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1(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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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표류(漂流)하고 있다. 표류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물 위에 떠서 정처 없이 흘러감’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확고한 목적지가 없이 그저 파도에 의해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이다. 그러니 암초에 부딪히고 조난당하고 온갖 풍파에 시달리며 결국은 너덜너덜 형체만을 유지한 채 간당간당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형체가 된다. 그곳에는 선장은 있으나 그는 이미 리더십을 상실했고 선원들은 각자도생하며 오직 제 살 길만을 좆기에 연대와 협력이란 공동체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은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오직 힘이 세고 강한 자만이 눈길을 끌고 또 전체를 압도하게 된다. 이미 시스템이 붕괴된 가운데 누군가 목소리 크고 군림하는 자의 주변에 모여 그에게 부역하면서 철저히 자신만 출세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우선한다. 이런 조직에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인 삶의 가치는 희소할 뿐이다. 그저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에 의해 기득권층에 편입하려는 성공 전략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표류하는 우리 교육이 낳은 엘리트들의 적나라한 모습이고 그 중심에 ‘입시(入試)’라는 괴물이 굳건하게 똬리를 틀고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그 입시가 낳은 온갖 후유증과 부작용이 갈수록 정상적인 교육을 위협하고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입시 중심의 교육을 어떻게 바람직한 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역사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선조 때 율곡 이이(李珥)는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격몽요결』이란 교과서 격인 책을 편찬했는데 그 첫 장 제목을 ‘입지(立地)’라 했다. 이는 ‘뜻을 세워라’는 가르침으로 모든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훗날 인조는 전국에 있는 향교에 이 책을 내려 보내 교재로 삼게 했다. 이는 뜻을 세우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조선 500년이라는 국가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교육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교육은 아직도 낡은 방식에 집착해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인재를 키우는 방식과 경쟁교육에 의한 시험능력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21세기 교육은 ‘창의적 인재 육성’으로 결집된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이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입시라는 괴물인 것이다. 입시는 인간성회복을 외치는 인성교육과 OECD 최하위권의 학생 행복도를 바꾸는 데도 가장 큰 방해물이다. 
 
이제는 우리 교육의 관점을 입시에서 입지로 달리해 근본을 살려야 할 때다. 이는 곧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공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들의 꿈과 비전을 세우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입시는 교육을 위한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고 입지가 주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입시 교육에는 초지일관 하나의 가치관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이 출세와 성공지향의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는 배워서 남 주자는 우리의 전통적인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사상과는 반대로 타인 위에 군림하고 자신만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현재 SKY 대학 서열체제를 공고히 하는 입시 시스템, 의사라는 특정 직업만을 선호는 천박한 진로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각종 귀족학교라 칭하는 자사고, 영재고, 과학고, 예술고 등은 특별한 교육과정 운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변칙적 운영으로 세속적 야망을 부추기는 결정체일 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입시교육이 배출한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보라. 그들의 공부머리는 사회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역량 있는 일머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단지 무엇이 되어 자신과 가문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출세와 성공지향의 가치관에 몰입되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이타적인 인재가 되고자 뜻을 세우는 입지에 지나치게 소홀하거나 무시한 결과다. 이제 우리는 입시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행복과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입지로 나와 공동체, 국가를 더불어 행복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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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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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한민국 교육, 입시(入試)보다 입지(立志)를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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