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살아 있는 화산 사쿠라지마
일본 소도시, 일본 근대사를 품은 가고시마
[교육연합신문=손경희 기고]
비행기로 1시간 10분 거리에 위치한 일본 땅끝마을 가고시마. 닛산 자동차를 빌려, 남쪽 이부스키 코코 노요라도 온천 호텔을 향해 달려갔다. 빗방울은 갈수록 굵어지고 있었고, 어둠이 몰려와 길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드디어 도착, 유가타로 갈아입고 천연 온천탕에 들어가는데 처마부터 바닥까지 한 줄로 이어진 작은 왕관들. 차곡차곡 쌓여 길게 매달린 독특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빗물이 모여 다 채워지면 아래로 흘러가는 물받이 장치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처마의 낙숫물이 떨어지는 것에서 끈기, 수적천석을 배우지만 그들은 다 채우면 넘쳐나는 영과후진의 생활철학을 배우는 듯하다.
다음날, 우중의 큐카무라 캠핑장과 검게 펼쳐진 모래, 치린가시마 육계사주를 살펴보았다. 치린가시마는 둘레 약 3km의 무인도로 '인연의 섬'이라 불린다. 간조 때 모래길이 열려 신비한 광경을 연출한다. 태풍이나 날씨로 사라져도 또 생기므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부스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천연모래찜질이다. 지면 아래 뜨거운 해수가 흐르는 이부스키의 모래는 항상 열기를 뿜어낸다. 유카타를 입은 채 해안에서 솟아나는 온천의 열로 데워진 검은 모래에 감싸 안기는 독특한 입욕법이다. 팔순 노모는 여름 온천여행이라도 딸과 함께여서 참 행복해하셨다.
가고시마는 우리 역사와 관련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1598년 노량해전, 이순신 장군은 이곳의 번주 시마즈 요시히로의 함대와 전투 중 전사했다. 가고시마는 일장기와 기미가요의 고향이며 수많은 조선 도공을 납치해 간 곳이기도 하다. 1875년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강화도 조약을 맺게 한 이노우에 요시카, 메이지유신을 이끌고 군권을 장악하고 정한론을 주장하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이다. 그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중 하나. 메이지유신 150주년을 기념하여 NHK는 그를 소재로 한 대하사극 ‘세고돈’을 방영했다. 육군 대장, 근위 도독으로 군권을 장악한 메이지 정부의 실권자, 1등 공신이면서도, 메이지 정부에 반역하다 죽어간 인생 역정에 공감하며, 솔직 담백한 성향이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다. 2003년 상영된 라스트 사무라이는 세이난 전쟁과 사이고 다카모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시로야마 전망대에 오르니 시가지가 한눈에 보였다. 큰 나무들이 공원의 역사를 말해주고, 공기는 청량함을 내뿜는다. 아래쪽에는 사이고 다카모리가 최후를 맞이했던 동굴이 있다. 또한 잘 정리된 시로야마온천 노천탕에서 사꾸라지마 화산이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 앞바다 4㎞ 지점 화산섬으로 반복 분출하고 있으며, 1914년 대분화로 5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곳이다. 화산이 쏟아낸 용암으로 만들어진 지형과 산호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해 130차례 이상 폭발적인 분화가 관측되었고, 화구에서 약 1㎞ 이상 떨어진 곳까지 용암 조각이나 암석 파편이 날아가고 고온의 분출물이 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현상도 있다.
비지트센터에서 어린이들이 안전 모자를 써야 하는 이유와 화산토에서 재배하는 커다란 무를 만날 수 있다. 용암해안공원, 100미터 길이의 족욕탕을 지나 373미터 높이에 위치한 유노히라 화산 전망대에 도착한다. 가고시마의 전경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km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다.
연두빛 스타벅스건물을 지나 이소 정원이라 불리는 센칸엔 정원을 찾았다. 나무와 돌이 꾸며놓은 자연경관의 한 축을 형성하는 것. 창을 액자로 만들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방 안으로 가져온 ON Site view인 셈이다.
에도시대 사쓰마의 영주 시마즈미쓰히사가 1658년에 건축한 정원으로 화산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독특한 시설이 많다. 제11대 번주는 근대식 공업시설인 슈세이칸을 설치, 근대화를 위한 부국강병 정책을 추진하고, 사이고 다카모리를 발탁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 제철용 반사로, 기계공장 등 각종 근대 산업시설을 지었다. 1865년 만들어진 슈세이 칸 유적들은 2015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앙정부와 독자적으로 13세부터 34세에 이르기까지 인재를 파견하여 문물을 익히려 한 그들의 자세에서 시의 적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내려오는 길에 가고시마 미술관, 근대문화관을 찾았다.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이 검은빛과 회색 위주다. 화산재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 전시를 둘러보고 커피를 마시는데 매시간 정각이 되면 창 밖 조형물 뚜껑이 열리고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가고시마 관광버스들에 그려진 메이지 유신의 인물들. 가고시마 중앙역에 있는 ‘젊은 사쓰마의 군상’은 1864년 영국으로 2년간 선진문물을 배워와 사쓰마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17명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인재를 등용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실천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 손경희
◇ 인천 아라고등학교 교장
◇ 前인천 작전여고, 인천 청라고 교감
◇ 前인천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
◇ 前인천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