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31(일)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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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가? 학력 저하일까? 사교육 과열일까? 아니면 교권 붕괴일까?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더 근본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다. 필자의 칼럼 「청소년들의 뒤처지는 문해력,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는 몇 년 전 발표되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게 읽혀야 할 교육적 경고가 되었다. 
 
오늘날 교사들이 모여 교육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화제가 단연코 학생들의 “문해력” 결핍의 심각성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문해력이라는 말조차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어떤 교사는 이렇게 다시 설명한다.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힘 말이야.” 그러자 한 학생이 묻는다. “쌤, 그거 요약본 있나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해석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힘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력과 공감력, 민주 시민성의 기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문장을 읽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긴 글을 견디지 못하며, 질문보다 검색에 익숙한 세대로 변해가고 있다. 
 
교실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시험 문제를 읽고도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학생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어 과목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결국 문해력의 결핍과 연결된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환경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깊이 읽기와 사유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생각을 확장시키기보다 취향만 반복 강화하고, AI는 스스로 사고하기 전에 먼저 답을 제공한다. 이제 아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보다 “정답이 뭐예요?”를 먼저 묻는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사고 체계의 위기다. 
 
필자는 당시 칼럼에서 읽기·말하기·쓰기 교육의 회복을 강조했다. 시 동아리, 스피치 활동, 글쓰기 교육, 일기 쓰기 같은 실천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찰은 지금도 매우 유효하다. 아니, AI 시대일수록 더욱 절박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최후의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이며, 문해력은 바로 그 생각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읽는 시간을 빼앗았는가? 왜 학교는 시험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며 사유의 교육을 잃어버렸는가? 왜 독서는 취미가 되었고, 글쓰기는 수행평가 기술로 전락했는가? 
 
문해력 회복은 거창한 정책 이전에 교육 철학의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에서 읽기와 토론, 서술형 글쓰기를 강화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만 문해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 둘째, 학교는 ‘조용히 읽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독서는 과제가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들에게도 읽고 쓰는 전문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의 문해력은 결국 교사의 언어 수준을 넘기 어렵다. 넷째,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책 읽는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중심 교육의 방향 수정이다. 지금처럼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만 강조해서는 문해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이해의 깊이를 평가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문해력이 무너진 사회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와 선동에 흔들리며, 민주주의마저 약해진다. 그래서 문해력 교육은 단순한 학업 향상이 아니라 사회를 지키는 공공의 과제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입시제도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돌려주고, 언어를 돌려주고, 생각하는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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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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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왜 다시, 문해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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