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31(일)
 

[위클리피플=이준영, 김형섭 기자]

반상 위의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 바둑학 창시자 
바둑문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정수현 교수를 만나다
정수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 / <한국바둑학회> 회장

  

 포석, 대마를 비롯한 바둑 용어들과 격언들은 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바둑의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전통적 마인드스포츠인 바둑은 이미 우리민족의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바둑계는 주춤하고 있다. 올해 바둑진흥법 통과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바둑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의 부재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간인물은 바둑의 기술이 아닌, 바둑의 문화적 가치를 바라보고 바둑계 안팎으로 바둑의 매력을 전하고 있는 인물을 만나봤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이자 한국바둑학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수현 교수다. 이제부터 반상 위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재_이준영, 김형섭 기자 / 글_김형섭 기자

 

 

 

별명이 만든 진짜 바둑학교수
 바둑계 인사들은 대개 기풍이나 활동에 따라 별명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정수현 교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이자 한국바둑학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교단에 서기 전부터 바둑계에서 ‘바둑학교수’로 불리어 왔다. 당시 프로기사로서는 드물게 대학을 나와 그간 많은 바둑서적을 집필하고, TV바둑프로그램에서 해설자로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에게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별명을 따라 정 교수는 1997년 세계최초로 설립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교단에 섰다.

 당시 고건 명지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이 바둑학과 개설을 계획하며 마침 바둑계에서 ‘바둑학교수’라 불리는 정 교수를 초빙했던 것이다. 처음 전임교수직을 제안 받았으나 프로기사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줄까 걱정해 겸임교수직으로 합류했던 그는, 6개월간의 겸임교수 생활 뒤에 명지대 바둑학과의 전임교수가 됐다. “바둑학과로 발걸음을 옮긴 학생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죠. 제게 선생의 기질이 있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정 교수는 명지대 바둑학과의 교수로 부임해 바둑 기술 외에도 바둑이 가진 역사와 사회문화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교과과정을 만들었다. 그간 놀이와 기술에 치중해 온 바둑의 관행에서 벗어나 "바둑학(Baduk Studies)"이라는 학문적 틀을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정 교수를 보고 "바둑학의 창시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시 바둑학과가 어디에도 없었기에 참고할 것이 없었습니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매일 같이 고민했죠. 그러다 문득 바둑이 갖는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그는 우리 생활 속에 오랫동안 내재되어 온 한국인의 문화라는 측면에서 바둑을 단순한 오락의 한 부류가 아닌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바둑학회는 바둑학 발전을 위한 학문적 커뮤니티다. 처음 바둑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바둑문화연구회’를 발족하여 <바둑과문화>라는 연구지를 내오다 학회로 전환시킨 것이다.
 정수현 교수는 이처럼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있던 기존의 바둑교육에서 시선을 돌려 바둑의 학술적 연구와 더불어 바둑문화가 가진 매력을 바둑계 내외에 알리는 반상 위의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생각하는 예술, 바둑의 무한한 경쟁력
 사실 바둑은 역동성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인드 스포츠라는 점 외에도, 교육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다. 정 교수는 그에 대해 첫째로 바둑이 문제해결과 그를 위한 수읽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고, 그것들을 해결하며 살아갑니다. 바둑을 통해 상황에 대한 추리와 분석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고도의 지적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굉장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정 교수는 그 외에도 예의를 중시하는 스포츠답게 바둑은 감정제어나 성격 발달 등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두 대국자가 마주보고 대국을 하기에 바둑이 사람간의 소통의 부재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간의 소통 부재는 물론,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으로, 바둑이 가진 잠재적인 가치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바둑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70여 개국에 협회를 두고 있는 바둑은 최근 서양에서의 움직임이 더 활발한 상황이다. “바둑을 생각하는 예술이라 여기는 서양의 바둑인들은 바둑을 통해 생각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립니다. 그래서 하수들이 장고를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죠.(웃음)” 국내와는 바둑을 대하는 문화가 다르다보니 발생하는 차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바둑 강연을 진행하는 정 교수는 바둑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다양한 매력과 장점을 가진 바둑이지만, 국내에서의 입지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700만이나 되는 바둑 인구가 있으나 대다수가 기성세대라는 점에서 한정된 세대의 문화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고, 기원 등 바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량으로 실버세대에 편입이 되는 시기이기에 오프라인 기원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원의 시설이나 운영방법 등에서 혁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한국 바둑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음에도 기원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바둑을 향해 거듭되는 사회문화적 요청은 정 교수가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바둑이 갖는 경쟁력의 확증일 것이다.

 

반상 위의 새로운 가치를 꿈꾸다
 정수현 교수는 바둑계 활동 외에도 다양한 외부 강의를 진행하는 인기강사다. 삼성사장단 회의를 비롯해 유수의 단체에서 ‘바둑과 경영’과 관련된 강의요청이 쇄도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정 교수는 바둑이 경영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기에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편, 그는 위기에 직면한 바둑계의 고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껏 바둑이 갖는 교육적 효과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방과 후 학습에서는 바둑이 많이 채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바둑을 경험한 학생들이 정작 바둑 팬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바둑에 대한 관심 부재가 지속되면, 어느 순간 국내 바둑 인구의 급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 교수는 물론, 바둑계에서도 대학생들을 반상 위로 끌어들이기 위한 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듯 바둑계 안팎으로 고민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정 교수가 꿈꾸는 바둑계는 어떤 모습일까. “바둑학을 연구한 브레인 집단이 바둑과 바둑문화를 학술적으로 연구하여 올바른 방향과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바둑계 발전을 촉진하는 모델을 그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는 바둑교육기관이 보다 확대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드러냈다. “현재 바둑학과가 있는 곳은 명지대와 세한대 뿐입니다. 바둑계의 수요로 봐서는 적어도 십여 개의 바둑학과가 더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수현 교수의 꿈과 소망은 그가 바둑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자, 바둑학과와 바둑학회에서 정 교수가 보여줄 활동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바둑을 알리는 것에도 욕심이 있고, 바둑을 향한 사회적 요청을 바탕으로 바둑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정수현 교수. 바둑 프로기사로서는 이례적인 길을 걸어온 그가 앞으로 만들어 낼 반상 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주간인물이 응원을 담아 기대한다.

 

 


 

Profile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
한국바둑학회 회장
바둑 프로기사 9단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저서
바둑읽는 CEO, 현대바둑의 이해, 반상의 파노라마 등 총 3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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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 특별 인터뷰] 바둑문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정수현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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