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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를 바라보는 교실에서 토론과 질문 중심의 교실로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한국 학생은 하루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낸다. 교실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질서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디지털 교과서도 도입했고, 인공지능 교육도 시작했다. 하지만 반세기 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풍경이 있다. 교사는 칠판 앞에서 설명하고 학생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듣는다. 정해진 진도가 가장 중요하다. 질문은 시간을 늦추는 변수이고, 토론은 진도를 마친 뒤에나 가능한 사치이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에서 자란 아이들은 토론보다 침묵에 익숙하다. 설득과 이해보다 승부와 경쟁에 익숙해졌다. 학교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회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킨다. 민주주의는 투표장만이 아닌 교실에서 시작한다. 인간성은 교과서로만 길러지지 않는다. 공감은 대화할 때 자라고, 책임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배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끝까지 들어 보는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문화이다. 그런 문화는 설명보다 대화에서, 경쟁보다 협력에서 꽃핀다. 국가 경쟁력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문명과 혁신도 언제나 한 사람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교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교실의 방향을 칠판이 아니라 학생에게 돌려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공개수업을 하거나 마무리 활동을 할 때만 이러한 학습 형태를 보여주기 위주로 한다. 하지만 거꾸로 학생토론중심 구조가 항시적이고 전체 공유가 필요할 때는 일시적으로 교사 중심 방향이어야 한다. 수업은 토론이 일상화된 학습 구조와 체계가 필요하다. 책상은 언제든 네다섯 명이 마주 앉아 토론할 수 있는 구조로 준비하여야 한다. 교사의 자리는 교실의 중심이 아니라 배움을 연결하는 자리여야 한다. 학생들은 설명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수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질문과 토론'이 모든 교과에서 자연스럽게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실이 된다면 학교의 문화는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달라질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사고할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평가의 기준도 바꾸어야 한다. 정답을 얼마나 맞혔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만들었는지, 어떤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는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하며 토론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교사에게 수업을 연구할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질문 중심 수업은 훨씬 많은 준비와 성찰을 요구한다. 교육개혁은 교사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교실 풍경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 학생이 교사를 바라보는 교실에서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는 교실. 정답을 외우는 교실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교실. 결국 '질문과 토론' 교육 방식은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길이다. 이 길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바뀌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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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피부로 드러나는 전신 염증의 신호 건선, 한의학적 접근을 통한 면역 불균형 정상화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전신 면역 질환, 건선 - 건선(psoriasis)은 단순한 표피의 문제를 넘어,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 그리고 면역 체계의 조절 장애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경계가 뚜렷한 붉은 반점 위에 은백색의 두꺼운 각질이 덮이는 것이 특징이며, 심한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건선의 핵심은 선천성 및 적응성 면역 체계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특히 IL-23/Th17 축(axis)의 조절 이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지상세포 등에 의해 분비된 인터루킨-23(IL-23)은 Th17 세포의 분화와 생존을 촉진하며, 활성화된 Th17 세포는 IL-17을 비롯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합니다. 이러한 염증 매개체들은 각질형성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유발하고 염증 반응을 지속시켜 건선 특유의 두꺼운 각질 판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2.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 - 현재 건선 치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비타민 D 유사체와 같은 바르는 약부터 메토트렉세이트(MTX),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전신 면역억제제, 그리고 특정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Biologics)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IL-17이나 IL-23을 표적으로 하는 최신 생물학적 제제는 중증 건선 환자에게서 피부 병변을 개선하는 단기적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같은 합성약물 치료만으로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물학적 제제는 높은 치료 비용으로 인해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장기 사용 시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효능이 감소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널리 활용되어오던 전신 면역억제제는 간독성이나 골수 억제와 같은 부작용의 위험을 동반하며,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장기 사용은 피부 위축이나 모세혈관 확장과 같은 비가역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약물 투여를 중단할 경우 높은 확률로 증상이 재발한다는 점은, 증상 완화를 넘어선 근본적인 면역 항상성 회복과 관련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3. 건선과 밀접하게 얽힌 '전신 대사 증후군'과 '장-피부 축' - 최근 학계에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심혈관계 질환, 비만, 대사 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등과 동반되는 전신 질환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선 환자의 체내에서 지속되는 만성 염증은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하여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근래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피부의 염증성 질환에 기여한다는 '장-피부 축(Gut-skin axis)' 이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장내 점막 장벽의 기능이 저하되면 미생물이나 대사 산물이 혈류로 유입되어 전신 염증 반응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Th17 세포 분화와 IL-17 발현을 통해 건선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이는 건선 치료가 피부 표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체내 대사 및 면역, 장내 환경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말해줍니다. 4. 건선에 대한 효과적 대안: 침, 뜸, 한약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최근 기존 약물 치료의 효과를 보완하고, 전신 면역 체계의 종합적 안정을 도모하는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다양한 현대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효과와 작용 기전이 검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널리 활용되는 약물인 전신면역억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에 전침(Electroacupuncture)을 병행한 치료는 피부 병변과 염증을 기존 약물 단독 치료보다 더욱 강력하게 완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침 치료는 피부와 림프절에서 병원성 Th17 세포의 비율을 낮추고, 반대로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는 조절 T 세포(Treg)의 빈도를 현저히 증가시켜 Th17/Treg 면역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뜸(moxibustion) 치료는 건선 병변에서 세포 증식 및 발판 단백질 합성을 감소시키고, 혈관의 비정상적인 과다 증식을 억제하며, IL-8, IL-17A, IL-23과 같은 전염증성 인자의 발현을 뚜렷하게 낮추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한편, 건선은 면역계의 이상, 피부 세포의 과증식,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 그리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복합 질환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중 경로(multi-pathway)를 동시에 조절하는 한약 치료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각종 피부 질환에 널리 활용되어온 여러 한약 처방의 활성 성분은 여러 병리 표적에 대한 동시조절 기전을 통해 건선을 치료합니다. 예를 들어, 커큐민(curcumin), 바이칼린(baicalin) 등의 성분과 다수의 한약 처방이 NF-kB, MAPK, PI3K/AKT 및 IL-23/IL-17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차단하고 각질형성세포의 과다 증식을 막아주는 효과가 규명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복합 한약 처방은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피부 축(Gut-skin axis)'에 작용하여 무너진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회복시키고 전신 대사 장애를 바로잡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살펴보신바와 같이 한의 치료는 면역 조절, 항염증, 혈관 신생 억제,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등 신체 전반의 불균형을 총체적 관점에서 바로잡는 효과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갖춰져 있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건선 자가 관리법 - 성공적인 건선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의 생활 습관 및 식단 교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지중해식 식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과일, 채소, 통곡물을 강조하는 지중해식 식단은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습니다. 이 식단에 풍부한 오메가-3 고도불포화지방산과 폴리페놀은 전신 염증을 조절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유익합니다. •체중 감량 및 저칼로리 식단: 비만은 건선의 진행 및 중증도 악화와 강한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건선 환자가 저칼로리 식단을 통해 체중을 감량할 경우, 건선 중증도 지수(PASI)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높아집니다. •간헐적 단식: 식사와 단식 시간을 조절하는 간헐적 단식은 아디포넥틴 분비를 증가시켜 국소 및 전신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 관찰에서도 한 달간의 간헐적 단식이 건선 환자의 PASI 점수를 유의하게 낮춘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단: 셀리악병을 동반하거나 항글리아딘 항체(antigliadin antibodies)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건선 환자의 경우, 글루텐 프리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건선 중증도 감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선은 평생에 걸쳐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삶의 질을 위협합니다. 전신의 면역 균형을 다스리고 피부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진정시키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올바른 식이 관리를 병행한다면, 붉은 반점과 각질의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피부로 한걸음 더 다가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Prema SS, Shanmugamprema D. Systemic Psoriasis: From Molecular Mechanisms to Global Management Strategies. Clin Rev Allergy Immunol. 2025 Aug 7;68(1):79. doi: 10.1007/s12016-025-09089-4. 2.Leung A, Kranyak A, Marquez-Grap G, Bhutani T. Nutrition and Psoriasis: The Latest Evidence and How to Approach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Am J Clin Dermatol. 2026 Jan;27(1):9-16. doi: 10.1007/s40257-025-00992-2. 3.Morrow S, Hawkins P, Griffiths CEM, Tektonidis TG, Harriss E, Scragg J, Jebb S. Impact of weight-loss interventions on psoriasis sever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26 Jun;40(6):980-993. doi: 10.1111/jdv.70247. 4.Armstrong AW, Nong Y, Merola JF. Systemic Pharmacological Treatments for Chronic Plaque Psoriasis. JAMA Dermatol. 2026 May 1;162(5):525-526. doi: 10.1001/jamadermatol.2026.0200. 5.Huang F, Zhang T, Li B, Wang S, Xu C, Huang C, Lin D. NMR-based metabolomic analysis for the effects of moxibustion on imiquimod-induced psoriatic mice. J Ethnopharmacol. 2023 Jan 10;300:115626. doi: 10.1016/j.jep.2022.115626. 6.Liu H, Chen Y, Xu S, Chen H, Qiu F, Liang CL, Mo X, Liu J, Lu C, Dai Z. Electroacupuncture and methotrexate cooperate to ameliorate psoriasiform skin inflammation by regulating the immune balance of Th17/Treg. Int Immunopharmacol. 2024 Oct 25;140:112702. doi: 10.1016/j.intimp.2024.112702. 7.Gamus D, Shoenfeld Y. Acupuncture therapy in autoimmune diseases: A narrative review. Autoimmun Rev. 2025 Jan 31;24(2):103709. doi: 10.1016/j.autrev.2024.103709. 8.Jo HG, Seo J, Jang B, Kim Y, Kim H, Baek E, Park SY, Lee D. Integrating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alidation to advance psoriasis treatment: Multi-target mechanistic elucidation of medicinal herbs and natural compounds. Autoimmun Rev. 2025 Jul 31;24(8):103836. doi: 10.1016/j.autrev.2025.103836. 9.Feng W, Liu H, Liang CL, Huang H, Chen Y, Dai Z. Immunoregulatory effect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its ingredients on psoriasis. Int Immunopharmacol. 2025 Jun 26;159:114896. doi: 10.1016/j.intimp.2025.114896.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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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학 간판을 떨쳐낸 SK하이닉스, 그럼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시대를 지배할 인류의 생존 조건으로 아주 독특한 “3대 근육”을 제시했다. 그것은 헬스장의 바벨을 들라는 게 아니라, 미래 인재가 반드시 탑재해야 할 “세 가지 정신 근육”이다. 첫째, ‘생각 근육’으로 AI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답을 융합하는 비판적 사고력이다. 둘째, ‘적응 근육’으로 기술 격변의 파도 속에서 빛의 속도로 변신하는 유연성이다. 셋째, ‘공감 근육’으로 기술에 인간성을 불어넣고 타인과 연대하는 소통 능력이다. 이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AI 반도체의 심장인 SK하이닉스가 전격적인 행동에 나서 신입사원 채용에서 수십 년간 당연시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이라는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즉, 고졸이든 대학 중퇴든 상관없이, 최 회장이 말한 3대 근육만 짱짱하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터로 채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그동안 말로만 “학벌 철폐”를 외치던 사회에 던진 거대한 폭탄이자, 대학 간판만 믿고 안주하던 교육계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친 유쾌한 인간 승리 선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까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30년 전 삼성 그룹은 이미 학벌 철폐의 선도자로서 발걸음을 떼었고 공공기관에서도 이력서에 출신 학교를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즉, 이력서에서 간판을 지웠더니, 제한된 시간 내에 눈에 띄는 ‘말만 번지르르한 지원자’나 ‘고액 사교육으로 떡칠된 외부 스펙자’가 합격하는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밤낮 코피 쏟아 명문대에 간 학생들은 “내 학창 시절의 성실함을 증명할 기회조차 빼앗겼다”며 역차별을 호소했고, 일부 기관에서는 주관적 평가 개입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하이닉스의 이번 결단이 본격적인 ‘학벌 철폐’와 ‘인재 혁명’으로 이어지려면, 이제 학교 교육의 판 자체를 새로 짜는 획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첫째, ‘생각 근육’ 단련을 위해 오픈 AI ‘피신(Piscine)’ 프로젝트의 운영이다. 프랑스의 혁신적인 IT 교육기관인 ‘에꼴 42(Ecole 42)’에는 교수도, 교재도, 주입식 시험도 없다. 오직 동료들과 한 달간 맨땅에 헤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피신(Piscine, 수영장)’이라는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진짜 역량을 길러내고 있다. 우리의 학교 평가 기준도 ‘암기한 정답’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힌트를 얻고, 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논리로 융합하는가의 과정이어야 한다. 둘째, ‘적응 근육’ 단련을 위해 ‘학년 팝업(Pop-up :경계 파괴)’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오토매틱(Automattic)은 채용 전, 지원자들에게 몇 주간 실제 직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맡겨 이들이 새로운 툴과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를 검증한다고 한다. 교육도 이 방식을 적용해 아침에는 로봇 공학 프로젝트를 하다가, 오후에는 기후변화 뮤지컬을 제작하는 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학년의 경계를 넘어 매번 바뀌는 동료와 낯선 과제 속에서 뒹굴어봐야, 어떤 위기가 와도 카멜레온처럼 ‘적응 근육’이 생긴다는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셋째, ‘공감 근육’ 단련을 위해서 ‘동료 평가(Peer Review)’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는 인재를 뽑을 때 아무리 천재라도 독불장군이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자는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고 한다. 철저히 동료들의 다면 평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 성적표에서 교사의 주관적 평점이나 줄 세우기식 등급을 지워야 한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서로의 협업 태도와 인성을 평가하는 동료 평가 시스템을 공교육 성적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청(소)년들이 스펙 성형외과를 찾아다니며 자소서에 넣을 형식적인 위장 줄글을 만드느라 청춘을 낭비하는 대신, 매일 아침 자신만의 ‘생각과 적응, 그리고 공감’을 키울 아령을 들어 올리는 학교, SK하이닉스가 던진 학벌 철폐의 공을 받아 안는 학교로의 구습 타파 ‘인재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년 고1 학생 1만 명이 넘게 자퇴한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의 책가방 속에 스트레스 유발의 시험지만 잔뜩 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대신 ‘미래를 살아갈 단단한 근육’ 즉, ‘삶의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할 때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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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육의 ‘정치적 면역계’를 구축하자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를 뜯어고치고, 교육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와 기구를 신설하는 등 주로 ‘제도적 외과 수술’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아무리 법률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해도, 적대적 거대 양당 정치라는 강력한 구조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교육 현장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자극적인 실험실로 전락하곤 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가 교육을 지배하는 이 고질적인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 수술을 넘어, 교육 현장 스스로가 정치적 외풍을 이겨내는 자체적인 ‘면역계(Immune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제도나 정치인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독립이 아니라, 교실 내부의 체질을 바꾸어 정치가 감히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거시적인 제도 개혁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이, 정작 교육의 미시적 생태계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왔다. ‘교육 현장의 정책 수용도’ 연구에 따르면, 상향식(Top-down)으로 하달되는 정치권발 교육 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오히려 교사들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여 공교육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OECD 교육 지표에서도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국가일수록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된 교육 성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정치가 교육을 흔들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교실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공약들은 학교를 장기적인 안목이 실종된 ‘피로 사회’로 만들 뿐이다. 이에 우리는 제도적 독립을 넘어, 정치의 논리가 교실 문턱에서 스스로 차단되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과정의 ‘블록체인(Blockchain)화’를 통한 정책 불변성 확보다.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교육과정을 손쉽게 주무르지 못하도록, 국가 교육의 핵심 뼈대를 분산형 시스템인 ‘블록체인’처럼 상호 검증 구조로 묶어야 한다. 지역 사회, 현장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계가 공동으로 승인한 교육의 핵심 가치와 장기 로드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독으로 수정할 수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합의체만이 교육을 진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잠금장치’라 할 것이다. 둘째, 진영 논리를 파쇄하는 ‘메타-비판(Meta-Critical) 사고’의 훈련이다. 정치인들이 교육을 도구로 삼는 이유는 대중이 진영 논리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르치는 대신, “왜 저 정치인은 저런 주장을 할까?”, “저 공약 뒤에 숨은 이해관계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분석하는 ‘미디어 및 정치 리터러시’ 수업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수사와 선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들 앞에서는, 어떤 정치인도 교육적 야합이 불가할 것이다. 이는 핀란드의 체계적인 ‘가짜 뉴스’ 판별 교육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세대의 서사로 이념의 독소를 녹이는 ‘격대(Gyeok-dae)교육’의 구조화이다. 정치적 이념은 대개 동시대의 갈등을 먹고 자라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경험은 갈등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이는 현대의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교과서 밖으로 나와, 아이들이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관통해 온 조부모 세대의 서사를 직접 채록하고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외침이 아닌, 평범한 이웃이자 가족인 조부모 세대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의 궤적을 마주할 때, 아이들은 인위적으로 가공된 진영 논리를 초월해 연대감과 따뜻한 인성의 가치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의 미래 교육의 도도한 흐름은 이미 정부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걱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는 교육이 정치의 미성숙함을 걱정하고, 이를 치유할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다.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요요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교실 내부의 면역력을 키워 굳건한 교육의 자존감을 세워야 한다. 정치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깊고 단단한 사유의 숲을 아이들의 내면에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교육 자율성의 확보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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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 10명 중 9명이 무혐의인 아동학대 신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 10명 중 9명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이다. 자녀가 그 억울한 교사라면 그 상황에서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통계 증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교사의 일상은 마비된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건으로 신고를 당했는데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고립감, 형사 절차와 수사에 대한 부담과 수치심, 낙인 효과를 교사는 가장 힘들어한다. 통계에 따르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신고된 교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혐의없음이나 불송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범죄 혐의자로 살아야 했던 교사들의 지난한 고통이 담겨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거짓 비난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신고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허위·과장 신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는 생활지도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아동학대 신고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지도가 곧바로 범죄 혐의로 연결되는 현실은 교육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교권 침해 신고센터에는 우울증 치료와 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무혐의라면 제도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살펴보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바라보게 만들고, 교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과 거리를 두게 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교사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면 현장 교육의 질적 하락은 당연하다.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교육활동과 학대를 구분하는 전문 심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1차 검증장치가 필요하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포함된 사안은 교육 전문가와 아동 전문가가 먼저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정서적 아동학대 적용도 교육 상황에서는 제한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악의적 허위 신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한 신고는 보호하되 보복성 신고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송망방이 처벌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교육은 입시 중심·불평등·창의성 억제 구조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교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아동학대라는 드론 공격이다. 학생에 대한 선한 동기를 가진 교사들이 악의적 소송에 쓰러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교사에 대한 최대한의 보호막을 마련해야 한다. 악의적 허위 신고라는 드론 살상 공격을 막아 주어야 한다. 홀로 맨몸으로 살상적인 드론에 맞서라는 것은 교육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교사에게 너무도 가혹한 내몰림이다. 학생에게 안전이 제일이듯이 교사에게 안전한 교직 활동도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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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和와 私, 고개 숙인 ‘벼 이삭’의 방향이 운명을 갈랐다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세상의 모든 관계는 ‘방향’에서 결정된다.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느냐, 아니면 등을 돌리느냐에 따라 화합(和)이 되기도 하고 사사로움(私)이 되기도 한다. 한자 ‘화할 화(和)’와 ‘사사로울 사(私)’는 본래 하나의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이삭이 굽은 ‘방향’ 하나로 극단적인 대칭을 이룬 흥미로운 사례다. ■ 금문이 전하는 비밀: 입(口)을 향한 마음 금문에 나타난 두 글자의 원형은 모두 벼(禾)와 입(口)의 결합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벼 이삭의 끝에 있다. 화(和)는 벼 이삭이 입(口)을 향해 부드럽게 숙여져 있는 형상이다. 이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和答), 그 소리를 긍정하며 받아들이는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맛있는 밥(禾)을 함께 나누며 대화(口)를 즐기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화’라는 글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등을 돌린 이삭, 소외와 욕심의 시작 반면 사(私)는 이삭이 입(口)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는 타인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고립된 마음을 상징한다. 안타깝게도 『설문해자』는 이 심오한 조자 원리를 놓쳤다. 그저 ‘벼(禾)의 뜻과 소리(厶)가 합쳐진 것’이라며 평면적인 해석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의 원형을 복원해보면, 사(私)라는 글자는 타인과의 연결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방에 갇힌 인간의 ‘소외’를 시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방향이 결정하는 삶의 태도 이 대칭 구조를 이해하면 한자는 단순한 암기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의 도구가 된다. 화(和)가 소통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키우는 행위라면, 사(私)는 소통의 단절을 통해 개인의 영역만을 고수하려는 태도다. 결국 한 글자는 상대를 향한 ‘경청’에서, 다른 한 글자는 자신만을 향한 ‘독점’에서 출발한 셈이다. 당신의 이삭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사(私)’의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고통이나 목소리에는 등을 돌린 채, 오직 나만의 이익과 편함을 위해 ‘사사로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한자의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은 옛 글자를 읽는 법을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벼 이삭을 입 쪽으로 돌려 세워 화(和)를 이룰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돌려 사(私)에 머물 것인가. 수천 년 전 고대인이 글자에 새겨놓은 이 준엄한 질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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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삶, 평범을 자처한 삶의 품격과 향기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인생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낮추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 것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용기다. 성취와 효율만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프랑스의 올리비에 드 베랑제(Olivier de Berranger, 1938-2017) 주교가 남긴 삶의 궤적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마무리'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베랑제 주교의 생애는 국경과 지위를 초월한 헌신과 겸손의 결정체였다. 그의 한국 인연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시작되었다. 1976년부터 17년간 '오영진'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았던 그는 화려한 사목 활동 대신 가난한 이들의 곁을 선택했다. 그는 프라도사제회가 한국 가톨릭교회에 뿌리내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이 땅의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울고 웃었다.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도 그의 가슴에는 늘 한국이 살아 있었다. 1996년 생드니 교구 주교로 서품된 후, 저서 『서울의 예수, 생드니의 예수』를 통해 두 나라 소외된 이들의 삶을 증언했다. 특히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에는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지 않고 감싸 안는 인내와 민족애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분단의 상처를 보듬기도 했다. 주교라는 권위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조차 그의 마음은 늘 프라도 사제로서 서약했던 초심의 자리를 향했다. 은퇴 후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겼다. 그는 주교의 지팡이를 내려놓고 프라도회가 시작된 리옹의 가난한 동네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하며 살기를 자청했다. 말년에는 고향 양로원에서 '주교님'이 아닌 친근한 형제로서 노인들과 똑같은 처지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 지위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진 인간 본연의 숭고함을 몸소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러한 삶은 직위와 명예를 인생의 성적표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내려놓은 '직함'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새롭게 채워진 '삶의 품격'이다. 이는 퇴임 후 과거의 위신을 뒤로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독일 교육자들의 성숙한 직업 윤리와도 궤를 같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재직 시절의 위세에 갇히지 않는 용기다. 원숙한 경륜이 박제된 훈장이 아닌,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활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 곁에서도 이러한 가치의 실천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전남 강진교육지원청의 최 모 전 교육장의 행보가 그러하다. 그는 평생을 바친 교단에서 최고의 영예인 교육장까지 역임했으나, 퇴임 후 안락한 원로의 자리를 사양했다. 대신 최근 강진의 외국인 유학생 중심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임시교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분필을 들었다. 화려한 의전 대신 타국 학생들의 서툰 한국말을 다독이며 교육자의 초심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교에서 평범한 노인으로 돌아간 베랑제 주교처럼, 교육장에서 임시교사로 돌아간 그의 행보는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오직 '스승'이라는 이름의 진정성만을 남겼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세상을 밝히는 이들의 삶은 기술적 풍요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품격과 온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결국 이들이 보여준 삶의 궤적은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 개혁을 요구하는 묵직한 화두다.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재투입되는 환경, 위계의 옷을 벗고 존재 그 자체로 기여하는 이들이 존중받는 풍토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러한 겸손의 선순환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자, 우리 시대가 마주해야 할 '준비된 기적'이다. ▣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육, 독일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만나다』(포스텍융합문명연구원; 소명, 2025) 등이 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前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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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삶, 평범을 자처한 삶의 품격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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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고구려의 국호,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다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할 때, 늘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라는 말은 교과서에서 너무도 익숙하지만, 사실 그 통일은 제한적이었다. 청천강 이북은 포함되지 않았고, 한반도의 북쪽은 여전히 미완의 공간으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는 언제나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표가 남아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학자 100인에게 “한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을 묻는 설문에서, 가장 많이 꼽힌 답은 ‘고구려의 멸망’이었다. 패배의 순간임에도, 사람들은 고구려에서 한국사의 자존심과 대륙적 상상력을 찾는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이 이름, ‘고구려’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 국호 속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 건국 연대, 단순한 연표가 아니다 『삼국사기』는 고구려의 건국을 기원전 37년으로 적었다. 그러나 다른 기록은 다르다. 『신당서』는 고구려가 “한(漢) 대부터 있었고, 지금 900년에 이른다”라고 전한다.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 사서에 고구려는 일찍부터 등장하지만, 신라는 훨씬 늦게 독립된 항목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히 연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고구려’라는 이름을 썼는지, 그것이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 ‘구려’라는 이름의 뿌리 『삼국지』 동이전에는 “구루는 고구려말로 성(邑)이다”라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여기서 ‘구루’는 ‘굴(동굴)’, ‘골짜기’, ‘고을’로 이어지는 어원망을 품고 있다. 즉, 집단이 모여 사는 거처, 곧 성(邑)을 뜻했다. 따라서 ‘구려’는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원래는 ‘성’이나 ‘고을’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였다가 국호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고구려는 ‘높은 성, 위대한 고을’을 뜻하는 이름이었다. □ 졸본이 아니라 홀본, 해의 근본 고구려 건국지로 잘 알려진 곳은 ‘졸본(卒本)’이다. 그러나 광개토왕비(413년)에 기록된 표기는 ‘홀본(忽本)’이다. 시기상 더 원 사료에 가까운 비문을 따른다면, ‘홀본’이 원형일 가능성이 높다. ‘홀’은 문자학적으로 ‘해(태양)’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홀본’은 곧 ‘해의 근본’, ‘해 뜨는 곳’을 의미한다. 조선의 ‘아사달’, 단군신화의 태양적 국호 전통과도 이어진다. 고구려의 건국지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태양 숭배와 연결된 신성한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 ‘고(高)’ 자의 기원 그렇다면 ‘고(高)’는 무엇일까. 흔히는 다층 성곽의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들여다보면, ‘고’는 원래 솟아오름, 남성적 생명력의 상징에서 출발한 글자였다. ‘높다’라는 추상적 의미는 그 뒤에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는 ‘높은 성’일 뿐 아니라, 태양의 상징과 맞닿아 있었다. 시조 해모수와 주몽의 성씨 전통이 이 ‘높음’과 ‘태양’을 겹겹이 담아낸 셈이다.([그림 28] ‘高’ 참조) □ 이미 쓰였던 이름, ‘고려’ 많은 사람들이 ‘고려’라는 국호를 왕건이 새로 만든 줄로 안다. 그러나 사실 고구려 시기부터 ‘고려’는 이미 사용되었다. 충주 고구려비(397년)에는 ‘고려 태왕’이 등장하고, 539년의 연가 7년명 금동여래입상에는 ‘고려국’이라는 명문이 보인다. 게다가 당·원·명대의 음운서, 그리고 『용비어천가』 표기를 보면 ‘려’는 ‘리’로도 발음되었다. 고려가 곧 ‘고리’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고려’는 단순한 약칭이 아니라, ‘골/홀(해)’ 계열 어원과 연결된 또 하나의 정통 국호였다고 볼 수 있다. □ 북경까지 뻗은 고구려의 무대 덕흥리 고분 벽화(408년)에는 ‘유주자사’와 13군 태수의 이름이 등장한다. 유주는 오늘날 북경 일대다. 이는 고구려가 이미 화북 내륙과 접속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당대 문헌에는 평양성·국내성·한성의 3수도 체제가 등장한다. 그런데 송·명대 지리지에는 평양성을 ‘평주=북경권’으로 비정한 기록이 있다. 이는 고구려의 활동 무대가 단순히 압록강 주변이 아니라, 북경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구려가 수·당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계승된 국호, 고려 고구려 멸망 후에도 ‘고려’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발해, 보덕국, 후삼국의 태봉, 그리고 왕건의 고려까지 이어졌다. 왕건의 고려는 새로운 창조물이 아니라, 고구려 시기부터 이어진 정통 국호의 계승이었다. 조선 건국 때 명나라의 눈치를 보며 채택된 ‘조선’과는 달리, 고려라는 이름은 대륙적 상상력과 민족적 자존을 담은 이름이었다. □ 다시 불러야 할 이름 1948년 제헌 국회에서도 국호는 논쟁거리였다. ‘대한민국’과 ‘고려공화국’이 경쟁했고, 결국 표결로 ‘대한민국’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고려라는 이름을 다시 쓰려 했던 흔적은 분명 남아 있다. 오늘날 통일 한국의 국호를 논의한다면, ‘고려’는 가장 국제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후보일 것이다. 북한 역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제안한 바 있다. ‘고려’라는 이름에는 남과 북이 함께 이어받을 수 있는 전통이 담겨 있다. □ 결론: 태양과 높음의 나라 고구려와 고려의 이름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태양 숭배와 ‘높음’의 상징이 담겨 있다. 그것은 단군의 아사달에서, 해모수와 주몽의 성씨에서, 홀본이라는 건국지에서, 그리고 ‘고려’라는 국호의 지속에서 확인된다. 고구려는 패망했지만, 그 이름은 꺼지지 않았다. 민족의 자존심, 대륙적 상상력, 그리고 태양과 높음의 전통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젠가 통일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다시 이 이름을 불러야 할지 모른다. 고려(高麗). 그 이름 속에서 우리는 사라진 전사의 기억과 미래의 자존을 함께 만날 수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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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고구려의 국호,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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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지끈거리는 편두통, 뇌와 경추의 신경학적 연결고리로 풀어내기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뇌신경이 보내는 경고음, 편두통의 원인 - 편두통(migraine)은 단순한 두통을 넘어, 뇌신경계의 비정상적인 흥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적인 신경혈관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일측성 또는 양측성의 박동성 통증이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발생하며, 구역질, 구토, 빛 번짐(광과민), 소리 공포증 등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편두통의 핵심은 삼차신경혈관 시스템(trigeminovascular system)의 활성화와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외부의 자극으로 삼차신경이 흥분하면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산화질소(NO) 등 혈관 활성 신경펩타이드가 방출됩니다. 이 물질들은 뇌수막 혈관을 확장시키고 비만 세포를 탈과립시켜 국소적인 신경성 염증을 유발하며, 이는 통증 신호가 증폭되어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원인이 됩니다. 2. 진통제만으로 편두통 관리가 힘든 이유 - 현재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에는 트립탄(Triptans),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디탄(Ditans), 게판트(Gepants) 등이 사용되며, 예방 치료에는 CGRP 단일클론항체(mAbs)와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이 처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 치료로 잘 해결되지 않는 편두통도 많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30~40%의 환자는 위와 같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에게는 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 약물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위장관 장애, 인지 기능 저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는 환자의 경우 약물의 복용 중단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증 조절을 위해 급성기 진통제를 과용할 경우, 오히려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악화되는 '약물과용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으로 만성화될 위험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3. 편두통과 밀접하게 얽힌 '경추기원성 두통(cervicogenic headache)' - 최근 경추의 관절, 디스크, 인대 또는 근육의 병리적 이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경추기원성 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질환이 편두통 관리에서 중요한 이유는 편두통 환자의 최대 90%가 목 통증을 동반하여, 임상적으로 두 질환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중첩은 삼차경수복합체(trigeminocervical complex)라는 신경 구조로 설명됩니다. 상부 경추에서 기원하는 구심성 통증 신경과 뇌신경인 삼차신경의 구심성 섬유는 뇌간에서 융합됩니다. 이 때문에 경추부의 통증 신호가 편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편두통 발작이 경추부의 방사통으로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4. 편두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 침, 추나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근래에 이와 같은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가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현대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그 효과와 작용기전이 검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다수의 무작위 대조 시험을 종합한 우산 고찰(Umbrella review) 연구에서는 침 치료가 기존 약물 치료와 비교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으면서도 편두통 발생 일수와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한 커넥톰(connectome) 기반 예측 모델 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에게 4주간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피질하-소뇌 네트워크 간의 기능적 연결성 조절을 통해 진통 효과와 장애 개선이 나타남이 입증되었습니다. 더불어, 편두통의 경추성 유발 요인을 제어하기 위해 상부 경추 및 흉추에 이루어진 추나와 침전기자극술 병행치료는 단순 수기치료 및 운동보다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3개월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이들 효과는 생물학적으로 침 치료가 보이는 CGRP 및 NO 방출 억제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조절을 통한 신경 염증 완화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천궁(Chuanxiong rhizoma), 천마(Gastrodiae rhizoma), 백지(Angelicae dahuricae radix) 등 두통에 널리 활용되는 한약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처방은 뇌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성 염증을 억제합니다. 이들 한약의 유효 성분은 혈액-뇌장벽(BBB)의 투과성을 안정화하고, CGRP 및 NF-κB 염증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여 중추 및 말초의 통증 감작을 차단함으로써 편두통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편두통 자가 관리법 - 성공적인 편두통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식이 및 영양 관리 : 금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는 혈당 저하를 유발해 편두통의 촉발 인자가 되므로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합니다. •운동 요법 : 규칙적인 중등도 유산소 운동 및 저항성 근력 운동은 뇌의 베타-엔돌핀 및 BDNF 수치를 높여 편두통 빈도와 강도를 줄입니다. 단, 두통의 발작기에는 신체 활동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운동을 피해야 합니다.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 경추부와 두피에 대한 가벼운 자가 이완 및 스트레칭은 통증 유발 물질인 Substance P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두통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잦은 편두통은 삶의 질 전반을 위협하지만, 진통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뇌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경추의 구조적 긴장을 해소하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난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Kollenburg L, Kurt E, Mulleners W, Arnts H, Robinson CL, Poelen J, Meier K, Dominguez M, Ashina S, Vissers K. Bridging the gap: molecular mechanisms, regional activity and connectivity in headache disorders. Brain. 2026 Mar 5;149(3):710-735. 2.Schiller J, Niederer D, Kellner T, Eckhardt I, Egen C, Zheng W, Korallus C, Achenbach J, Ranker A, Sturm C, Vogt L, Gutenbrunner C, Fink MG, Karst M. Effects of acupuncture and medical training therapy on depression, anxiety, and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frequent tension-type headache: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Cephalalgia. 2023 Jan;43(1):3331024221132800. 3.Cropes M, Deacon A, Nelson EO, Deuel D, Sandgren A, Abd-Elsayed A, Houdek T. Exploring Pain Phenotyping in Cervicogenic Headache Management. Curr Pain Headache Rep. 2025 Dec 13;29(1):122. 4.Raggi A, Leonardi M, Arruda M, Caponnetto V, Castaldo M, Coppola G, Della Pietra A, Fan X, Garcia-Azorin D, Gazerani P, Grangeon L, Grazzi L, Hsiao FJ, Ihara K, Labastida-Ramirez A, Lange KS, Lisicki M, Marcassoli A, Montisano DA, Onan D, Onofri A, Pellesi L, Peres M, Petrušić I, Raffaelli B, Rubio-Beltran E, Straube A, Straube S, Takizawa T, Tana C, Tinelli M, Valeriani M, Vigneri S, Vuralli D, Waliszewska-Prosół M, Wang W, Wang Y, Wells-Gatnik W, Wijeratne T, Martelletti P. Hallmarks of primary headache: part 1 - migraine. J Headache Pain. 2024 Oct 31;25(1):189. 5.Robinson CL, Christensen RH, Al-Khazali HM, Amin FM, Yang A, Lipton RB, Ashina S. Prevalence and relative frequency of cervicogenic headache in population- and clinic-based studi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ephalalgia. 2025 Mar;45(3):3331024251322446. 6.Pereira PA, Marto CM, Oliveiros B, Botelho 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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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지끈거리는 편두통, 뇌와 경추의 신경학적 연결고리로 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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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South Korea's Prou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Korea has gone through the Japanese colonial era, which led to the emergence of various independence activists. Let me introduce a significant leader of our popular movement: educator an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An Chang Ho was born in 1878. After he witnessed the Sino-Japanese War, he got the idea that the country needed to grow stronger. In 1902, he moved to San Francisco and actively worked for Korea's independence. He created the Young Korean Academy (흥사단). The Young Korean Academy helped An Chang Ho educate young Korean students. His ideal was to cultivate patriotic citizens with sound character. He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character development. The Young Korean Academy supported the independence movement by giving financial aid and cultivating talented individuals. Thanks to his help and endeavors, the movement spread and helped make Korea an independent country. When you have time, try to go to Hyehwa Station and visit the Young Korean Academy (흥사단), and imagine what our ancestors might have done to make the dream of independence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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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South Korea's Prou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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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교육으로 잇는 문화강국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필자에게 매일 저녁 KBS '6시 내고향'과 매주 토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방송되는 '동네 한 바퀴'는 은근히 기다려지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이는 빠른 이동과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한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고, 또 천천히 걷는 방식으로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 속에서 만나는 지역의 장인과 명장들은 화려한 성공담의 주인공만은 아니다. 그들은 한자리를 지키며, 사라져 가는 우리의 토종 기술과 생활 문화를 묵묵히 이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있으며, 또 전하려고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이 질문은 곧 우리 교육의 방향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삶과 연계된 배움,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을 강조해 왔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 학교–마을 협력, 학교 밖 학습 자원의 활용은 이제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성과 달리, 실제 학교 현장에서 지역은 여전히 ‘부가적 체험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바로 지역의 장인과 무형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도>를 통해 전통 기술과 예술을 보호하고 전승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축적한 지식과 태도를 몸으로 간직하고 있는 살아 있는 교육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한지 장인의 작업에는 자연 재료의 과학적 이해와 생태적 감수성이 담겨 있고, 옹기 장인의 삶에는 지역 산업과 생활사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자원은 역사·국어·과학·미술·기술·진로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으며, 교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 교육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자가 아니라, 학문의 경계와 맥락을 이해하는 탐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교육의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전통문화와 무형유산 교육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며,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학생의 정체성 형성과 창의적 사고를 강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 교육이 과거 회귀가 아니라 미래 역량을 기르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실행이다. 지역(마을) 연계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사의 개인적 열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지역 문화 자원과 학교를 연결하는 제도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업 자료 개발, 교원 연수, 행정적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역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래야만 지역 자원이 일회성 체험이나 행사로 소모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교육 내용으로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가이자 위대한 교육자였다. 그는 평생 자신의 소원이 우리가 세계 속의 “문화강국“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이는 현대에 와서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생산량이나 수출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적 문화시민을 길러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KBS의 두 방송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각 지역의 장인과 명장의 삶은, 그 출발점이 멀리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교육이 지역의 기억과 문화와 손을 맞잡을 때, 교실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부 정책이 진정으로 현장과 연계하여 이루어질 때, 문화강국의 길은 교육으로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명실공히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지역의 인적 자원과 문화 요소를 풍부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강화하여 다시 살려내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간직해야 할 위대한 교육적 과업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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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교육으로 잇는 문화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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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어린이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우리의 방정환 선생님을 기억하며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우리나라에서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자고 말했던 사람은 ‘소파’라는 호를 썼다. 소파는 풀이하면 '작은 물결'이라는 뜻인데, 아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자 하여 호를 소파로 정한 것이다. 누굴까? 바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이다. 방정환은 일제강점기 시대 아동문화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이다. 어린 아이들이 젊은이, 늙은이와는 다르게 무시당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여겼던 그는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초기 어린이날은 원래 5월 1일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을 보고 5월 5일을 일본의 아동보호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일제는 자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일치시키기 위해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바꿔 버렸다. 현재 어린이날이 5월 5일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하지만 이런 탄압에도 불구하고 방정환은 나라의 기틀이 될 아이들이 배우고 존중받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여러 책을 쓰고 번역했다. ‘산드룡의 유리구두’는 신데렐라를 방정환이 번역한 책이다. 한글로 책을 써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민족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어린이’라는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일으켰던 ‘작은 물결’은 크게 번져 아이들의 마음속에 희망과 꿈을 심어 주게 되었다. 5월 5일, 내가 어린이든 아니든 공휴일이라고 좋아만 하지 말고 이 날을 위해서, 현재의 우리들을 위해서 방정환 선생님과 다른 운동가분들이 무엇을 해주셨는지 생각하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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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어린이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우리의 방정환 선생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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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당신의 수업을 어떻게 기억할까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초등학교는 가장 순수하게 친구를 만나는 시기이다. 네이버 ‘동창 찾기’ 밴드로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며 한동안 활발하던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한동안 시들해졌다. 그러더니 이제 나이가 들어 늦바람이 불었는지 모임에 꼭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오랜만에 본 동창들은 부쩍 늙어 보였다. 자신도 늙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술잔이 몇 순배 돌았다. 유난히 장난을 좋아했던 친구 하나가 불쑥 말을 건넸다. “야, 우리 솔직히 수업 내용 기억나냐?” “근데 말이야. 나를 무시하던 그 선생 표정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70년대 학교는 폭력의 장소였다. 대나무 뿌리, 당구 큐대, 봉걸레, PVC 등 도구 종류도 많았다. 엉덩이나 손바닥이 주요 대기 장소였다.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시절의 다양한(?) 추억을 깔깔거리며 이야기했다. 교직에 있는 나로서는 함께 웃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많은 지식을 배우지만 졸업을 하면 대부분을 잊는다. 하지만 ‘비인간적 대우를 받은 상처’는 잊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습관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태도와 감정의 축적이다.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학생은 무엇을 배웠는지는 잊어도 자신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는 오래 기억한다는 점이다. 존중받았던 순간은 자존감을 키우지만 무시당한 경험은 마음 깊은 곳에 화상으로 남는다. 학생은 무엇을 배웠는지가 아니라 어떤 존재로 대우받았는지를 기억한다. 교사가 하는 그림에 대한 칭찬이 화가를 만들고 글쓰기에 대한 칭찬이 작가를 만들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과 무시하는 말은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 오늘날 학교 현장은 여전히 성취와 경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학생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태도다. 오늘날처럼 경쟁과 비교가 심화된 교육 환경에서는 학생이 쉽게 위축되고 자신을 낮게 평가하기 쉽다. 한 학생의 인생 방향이 단 한 번의 인정과 격려로 바뀌는 일도 드물지 않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지하는 존재여야 한다. 우리는 좋은 수업은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학생에게 남는 것은 설명의 완벽함이 아니라 태도의 진실함이다. 아무리 명강의를 해도 그 속에서 한 학생이 모욕을 느꼈다면 그 수업은 실패한 것이다. 수업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 잊힐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 느꼈던 감정은 한 사람의 삶에 오래 남는다. 교육의 진정한 성과는 시험 점수가 아니다. 학생의 마음속에 남겨진 기억이다. 교사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모르냐’는 말 한마디가 어떤 학생에게는 질문할 용기를 영영 빼앗는다. 반대로 ‘좋은 질문이네’라는 짧은 인정은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성적표는 몇 년 후 사라지지만 교실에서 받은 감정은 수십 년을 버틴다. 그 감정은 또 다른 사회로 번져간다. 동창회에서 들었던 말들이 질문으로 가슴에 남는다. 선생님의 오늘 수업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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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당신의 수업을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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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도깨비, 도철, 독기, 그리고 동이족의 기억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 천 년을 넘어 이어진 전사의 기운 우리가 아는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뿔이 달린 장난꾸러기, 씨름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사람과 흥정을 벌이는 친근한 존재로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도깨비의 뿌리는 훨씬 더 묵직하다. 단순한 민속 괴물이 아니라, 고대의 전쟁신과 맞닿아 있는 상징이자, 동이족의 기억을 품은 형상이다. □ 잊힌 이름, 도깨비의 기원 도깨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갑골문과 청동기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고대 중국의 제기와 무기 위에는 무시무시한 얼굴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바로 도철(饕餮)이다.([그림 27] 도철 문양 참조) 크고 날카로운 눈, 튀어나온 송곳니, 뿔 달린 이 형상은 보는 이에게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이 도철 문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전쟁과 제사의 기운을 상징했고, 적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전사의 얼굴이었다. 중국 고대 기록에 따르면, 치우(蚩尤)라는 전쟁의 신은 황제 헌원과 맞서 싸운 전사였다. 그의 투구에는 소머리와 뿔, 날카로운 송곳니가 장식되어 있었고, 이 형상이 훗날 도철 문양으로 정착했다. 즉, 오늘날 우리가 친근하게 부르는 도깨비는, 그 뿌리를 따라가면 전장의 피비린내와 무기, 청동기의 도철에 닿아 있는 셈이다. 두려움의 상징이 시간이 지나 민속 속 귀물로 변신한 것이다. □ 전장의 깃발, ‘독기’ 치우와 동이족은 전쟁터에서 늘 독기(纛旗)라는 깃발을 세웠다. 독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었다. 깃대 끝에 괴이한 형상을 조각하고, 그 아래에 깃발을 늘어뜨렸다. 사람의 얼굴, 짐승의 머리, 괴물의 형상이 독기의 꼭대기를 장식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바람과 전운을 점치고 적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장치였다. 깃발은 멀리서도 잘 보였고, 그 위의 괴물 얼굴은 전사의 군기를 고취시키며 적군에게 공포를 심었다. 이 전통은 동북아시아의 여러 민족으로 이어졌다. 몽골군 역시 독기와 유사한 군기를 사용했고, 원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전통이 한반도에도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정조 시기의 궁중 행렬을 담은 「화성능행도」를 보면, 화려한 깃발 행렬 속에 독기가 등장한다. 다만 이 시기의 독기는 전투 장비라기보다 왕권과 의례를 상징하는 장식물로 변해 있었다. 전장의 공포에서 왕실의 권위로, 상징의 의미가 변모한 것이다. □ ‘도깨비’라는 이름의 비밀 그렇다면 ‘도깨비’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흥미로운 가설 하나가 있다. 바로 ‘도철(饕餮)’과 ‘귀(鬼)’가 합쳐졌다는 것이다. 도철의 ‘도-’와 귀신의 ‘귀’가 합쳐져 ‘도귀비→도깨비’로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즉, 고대 전쟁신의 상징이 민간 신앙 속 귀물 이미지와 섞여 탄생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언어학적으로도 음운 변화 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가능한 설명이다. 이 이름의 변천은 도깨비 이미지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투와 무용의 상징에서, 민속 속 장난꾸러기로 변신한 과정 말이다. 도깨비가 씨름을 좋아하고, 쇠붙이를 잘 다루며, 때로는 흥정을 벌이는 성격을 띠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사의 기운이 민속 속에서 장난기와 융합한 것이다. □ 치우, 전사에서 민속까지 다시 치우로 돌아가 보자. 중국의 역사서에 치우는 종종 ‘반역자’나 ‘야만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북방과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오히려 동이족의 대표적 영웅이었다. 소머리, 뿔, 날카로운 이빨을 장식한 그의 모습은 전쟁의 신, 혹은 강력한 부족의 수장을 상징했다. 이 형상이 도철 문양으로, 독기 장식으로, 그리고 민속 속 도깨비의 이미지로 변해 내려온 것이다. 결국 도깨비는 단순한 민속 괴물이 아니라, 동이족 전사의 기억을 담고 있는 문화적 유산이다. 패자의 기록이자 동시에 살아남은 자의 기억인 셈이다. □ 전사의 기억, 민족의 추억 오늘 우리가 도깨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장난꾸러기나 민속 신앙의 대상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잊힌 전사의 기억이 숨어 있다. 갑골문과 청동기에 새겨진 도철, 전쟁터의 독기, 그리고 치우의 형상이 그것이다. 이 기억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민화 속 도깨비로, 민담 속 장난꾸러기로, 아이들의 놀이 친구로 남았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은 친근함으로, 공포의 전사는 민속의 장난꾸러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뿌리를 알면 도깨비는 단순히 웃음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동이족의 기억을 잇는 상징이고, 민족의 추억을 담은 문화적 자산이다. □ 맺으며 도깨비, 도철, 독기. 세 단어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모두 동이족의 흔적을 품고 있다. 도깨비를 연구하는 일은 단순한 민속학이 아니다. 그것은 패자의 기록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다. 오늘 우리가 도깨비를 만날 때, 씨름판에서 씨름을 벌이는 장난꾸러기를 떠올리든, 민화 속에서 금빛 방망이를 휘두르는 귀물을 떠올리든, 그 뒤에 겹겹이 쌓인 전사의 기억을 함께 떠올려 볼 일이다. 도깨비는 그저 웃음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천 년을 넘어 이어진 전사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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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도깨비, 도철, 독기, 그리고 동이족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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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Revisiting the past at the Seoul Museum of History
- [교육연합신문=이채원 학생기자] Seoul is often regarded for its towering skyline, cutting-edge technology, and fast-paced lifestyle. Yet beneath the surface of this modern city lies a history that stretches back centuries. To truly understand the city, one must look beyond its present and explore the stories that shaped it. At the heart of that journey is the Seoul Museum of History. Located in central Seoul, near the historic palace grounds, the museum serves as a gateway to the city’s past, offering visitors a look at how Seoul evolved from a royal capital into the global city it is today. With free admission and thoughtfully curated exhibits, it has become an essential site for anyone seeking a deeper connection to Korea’s heritage. The museum traces Seoul’s origins back to its time as Hanyang, the capital of the Joseon Dynasty. During this period, the city was carefully designed according to principles of geography, defense, and Confucian ideology. Through detailed maps, records, and reconstructions, visitors can see how the foundations of modern Seoul were first laid. One of the most striking features of the museum is its large-scale dioramas, which recreate the layout of early Seoul. These models allow visitors to visualize the city as it once was. They provide a vivid contrast to the dense urban landscape seen today. Beyond its grand cityscapes, the museum also brings attention to the daily lives of ordinary people. Exhibits display traditional clothing, household items, and tools, offering insight into how citizens lived, worked, and adapted over time. These personal details transform history into relatable human experiences. As visitors move through the galleries, the narrative shifts toward the 20th century, highlighting Seoul’s rapid transformation. Photographs and multimedia displays capture moments of change, from periods of hardship to waves of modernization. This section underscores just how dramatically the city has evolved within a relatively short time. Today, the Seoul Museum of History is more than a collection of artifacts. It is a space where the city’s identity is preserved and reexamined, offering both locals and visitors a chance to reflect on how the past continues to shape the present. In a city constantly moving forward, places like this offer a moment to look back. And in doing so, they reveal that Seoul’s true character lies not only in its future ambitions, but in the depth of its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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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Revisiting the past at the Seoul Museum of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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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부산 남구 용호동 김춘실 센터장
- [교육연합신문=박은숙 기자]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에서 지역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복지와 공동체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김춘실 센터장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춘실 센터장은 평소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 참여하며 깊은 신뢰를 쌓아 온 인물이다. 남구 의용소방대원으로서 지역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용호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서 주민 참여 확대와 지역 현안 해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어르신 복지 분야에서는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을 세심히 살피며 정서적 교감과 지속적인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봉사정신은 일회성이 아닌 일상 속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 “봉사는 마음으로 하는 일입니다” 김춘실 센터장은 “어르신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며,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라며, “누군가를 돕는 일이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장에서 이어지는 실천 센터에서는 ▲어르신 여가 및 건강 프로그램 ▲정서 지원 및 돌봄 활동 ▲주민 참여형 복지 프로그램등 다양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직접 현장을 챙기며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실천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사람을 돌보는 복지’로 이어지고 있다. ■ 사람 중심 복지의 실천가 김춘실 센터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를 넘어,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실천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어르신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흔들림 없는 봉사정신과 책임감은 용호동을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작은 웃음이 피어나고, 그 따뜻한 마음은 다시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며 지역을 밝히고 있다. 김춘실 센터장의 진심 어린 봉사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부산 용호동의 내일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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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부산 남구 용호동 김춘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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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600년 역사의 ‘살아 있는 박물관’ 남대문시장을 가다!
- [교육연합신문=원선재 학생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봤다. 남대문시장의 역사는 무려 ‘1414년(태종 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정에서 상인들에게 점포를 빌려주며 시작된 이곳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한양 3대 시장' 중 하나인 칠패장으로 불리며 크게 번성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 속에서도 남대문시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전쟁 직후에는 구호물자와 수입품들이 몰래 거래되곤 했는데, 단속이 뜨면 상인들이 도깨비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해서 ‘도깨비 시장’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시장 구경의 꽃은 단연 먹거리다. 남대문시장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맛집들이 가득하다. 칼국수 골목은 칼국수를 시키면 비빔냉면이 서비스로 나오는 마법 같은 곳이다.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치조림 골목은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에 푹 졸여진 갈치조림이 남대문시장의 상징이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는 ‘밥도둑’으로 유명하다. 채소 호떡은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본다면 바로 이곳이다. 잡채가 듬뿍 들어간 채소 호떡은 출출한 오후 최고의 간식이다. 남대문시장은 전국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아동복 시장은 전국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이나 문구류, 안경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10대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현대적인 쇼핑몰도 좋지만, 가끔은 600년의 세월이 층층이 쌓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골목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와 상인들의 활기찬 에너지는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진짜 세상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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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600년 역사의 ‘살아 있는 박물관’ 남대문시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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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위기의 교육을 극복하기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한때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세계 대회인 2022 롤드컵 조별 1라운드에서 유럽의 강팀 Rogue에게 패배한 후, 한국팀 DRX의 주장 ‘데프트(Deft)’ 김혁규 선수와의 인터뷰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한 기자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 제목에 “로그전 패배 괜찮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달았다. 이를 시작점으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포르투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16강에 오르자, 관중석에서 환호하며 흔든 태극기에 쓰여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지상파 뉴스에 널리 송출되면서 약어인 ‘중꺾마’는 전 국민이 공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격상되었다. 서두에서 특별히 중꺾마에 얽힌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를 우리 교육에 반영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오늘의 교육 현장은 다층적,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 학습격차는 커지고, 교권 논쟁은 끊이지 않으며, 학생들은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교육 정책은 끊임없이 바뀌지만 현장의 체감 변화는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핵심은 바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교육을 움직이는 근본적 지혜이자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음의 상황을 보자. 첫째, 학습 격차 문제다. 팬데믹 이후 교실에서는 같은 교과서를 배우면서도 전혀 다른 수준의 학생들이 섞여 있다. 어떤 학생은 이미 문제를 다 풀었고, 어떤 학생은 문제를 읽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많은 학생이 “나는 원래 공부를 못한다”고 스스로 가능성을 접는다. 그러나 소위 수포자인 한 중학생이 매일 20분씩 문제를 풀며 1년을 버텨 상위권으로 올라선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교육이 할 일은 바로 학생들에게 작은 성취를 반복시키고, 실패를 학습으로 수용하게 할 때 비로소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배울 것이다. 둘째, 교권과 교실 갈등 문제다. 교사는 교육을 설계하는 전문가이지만 동시에 감정노동의 직업이기도 하다. 학부모 악성 민원, 학생과의 갈등, 과도한 행정 업무 속에서 많은 교사들이 소진 상태다. 그러나 교육의 변화는 교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문제 행동이 잦은 학생에게 벌점 대신 매일 아침 3분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는 몇 달 후 학생의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 규칙보다 관계가 먼저였고, 그 관계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교사의 꺾이지 않는 교육적 신념이었다. 셋째, 디지털 시대의 집중력 붕괴다. 스마트폰과 숏츠 영상 때문에 학생들은 깊이 있는 학습을 어려워한다. 교실에서조차 5분 집중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보편적이다. 그러나 집중력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훈련되는 습관이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10분 몰입 학습’을 실험했다. 수업 중 짧은 시간이라도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반복했고, 학생들은 점차 10분을 20분으로 늘렸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다시 시도하는 자세였다. 이렇듯 꺾이지 않는 마음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다시 한번 해보자”는 반복적 선택이었다. 넷째, 진로 불안의 시대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미래 직업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흔히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때 교육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특정 직업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다. 직업은 바뀔 수 있지만 배움의 태도는 평생을 결정한다. 실패해도 다시 배우고, 넘어져도 다시 시도하는 회복탄력성 즉, 꺾이지 않는 마음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 외에 마음을 키우는 일이다. 시험 점수는 한 학기면 잊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은 평생 남는다. 학생이 “나는 끝까지 해봤다”는 기억을 갖는 것, 그것이 교육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 할 것이다. 결국 교육혁신은 거대한 제도 개편으로만 시작되지 않는다. 한 번 더 설명하려는 교사의 다정한 마음, 다시 풀어보려는 학생의 끈기 있는 마음, 그리고 그 과정을 기다려주는 학교의 인내심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의 해답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교육은 그 마음이 자라도록 포기하지 않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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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위기의 교육을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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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려 한 사람들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매일같이 바람을 느낀다. 여름날 더위를 식혀 주는 산들바람, 가을 들판을 흔드는 갈바람, 태풍처럼 무섭게 몰아치는 강풍.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고대인들은 ‘바람’을 글자로 표현하는 데 큰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오늘 우리가 쓰는 ‘풍(風)’ 자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놀라운 사실과 만난다. 갑골문 속 초기의 ‘풍’ 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벌레(虫)’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새’, 특히 봉황 같은 거대한 조류의 형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바람을 새로 그렸다는 발상, 여기에 고대인의 자연 인식과 신화적 상상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 왜 바람을 ‘새’로 그렸을까? 갑골문 초기의 ‘풍’ 자를 보면, 머리와 날개를 단 새의 모습이 분명하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깃털이 흩날리고, 깃발이 펄럭이고,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은 눈앞에 보인다. 고대인에게는 이런 현상을 가장 잘 상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날개 치는 새였다.(그림 26 ‘風’ 참조) 특히 봉황은 단순한 새가 아니었다. 머리 위에 삼각형·역삼각형 같은 권위의 표식을 얹고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표지가 아니라 제사와 권력, 신성의 영역과 연결된 기호였다. 바람은 농업과 직결되는 힘이었고, 봉황의 형상은 그 힘을 길들이고 제어하려는 사회적·종교적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 바람의 신, ‘비렴(飛廉)’ 음운학적 흔적도 남아 있다. 최춘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갑골문 시기 바람의 발음은 [팔람] 계열로 추정되며, 이것이 오늘날의 ‘풍(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고문헌에는 바람의 신 ‘비렴(飛廉)’ 이야기가 전해진다. 상나라 장군의 이름이기도 한 ‘비렴’은 날개 달린 전설적 존재로, 곧 바람을 의인화한 신이었다. 즉, 바람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사회와 전쟁, 제사의 질서를 좌우하는 거대한 존재였고, 그 형상은 새, 특히 봉황으로 그려졌다. □ 그런데 왜 ‘벌레(虫)’가 끼어들었을까? 문제는 후대다. 상 후기 이후부터 ‘풍’ 자 오른쪽에 이상한 부호가 붙는다. 전국 시대에 들어서면 ‘虫’ 혹은 ‘凡(범)’과 비슷한 글자가 따라붙어 지금 우리가 아는 ‘風’의 형태가 된다.([그림 26] ‘風’ 참조) 민간에서는 이를 억지로 설명하려 했다. “바람이 불면 벌레가 생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도, 고고학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문자학적 분석은 이것이 가차(假借)와 형태 전이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음을 빌려 쓰는 과정에서 발음 표식이 덧붙고, 후대 필사 과정에서 벌레 모양으로 단순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벌레는 본래 바람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다만 문자 사용과 전승의 과정에서 우연히 끼어들었을 뿐이다. □ 봉황과 대붕, 그리고 오로라의 기억 봉황을 왜 바람의 상징으로 택했는가에 대해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바로 오로라와 같은 북방의 자연현상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거대한 빛의 장막이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을 고대인은 거대한 새, 날개짓하는 대붕(大鵬)의 형상으로 기억했을 수 있다. 이 상상은 후대로 이어져 다양하게 변주된다. 유가에서는 봉황을 인의예신의 덕목을 상징하는 도덕적 존재로 만들었고, 장자 같은 도가 사상에서는 대붕을 자유와 초월의 상징으로 재해석했다. 홍산문화 등 북방 문화권의 상상력이 중원으로 흘러들어와 용과 봉황이라는 거대 상징체계를 형성한 것이다. □ 왜 복잡한 봉황 그림을 고집했을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고대 문자라면 간단한 기호를 쓰는 것이 효율적일 텐데, 왜 굳이 새의 머리와 날개를 그려 넣는 복잡한 도형을 고집했을까?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봉황은 단순한 자연 표지가 아니라 의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제사와 정치의 질서를 나타내는 글자이니 함부로 간소화할 수 없었다. 둘째, 시각적 기억 때문이다. 오로라 같은 거대한 현상을 집단이 기억하는 방식은 상징과 그림이었다. 그 기억은 문자 속에서도 유지될 필요가 있었다. 셋째, 문자적 보수성이다. 초기의 형식이 한 번 정착되면, 실용성보다 전통과 관습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다. □ 용봉 문화의 한 뿌리 ‘풍(風)’ 자의 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의 기원을 본다.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새로 형상화했고, 그 새는 봉황으로 신성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바람은 자연을 넘어 권위와 제사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후대에 벌레 부호가 끼어들고 형태가 바뀌었지만, 봉황과 대붕 신화는 여전히 살아남아 동아시아의 상징 세계를 지배했다. 용과 봉, 이 두 상상의 동물이 결합해 ‘용봉 문화’를 형성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고대의 집단적 상상과 기후·신화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 오늘의 질문 우리가 매일 보는 ‘풍(風)’ 자는 단순한 언어 기호가 아니다.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려는 고대인의 고뇌, 거대한 자연현상을 기억하려는 집단적 상상력, 그리고 의례와 권위를 중시한 사회 질서가 겹겹이 녹아 있다. 다시 말해, ‘풍’ 자 하나를 통해 우리는 자연–신화–권력–문자의 복합적 교차를 읽어낼 수 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바람을 붙잡으려 한 사람들의 상상은 오늘날까지도 글자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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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려 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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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교육 단상
-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교육 단상 카페 구석, 처음 만난 아이가 매미를 봤다 한다. 짧은 속삭임, 엄마는 미소 짓는다. 수학, 외국어, 논술, 예체능ㅡ 노는 것조차 학원인 세상. 관심과 무관심 사이, 성공과 실패가 저울 위에 놓인다. 행복은 아이 마음 속 씨앗에 숨어 있다. 스스로 길을 찾아 품에 안고 물 한 모금 주면, 열매는 서서히 익어간다. 교육은 그 길목에 선 겸손한 농부. 아이 안에서 조용히, 답이 싹튼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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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교육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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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백종헌 부산 금정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 붓끝에 담긴 온기, 마을을 다시 숨 쉬게 하다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마을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사람의 손길을 따라 달라진다. 부산 금정구 노포마을 경로당의 한쪽 벽도 그랬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을 견디며 색을 잃어가던 벽.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풍경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앞에 사람들이 모이자, 그 공간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붓이 벽에 닿는 순간, 변화는 시작됐다. 하얀 바탕 위에 색이 더해지고, 그 위에 따뜻한 그림과 글이 얹히면서 그저 낡은 외벽이던 공간은 이야기를 품은 장소로 바뀌어 갔다. 4월 19일, 이날의 봉사는 단순한 ‘도색 작업’이 아니었다. 말없이 이어지는 붓질 사이로 사람들의 마음이 오갔고, 누군가는 웃으며 색을 입히고, 누군가는 조용히 뒤에서 돕고, 또 누군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하나의 ‘온기’가 되었다. 현장에는 백종헌 국회의원의 모습도 있었다. 정치인의 직함보다 먼저 보인 것은 주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붓을 드는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채워가는 일, 그 단순한 행동 속에서 지역을 향한 진심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정치는 때로 멀게 느껴진다. 큰 담론과 복잡한 이해 속에서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런 현장에서의 작은 행동은 정치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은 더욱 따뜻했다. 밝아진 벽을 바라보며 “이렇게 환해질 줄 몰랐다”며 웃음을 짓는 모습 속에는 단순한 변화 이상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공간이 바뀌자, 그 안의 시간도 함께 달라지고 있었다. 마을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손길을 통해 서로를 기억하고 이어진다. 하루의 봉사가 끝난 뒤에도 벽에 남은 색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날의 웃음과 대화, 그리고 마음까지 함께 남아 오래도록 이 마을을 밝히게 될 것이다. 결국 변화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온기 하나면 충분하다. 그 온기가 모여, 마을을 다시 숨 쉬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 백종헌 ◇ 명륜초·동해중·브니엘고등학교 졸업 ◇ 부산산업대(現경성대) 화학 학사·부산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 제21대 부산 금정구 국회의원·제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前(주)백산금속 대표이사 ◇ 前부산광역시의회 의장(제7대 후반기) ◇ 前자유한국당 부산시당 금정구 당협위원장 ◇ 제4, 5, 6, 7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 제6대 부산광역시의회 전·후반기 부의장 ◇ 제7대 부산광역시의회 전반기 새누리당 원내대표 ◇ 前새마을문고 부산시지부 부회장 ◇ 前부산장애인총연합회 금정구지부 후원회장 ◇ 前한국자유총연맹 금정구지부 부지부장 ◇ 前금정소방서 의용소방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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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백종헌 부산 금정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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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 부산체육중·고등학교…“메달보다 사람이다”
- [교육연합신문=정윤영 기자] “이제 전문체육은 메달을 따기 위한 교육을 넘어서 사람을 만들어 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2026년, 학교체육이 근본적인 전환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부산체육중·고등학교 윤강 교장이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을 넘어서 학생중심·교육중심 체육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윤 교장은 “운동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기존 체육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 엘리트 체육,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윤강 교장은 현재 학교체육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성과 중심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동안 기록과 성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학생의 삶과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메달은 결과일 뿐,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학교 운영 방침을 넘어, 대한민국 체육교육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 운동도, 공부도 둘 다 포기하지 않겠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윤 교장은 “운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정규수업 참여를 원칙으로 하되, 맞춤형 학습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학업에서도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 운동이든 학습이든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키워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이는 ‘운동하는 학생’에서 ‘공부하는 선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 메달 이후 학생의 삶까지... 진로교육의 중요성 강조 윤강 교장은 특히 학생들의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선수로서의 시간은 길지 않다. 스포츠 지도자, 스포츠 산업, 행정 등 다양한 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된다. 이는 체육계열 고등학교가 단순히 우수 선수를 양성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학생선수 이후의 삶을 고려한 진로교육을 충실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장은 ‘체육계열 고등학교 학생선수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학술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복잡하게 급변하는 최근 사회적 변화에 따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개인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경력개발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진로교육은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 하고 향후 필요한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아가 미래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체육분야에서도 교육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었지만, 그동안 체육계열 고등학교 학생선수는 비교적 진로선택과 진로계획이 뚜렷하다고 여겨짐에 따라 실제 진로교육의 실천이 미흡했다.”라고 말한다. 윤 교장은 체육계열 고등학교 학생선수 진로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사실상 체육계열 진로교육이 체육계열학과 진학에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학생의 관심과 적성을 반영한 실질적 진로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학생선수 대상으로는 운동중단 또는 중도포기, 은퇴 이후의 진로선택을 위한 정보 제공에 그치는 한계를 보여, 막상 학생선수들을 위한 진로·진학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학생선수들의 경우에는 맞춤형 진로교육은 고사하고 훈련과 대회참가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로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학생선수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진로준비 행동 수준이 낮고 시간관리 및 활용의 미숙함이 나타난다. 더욱이 어린 시절에 운동을 시작한 학생선수들은 운동선수가 아닌 다른 진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지적, 사회적 곤란을 경험한다."라고 말했다. 윤 교장은 학생선수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학생선수들의 성공적인 진로전환을 위해서는 맞춤형 진로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육 분야의 진로교육은 몇 회차로 진행되는 단발성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체계적인 진로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학생선수로 등록된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을 중단한 학생들까지 포함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진로경로 설정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세계로의 순조로운 이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진로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적,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라고 밝혔다. ■ 부산체육중고등학교 진로교육 운영 방침 수립 부산체육고등학교는 ▲첫째, 체육계열 고등학교 학생선수를 위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선수, 감독교사, 지도자, 학부모 대상으로 진로교육 역량 강화 연수를 강화할 것이다. ▲둘째, 학생선수 진로교육 계획 수립 및 운영 시 성별, 경력별, 학년별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외부기관에서 주관하는 학생선수 진로·진학 관련 행사 참여, 온라인 우수 콘텐츠 활용 등을 통해 다양한 학생선수 맞춤형 진로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학교 홈페이지 등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진로정보 제공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또한 세부적으로 ‘선배와의 만남, 학부모 참여 진로박람회, 체육 전문가 강사 초청 특강’ 등을 기획해 실질적인 진로 교육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체육도 과학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경기력 향상 또, 윤강 교장은 체육고등학교로서 경기력 향상에 주력하고자 한다.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하는 경기력이 아닌,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스포츠 과학 기반 훈련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접근을 통한 실효성 있는 경기력 향상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역 스포츠과학센터 및 유관기관, 지역대학과의 연계·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한다는 것이다. ■ 훈련의 기초는 안전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학생선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학생선수 맞춤형 안심공간 구축사업을 통해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주요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훈련은 의미가 없다. 학생의 생명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어떤 성과보다 우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산체육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의 부상 예방, 심리 지원, 종목별 훈련장 및 기숙사 위험요소 사전 차단, 소방도로 확장 등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학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학교 체육, 지역과 함께 가야 한다 한편, 학교 시설 개방과 관련해서 공공성과 현실의 균형을 강조했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안전과 관리를 전제해 지역과 공유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최근 영도구청과 수영장 주민 개방을 위한 협약을 통해 주·야간 수영장 개방으로 공공 생활체육 시설로서 지역사회 주민들의 생활체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역 유소년들로 구성된 월계수 스포츠클럽에 수영, 근대5종, 사격, 체조 종목에 종목별 훈련장을 개방함으로써 지역 유소년들의 심신발달 및 꿈나무 선수 발굴을 통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연계 육성할 수 있도록 체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체육시설 개방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 제시로 평가된다. ■ 부산에서 시작된 변화,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윤강 교장은 부산체육중·고등학교를 대한민국 체육교육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생 중심, 안전 중심, 미래 지향의 교육을 통해서 부산에서 시작한 변화가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 체육교육은 기록과 메달을 넘어서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다. 그 변화의 시작을 부산체육중·고에서 만들어가겠다.“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안전하고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경기력을 향상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생 맞춤형 진로 교육을 다채롭게 제공해 학생선수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체육중·고등학교로서, 지역과 함께 상생 발전하는 발전적 체육교육의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명확하고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윤 교장의 체육중고등학교 운영 관련 노련한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교육적 철학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가 꼭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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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 부산체육중·고등학교…“메달보다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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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사의 성장이 주는 교육적 함의(含意)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현재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성장’이라는 화두는 익숙하지만, 때로는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연수 점수를 채우고 새로운 에듀테크 기술을 익히는 것이 성장의 전부인 양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적 의미에서 교사의 성장은 외적인 스펙의 확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내면을 재구성하는 ‘존재론적 변화’여야 한다.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는 그의 저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The Courage to Teach)』에서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내면 상태를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설파했다. 즉, 교사가 성장을 멈추는 순간, 교실이라는 생태계는 정체되고 만다. 이 글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교사상, 즉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의 교육적 함의를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무지의 스승’이 건네는 겸손의 연대이다. 교육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무지한 스승(The Ignorant Schoolmaster)』을 통해 혁명적인 교육관을 제시한다. 스승이 모든 것을 알고 제자에게 전수하는 전통적인 ‘설명 모델’에서 벗어나, 스승 역시 ‘모름’을 인정하는 용기와 겸손, 탐구의 여정에 나서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거울 신경망(Mirror Neurons)과 성장의 전파성이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교사의 성장은 아이들에게 강력한 모방의 기제를 제공한다.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가 발견한 ‘거울 신경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의도와 감정까지도 모방한다고 한다. 교사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펼치고, 학생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의 뇌는 ‘성장의 진수’를 학습할 것이다. 셋째, 관계 속에서의 재탄생하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이다. 사회 학자인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나와 너(I and Thou)』에서 “인간은 관계를 통해 비로소 존재한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성장은 아이들이라는 '너'를 만나 교사라는 '나'가 새롭게 정립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경기도의 한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는 교실 속 갈등 상황에서 아이들의 거친 언행에 큰 상처를 입었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교사상에 머물렀다면 그는 징계와 훈육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의 반항 이면에 숨겨진 결핍과 불안을 마주하며 자신의 ‘내면 아이’를 대면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심리학 서적을 읽고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서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변화된 교사의 태도에 마음을 열었고, 교실은 치유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도전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 교사가 보여주어야 할 회복탄력성이라 할 수 있다. 교사의 성장은 '완성'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행군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마주하는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 자체’이다. 가르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비워진 그 자리는 아이들이 전해주는 생동감과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시 채워진다. 이것은 비움으로써 다시 채워진다는 진리이기도 하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상호 간의 성장을 견인하는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교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교육의 미래이다. 교사의 성장은 아이들이 바라보는 가장 훌륭하고 멋있는 모습이다. 이는 교사에 따라서는 학생 지도에 훌륭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서 감동을 주면서 삶의 의미와 참가치를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성장하는 모습으로 인해 중고등학생들이 연 10년을 넘게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를 굳건하게 지킨 근본 배경이고 핵심이라 믿는다.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들로 인해 흔들리지만 이를 극복하며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를 보낸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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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사의 성장이 주는 교육적 함의(含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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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벚꽃처럼 피고 목련처럼 견디는 삶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올해 벚꽃과 목련과 개나리가 함께 피는 진풍경을 구경했다. 봄꽃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환한 기쁨이 수액처럼 스며든다. 벚꽃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가장 빠르게 흩어진다. 순간의 아름다움. 영원하지 않기에 더 눈부시고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아름답다. 젊은 시절 소나기 같았던 첫사랑을 닮았다. 목련은 하늘로 고개를 들고 단정하게 피어오른다. 말없이 품고 있던 마음을 꺼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든 쉽게 피어나 언덕을 물들이는 개나리는 밝고 따뜻하다. 봄꽃은 각자의 언어로 말을 건넨다. 추운 겨울에 수고 많았다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지라고, 지금 여기를 사랑하라고. 봄은 마음이 다시 피어오르는 계절이다. 식물은 그 자리에 머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사람들은 빠른 결과와 눈에 보이는 이익을 얻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쁘게 하루를 산다. 식물은 느림 속에서도 자신만의 분명한 방향을 잃지 않는다. 햇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땅속으로는 뿌리를 깊게 내린다.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자신을 조율한다. 조급함도 과시도 없다. 묵묵히 자신의 리듬을 지켜갈 뿐이다. ‘조용한 지속성’은 현대인이 배워야 할 미덕이다. 벚꽃은 한순간 세상을 환하게 밝히지만 화려함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벚꽃은 그 찰나를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해 왔다. 겨울의 차가운 시간을 견디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단히 준비했고 때가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자신을 피워낸다. 그리고 미련 없이 흩어진다. 그 모습은 결과보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목련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크고 단정한 꽃잎을 하늘로 열어 올리는 목련은 화려함보다는 고요한 품위를 지닌다.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자신의 형태를 오래 유지하며 묵직한 존재감으로 봄을 채운다. 목련은 서두르는 법이 없지만 결코 늦어지는 경우도 않다. 자신의 때를 알고 자신의 방식으로 피어난다. 벚꽃의 찰나와 목련의 깊이는 우열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가끔 타인의 속도와 결과를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한다. 자연은 그런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나는 것이 곧 완전함이라는 것을 침묵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식물은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 추위가 오면 성장을 늦추지만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따뜻한 계절이 오면 망설임 없이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다. 세상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고 다시 나아가는 힘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꽃은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씨앗이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은 결코 공백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이며 결국 가장 찬란한 순간을 가능하게 하는 준비의 과정이다. 벚꽃처럼 순간을 온전히 피워내고 목련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켜내는 삶. 그 조용한 지속성 속에서 우리는 이 봄날 비로소 더 깊고 단단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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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벚꽃처럼 피고 목련처럼 견디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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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잠 못 드는 밤의 이유: 장(腸)과 뇌(腦)를 잇는 불면의 과학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오늘 밤은 잠들 수 있을까?" 만성 불면증과 수면제의 딜레마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부족한 상태를 넘어, 수면의 양이나 질에 대한 주관적 불만족이 지속되어 일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일찍 깨는 증상이 주 3회 이상, 최소 3개월간 지속될 때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합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신체 질환, 약물 부작용 및 부적절한 수면 위생 등이 꼽힙니다. 현재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는 수면제는 단기적인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나, 장기 복용 시 약물 의존성, 내성, 그리고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장기적 관리를 위해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침은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조절하고 신경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 형태를 변화시켜 만성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최근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는 침전기자극술(electroacupuncture) 치료가 우울증을 동반한 불면증 환자가 겪는 수면의 질 저하 및 심리 상태 문제를 개선하는 효능이 제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침치료의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에서도 침은 한약처럼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뇌의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등 인체의 여러 영역에 작용함으로써 불면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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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잠 못 드는 밤의 이유: 장(腸)과 뇌(腦)를 잇는 불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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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아내(妻)는 정말 약탈당한 여자의 흔적일까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김씨, 이씨, 박씨 같은 성(姓)만큼이나, 우리의 일상 언어에 늘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아내’와 ‘처(妻)’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妻’ 자의 기원을 두고 오랫동안 널리 퍼진 이야기가 있다. 고대 사회에 흔했던 약탈혼(창혼, 娶婚)의 흔적이라는 해석이다.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女)’ 옆에 ‘손(又)’ 모양이 붙어 있으니,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낚아채 끌고 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그림 25] ‘姓’ 참조) 언뜻 그럴듯하다. 고대에는 전쟁과 약탈이 일상이었고, 다른 부족 여성을 빼앗아 오는 일이 흔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강준식 선생은 이 통설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동이(東夷) 전통의 눈으로 보면, ‘妻’는 약탈의 흔적이 아니라 오히려 예(禮)에 따른 혼례와 성인 의식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 무릎 꿇은 사람들, 글자의 출발 먼저 문화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상(商)·주(周)·한(漢) 시대까지 사람들은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 좌식 생활을 했다. 갑골문이나 금문에 나타난 사람의 모습이 무릎을 접은 형상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나라 이후 북방에서 의자 문화가 들어오면서 좌식이 점차 줄었지만, 일본의 세이자(正座) 같은 풍습은 여전히 고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즉, 고대 문자의 자형 속 ‘사람’은 오늘날의 의자에 앉은 모습이 아니라 무릎 꿇은 자태다. 이 점을 놓치면 문자의 의미를 오독하기 쉽다. □ 머리채를 낚은 손? 아니면 머리를 올려주는 손? 이제 문제의 ‘妻’ 자를 보자. 갑골문과 금문에서 ‘妻’는 ‘여자(女)’와 ‘손(又)’이 결합된 모양이다. 통설은 이 손이 여자의 머리채를 거칠게 낚아채는 장면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그 손이 여인의 머리를 ‘끌어내리는’ 손이 아니라 ‘올려주는’ 손이라는 전혀 다른 해석이 있다. 고대의 혼례와 성인 의식에는 계례(髻禮)가 있었다. 성년이 된 여성이 머리를 올려 쪽을 틀고, 비녀를 꽂아 성숙한 여인으로서 사회에 나아감을 알리는 의식이다. 남자도 관례(冠禮)를 통해 상투를 틀고 동곳이나 비녀로 고정했다. 금문을 자세히 보면 손이 여자의 머리 쪽으로 들어가 정리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소전(小篆)에 이르면 헝클어진 머리가 가지런히 다듬어지고, 해서체에서는 머리 위의 짧은 가로획이 나타나는데, 강 선생은 이를 비녀를 뜻하는 기호로 해석한다.([그림 25] ‘妻’ 참조) 즉, ‘妻’는 여인을 머리채 잡아 끌고 가는 모습이 아니라, 혼례 예식을 치르며 동반자로 맞이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 ‘부(婦)’와 ‘노(奴)’와의 구별 혼동은 여기서 비롯된다. ‘妻’와 비슷한 모양의 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婦)’ 자는 ‘빗자루(帚)’와 ‘여자(女)’의 결합이다. 살림을 맡는 여인을 뜻하는 글자다. 그러나 후대 사람들은 ‘妻’에도 빗자루가 들어 있다고 착각해 ‘빗자루 든 여자’로 설명하기도 했다.([그림 25] ‘婦’ 참조) 또 ‘노(奴)’ 자는 일부 갑골 자형에서 여자의 손이 뒤로 묶여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포로와 노예의 의미가 드러난다.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妻’ 역시 노예처럼 약탈된 여인을 가리킨다고 오해했다. 그러나 갑골문을 보면 ‘妻’에는 ‘노’와 같은 강제성 기호가 애초에 없었다고 지적한다.([그림 25] ‘奴’ 참조) □ 약탈혼 통설의 문제점 중국의 고문자학자들 가운데는 상고시대 약탈혼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런 풍습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갑골문·금문·소전·해서에 이르는 자형의 연속성을 보면, ‘妻’를 약탈과 동일시하는 해석은 지나친 일반화라는 것이다. 오히려 ‘예에 따른 혼례 준비’라는 맥락에서 일관성이 드러난다. □ 동이의 예(禮), 동반자의 탄생 동이 문화권에서는 혼인이 단순한 남녀 결합이 아니라 성인으로 인정받는 통과의례였다. 계례에서 여인은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았다. 그 순간 그는 아이가 아닌 어른, 사회적 동반자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妻’는 남자가 여자를 소유하는 표지가 아니라, 함께 가정을 이루는 동반자를 맞이하는 의식의 문자였다. □ 부호(婦好)의 묘, 존중받은 여인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도 있다. 1976년 은허에서 발굴된 부호(婦好)의 무덤이다. 그녀는 무정왕의 아내였으며, 동시에 뛰어난 장수이자 제사 주관자였다. 무덤에서는 수백 점의 청동기와 옥기, ‘婦好’라는 명문이 새겨진 유물이 나왔다. 갑골문 점사에는 무정왕이 부호의 병세를 염려하거나 군사를 맡기는 장면이 남아 있다. 이 사례는 당시 여성도 정치와 군사, 종교의 주체로 존중받았음을 보여준다. 오랑캐적 약탈과 억압의 상징이라던 해석과는 사뭇 다르다. □ 처와 첩의 차이, 핵심은 예(禮) 고대 문헌에 ‘빙위처(聘爲妻)’와 ‘분위첩(奔爲妾)’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通說은 ‘빙(聘)’을 안부 묻는다, ‘분(奔)’을 달아난다로 풀지만, 강 선생은 다르게 본다. ‘빙’은 예를 갖추어 맞이함, 곧 정례 결혼이고, ‘분’은 예 없이 결합한 비정례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처(妻)’와 ‘첩(妾)’의 구분 기준은 경제력이나 신분 차이가 아니라 예의 유무였다. 첩(妾) 자의 갑골 자형에는 무릎 꿇은 여자와 머리에 형틀 같은 표지가 함께 나타나는데, 이는 죄수나 포로 여성과 연관되었음을 시사한다.([그림 25] 참조) 즉 첩은 예가 생략된 강제적 결합의 산물이었다. □ 맺으며 결국 ‘妻’는 약탈의 흔적이 아니라 계례와 혼례를 통한 동반자의 탄생을 상징하는 문자로 읽는 것이 더 타당하다. ‘부(婦)’는 살림의 역할, ‘노(奴)’는 강제와 포로, ‘첩(妾)’은 예 없는 결합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구별된다. 동이적 전통은 예를 중시했고, 부호의 사례처럼 남녀가 동반자로 존중받는 문화도 분명히 존재했다. 따라서 ‘동이는 약탈혼의 민족’이라는 도식은 지나친 단순화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아내’라는 말 속에도 사실은 고대인의 예절과 존중, 동반자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문자의 기원을 바로 읽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오해도 하나씩 벗겨낼 수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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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아내(妻)는 정말 약탈당한 여자의 흔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