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인공지능(AI)과 에듀테크가 교육 현장의 지형을 급격히 바꾸어 놓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과 에듀테크의 활용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지식의 습득 효율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신기술이 선사하는 화려한 가능성 뒤편에서, 우리 교육 현장이 혹여 가장 소중한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기 활용 증가에 따른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와 집중력 흐려짐, 그리고 스크린 너머로 이어진 인간관계에서의 정서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AI가 맞춤형 문항을 추천하고 정답을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깊이 있게 사고하는 능력까지 대신 키워줄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해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인류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기술’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지성’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인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관계의 방식을 뿌리째 재구성한다"(프랑스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 디지털 도구가 수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흐르던 눈빛 교환과 정서적 교감의 공간은 자칫 축소될 위험에 처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다루는 교육은 역설적으로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라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처럼 더욱 '인간 중심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시대, 학교와 교사가 지닌 대체 불가능한 가치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생명의 안내자’이자 ‘인격적 멘토’로서의 역할에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당국과 학교 현장은 에듀테크의 거센 물결 속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세워나가야 한다.
우선, '디지털 활용'과 '아날로그적 문해력'의 정교한 균형(Hybrid Education)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한편, 종이책 읽기와 글쓰기, 깊이 있는 토론 수업을 강화하여 아이들의 어휘력과 맥락 이해 능력이 퇴화하지 않도록 단단한 기초 체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감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는 '정서·사회성 교육'의 전면 강화가 요구된다. AI가 제공하는 개별화 학습에만 몰입하다 보면 공동체성 함양이 소홀해지기 쉽다. 모둠 활동, 체육 및 예술 활동, 생태 체험 등을 확대하여 타인과 협력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인성 교육을 학사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나아가 교사가 '기술의 관리자'가 아닌 '인간적 연결의 주체'로 서도록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에듀테크 도입에 따른 교사들의 기기 관리 및 행정 부담을 대폭 줄여주고, 교사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맞추며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상담과 생활지도 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동양의 고전 『논어』에는 "인능홍도 비도홍인(人能弘道 非道弘人,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도구라 할지라도 교육의 주체인 인간을 넘어설 수는 없으며, 스승이 제자에게 전하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와 친구와 함께 땀 흘리며 배우는 협동의 기쁨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디지털 대전환의 길목에서, 기술을 지혜롭게 품어안되 '인간적 연결'이라는 교육의 고귀한 본질을 더욱 단단히 지켜내는 국가적 안목을 기대한다.
▣ 박진우
◇ 부산 해빛초등학교 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