬들은 격한 감동을 했다. 충청남도학생교육문화원에서 여름방학 기간에 교사들이 모여서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분야에서 5일 동안 연수를 했다. 연극팀에서 뮤지컬 노래 발표날에 환갑이 넘은 교사가 전날 아픈 몸을 이끌고 켓츠(Cats)에 나오는 ‘Memory’를 노래했다. 가끔 음이 끊기고 힘겨워했다. 암 투병을 이기고 아픈 몸으로 환갑이 넘은 나이에 연수에 나와서 노래를 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100미터를 10초 안에 뛰는 선수도 감동이지만 첫발을 딛고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도 감동이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힘겹지만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학습 프로그램을 함께 수행하는 모습도 감동이다. 유치원에서 자기 자식이 귀엽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힘겹고 약한 상태에서 비틀거리면서도 작은 성취를 이루는 모습은 항상 감동을 준다. 동물 새끼들은 모두 귀엽다. 그들은 항상 호기심이 가득하고 몸짓 하나하나가 배움의 연속이다. 학생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라는 둥지에서 조금씩 성장을 해 나간다. 병아리처럼 약한 몸을 가진 학생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조금씩 성장을 해 나간다. 천방지축으로 좌충우돌하던 아이가 의젓해진다. 학생 성장에 자신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느낄 때 교사도 부모처럼 키우는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생명체는 약한 존재로 태어나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고 이에 성취감과 기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칭찬을 해주면 더욱 좋아한다. 교사 자신도 연수나 독서를 통하여 성취감을 느끼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모르던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더듬거리며 피아노를 치거나 뮤지컬 노래를 배우거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기쁨을 준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가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교사도 성장하고 학생도 성장하는 학교는 아름다운 감동의 꽃밭이다.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옮겨 본다. 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기진맥진 지친 울새 한 마리둥지에 다시 넣어 줄 수 있다면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김홍제◇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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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성장을 보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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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평생 꺾이지 않는 "제자 사랑"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자] 38년 전부터 부산의 교사들을 중심으로 우리들의 제자는 우리들의 손으로 돕자는 아름다운 몸짓들이 이어져 내려오는 단체가 있다. 바로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다.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는 1985년 설립돼 40여 년을 지속해온 비영리 단체로 정직, 사랑, 봉사, 감사의 정신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초, 중, 고, 대학생에 대한 장학 사업과 사회교육 사업 및 사회 일반의 공익에 봉사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1985년 당시, 박봉의 월급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단돈 100원이라도 아껴서 우리 제자를 돕고자 했던 그 정신은 현재 교권 침해, 학교폭력 등으로 얼룩진 교단에 한 줄기 아름다운 빛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누계 회원이 7200명에 달하고, 장학금 지급 누계 지급액이 6억 8천만 원으로 매년 상,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장학생을 선발·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한 장학생 수는 597명으로, 그들 중에는 대학교수, 부부 검사, 의사, 교사, 세무사, 중견 회사원 등 사회 각계 각 층에서 사회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현재 장학회 회원으로 매달 후원금을 지원해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선순환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장학금 지원 대상을 공교육의 입문기 시기인 초등학교 때부터 그 대상을 확대 초, 중, 고, 대학교 등 전 학교급별로 실시하고 있어 그늘진 교육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산의 학생들에게 촘촘하고 따뜻한 온기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19일에는 부산 공무원 연금공단 W웨딩홀에서 5대 백선근 이사장, 6대 이신련 이사장의 이·취임식이 거행됐다. 이 자리에는 명예이사장인 하윤수 부산광역시교육감, 강재철 부산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중묵 부산광역시의회 부의장, 송숙희 부산광역시 여성 특별보좌관, 신정철 부산광역시 교육특위 위원장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서 한마음장학회의 발전을 기원했다. 한마음장학회는 1대 김상순 이사장, 2대 송수복 이사장, 3대 여인천 이사장, 4대 권해성 이사장, 5대 백선근 이사장 현재 6대 이신련 이사장과 25명의 대의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연 4회의 신문 발간과 연 2회 장학생 선발∙지원, 부산초등교장협의회와의 협약에 의한 부산초등교육 지원 활동 등 38년을 이어온 긴 시간 동안 회원들의 애정이 어린 마음과 격려는 흔들리지 않는 등불과 같다. 특히 교사로서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직 후에도 제자 사랑을 끊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퇴직 교사들은 요즘 사회의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하루 100원 이상 절약한 후원금으로 어려운 학생과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랑의 실천 운동 단체인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는 이제 부산의 교사들뿐만 아니라 많은 부산 시민들의 동참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날갯짓을 더 크게 펼쳐보려고 한다.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는 뜻을 같이할 사람들의 많은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051-516-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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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사단법인 한마음장학회…평생 꺾이지 않는 "제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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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소송은 폭풍우 치는 바다다(천수송)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대상전에 천수송괘를 보면 ‘하늘이 위에 있고 물이 그 아래에 있는 모습이다. 이런 형국에서 천과 수는 가는 방향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필자는 소송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폭풍우 치는 바다’라고 했다. 이 은유에서 바다는 갈등이나 분쟁을 나타내고 파도는 법적 또는 개인 전투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도전과 장애물을 나타낸다. ‘폭풍우 치는 바다’가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할 수 있는 것처럼 소송이나 다툼은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우여곡절이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 기쁨은 잠시고, 모두가 경쟁자인 전쟁터로 가는 폭주 기관차를 탄다.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투고 산다. 다툼은 대개 말(언어)에서 생긴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말을 아끼며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필자는 언어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초자연적 본체로 물체에 붙어 그것을 보살피는 힘으로 다가온다. 또한 언어는 자연 그 자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햇빛을 받으면 반짝거리고, 습한 곳에서는 썩기도 한다. 그것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때론 분노하고 때론 흐느낀다. 동학농민전쟁을 다룬 글을 읽다 보면 거기에 쓰인 활자들이 일제히 일어서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언어를 사용할 때 정령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값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언어가 당신의 본질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더러운 쓰레기더미 위에 자신을 내던지는 꼴이다. 보다 품위 있고 절제된 언어 사용을 바란다. 필자는 영혼과 육체과 정신이 삼위일체가 된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러나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분쟁과 소송이 일상화되어 있다. 서로 마음을 터 놓고 말하면 쉽게 해결될 일도 어렵게 소송을 준비해서 그 승패로 울고 웃는 코미디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 교실에 70여 명 정도가 있었다. 그것도 오전반, 오후반 하면서 학교에 갔다. 학생들이 많으니 제한된 공간 안에서 친구들끼리 싸움도 잦았다. 그래도 싸우고 나면 서로 사과하며 더 친해지기도 했다. 요즘에는 가벼운 싸움에도 송사를 벌인다. 학교폭력위원회에 넘겨 먼저 서로를 떼어 놓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서로 얼굴도 못 보게 하면 내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크게 보인다. 그러면 화해는 어려워진다. 무조건 법대로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법은 인생에서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 요즘에는 법이 최고다.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한다. 따뜻한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다. 층간 소음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대로 하기 전에 먼저 소통하면 의외로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술 한잔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아량이 없다. 사람이 많아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되다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량은 멀리 떼어두고 법이라는 도구가 만능키가 되어 버렸다. 쟁송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자신의 인생길은 물론이고 자신의 철학까지도 바뀌게 된다. 재판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은 『소크라테스의 재판 (Scorates against Athens)』일 것이다. 기원전 399년에 열린 철학과 정치 사이의 비극적 대결이었던 ‘소크라테스의 재판’의 충격적 장면은 고희를 넘긴 노쇠한 철학자가 “국가보다 우선하는 신의 도덕적 법칙을 버리느니 차라리 국가에 불복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함으로써 죽음을 맞는 장면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은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가,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또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 정치적 의무의 근거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가,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불러온 논란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국가의 잘못된 체제와 사회 관습을 끊임없이 비판했던 소크라테스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철학적 사명과 신념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인류사에 ‘시민 불복종’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며 그 첫 씨앗을 뿌렸다. 17세기의 존 밀턴에서 19세기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세기의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도덕적인 자연법에 거스르는 국가의 법에 맞서 대항한 이들은 또 다른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Der Prozess)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이란 작품은 왜곡된 법체계를 드러낸다. 먼저 『소송』(Der Prozess)을 보면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재판을 받게 된 남자 요제프 K는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비참하게 처형당하게 된다. 이는 공정하지 못한 법 제도가 법조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과 정해진 규칙이나 절차가 없는 법 제도의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법 제도가 공정하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요제프 K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생의 이유와 목적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는 사실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불시에 태어나 인생살이가 시작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왜?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현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다가오지 않았다. 오직 현재만이 살아 있음으로 변화가 가능하니까. 다음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판사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해 천상 법정에서 다음 여정을 위한 심판을 받는 내용이다. 피숑은 살아 생전에 잘못한 일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검사 베르트랑은 ‘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등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추어낸다. 작사모시(作事謀始)라고 했다.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그 시작을 잘 헤아려 싸움이나 쟁송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골치가 아프고, 일반인들은 법 조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고생한다. 카프카의 『소송』에서도 말하지 않았는가.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인생의 이유와 목적을 빨리 알아야 한다고.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에서는 한 술 더 떠 잘못이 없는데도 ‘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등을 덧씌워 죄를 심판받게 하고 있잖은가. 우리가 인생을 진지하고 성실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천수송괘의 효사(上9)에 보면 ‘송사를 치열하게 진행시켜 얻은 승리의 관복은 하루 아침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이나 빼앗기고 말 것’이라 했다. 송사로 얻는 것은 나의 생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소송은 폭풍우 치는 바다다. 폭풍우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천수송괘는 아무쪼록 송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신중을 다해야 한다는 소중한 지혜를 주고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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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소송은 폭풍우 치는 바다다(천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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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청소년들, 어떤 느낌이 들었나?
- [교육연합신문=임선아 학생기자]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대한민국에서 8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총 12일간 진행된 후 폐막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이후 처음으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이다. 영국, 미국, 벨기에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잼버리 대회 준비 과정에 있었던 미흡함과 진행 중에 발생했던 각종 사건사고들을 보도하며 그 책임 소재를 가리고자 하고 있다. 실제 잼버리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한국 스카우트 대원인 노OO 양은 "잼버리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 "외국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만남이었으나, 시설과 환경의 열악함, 그리고 뜨거운 더위는 견딜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마지막 날 보았던 K-Pop 콘서트도 인상적이었지만 외국인 스카우트 대원들과 벌였던 춤판, 그리고 장기자랑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경복궁과 남산타워 등 여러 관광 명소들을 방문하고 있는 여러 스카우트 대원들의 얼굴에 띄워진 환한 표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 열린 이번 세계잼버리대회는 분명 수많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 됐을 것이다. 세계잼버리대회는 결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열리는 행사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 종교, 문화를 초월해 우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드는 청소년들의 행사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청소년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이 행사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 의의를 충분히 느끼며 의미 있는 12일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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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청소년들, 어떤 느낌이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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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송파구를 달리며 가을을 맞이해요!"
- [교육연합신문=정예원 학생기자] 아직 더위가 한창이지만, 어느새 절기상 여름을 지나 가을의 문턱에 와있다.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며 서울 송파구에서는 러닝 행사 'Style Run With Songpa-gu'를 개최한다고 한다. 스타일런은 롯데백화점이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마라톤 대회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송파구와 함께 '스타일런 with ~'라는 부제를 달고 작년부터 재개됐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테마였던 음악에 이어 '사진에 쫌 미쳐있는'을 주요 컨셉트로 내세우며 참가자들에게 러닝 모습을 직접 찍을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스타일런의 접수는 8월 16일 오전 10시부터 롯데백화점몰 앱 또는 웹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사진을 컨셉트로 하는 만큼 이에 걸맞는 '러닝 키트'도 지급한다. 러닝 키트 구성품으로는 방수 필름 카메라, 반다나, 러닝 티셔츠, 짐색, 손목 아대, 양말 등이며, 참가비는 4만 원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 그 중심부인 잠실을 달리는 'Style Run With 송파구'는 10km와 풀코스로 고정된 다른 마라톤에 비해 7km, 12km라는 특별한 코스를 제공하며 지난해부터 새로운 러닝 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송파에 오셔서 잠실 그리고 다가오는 가을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러닝 코스는 롯데타워 잔디광장을 출발하여 송파구청, 몽촌토성을 지나 올림픽 공원 외곽을 돌고 롯데타워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싱그러운 송파구를 힘차게 뛰어보며 사진도 찍어보는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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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송파구를 달리며 가을을 맞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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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박소흠 한국 중고농구연맹 회장, "한국 농구의 든든한 토대 구축"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자] 농구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코트 위에서의 숙련된 선수들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헌신적인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농구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지만, 열정과 헌신으로 한국 농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박소흠 회장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2006년 대한민국농구협회(KBA) 부회장부터 2009년 한국 중고농구연맹 회장에 이르기까지 박소흠 회장의 여정은 결단력과 비전의 연속였다. 한국 농구의 재건과 활성화를 위한 그의 헌신은 선수, 관계자, 한국 중고농구연맹, 동호인 모두의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존경은 2021년 제19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절정에 이르렀고, 이는 그가 농구에 이바지한 귀중한 업적을 입증하는 증거다. 박 회장의 가장 주목할 만한 포부 중 하나는 한국식 주말 리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박 회장은 한국 농구의 특수한 현실과 여건을 고려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계획과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 회장이 반대 없이 선출됐다는 것은 그가 수년간 쌓아온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앞으로도 리더십을 바탕으로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동호회 활동으로 농구를 즐기는 일반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한국 농구의 저변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풀뿌리 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그의 노력은 농구의 성장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반영했다. 농구선수가 아닌 사람이 농구 행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 그의 놀라운 여정이 박 회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가 한국 농구에 끼친 영향력은 코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을 실행했다. 열정과 헌신, 비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개인적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탁월한 성과로 입증됐다. 박 회장의 영향력은 국경을 초월한다. 나이별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으며, 이는 한국의 균형 잡힌 농구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그의 헌신을 증명하는 증거다. 박 회장의 지칠 줄 모르는 공로는 울산시장 공로상, 대한민국농구협회 공로상, 경찰청장상, 국무총리 표창, 문체부 장관 표창 등 수많은 기관에서 그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수상은 한국 농구의 궤적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그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코트 안에서의 성과로 성공이 평가되는 세상에서 박소흠 회장의 이야기는 모든 스포츠의 심장은 경기장 밖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박소흠 회장의 여정은 열정과 헌신, 비전 있는 접근 방식이 어떻게 전체 스포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 농구의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박 회장의 노력은 현재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유산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도전과 기회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 농구에 대한 박소흠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빛을 발하며 농구의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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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박소흠 한국 중고농구연맹 회장, "한국 농구의 든든한 토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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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해양강국의 전초기지 부산으로!"
- [교육연합신문=신주란 학생기자] 청소년문화단체의 단원들은 지난 8월 8일부터 10까지 2박 3일 동안 해양강국의 전초기지인 부산으로 하계수련회를 다녀왔다.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는 도중 단원들은 버스에서 '지정학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활동을 했다. 단원들은 부산 신항만에 도착해 부산 항구와 조산업에 대해 배웠다. 부산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생각하고 조산업의 원리와 중요성 등을 파악했다. 수련원에 도착해 강사로부터 4차 산업 발전에 대해 배웠고 미래사회을 상상하고 평소 궁금했던 내용의 답을 얻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미니올림픽으로 단원들 사이의 친밀감을 조성했다. 두 번째 날에는 각 조마다 다른 코스로 관광을 하는 '로드트립을 진행했다. A조의 코스를 예로 들면 A조는 조선통신사 역사관,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초량왜관 표지석, 임시수도 기념관 순으로 코스를 짰다. 로드드립 당시 비가 왔지만 조원들의 협동심으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로드트립은 마치고 수련원에서 부산의 미래와 발전 가능성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장기자랑을 통해 단원들의 장기를 보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장기자랑 후에 다음날의 UCC와 해설대회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전날 준비했던 UCC와 해설을 시청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원들 모두 열심히 준비한 만큼 빛나는 결과가 나왔다. 태풍 '카눈'이 부산을 향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예정보다 일찍 서울로 상경했다. 하계수련회를 다녀온 단원들 모두 즐거운 수련회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소년문화단체 박지환 간사는 "수련회 일정에 태풍 이슈까지 있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좋은 추억이 됐다."라고 말했다. 청소년문화단체는 차세대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그룹으로 경복궁, 남산골 한옥마을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외국인에게 홍보하는 자원봉사 단체이다. 수련회는 동계와 하계로 나뉘며 2024년 동계수련회는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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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해양강국의 전초기지 부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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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챗GPT 활용 AI 교육 대전환
- [교육연합신문=편집국]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성형 AI로 세상을 바꾼다! 오픈AI(OpenAI)가 챗GPT를 출시하고 개발 소스를 공유한 이후, 수많은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챗GPT가 일으킨 AI 혁명의 바람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과거에는 뛰어난 암기력과 이해력을 중시하여 지식 암기형 교육 과정을 설계했지만, 생성형 AI의 암기력과 이해력은 인간을 초월한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 주목받을 인재가 가진 핵심역량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생성형 AI가 대두된 지금이 바로 공교육 목표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 저자 류태호 교수는 최고의 글로벌 교육 전문가로, 미국의 AI 교육 현황을 국내에 소개하며 4차 산업혁명 이후의 교육과 미래 인재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알려준다. 저자는 인간이 AI에 휘둘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AI를 활용하여 학습자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막연했던 AI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물어보지 않고 ‘잘’ 묻는 사람이 AI 기술을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AI 기술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고,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세상에 만연하게 퍼진 ‘AI 위기론’에 잠식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성형 AI는 인간이 주기적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조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AI의 일상화는 이미 도착한 미래이며, 우리가 할 일은 AI 기술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챗GPT와 생성형 AI 기술이 정확히 무엇이고, 교육자와 학생이 챗GPT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먼저 1~2장에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프로그램과 교육 시스템 사이의 관련성을 말한다. 3~4장에서 AI 기술 혁명을 계기로 ‘진정한 교육’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여러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를 학교, 대학, 기업교육 현장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그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교육 혁신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교육자와 학생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이 책을 읽는다면 챗GPT를 뛰어넘을 또 다른 AI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각자의 전략을 찾기 위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사 중심의 낡은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맞춤형 교육의 출발선에 서다 1992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5세 아이 1600명을 무작위로 선별해 창의력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창의력이 천재 수준인 아이의 수가 무려 98%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아이들이 10살과 15살이 되었을 때 같은 창의력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각각 30%와 12%의 아이들만이 천재 수준에 달한다고 진단되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천재 수준의 창의력 갖고 태어나지만 교육 과정에서 이들의 창의력이 감소한다는 방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 고유의 특성을 강화하는 ‘역량중심교육’으로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별 학생들의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교육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교육의 혁신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미래 인재의 필수 역량을 분석하는 것에서 멈춰선 안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새로운 교육 과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 책은 교육 정책 입안자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전하는 미래 교육 전략 제안서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또한, 앞에서 살펴본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조 도구로 개발됐다. 따라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등장 때문에 우리의 일자리를 잃거나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이런 도구들을 잘 활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p.22~23, 챗GPT란 대체 무엇일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에 관하여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학교에 가서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수강하는 모습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다시 숙고해 보는 시간을 제공했다. 온라인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가듯 수업 시간에 맞춰 모든 반이 같은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은 지금까지 교육 시스템 속에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 방식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가에 대해 깨닫게 해줬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시스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 온라인 교육이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 p.65~66, 코로나19와 교육의 변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인간과 경쟁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활용할 도구로 만들어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 p.80~81,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 역량중심 성적표는 기존 종이 성적표와 달리 수강 과목명, 성적, 학점 등의 정보들은 하나도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개인 학생별로 학교에서 지정한 역량의 현황만 보여주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각 역량을 얻기 위해 어떤 과제물을 제출했고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디지털 방식이 더해지면서 그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이 어땠는지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해 4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115~116, 역량중심교육의 정착을 위한 발자취 기존의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학습 진도를 고려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교사들은 평균점수 수준에 맞춰 수업해 왔다. 이런 공교육의 한계점 때문에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학습의 객체가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완전히 학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가 끝나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학교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 p.141, 모든 아이들에게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시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성공적인 사례를 시작으로 웨스턴 거버너스 대학이나 아이비 테크 커뮤니티 칼리지, 발렌시아 칼리지, 브로워드 칼리지, 오스틴 커뮤니티 칼리지 등의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며 수업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완전히 학습한 경우에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 p.179~180, 수많은 데이터 속 교수와 학생의 길잡이가 된 챗GPT 미국 투자회사 중 하나인 이머전스 캐피탈(Emergence Capital)이 2018년에 발표한 세계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업 중에 무려 80%나 책상 없이(Deskless) 일하는 일자리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 및 직업교육을 계획하고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책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편하게 학습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직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화하며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학습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친숙한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204,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챗GPT ▣ 지은이 류태호 교육공학 전문가이자 미래교육학자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퍼듀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에서 교육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핵심역량 연구팀(MyCoreCompetency)을 이끌며 핵심역량 측정시스템 개발, 학생중심 교육 교육과정 설계, 빅데이터 기반 차세대 학습분석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역량중심교육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페이스북에서 ‘류태호 교수의 교육정보미디어 트렌드’를 운영하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2017), 《성적 없는 성적표》(2018), 공저로는 《미래의 귀환》(2020), 《Online Learning: Common Misconceptions, Benefits and Challenges》(2017) 등이 있다. ▣ 펴낸곳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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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챗GPT 활용 AI 교육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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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정직과 행복의 쌍방향 교육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정직! 이 말이 주는 감응은 무엇일까? ‘정직은 이긴다’ ‘정직하면 손해본다’… 각자에 따라서 서로 다른 느낌과 경험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직에 대해서는 현실에서의 부정적 반응보다는 교과서적인 교훈이 주는 긍정 효과가 더 크고 또한 교육적이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흔히 접하던 영어속담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가 있지 않은가. 또 과거에 우리 어른들은 자녀교육을 할 때마다 “입은 삐뚤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정직을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언급하지 않았든가. 그만큼 정직은 그 어느 가치보다도 먼저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주변은 어떤가? 그야말로 많이 배운 사람치고 오히려 거짓말에 능수능란한 시대가 되었다.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그리곤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작금의 국민 대상 인터뷰, 청문회, 국정감사, 법정 증언에서 한 치의 거짓이 없음을 선서하면서도 위증으로 판명 난 경우가 적지 않음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요즘 이런 현상이 국민 DNA로 굳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최근에는 마치 ‘거짓말하는 것은 인간이고 용서하는 것은 신이다’라고 명제(命題)로 삼을 만큼 압도적이다. 한때 웃픈 사실이 있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의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불사하겠다’고 응답한 결과가 아연실색하게 했다. 또한 청렴도 검사에서도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서 15~30세의 40.1%가 부자를 택했고 또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 중 인생에서 더 성공할 사람은?’이라는 질문에서는 51.9%가 전자를 꼽았다. 문제는 학년이 높을수록 정직 지수가 낮아지고 부자를 선호하며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공부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말하면서 ‘무조건 유능하라’고 가르친 까닭이다. 그런 결과가 성인이 되어서 그대로 드러나는 현대판 인과응보라 할 것이다. 옛이야기는 거의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로써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산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직한 사람은 어리석고, 법을 지키며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 또는 ‘정직해서는 험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정직 불감증이 널리 확산되었다. 따라서 올바른 인성의 방향을 잃은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정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정직이 바른 인간, 행복한 인간의 버팀목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왜냐면 정직은 인성교육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부문에서 삶의 행복을 화두로 삼고 있다. ‘소확행’의 추구도 그 한 사례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직과 행복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도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라”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정직은 영원한 가치이고 우리가 이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해지고 잘 살 수 있음을 말한다. 행복은 그저 추구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정직은 신용사회의 밑천이다. 그래서 신용은 자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신용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직함이 축적되고 인정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정직의 실천은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에 의해서 습관처럼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직 교육을 해야 할까? 진리는 단순하듯이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어른, 특히 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고 자화상이다. 청소년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어른이다. 어찌 보면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에 가겠다는 생각은 고교생이 아닌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작가 잭슨 브라운은 말했다. “잘 사는 삶이란 자식들이 정직, 공정, 배려를 생각할 때 당신을 떠올리는 삶”이라고 했다. 부모, 교사, 어른부터 정직하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더욱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 지름길이고 또 그렇게 정직과 행복의 쌍방향 교육만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이고 최선이라 믿는다. ▣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現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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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정직과 행복의 쌍방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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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와 술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로마시대 귀족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노예였다고 한다. 로마에게 땅과 일터를 침탈당한 지식인들은 로마로 끌려와 로마 귀족들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선생들이 사는 지역 길옆에는 선술집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노예 신분의 선생이 하는 훈육을 귀족 자녀들이 고분고분 잘 들었을 리 없다. 얼마나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겠는가.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술로 달랠 수밖에. 로마 귀족 아이에게 힘없는 노예 선생이 철학과 수학,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노동보다 힘들었으리라. 지금도 남의 귀한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부모 중에는 학교나 교사를 자기 자녀만을 위한 편의점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래저래 선생들은 술과 인연이 많다. 속상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성공한 친구, 다양한 방법으로 속을 썩이는 학생들, 자존감을 꺾는 관리자와 학부모, 많은 업무와 선생다움을 지키는 일이 모두가 술을 부르는 것들이다. 양주를 먹는 교사는 상상이 안 된다. 초임시절에 선배교사들은 후배를 시장골목 술집에 데리고 다녔다. 순대나 허파를 안주로 하는 막걸리주점에서 술만 먹는 것이 아니라 힘든 학생지도나 수업에 대해서 자기 경험을 살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초임교사들은 시루의 콩나물처럼 그런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성장했다. 술을 먹으며 가슴 속 힘겨움을 삭였고 동료들과 따스한 위로와 격려 담긴 정담을 나누었다. 선후배가 학교에 근무하면서 겪는 어려움만이 아닌 성장과정과 가족 간 어려움까지 토로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던 시대가 있었다. 학교는 상품보관 창고가 아닌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학생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곳이다. 정부와 기관에서 교권 붕괴에 대한 방안으로 교사면담예약제,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학생인권조례 개정, 소송비 지원 등 다양한 안을 만들고 있다. 양측 법적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칼로 덤비는 사람을 총으로 제압하면 상대는 총보다 더 강한 무기를 가지고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학교공동체가 서로 소통하고 학교 스스로 자치와 치유능력을 가져야 한다. 선후배 교사들 사이에 교류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 메마른 교사관계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전이되고 학부모와의 사이에도 전이된다. 메마른 관계영역이 사막처럼 넓어진다. 인간관계가 없는 사막에 모래바람이 인다. 1박 2일 연찬회도 없어지고 친목회마저 없애는 학교가 늘어난다. 자가용이 많아지면서 술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겨움과 소통도 같이 없어져서 안타깝다. 술이 아니더라도 서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선후배가 막걸리를 나누며 학교와 가정에서 겪은 힘든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던 시절이 그립다. 술보다도 소통하던 마음이 그립다. 지난 한 달 동안 선배, 후배, 동료, 자녀, 학생에게 식사나 차를 함께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가.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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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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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굴욕의 역사 위에서 내일을 생각하자
- [교육연합신문=정예원 학생기자]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길 256, 이 곳에 우리 역사의 아픈 흔적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겐 놀이동산 등으로 익숙한 지역이며, 즐겁고 신나는 추억들이 많은 이 지역에 굴욕스러웠던 역사의 흔적이 공존하고 있다. 이 곳에 위치한 삼전도비(대청황제공덕비)는 1639년(인조17) 청나라와의 전쟁(병자호란)에서 패배하고 굴욕적인 강화협정을 맺은 후 청의 강요에 따라 세운 공덕비이다. 원래 비명은 삼전도청태종공덕비이며, 이 비문에는 청나라가 조선에 출병한 이유, 조선이 항복한 사실, 항복한 뒤 청태종이 피해를 끼치지 않고 곧 회군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원래 석촌호 주변에 세워졌으나, 청일전쟁 이후 고종 32년에 치욕적인 역사를 잊고자 이 비문을 강물 속에 쓰러뜨렸으나 일제 강점기때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굴욕의 역사를 각인시키고자 다시 비문을 세우게 했다고 한다. 독립이후, 치욕의 역사를 잊고자 이 지역 주민들이 땅속에 삼전도비를 묻었으나 1963년 홍수로 인해 다시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때부터 삼전도비를 지금의 장소에 다시 세워두었다고 한다. 삼전도비를 찾아가보면 비석은 하나인데 비석 받침대가 두 개이다. 그 이유가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병자호란이 끝난 후 청태종의 전승기념을 위해 비를 건립하던 중 더 큰 규모의 비석이 조성되기를 원하는 청나라 측의 변덕으로 원래 만들어진 비석 받침대는 폐기되면서 남겨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궤구고두례(청나라 시대에 황제를 대면할 때 취하는 인사법으로 세 번 무릎을 꿇어앉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법)도 치욕스러운데, 비석 받침대가 두 개인 이유를 알게 되니 더욱 서글퍼졌다. 삼전도비는 그 옛날처럼 강변에 우뚝 선 랜드마크가 아니며, 555미터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아래에 있는 5.7미터 높이의 초라한 유물이다. 삼전도비에 새겨져있는 치욕의 글자들도 400년의 풍파에 시달려 거의 알아보기 어려웠다. K-pop이 세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고, GDP 13위(2022년 기준)에 빛나는 우리나라, 이대로 치욕의 순간은 끝난 것일까? 대한민국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미, 중, 러, 일 등의 국가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심심치 않게 '삼전도의 굴욕'이 신문 일면에 오르내리는 오늘날, 우리는 다시 한 번 지나간 과거에 대한 단순한 기억이 역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는가, 혹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지나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를 것이다. 굴욕의 역사가 주는 의미를 곱씹어 생각하면서, 우리의 내일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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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굴욕의 역사 위에서 내일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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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중앙소방학교 김은애 교수, '가상현실 심폐소생술의 현장적용'에 관한 연구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심폐소생술 교육방법에 다른 현장 적용 효과를 비교한 중앙소방학교 구급교수의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 소방청 중앙소방학교(교장 마재윤)는 8월 3일(수) 인재개발과 구급교수 김은애 소방경의 연구논문이 SSCI급 국제저널인 ‘이란 공중보건저널 [The IRANIAN JOURNAL OF PUBLIC HEALTH, 인용지수(IF=1.40)]’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중앙소방학교 소방경 김은애 교수는, 교신저자인 공주대학교 응급구조학과 조근자 교수와 함께 ‘국내의 새로운 심폐소생술 교육방법인 가상현실 시뮬레이션과 플립러닝 교육 효과 비교(Comparing the Effectiveness of Two New CPR Training Methods in Korea: Medical Virtual Reality Simulation and Flipped Learning)’ 논문을 지난 7월 발표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방법과 온-오프라인의 혼합 형태인 플립러닝을 적용한 심폐소생술 교육방법의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중앙소방학교 신규임용자과정 교육 중인 12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두 가지 방법의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심폐소생술 자기 효능감, 지식, 수행도, 수업 몰입감, 수업 만족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방법이 이론 및 술기능력에 있어 플립러닝 방법보다 조금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중앙소방학교는 재난현장뿐 아니라 분만과 심폐소생술 등 구급현장을 재현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메디컬 가상현실(VR) 사업을 추진 중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마재윤 중앙소방학교장은 “향후 재난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방법 적용 및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논문을 계기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이 구급분야에서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은애 소방경은 “동료 직원들의 격려와 지지로 SSCI급 논문을 게재하게 돼 매우 뿌듯하다”라고 말하며,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교육 방법 개선 등 구급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며 국민 안전을 위한 적극행정을 실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Available at: http://ijph.tums.ac.ir에서 무료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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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중앙소방학교 김은애 교수, '가상현실 심폐소생술의 현장적용'에 관한 연구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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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문화재 지정번호 폐지 및 명칭 변경…진행 상황은?
- [교육연합신문=강문현 학생기자]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국보‧보물‧사적‧천연기념물 등 국가지정‧국가등록문화재를 표기할 때 지정 시 부여된 번호(이하 지정번호)를 표기하지 않도록 문화재 지정번호제도를 개선하고, 행정 서식 등에도 적용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 시행령」과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21년 11월 19일부터 시행했다. 문화재 지정번호는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 지정 시 순서대로 부여하는 번호로, 일부에서 문화재 지정순서가 아닌 가치 서열로 오인해 서열화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었다. 국보 1호였던 숭례문이 마치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 중 가장 서열이 높고 중요한 것으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따라서 이전까지의 지정번호는 문화재청 내부에서만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었다. 따라서 숭례문은 ‘국보 1호 숭례문’이 아닌 ‘국보 숭례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됐을 때의 불편함 또한 제기됐다. 2개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동일한 이름을 가진 문화재이다. 각각 제78호와 제83호였으나 지정번호를 더 이상 표기하지 않게 되니 검색과 관련한 문제 등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자, 지정 연도, 지정 순번 등을 붙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문화재 안내판과 안내도의 수정으로 인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사실상 이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당장 지자체 관리자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었고, 문화재 안내판이나 홈페이지에서는 아직도 예전 표기방법으로 적혀있는 곳이 대다수이다. 문화재청은 올해 이와 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번호의 폐지가 논의됨과 동시에 ‘문화재’라는 명칭의 변경도 같이 논의됐었다. 문화재라는 용어는 무형유산 등을 포괄하기에는 사물의 느낌이 있어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고 논의를 거쳐 2022년 4월 21일,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실효성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할 뿐더러 대중들도 잘 알지 못해 거의 100여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사용된 용어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대중들의 국가유산에 대한 관심과 문화재청의 노력이 더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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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청소년문화재지킴이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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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문화재 지정번호 폐지 및 명칭 변경…진행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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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기다림은 비가 되려는 구름이다(수천수)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대상전에 수천수괘를 보면 ‘구름이 하늘 위에 있는 모습’이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곧 비가 온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생이란 적절한 때의 기다림이다. 이럴 때 ‘군자는 사태를 밀어붙이지 않고 음식으로써 즐거운 연회를 벌이면서 기다리면 된다.’고 되어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삶에서 기다림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미루기 힘든 일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오랜 기간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기다림의 괘는 이러한 기다림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기다림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이 괘에서는 인간이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모임을 즐기고, 관계를 키우며, 스스로 위안을 찾고, 기다림을 이기고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기다림 속에서도 자신을 위로하며 기다림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다. 기다림에 수반되는 기대와 간절함,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인내와 끈기의 필요성을 동반한다. 기다림을 주제로 한 시는 김영랑이 1934년에 발표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모란의 개화와 낙화를 제재로 하여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란이 피는 것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 작품에서 모란은 화자가 간절히 바라는 대상이나, 이상을 상징한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을 보면 왜 찬란하고 슬픈 봄이라고 했을까. 봄에 모란이 피니까 찬란하고, 또 봄에 모란은 지니까 슬픈거다. 모란이 피니까 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인 표현이다. 1년은 365일, 모란이 피는 기간은 5일, 그러니까 ‘360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라고 한 것이다. 기다림은 꽃이 피는 때까지다. 꽃이 피면 이내 진다. 찰나다. 순간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따라서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림은 꽃이 피기 시작해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때까지만 기다림이지, 막상 꽃이 폈을 때는 기다림은 저만치 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슬프다. 그리고 찬란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모두 찰나에 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하는 「구슬비」라는 동요의 알토란 같은 싯구가 생각난다. 빗방울이 어느새 은구슬과 옥구슬이 되었다가 다시 빗방울로 사라진다. 그 찰나의 순간을 본 사람만이 가장 가치 있는 은구슬, 옥구슬을 마음속 깊이 가지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고기가 잡히지 않는 84일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85일째 되던 날,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서 이틀을 보내고 노인은 낚시에 걸린 청새치가 길이 4.5m, 몸무게 900kg로 굉장히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았다. 그에 비해 노인은 자신의 힘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이틀 간의 사투에서 겨우 붙잡는다. 경망스럽게 조급히 서두르면 적과의 싸움에서 지게 된다. 장기계획을 세우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노인이 청새치를 잡은 후가 더 큰 시련이었다. 바로 상어 떼의 습격이다. 우리 인생도 자기가 목표로 한 일을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더 큰 시련이 닥쳐온다. 필자도 동기들보다 먼저 교감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 후 가나다라, 아야어여부터 다시 배우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틈나는 대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내뱉었다. 자신감은 제로 상태였다. 만나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자신감이 떨어져 망설였다. 그러다가 겨우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 가로수를 붙들고 소리죽여 하염없이 울었다. ‘이러면 안 된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 하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마침내 복직해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너무 힘들었다. 한 시간 수업하면 그날은 완전 녹다운(knockdown) 상태가 되었다.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신문사 문을 두드렸다.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난다고, 신문사는 학교보다 더 힘들었다. 우선 평상시 쓰는 말부터 달랐다. 무척 거칠었다.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다. 이를 악물고 벼텼다. 성실하게 적응해 나갔다. 수습기자, 교육전문기자, 교육국장을 거쳐 현재 주필이 되었다. 노인은 상어의 공격에 도망치지 않고 상어를 물리치기 위해 칼을 뽑아 든다. 시련을 회피하지 않고 용기있게 맞서는 노인이 아름답다. 노인은 여러 차례 상어의 공격에 맞서 싸운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비록 상어에게 모든 고기는 빼앗겼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싸운 후 맛보는 진정한 승리감, 성취감이었다. 필자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쓰기 위한 독서를 했다. 쓰기 위한 독서를 하면 독서의 방법이 달라진다. 독자들도 한번 해보시라. 단어를 유심히 보게 되고, 동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강, 나무, 사랑 등의 명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흐른다, 자란다, 사랑한다의 동사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삶은 명사가 아니라 오직 동사로 이루어진다. 실천의 중요성을 인정하게 된다. 서면 그저 땅 위일 뿐이나 걸으면 길이 된다. 삶의 시련을 겪어보면 오직 동사만이 진실이라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순 없지”,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것은 죄와 같아”, “고기가 고기로 태어났듯이, 나는 어부가 되기 위해 태어났어”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일제히 일어서는 소리를 듣게 된다. 생텍쥐베리의 작품 『어린 왕자』에서는 기다림의 설렘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어린 왕자는 이튿날 다시 왔다. 그러자 여우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을 느낄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안절부절못하고 걱정이 되고 말 거야. 행복이 얼마나 값있는 것인지를 알아낼 거란 말이야.”」 『주역』에서는 기다림의 해결책을 ‘음식연락(飮食宴樂)’하라고 했다. 음식으로 즐거운 연회를 벌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다림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불안하게, 조급하게 기다리지 말고, 긍정적으로, 마음 편하게, 음식을 즐기면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기다림의 향연은 우리를 기쁨과 슬픔으로 이끌 수도 있고, 이상적인 존재를 갈망하면서도 우리 욕망의 덧없는 본성과 마주하게 한다. 삶의 본질은 기다림의 수수께끼에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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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기다림은 비가 되려는 구름이다(수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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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다육이 같은 사람들과 사는 삶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탱글탱글하고 귀여운 모습이 많은 다육식물은 보통 ‘다육이’로 부른다. 다육식물은 건조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하여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 물을 저장하는 식물을 말한다. 선인장, 알로에, 돌나물과 등의 식물군이 다육식물에 포함된다. 주된 산지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및 그 주변 섬이라고 한다. 코틸레돈, 에케베리아, 에오니움, 크라슐라 등 이름은 발음하기 쉽지 않다. 다육이는 햇빛이 잘 드는 공간에서 예쁘게 자란다.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 다육이가 많다. 아내가 좋아해서 키우고 있다. 나는 다육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탱탱하고 둥글둥글하게 나온 배를 보면 덩달아 통통한 이파리를 가진 다육이가 싫어진다. 다육이는 무엇보다 꽃도 거의 안 보이고 화려하지도 않아 볼품이 없다. 크기도 조그마하고 화려하지도 않다. 젊은 시절에는 화려한 꽃들이 좋았다. 계절의 여왕 장미, 향기의 여왕 재스민, 가을꽃 국화, 첫사랑의 빛 연산홍, 봄날의 목련과 벚꽃이 좋았다. 목련은 얼마나 그 자태가 우아한가. 벚꽃이 눈부시게 핀 봄날은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웠던가. 서리를 맞고서도 노란 꽃잎을 단 국화는 얼마나 점잖고 품위가 있는가. 영산홍의 그 처연한 꽃색은 얼마나 가슴을 흔들어 놓았던가. 라일락이 향기를 바람에 날리고 보랏빛 꽃이 햇살을 담뿍 받아 빛날 때 얼마나 매혹적이었던가. 예쁜 꽃들은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어린 왕자가 장미의 까다로운 요구에 지쳐서 자기가 살아오던 별을 떠났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의 중심에 서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젊은 사람들도 화려한 삶을 원한다. 수입차와 명품가방, 백화점VIP고객을 꿈꾼다. 화려함은 오래 아름다움이 지속되지 않는다. 한 계절이 지나가면 화려한 꽃들은 사라진다. 다육이는 평안하다. 민감하지 않다. 사계절 그 자리를 지킨다. 아내의 모습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게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를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교사자격증이 나를 먹여 살려주었고 아내가 나를 키웠다. 내 주변에는 다육이 같은 사람들이 많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크게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 만나도 편안하다. 조용하고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다육이 같은 삶은 반짝이지 않지만 든든하다. 통통한 촉감이 정스럽다. 나이가 들면 장미 같은 화려함이나 재스민의 매혹적인 향기는 부담스럽다. 가시에 찔리고 라일락과 목련을 사랑하다 이별을 하고 나서 가만히 돌아 서면 다육이 같은 친구와 가족이 나를 받아준다. 자신 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힘든 날에 떠올리기만 해도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 좋다. 담담하고 건강하고 믿음직하고 진솔한 다육이 같은 사람들에게 더 믿음이 간다. 오늘은 통통한 다육이도 사랑스럽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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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다육이 같은 사람들과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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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교육은 옹달샘이다(산수몽)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교육은 옹달샘이다. 대상전에 산수몽괘를 보면 ‘위에 산이 있고 밑에 물이 있는 모습’이고, 이때의 물은 청정한 옹달샘을 가리킨다. ‘몽(蒙)’은 ‘어두움을 연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계몽’이라고 할 때 많이 쓴다. ‘교육은 옹달샘이다’라는 은유적 표현은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교육은 피교육자가 가진 작은 잠재력(옹달샘, 씨앗)을 키워 어리석음을 걷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씨앗을 커다란 나무로 만드는 일, 옹달샘이 바다로 가는 일이 바로 교육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Education’이라는 단어를 영어 어원에서 분해하면 ‘E-’는 ‘out’을 의미하고 ‘-duce + -ate’는 ‘to lead’를 의미하므로 ‘to lead out’이라는 의미를 생성한다. 즉, 인간 안에 존재하는 잠재력, 본성 등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소파 방정환도 교육을 ’어린이로 하여금 순결한 본성을 개성 있게 있는 그대로 발현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즉 교육받을 자가 가지고 있는 본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게끔 가르쳐서 기르는 일을 말한다. 산수몽괘에서는 교육을 5단계로 말하고 있다. 발몽, 포몽, 곤몽, 동몽, 격몽이 그것이다. 발몽(發蒙)은 어린 아이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는 과정을 말한다. 발몽은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과정을 의미하며,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부모는 무한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 이때 어른들은 올바른 교육관이 필요하다. 조기교육, 선행학습을 지양해야 한다. 사교육에 기웃거릴 시간에 백과사전을 사서 자녀와 함께 소통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 외에 고전 문학작품 등을 덧보태면 정서 함양에 더할 나위 없다.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이때 부모로부터 배운 각 경험을 각인하게 되고 이는 평생를 좌우한다. 포몽(破蒙)은 발몽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더욱 깊은 이해와 지식을 얻기 위해 예전에 받아들인 지식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나가 지식을 배운다. 즉 부모로부터 부모 이외의 사람들(선생님)들로 대체된다. 곤몽(困蒙)은 포몽을 극복한 후 발생하는 고민과 어려움을 의미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어려움을 말한다. 이때는 교육의 사춘기다. 머릿속에서 질풍노도(Sturm und Drang)의 시기를 겪게 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지는 때이다. 이때 교육자의 책임이 크다. 올바른 사고를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공부는 왜 하는가?’하는 질문부터 홍익 인간의 뜻을 인식시켜야 한다. 더불어 ‘대동 사회로 가는 길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인식을 통해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 동몽(童蒙)은 곤몽을 극복한 후, 이전에 받아들인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고 더 깊은 이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동몽선습』도 이런 개념을 구체화한 책이다. 이때의 교육은 융합과 창의다. 프란츠 카프카도 말했다. ‘독서란 고정관념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자신이 그동안 배운 지식들을 융합하고 나름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지식이어야 한다. 그 지식을 홍익인간, 대동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손질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보는 확증 편향적인 관점을 바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팩트의 힘이다. 세상을 보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자신이 봐야하는 대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 그러면 매사에 짜증이 나고 될 일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격몽(擊蒙)은 이전의 지식과 인식을 깨고 새로운 지식과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격몽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기존의 생각과 인식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강 상류의 돌은 날카롭다. 하류의 돌은 둥글둥글하다. 조금 아는 자는 오만과 편견에 빠진다. 그것이 날카로운 돌이 되어 남을 해친다. 많이 아는 자는 겸손하다. 둥근 돌이다. 남과 어울리며 소통한다. 종이와 인쇄 기술의 발명으로 교육에 혁명이 일어났다. 지식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능력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켰다. 현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더 나아가 전자책을 가져와 종이와 인쇄를 대체했다. 서양의 구텐베르크는 포도주 짜는 압축기를 변형하여 인쇄 기계를 만들어 성서를 대량으로 인쇄하여 인류의 문자 생활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그보다 78년 앞서 우리나라의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짧게 말해 ‘직지’가 나왔다. 팩션 소설을 쓰는 김진명의 『직지, 아모르 마네트』는 역사의 사라진 빈틈을 메우는 김진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거기에 직지와 서양 인쇄술의 관계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참으로 위대하다. 세종이 세계가 인정한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을 만들었고, 고려말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며, 지금은 반도체에 글자를 담았다. 우리 민족이 세계 문화를 그것도 지식 문명을 주도할 수 있게 된 바탕은 이런 밈(meme, 문화적 유전자)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교육의 현안을 다루면서 조정래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서 울림을 찾았다. 조정래는 현 교육제도를 일관되게 비판한다. 그는 40조 원 규모 사교육 시장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믿으며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는 조정래의 생각에 동의한다. 한국 교육은 조기 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수업에 문제 제시가 포함되어 학생들이 오해를 이해하고 토론에 참여하며 새로운 원칙을 탐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과외를 통해 미리 배운 지식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경우가 많아 실제 학습 과정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호기심이 줄어들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 학생들은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전체적이고 관습적인 꿈을 꾸게 된다. 조정래는 이 소설에서 “암기식, 찍기식 교육을 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습니다. 모든 선진국은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 교육을 하고 있어요. 발전된 인간상을, 함께 행복하자는 상을 만드는데 우리는 이러지 못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은 잠재력을 발산시키는 것이다. 마치 옹달샘이 냇물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도록 그 환경(잠재력)을 잘 가꾸어 주어야 한다. 교육자는 잠재성의 계발에, 피교육자는 자발성을 전제로 교육에 임해야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해야 한다는 것이다. ‘줄탁(啐啄)’은 의성어로 어미 닭과 알 속에 있는 병아리가 서로 알껍질을 툭툭 쪼는 소리를 나타낸 것이고, ‘동시(同時)’는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알껍질을 동시에 깨뜨린다는 뜻으로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시에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이를 우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그 물을 먹느냐 안 먹느냐는 그 아이 마음이다. 목이 마르면 쉼 없이 물을 벌컥벌컥 마실 것이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지식을 섭취할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의 실력도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피교육자의 자발적인 마음이 더 중요하다. 교육을 받으려는 간절한 마음이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다. 거기다 그것을 본 사람들의 ‘칭찬’을 조금 더하면 바랄 것이 없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과행육덕(果行育德)’을 실천해야 한다. 옹달샘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많은 모험이 필요하다. 교육은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과단성 있게 행동하고, 그러한 행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덕을 길러야 한다. 교육은 옹달샘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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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교육은 옹달샘이다(산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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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사람의 향기는 교육을 추동(推動)하는 위대한 힘이다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현대인에게 고전(古典)은 특별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전달한다. 주지하는 바처럼 공자는 14년 동안 천하주유를 하면서 “사람을 알아보고 멀리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설파했다. 이는 사람의 향기를 중요시한 ‘인의 정치’를 대변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또 세간에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말에 “주향백리(酒香百里),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술 향기는 백 리를 가고, 꽃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 향기는 만 리를 간다”가 있다. 종교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간의 향기가 멀리까지 퍼지고 그로써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교육 또한 다르지 않다.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일타강사’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그중에는 소득세만 연 130억 원을 냈다는 강사도 있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에 전국 곳곳에서 수험생이 찾는 것은 본질은 다소 다르지만 역시 사람의 향기를 연상케 한다. 또 청(소)년들 사이에는 흔히 어느 대학을 지칭할 때 그 학교의 저명한 교수를 언급한다. 강의 잘하고 연구 역량이 뛰어난 매력적인 교수는 학생들의 존경과 끌림의 대상이다. 우리의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수업 잘하고 인간적으로 좋은 교사로 알려진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보충학습) 신청에 몰린다. 이제 2025년, 학생의 교과 선택에 의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행되면 좋은 교사는 집중 선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의 정착 단계에서 수업 잘하는 교사는 역시 달랐다. 남보다 일찍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며 철저한 준비와 전문적 역량, 학생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그의 향기는 학교의 울타리를 훌쩍 넘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과 문화를 그리워하고 찾는 것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특정 지역을 남다르게 발전시킨 역사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을 보자. 그들의 우수성은 바로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부에서 시작된다. 집단지성은 그렇게 생성하여 민족의 우수성으로 정착되었다. 배움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상호 간의 향기에서 출발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간에는 어떠한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뉴 노멀(New Normal)의 가치가 새롭게 작동해야 한다. 그동안 인간 부재가 남긴 감염병의 교훈을 바탕으로 인간은 저마다의 향기를 맘껏 내뿜는 고유한 매력을 간직하며 성장할 것이다. 그 중심에 교사가 존재함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에는 수많은 백가쟁명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각자의 매력을 머금고 공동체 문화의 중심에 섰다. 공자, 맹자, 순자를 중심으로 하는 인의예지의 유가, 묵자를 중심으로 하는 겸애사상의 묵가, 한비자를 중심으로 법치 국가를 떠받든 법가, 무위를 내세운 이른바 노·장 사상, 그리고 18세기 조선 시대의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학사상은 상호 간의 인간의 향기를 머금고 탄생한 대표적인 철학이자 생활 공동체 문화였다. 그들이 인류의 평화와 정의, 인류애와 물질적 번영을 추구하는 세상을 꿈꿈으로써 특유의 인간 향기를 확산시킨 것이다. <논어> ‘학이편’ 1장에 나오는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는 일반적으로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또는 “뜻을 같이 하는 자가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어느 것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공자의 위대함은 혼자 배우기를 즐겨 고집한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즉 ‘집단으로 배움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자학단’을 중심으로 배움이 이루어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신분, 출신 지역, 직업 등으로 편을 가르거나 차별하지 않고 가르치는 유교무류(有敎無類)의 정신이다. 스승의 향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배우고 또 가르치면서 큰 즐거움, 즉 대자적 기쁨을 향유하는 교육이 2천 년이 지난 후대까지 살아있음을 역사는 증거하고 있다. 결국 교육은 사람의 향기가 추동하는 위대한 힘이라 할 것이다. ▣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現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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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기자단] 영화 '엘리멘탈', 누적 관객 수 500만 돌파
- 영화 엘리멘탈, 누적 관객수 500만 명 돌파, 그리고 그 속의 인종 차별에 관한 메시지를 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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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에어포켓도 없이 질식하는 교사, 공적 소통 네트워크 필요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마음이 장맛비에 젖은 이불처럼 무겁고 어수선하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사망자가 14명이나 나왔다. 서울에서 작년에 교직을 시작한 초등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연과 인재가 빚어내는 비참한 실상이 우리 삶과 가까워 보였다. 평소 온순한 교사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했다. 그들은 분노했다. 교사로서 겪는 힘겨움과 두려움을 말했다. 교육부와 국회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교육문제 진단오류는 심각하게 문제를 키운다. 왼쪽 다리의 문제를 오른쪽 다리로 진단하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오류는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가져온다. 물이 빠지고 난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천정에 걸려 있는 신발 한 짝을 보았다. 물이 차올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절망감은 거대한 공포였을 것이다. 무릎과 허리와 어깨와 머리까지 물이 올라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단적 절망을 상상해 보라. 학교에 와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 앞에도 무서운 절망이 있었을 것이다. 힘겨움이 무릎과 허리와 어깨와 머리까지 올라와도 손 내밀 곳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하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국과수 직원과 경찰과 검찰이 철저한 조사를 하고 관련자를 징계하고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교사 죽음은 어떻게 진행될까. 진단은 적절한가. 학부모와 학생을 교사와 대립각으로 하는 법을 만들어서 이 비극적 상황을 끝낼 수 있을까. 학교에서 담임과 나이스, 학교폭력, 학년 부장 등 어려운 일들이 마음 착한 사람, 저경력자와 기간제 교사 같은 약자에게 주어지고 있다. 어려운 일은 순환보직을 해야 한다. 너무도 많은 일을 학교가 감당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하는 여교사가 많은 학교는 더 힘겹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아동학대방지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교직단체에서는 ‘교사들이 겪는 감정적, 정서적 스트레스는 전쟁 시 병동 간호사에 비유될 정도’라고까지 했다.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많고 법적 보호 수단은 부족하다. 학부모 악성 민원과 수업, 공문, 생활지도 등 심신의 고통을 교사 홀로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에어포켓이 보이지 않는다. 구명조끼도 옆에 없다. 교육혁명 제4의 길은 네트워크에 있다. 학교와 교육청에 교사를 위한 공적 소통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과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대처방안을 토의할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학교 안팎의 어려움에 대하여 토론하고 대안을 찾고 위로하고 고민하고 서로 지원해 주는 체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법과 지원이 귀납적 방식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경험이 거의 없는 교사에게 어려운 상황만 던져 주고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에어포켓이 없는 지하도에 밀어 넣는 것과 같고 위험한 급류에서 안전조끼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같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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