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4(월)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풀꽃은 한 번도 길을 만들겠다고 나선 적이 없다.
그저 뿌리를 내리고,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비가 오면 물을 마시고, 햇살이 오면 잎을 펼쳤을 뿐이다.
그러나 그 순순한 생이 모여
낯선 땅을 부드럽게 덮고, 발길이 닿는 자리를 잇는다.
길은 누군가의 계획이 아니라
풀꽃이 스스로 세상에 쓴 사소한 문장,
그 문장이 켜켜이 이어진 흔적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애써 닦은 자취보다
한 줌의 숨, 한 방울의 기다림이
더 멀리 길을 연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작은 풀잎 하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건너는 다리가 된다.
나는 이 칼럼을 쓰며,
길은 결국 살아 있는 것의 향기로 남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넘어진 자리에서 새로 피어나는 풀처럼
우리의 실패도 다시 길이 된다.
멈춤과 고요가 빛을 잃을 때조차
보이지 않는 뿌리가 토양을 흔들며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이제 칼럼을 마치는 순간,
당신의 발밑에도 이름 없는 풀꽃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숨결이 당신을 부드럽게 밀어
또 하나의 길을, 또 하나의 삶을 피워낼 것이다.
바람이 그 길을 따라 불고,
햇살이 그 길 위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모두 풀꽃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세상을 피워낼 것이다. 
 
 

육우균.jpg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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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산책] 에필로그 - 길 위에 피어난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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