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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듀人포커스] 임병구 인천광역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교육연합신문=안용섭 기자] 본지는 오는 6월 3일 전국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전국시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민주적인 교육자치 발전을 위하여 국민들에게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으로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교육감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각 후보자를 인터뷰하여 소개하는 선거특집을 마련하였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 편집자 주 이번 호에서는 임병구 인천광역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만나 그의 인천교육 정책 전반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인천교육의 현실을 진단해 주십시오. 인천교육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학생·학부모·교사가 체감하는 만족도와 신뢰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인천은 신도시와 원도심, 국제도시와 산업지역이 공존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교육격차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어떤 지역은 과밀학급 문제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고, 또 다른 지역은 학생 감소와 노후 학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가 가장 큰 문제다. 학부모들은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최근 5년간 크게 증가했고, 이는 단순한 교육열이 아니라 공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진로를 충분히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저하, 교권 침해, 학생 정서 위기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화되었고, 인천 역시 국어·수학·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학교폭력과 학생 정서 불안, 청소년 스트레스 증가 문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저는 지금 인천교육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점수 중심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삶과 성장, 질문하는 힘, 공동체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은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 인천교육의 현실 중 우선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지금 학교 현장은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지쳐 있다. 교사는 과도한 행정업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학생은 경쟁 속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으며, 학부모는 사교육 의존으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저는 기초학력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기초학력은 단순한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미래와 삶의 존엄에 관한 문제다. 읽고 쓰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무너지면 학생은 학교생활 전반에서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인천은 최근 기초학력 예산이 크게 줄어들고 전담교사 체계도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면서 학습 결손 학생 지원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원도심과 신도시의 교육격차 문제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신도시는 과밀학급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있고, 원도심은 노후 학교와 교육 인프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교육청은 획일적 행정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저는 결국 인천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생의 하루를 책임지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등교부터 방과후, 진로·진학, 정서 건강까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후보님께서 생각하시는 해법(대안)과 인천교육의 미래상을 말해 달라. 저는 인천교육의 미래를 ‘학생 성장 중심 미래교육’으로 전환하겠다. 교육의 목표를 단순한 입시 경쟁이 아니라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미래 역량에 두겠다. 첫째, 기초학력을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다시 세우겠다. 학생 개별 수준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 난독증·경계성 지능 학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전문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초학력 전담교사 확대와 AI 기반 맞춤형 보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또한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학습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 둘째, 원도심과 신도시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 신도시는 학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를 적극 추진하고, 원도심은 전략적 집중 투자와 미래형 복합교육문화 플랫폼 구축을 통해 교육환경을 혁신하겠다. 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는 공공스터디카페와 지역 연계 학습공간도 확대하겠다. 셋째, AI 시대에 맞는 교육혁신을 추진하겠다. 그러나 저는 AI 교육을 단순한 코딩이나 기기 활용 교육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 비판적 문해력, 창의적 사고력이다. 그래서 토론·탐구·프로젝트 중심 수업과 인문·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 학생들이 AI의 소비자가 아니라 AI를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 넷째, 학생의 하루를 책임지는 교육복지를 확대하겠다. 인천형 아침학교, 지역연계 돌봄,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 시스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 과거 무상급식이 보편적 교육복지로 자리 잡았듯이, 이제는 학생 성장권과 정서 안전망을 보장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의 인천교육은 경쟁 중심 교육이 아니라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그리고 인간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 인천교육이 앞으로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할 점은 ‘줄 세우기 교육’에서 ‘성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얼마나 빨리 정답을 찾느냐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미래사회는 정답을 외우는 사람보다 질문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요구한다. 저는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힘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기초학력 보장, 질문 중심 수업, 학생 맞춤형 성장지원, 원도심·신도시 교육격차 해소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 교육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저는 인천교육이 학생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교육이 되도록 만들겠다. ▣ 교권과 학생인권의 문제는 서로 상충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교사들에게는 ‘교권’을 학생들에게는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저는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일수록 교사의 교육활동 역시 안정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지금 학교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교사는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학생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학부모 역시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저는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겠다.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교육감 직권 고발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 교원에게 상담·법률·치료비를 즉시 지원하겠다. 또한, 교원 보호 공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동시에 학생인권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학생은 보호의 대상이기 이전에 존엄한 시민이다. 학생의 자율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학교폭력과 갈등 문제 역시 처벌 중심이 아니라 관계 회복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갈등 조정에 공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공동체 회복 프로그램과 갈등 중재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 결국 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때 제대로 설 수 있다. 저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겠다. ▣ 특목고와 자공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에 대한 우선 지원정책으로 일반고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학교 유형은 다양할 수 있지만, 교육의 기본권은 평등해야 한다. 특정 학교에만 자원과 관심이 집중되면 일반고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가 인천교육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고교학점제와 2028 대입개편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매우 크다. 교사 수급 문제, 과목 개설 편차, 평가 부담 증가 등으로 일반고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반고의 경우 학교별 선택 과목 개설 수준 차이가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는 모든 일반고가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활성화, AI 기반 진로·진학 컨설팅 확대, 권역별 진로·진학 지원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일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 또, 직업계고 역시 단순 취업률 중심이 아니라 미래산업과 연계한 진로교육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직업교육진흥원 설립과 산학연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중요한 것은 학교 서열화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선택권이다. 저는 ‘선발 중심 교육’에서 ‘성장 중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 다문화가정과 사회적 배려자 자녀에 대한 후보님의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인천은 전국에서도 다문화 학생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지역이다. 일부 학교는 학생의 상당수가 이주배경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교육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는 이주배경 학생들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인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중요한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한국어 교육을 넘어 문화 다양성과 공동체 통합을 위한 교육이다. 우선 다중언어 교육 인프라를 확대하겠다. 실시간 번역 시스템과 다중언어 가정통신문 체계를 구축하고, 이중언어 교육과 맞춤형 진로·진학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겠다. 또한 학교 안에서 차별과 고립을 줄이기 위한 문화다양성교육을 강화하겠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학교에서부터 배우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습·정서·복지를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 교육복지사, 상담교사, 지역사회 전문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시스템을 통해 복합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겠다. 교육은 사회통합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다양성을 차별의 이유가 아니라 공동체의 힘으로 만드는 인천교육을 만들겠다. ▣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 달라.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부모의 교육열 때문만이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저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공교육의 질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이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조기에 진단하고, 학교 안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기초학력 전담교사 확대, AI 맞춤형 학습 지원,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 강화를 통해 학교 안에서도 충분한 학습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또한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문제풀이식 수업으로는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없다. 질문·토론·탐구 중심 수업을 확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기르도록 하겠다. 아울러 권역별 진로·진학 상담센터와 AI 기반 상시 상담 플랫폼을 구축해 고액 입시 컨설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 학교가 진로와 진학의 신뢰받는 길잡이가 되어야 학부모의 불안도 줄어들 수 있다. 또, 초등 단계에서는 놀이·예술·체육 중심 방과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선택형 방과후학교를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안에서 흡수하겠다. 공교육이 살아야 사교육 부담도 줄어든다. 저는 “학교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인천교육”을 만들겠다. ▣ 우리 교육계에도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도입되고 있다. 향후 인천교육의 AI의 도입에 따른 후보님의 교육 정책은 무엇인가? AI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저는 AI 교육을 단순한 기기 보급이나 코딩 중심 교육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 문해력이다. AI는 언어 기반 기술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 그리고 그 답을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진다. 학생들이 AI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사고력과 판단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저는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겠다. 학생들이 AI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다. 또한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지원 체계를 구축해 학습 결손 학생들을 조기에 지원하겠다. 동시에 AI 윤리교육도 강화하겠다. 기술 활용 능력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함께 추진하겠다. 또한, 디지털 교육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인천은 디지털 기기 보급은 확대되었지만, 가정 환경과 활용 역량에 따른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교사의 AI 교수 역량 강화, 노후 기기 교체, 학부모 대상 디지털 교육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 AI의 노예가 아니라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는 시민을 키우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미래교육의 방향이다. ▣ 임병구 후보님만의 가장 큰 차별성과 강점은 무엇인가? 저의 가장 큰 강점은 교육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는 학생·교사·학부모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보아왔고, 그래서 정책을 만들 때도 단순한 구호보다 “현장에서 실제 가능한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저는 교육을 단순한 입시 경쟁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너무 빨리 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일이어야 한다. 저는 ‘학생의 하루를 바꾸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씀드려 왔다. 아침 등교부터 방과후, 진로·진학, 정서 건강까지 학생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인천교육이 경쟁만 강조하는 도시가 아니라, 학생의 삶과 행복을 중심에 두는 미래교육 도시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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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6
  • [기고] 익수 사고 골든타임, AI가 먼저 발견하는 시대
    [교육연합신문=김종학 기고]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는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공장은 AI가 사고를 예측하며, 병원은 인공지능으로 질병을 분석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활체육 안전 현장은 아직도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수영장이다. 수영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생활체육시설이자 건강과 여가를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단 몇 초의 사고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시설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수영장은 안전요원의 육안 감시와 경험 중심 관리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현장의 안전요원들은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수영장은 넓고, 이용객은 많으며, 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 물속에서 발생하는 위급상황은 외부에서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혼잡 시간대나 사각지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익수 사고의 상당수는 “조금만 빨리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CCTV 감시가 아니다. 영상 분석과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고, 장시간 수면 아래 머무름이나 위험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관리자에게 즉시 경고를 전달한다. 즉,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 예방 중심의 안전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안전요원의 경험과 AI의 실시간 분석 능력이 결합될 때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체육시설에서는 AI 기반 수영장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전국적인 표준화와 제도적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다.그렇다면 이제는 기술 경쟁력을 국민 생명 안전 분야에도 적극 연결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와 생활체육 인구 증가로 수영장 이용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 수영장의 안전은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공공 안전 인프라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따지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선진 안전문화는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AI 안전관리 기술은 거창한 미래 산업이 아니다.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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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1
  • [기고] 귀가 먼저 배우는 언어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부산에서 외국 관광객들을 안내하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대개 단순하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맛있어요.” 그 짧은 몇 마디를 배우는 과정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 그들은 한글 자음부터 공부하지 않는다. 받침 규칙을 외우지도 않는다. 문법책을 펼치지도 않는다. 그저 한국인의 말을 듣고 따라 한다. 발음이 조금 어색해도 문제는 없다. “감사합니다”를 “캄사함니다”처럼 말해도 사람들은 의미를 이해하고 웃으며 답한다. 언어는 완벽한 문법보다 ‘소통하려는 의지’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영어교육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영어를 너무 빨리 ‘눈’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알파벳 암기, 철자 시험, 문법 용어, 독해 해석…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어 습득의 자연스러운 순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문자 중심 교육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사실 인간은 원래 언어를 ‘귀’로 먼저 배운다. 아기는 “엄마”라는 글자를 보고 배우지 않는다. 수없이 소리를 듣고, 표정을 보고, 상황 속에서 의미를 연결하며 말을 익힌다. 외국어도 본질은 같다. 언어학자 Stephen Krashen 역시 ‘이해 가능한 입력(Input Hypothesis)’ 이론을 통해 언어는 문법 설명 이전에 충분한 듣기 경험과 반복 노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어권 아이들도 문법보다 소리를 먼저 익힌다. “You okay?”, “See you later.”, “No problem.” 아이들은 처음부터 문장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 표현을 하나의 ‘소리 덩어리’로 기억한다. 그리고 반복 속에서 의미와 상황이 연결된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종 정반대의 과정을 경험한다. 읽기는 가능한데 들리지는 않는다. 문법 문제는 잘 푸는데 말은 어렵다. 이는 영어를 ‘언어’보다 ‘시험 과목’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 회화의 영어는 교과서처럼 또박또박 흘러가지 않는다. “What are you doing?”은 실제 회화에서는 “Whaddaya doing?”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어를 문자로만 배운 학생들에게는 분명 아는 단어인데도 실제 소리는 전혀 다른 언어처럼 느껴진다. 결국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영어는 ‘두려운 과목’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외국어의 핵심은 완벽한 문법보다 ‘익숙함’에 있다. 많이 듣고, 자주 따라 하고,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 경험. 그 과정 속에서 언어의 리듬과 억양, 감정까지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필자는 외국어 입문 단계에서는 반드시 ‘귀와 입’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며 영어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문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먼저 영어 소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일이다.그리고 일정 수준 이후에는 읽기와 문법이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소리만으로는 사고의 깊이를 넓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듣기와 말하기 위에 읽기와 문법이 쌓일 때 비로소 언어는 단순 회화를 넘어 ‘생각하는 도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소리 ▶의미 ▶구조 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문법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진 표현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배운 문법은 훨씬 오래 기억된다. 필자가 구상 중인 ‘레고 영어’ 역시 이런 철학에서 출발한다. 레고 블록이 작은 조각들을 연결해 큰 구조를 만들 듯, 영어 역시 짧은 소리 표현과 상황 중심 반복을 통해 먼저 ‘영어 블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I’m fine.”, “How much is it?”, “Can I help you?” 이런 표현들이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으면, 이후 문법과 독해는 훨씬 쉽게 연결된다. 결국 언어는 살아 있는 소리다. 관광객이 “감사합니다”를 배우는 모습 속에는 외국어 교육의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다. 인간은 원래 듣고, 따라 하고, 익숙해진 뒤에 분석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귀가 먼저 영어를 받아들이고, 입이 먼저 리듬을 기억할 때 영어는 더 이상 시험 문제가 아니다. 그 순간 영어는 비로소 ‘사용하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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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0
  • [기고] 교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교육연합신문=오승한 기고] 최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재선 이후 일각에서는 “3선은 어렵다”는 정치적 관점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일반 행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정치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미래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다. 교육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학생 한 명의 성장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학교 현장의 변화 또한 꾸준한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습 환경 개선, 교사 역량 강화, AI·디지털 교육 혁신, 맞춤형 교육 확대, 학교 시설 및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은 모두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들이다. 특히 미래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른 AI 기반 교육정책은 더욱 그렇다. ‘학생성공시대 AI교육’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AI 교육 생태계 조성, 디지털 격차 해소, 교사 전문성 강화, 맞춤형 학습 시스템 구축은 몇 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책 방향이 중간에 흔들리거나 단절된다면 이미 축적된 노력과 성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과 학교 현장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성훈 인천교육감이 강조해 온 ‘읽걷쓰(읽고·걷고·쓰기)’ 정책 역시 중요한 교육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읽걷쓰는 단순한 독서 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며, 삶 속에서 경험을 확장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사고력과 인문학적 감수성,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읽걷쓰 교육은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창의성, 정서적 성장까지 함께 키우는 미래형 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또한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과 축적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 교육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매번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비전 아래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재선 교육감의 지속적 리더십은 단순한 임기 연장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교육 혁신을 완성 단계로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정책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 학생들은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교사들 역시 중장기 목표 아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학교는 지속 가능한 혁신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다. 결국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3선 논쟁은 단순한 정치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교육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교육의 중심에는 정치가 아니라 학생이 있어야 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인천의 미래는 결국 교육에 달려 있다. 그리고 교육의 힘은 단절이 아니라 지속성에서 나온다. ▣ 오승한 ◇ 비영리민간단체 인천주니어클럽 회장 ◇ (사)한중문화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 ◇ 인천광역시교육청 국제교류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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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9
  • [에듀人포커스]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후보를 만나다
    [교육연합신문=안용섭 기자] 본지는 오는 6월 3일 전국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전국시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민주적인 교육자치 발전을 위하여 국민들에게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으로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교육감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각 후보자를 인터뷰하여 소개하는 선거특집을 마련하였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 편집자 주 이번 호에서는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후보를 만나보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후보와 윤용상 대변인, 그리고 오승한 국제교류특보가 함께 배석했다. 다음은 도성훈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제10대, 제11대 인천광역시교육감으로서 지난 8년의 소회를 밝혀 달라. 위기와 혁신이 공존한 8년이었다. 첫 번째 임기 4년은 노란 점퍼를 입고 위기에 대응하는 데 보냈다. 적수 사태, 돼지열병, 스쿨 미투를 하나하나 풀어가던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교육청에서 퇴근하지 않고 한 달 이상 먹고 자며 대응했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저녁마다 직원들과 미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정리하기를 반복하며, 수업의 변화와 새로운 학교들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임기는 인천만의 특화 교육인 읽걷쓰, 바다학교, 아이플라토 등을 만들어 전국화·세계화의 길을 열었다. 공약이행률 99.1%, 3년 연속 공약이행 평가 최우수 SA등급. 어떤 위기 앞에서도 시민과의 약속을 생명처럼 지키겠다는 책임 행정의 결과다. 교육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몸으로 확인한 8년이었다. ▣ 지난 2기 인천시교육감으로서 추진했던 정책 중 만족할 만한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는 '읽걷쓰'다. 2022년 말 ChatGPT 등장으로 AI가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술 문명에 휩쓸리지 않는 인간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읽기·걷기·쓰기를 결합한 읽걷쓰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13만여 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하고 8,300여 권의 책이 나왔다. 구글이 "AI가 나왔을 때 모든 나라가 기술로 접근했는데 인천에서만 인간 중심으로 접근했다"며 협약을 체결한 유일한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68개 섬과 바다를 가진 인천의 지리적 여건을 살린 바다학교, 아이들의 사회·정서 역량을 기르는 아이플라토도 인천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됐다. 직업계고 분야에서는 2025년 졸업자 기준 취업률 55.7%로 수도권 1위, 2024년 졸업자 유지취업률 85.3%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전국 최초로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해 교사들이 혼자 교권 침해에 맞서지 않아도 되는 구조도 만들었다. ▣ 지난 2기 인천시교육감 임기 중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가장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현장 교사들이 정책의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한 부분이 가장 무겁게 남는다. 교육활동보호담당관 신설, 특수교육 여건 개선 등 제도는 만들었지만 실제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느끼는 변화로 완전히 이어지지 못했다.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교사가 바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더 빨리 알았어야 했다. 끝맺지 못한 과제들도 있다. 고교학점제 운영의 현실화, 교원 정원 확대, 교원 처우 개선, 서해 5도 교원 지원 등은 교육부와 중앙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들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학교현장지원방안 100선과 특수교육 여건개선 33개 과제도 임기 안에 모두 마무리하지 못한 채 다음 임기로 넘어가게 됐다. 지방교육재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학교운영비 부족으로 여름에 에어컨을 꺼야 했던 학교가 생긴 것은 교육감으로서 시민께 송구한 일이다. 이 모든 미완의 과제들을 완성하는 것이 3선에 나선 또 하나의 이유다. ▣ 지난 인천시교육감 임기 중 추진해 왔던 '읽.걷.쓰' 교육정책에 대해 말씀해 달라. '읽걷쓰'는 2023년 1월 시작할 때부터 학교 안과 밖을 동시에 공략했다. 교육과정 속에 넣으면서, 동시에 인천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문화가 될 때 질적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득하며 시민 문화 운동으로 함께 키워왔다. 단순한 교육청 정책이 아니라 인천 시민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국내외 학술대회를 거치며 읽걷쓰의 이론적 깊이를 더했고, 2025년 9월 구글과의 협약으로 세계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읽걷쓰의 핵심 철학은 명확하다. AI 시대일수록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인간의 기본기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몸으로 걷고 직접 손으로 쓰는 과정이 아이들의 사고력과 정서 회복에 직결된다. 현재까지 13만여 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하고 8,300여 권의 책이 출간됐다. ▣ 우리 교육계에도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도입되고 있다. 향후 인천교육의 AI 도입에 따른 '읽.걷.쓰' 교육정책의 변화는 무엇인가? 읽걷쓰와 AI의 결합, 즉 '읽걷쓰 AI'가 그 답이다. 핵심 원리는 'H-A-H(Human-AI-Human)'다. 인간이 먼저 생각하고 질문하며, AI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정보를 구조화하고, 다시 인간의 성찰과 직접 쓰기로 마무리하는 순환 구조다. 이 원리로 우리 아이들을 AI 시대의 지휘자인 '에르디토'로 키워내겠다. 생애주기별로도 적용된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는 독서 골든타임을 지켜주고 손끝·발끝 교육으로 예술적 감수성을 키운다. 초등~중학교까지는 긴 글쓰기를 통해 자기표현과 AI 과의존 예방, 통제된 환경에서의 AI 활용 능력을 기른다. 고교에서는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되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창의적 학습자로 완성한다. AI는 읽걷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읽걷쓰로 다진 인간의 사고력 위에 얹히는 날개다. ▣ 이번이 인천시교육감 3선 도전인데 후보님의 주요 공약을 밝혀 달라. 이번 임기의 출발점은 하나다. 기초부터 다시 다진다. 5세~9세를 독서 골든타임으로 묶고, 모든 초등학교에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세운다. 원도심 20곳에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열어 부모 지갑 사정과 무관하게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AI를 활용하는 방안도 세우겠다. 5개 권역 AI융합교육센터를 통해 어느 동네 아이든 AI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매년 1만 명을 세계로 보내는 세계로배움학교로 인천 아이들의 시야를 세계로 넓히겠다. 진로의 선택지도 다양하게 만들겠다. AI 과학고·체육중학교·예술통합중학교를 새로 짓고, 직업교육 안심취업 10년 보장제를 법으로 못 박아 특성화고 졸업생이 불안정한 출발선에 서지 않도록 하겠다. 민주주의 교육과 학생자치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학생 정부회장이 직접 예산을 쥐고 공약을 이행하도록 고 500만·중 300만·초 200만 원의 공약이행비도 보장한다. 디지털 시대에 심리적 불안을 겪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1교 1상담 인력을 배치하겠다. 신도심 업무를 담당하는 영종·검단 교육지원청 개청도 반드시 하겠다. 선거가 끝나도 이 약속들은 살아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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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7
  • [社說] 문해력 붕괴 시대, ‘토론·글쓰기·독서’ 교육 혁신이 국가 경쟁력이다
    [교육연합신문=사설] 디지털 기기의 범람 속에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위를 넘어섰다. 글자는 읽지만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의 속출은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적 위기다. 우리는 단언한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 토론, 글쓰기, 독서 수업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것만이 이 벼랑 끝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문해력이 모든 학습과 사고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고(독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며(글쓰기), 타인과 소통하며 검증하는(토론) 과정은 지식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필수 과정이다. 이 뿌리가 흔들리면 수학 문제를 읽지 못해 틀리고, 과학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입시 위주의 현 교육 시스템에서 이러한 수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항변한다. 국·영·수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시급한 상황에서 독서나 토론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치스러운 학습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태도다. 기본 독해력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 풀이 기술만 익히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인공지능(AI)이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에 단순 암기는 더 이상 무기체가 될 수 없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문해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 방식이 효율적이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문해력을 갖춘 학생이 장기적으로 학습 효율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교육 현장의 과감한 체질 개선에 있다. 교과서 진도 빼기에 급급한 수업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학생들이 직접 읽고 쓰고 말하는 시간을 교육 과정의 중심에 배치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이를 단순히 권장할 것이 아니라, 필수 이수 단위 확대와 평가 방식 혁신으로 강제해야 한다. 문해력은 개인의 능력을 넘어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격이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본질인 문해력 강화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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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기고] 불보다 먼저 죽이는 것, 연기다
    [교육연합신문=안오룡 기고]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이 아니라 연기다. 그리고 그 속에 섞인 유독가스다. 우리는 여전히 화재를 ‘불과의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와 같은 유독가스는 단 몇 분 만에 사람의 의식을 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순식간에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불길을 피했더라도 숨을 쉴 수 없다면 탈출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불보다 먼저 ‘연기’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현대 건축물은 플라스틱과 합성소재, 각종 내장재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독성가스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치명적이다. 불길이 번지기 전에 이미 공간은 보이지 않는 독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쓰러진다.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건물마다 소화기는 있다. 경보기는 울린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 개인이 숨을 지킬 수 있는 장비는 없다. 불을 끄기 위한 준비는 되어 있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준비는 빠져 있는 것이다. 소화기와 감지기로는 불을 알릴 수는 있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는 없다. ■ “5분이면 끝난다”…그리고 15분 화재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유독가스에 노출된 후 약 5분, 이미 치명적인 상황이 시작된다. 그리고 남은 시간, 15분이 ‘골든타임’을 버틸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15분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대피 경로를 찾기까지 필요한 그 시간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 왜 우리는 ‘살아남을 준비’를 하지 않는가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기술은 존재한다. 문제는 정책과 인식이다. 화재 대응은 여전히 ‘진압’ 중심에 머물러 있고, ‘생존’은 개인의 선택으로 방치돼 있다. 현대의 화재는 과거와 다르다. 건물은 높아졌고, 구조는 복잡해졌으며, 내부는 더 많은 유독물질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안전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소화기와 감지기로는 불을 알릴 수는 있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는 없다. ■ 현장의 조언 “연기를 피하려 하지 말고, 버틸 준비를 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기를 피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연기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이다.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단 10분에서 15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은 크게 달라진다. 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개인 보호장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고 싶다. ■ 생명구조 마스크,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불을 끄는 것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생명구조 마스크는 그 전환의 출발점이다. 산소를 공급하고 유독가스를 차단해 최소한의 생존 시간을 확보하는 장비. 핵심은 단순하다.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15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고, 한 가족의 미래다. ■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화재 대응을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는 분명히 공공의 영역이며, 국가의 책무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다중이용시설에 개인 생존 보호장비 비치 기준 의무화, 기존 소방 기준을 넘어선 호흡 보호 중심 안전 체계 전환, 어린이·노약자 등 취약계층 대상 공공 지원 확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시범 도입 및 단계적 보급 정책 추진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 “15분을 준비하는 사회”가 생명을 지킨다 재난은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바꿀 수 있다. 그 차이는 단 15분이다. 그 15분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놓칠 것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이 아니다.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해답도 분명하다.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준비, 단 15분을 버틸 수 있는 사회다. ▣ 안오룡 ◇ (주)세이빙스토리 회장 ◇ (주)유월무역 회장 ◇ (주)지앤지 대표이사 ◇ (주)콜 사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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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7
  • [기고] 말(言)의 질서와 신뢰의 회복, 정명(正名)에서!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선거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선거는 본래 국민의 신뢰를 확인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성스러운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선거의 풍경은 어떠한가요? 퇴직한 교육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말의 질서’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고, 그 자리는 혐오와 선동, 무책임한 공약들이 채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것은 너무 나간 걱정인가요? 공자는 일찍이 정치를 묻는 제자인 자로에게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것’을 정치의 첫걸음으로 꼽았습니다. 군자는 군자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가 무너질 때 사회는 붕괴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분명하지 않으면, 개념이나 명칭이 공유되고, 소통되는 데 논리적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치에 맞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질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논리적 연쇄를 통해 이를 경고했습니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名不正 則言不順),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국가의 대사가 성취되지 않으며(言不順 則事不成), 결국 예악과 법치라는 사회적 신뢰 시스템이 통째로 흔들려 백성들이 손발 둘 곳조차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악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회 질서, 그다음에 이데올로기,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질서, 사회 규칙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말의 타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정도는 그냥 우습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말이라는 우리말은 ‘크다.’는 뜻과 함께 ‘끝’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을 크게 성장시킬 수도 있고, 한 사람을 ‘끝낼 수도 있다.’을 정도로 타인을 해칠 수도, 혹은 스스로를 경계해야 함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선거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언어들은 ‘설득’이 아닌 ‘선동’으로 전락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확실치 않은 지식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것을 경계하며 “모르면 입을 다물라(多聞闕疑).”고 가르쳤습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지식인과 공직자가 가져야 할 무거운 언어적 책임감을 뜻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말의 무질서’가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거판을 보며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과 비방도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학습할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이를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국가 경영 전략으로까지 언급했습니다. 군대(兵)와 식량(食)이 풍족해도 국민의 신뢰(信)가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는 말로, 신뢰 시스템의 붕괴는 곧 공동체의 종말까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신뢰를 복원할 것인가? 그 해답은 ‘수치심(羞恥心)’의 회복에 있습니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정의(義)의 시작이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명분에 어긋났을 때, 뜨거운 부끄러움을 느끼는 ‘염치’가 살아날 때, 비로소 말의 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가 말한 “행기유치(行己有恥)”, 즉 자기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선비 정신이 정치인과 시민 모두에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본래 ‘말’로 이루어지는 제도라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하기 전에 ‘진실한가? 선한가? 유용한가?’라는 세 가지 체에 걸러야 한다고 했고, 부처는 바른말(正語)을 수행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 신뢰받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레의 연결고리(輗, 軏)와 같은 신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연결고리가 없는 수레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듯, 신의 없는 사회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選擧라는 시스템을 넘어, 우리 삶의 근간인 언어의 품격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내뱉은 말이 행실이 되고, 그 행실이 다시 신뢰라는 이름의 열매를 맺을 때, 우리는 비로소 ‘백성이 손발을 편안히 둘 수 있는’ 도(道)가 있는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가 교육에 미치는 선한 영향과 악한 영향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입니다. 학생들이 정책 토론과 투표 과정을 보며 주권자로서의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배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선거 과정에서의 흑색선전, 편 가르기, 언어 폭력은 교육적으로 치명적입니다. “아이들이 목적을 위해 수단(거짓말, 비방)을 정당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학습하게 됩니다. 선거의 교육적 선한 영향력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공자가 강조한 위기지학(爲己之學, 나를 닦는 공부)의 태도가 선거 문화에 도입되어야 합니다.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이 교육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성찰해야 하며, 유권자는 ‘누가 더 도덕적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선거는 신뢰 시스템과 민의의 반영입니다. 국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을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하여 정치의 근본을 ‘신뢰’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생각이 반영되려면 ‘정명(正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자체장은 지자체 장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통할 때 신뢰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공자가 말한 ‘다문궐의(多聞闕疑)’를 의미합니다.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부분은 빼놓고 말하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침묵하라는 것이 아니라, ‘확실치 않은 지식으로 남을 현혹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는 지식인의 엄격한 책임감을 강조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말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의미는, 즉, 말은 칼처럼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말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은 단어가 가진 본래의 정의가 왜곡되고(명칭의 타락), 말에 책임(행동)이 따르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상태가 고착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선거가 말의 질서에 미치는 영향의 언어는 ‘설득’이 아닌 ‘선동’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표를 얻기 위한 자극적인 언어는 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상대에 대한 혐오를 생산하여 사회적 담론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信이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말(言)’이 합쳐진 것입니다. 사람의 말이 곧 그 사람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부터 공약을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일상에서 정직함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적 보상 체계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말의 중요성을 언급한 성인인 소크라테스는 “말하기 전에 세 가지 체(진실, 선함, 유용함)에 걸러라.”고 했습니다. 부처는 정어(正語)를 강조하며,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험한 말,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수행의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논리에 맞지 않고, 말이 논리에 맞지 않으면 사회적 과업(事)이 실패합니다. 예악불흥(禮樂不興), 일이 안 풀리면 문화적 질서(예악)가 무너지고, 결국 공정한 법 집행(형벌)이 불가능해져 백성들이 불안에 떨게 됩니다. 공자는 군대(兵)나 먹을 것(食)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信)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신의’가 없으면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래서 선비(士)란 자기 행동에 부끄러움을 알고, 사명을 완수하는 사람입니다. 국가가 도가 없을 때 녹봉(穀)만 탐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마음이 정치의 시작이라고도 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성현들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를 성찰하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당당하게 시인하는 것을 ‘용기’로 대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양심이라는 거울 앞에 서는 신독(愼獨)의 자세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앞선 나라는 신뢰로부터 나옵니다. 진(秦)나라 효공 때 재상 상앙은 약 9m 높이의 나무를 남문 시장 거리에 세우고 누가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그 사람에게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 백성이 속는 셈치고 나무를 옮기자, 약속대로 거금을 주었습니다. 이는 국민과 맺은 신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진나라 백성들은 믿음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했습니다. 개인은 물론 사회나 국가도 신용을 잃어버리면 설 땅이 없습니다. 신용은 인간관계의 기본 질서요 사회 존립의 근본 원리입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과 친해질 수도, 동업할 수도 없으며, 우정도 협동도 사랑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용은 인간의 으뜸가는 도덕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 모두 ‘민생’은 뒷전이고 싸움질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생을 반드시 살리겠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 등 그 숱한 약속들은 말 잔치로 끝난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도 정치도 가장 큰 자산은 신뢰입니다. 정치인들은 ‘무신불립’을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도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데 무엇이 먼저일까를 사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서양의 격언에도 돈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적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또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금년 한여름에도 신뢰라는 명제를 한번 깊게 되새겨 보면서 지내봄이 어떨까 하는 화두를 던져봅니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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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6
  • [기고] 고독한 열정이 빚어낸, 두 번째 인생의 선율
    [교육연합신문=정현도 기고] “인생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믿습니다. 음악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가장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때로는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다음 길을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색소폰의 한 음 한 음은 그 흐름을 다시 이어주는 작은 숨결이 되고, 잊고 있던 설렘과 용기를 다시 깨워줍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 믿습니다.” 지난 2012년, 우리는 조용히 모였다. 교단을 떠난 뒤 찾아온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낯설었다. 수십 년을 아이들과 함께 숨 쉬며 살아온 날들이었기에, 그 공백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마음 한 켠의 빈자리처럼 느껴졌다. 그때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색소폰이었다. 오래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는 일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소리는 흔들렸고, 호흡은 짧았으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색소폰은 거짓이 없다. 숨결이 닿는 만큼만 소리가 나고, 삶을 살아온 깊이만큼만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연주를 배우며, 어쩌면 다시 ‘나 자신’을 배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모임은 조금씩 달라졌다. 교육계 퇴직자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길도 다르지만 색소폰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선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우리는 어느새 하나의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윤기호 선배 교장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단을 떠났지만 배움을 멈춘 적은 없습니다. 지금의 도전은 늦은 시작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색소폰의 한 음 한 음이 우리의 지난 시간을 품고, 또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이 시간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 말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머물렀다. 인생의 후반기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음이 제대로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작은 성취는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힌다. 함께 연주하며 서로의 숨결을 맞추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작은 공연이 끝난 뒤였다. 한 관객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저도…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우리는 미소로 답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인생에는 늦은 시작이 없다. 다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을 뿐이다. 고독 속에서 시작된 우리의 열정은 이제 서로를 지지하는 힘이 되었고,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을 여는 작은 불빛이 되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색소폰을 든다. 남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다. ▣ 정현도 ◇ 고독과 열정 동호회 원장 ◇ 前부산대연고등학교 교장 ◇ 前용호1동 주민자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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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4
  • [社說] 변화의 파도 앞, 주저함보다 혁신적인 정책 수용이 우선이다
    [교육연합신문=사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핵심 쟁점은 단순한 현상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명확하다. 첫째, 데이터와 통계가 증명하듯 기존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정체된 구조 속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으며, 이는 곧 사회 전반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진다. 둘째, 글로벌 표준과의 격차다. 세계 주요국들이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만 과거의 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자발적 고립이나 다름없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물론 일각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 질서에서 혜택을 받던 계층의 반발이 예상되며, 초기 적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안정적인 점진적 변화가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변화를 늦춰서 얻는 일시적인 안정이 나중에 치러야 할 기회비용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모호한 절충안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초래해 갈등만 장기화할 뿐이다. 초기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하며, 체계적인 보완 대책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과감하게 나아가는 결단력이다. 눈앞의 작은 손실에 매몰되어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뜻으로 새로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혁신적인 정책 수용만이 정체를 벗어나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유일한 열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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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4
  • [기고] AI가 일하는 사회, 인간 역할의 재정의
    [교육연합신문=오양환 기고] “그분이 아주 뛰어난 인재라고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IT 혁신을 맡겨도 될까요?” “아닙니다. 그분은… 너무 우수해서 오히려 ‘위험’합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이 기묘한 대화는 어느 기업의 채용 자문 현장에서 실제로 오간 것이다. 최고의 찬사가 되어야 할 ‘우수함’이 어째서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일까. 이 역설적인 경고는 AI가 일의 심장부로 침투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한 서늘한 미래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재 한 명이 조직을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단 한 명의 초우수 인재와 AI의 결합이 기존의 조직 체계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도 있는 시대다. 어느 한 중견기업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증명한다. 소위 ‘천재’라 불리는 한 명의 인재가 투입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그 기업은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정립해온 ‘고용’과 ‘협업’이라는 근간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10명의 업무를 대체한 단 하나의 지능 그 인재는 부임 직후 회사의 모든 사무 공정을 현미경처럼 분석했다. 그리고 AI 기반의 가상 직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10명이 넘던 관리·사무직 부서는 순식간에 해체되었고,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임원만 남게 되었다. 전화 응대는 남녀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상황에 맞게 톤을 조절하는 AI가 맡았고, 복잡한 문서 작성과 보고, 고객 소통은 실시간으로 처리되었다. 심지어 정기 세무조사를 위해 방문한 세무 공무원들조차 AI의 완벽한 응대에 압도당했다. 수만 페이지의 회계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AI 앞에서 인간의 추궁은 무력했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기업은 효율화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AI 활용을 규제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은 사무직에 그치지 않았다. AI가 공정 설계와 로봇 제어를 직접 결합하면서 블루칼라 업무까지 빠르게 자동화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과 6개월 만에 ‘사장 혼자만 남은 회사’가 등장했다. 인간 직원이 사라진 자리를 무한한 지능과 지치지 않는 기계가 채운 것이다. ‘AI 자기 복제’가 가져올 인재의 대홍수 이 이야기의 결말은 더욱 큰 충격을 안긴다. 그 초우수 인재는 결국 자신의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방식을 학습한 이른바 ‘AI 자기 복제본’을 만들어냈다. 이제 기업은 사람을 새로 채용하고 교육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검증된 인재의 사고 능력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인재’를 도입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빠르며, 확장성 면에서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한 명의 천재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 천재를 본뜬 수십, 수백 개의 가상 지능이 동시에 일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져왔던 ‘희소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다. 기술의 속도가 아닌, ‘사회적 준비’의 속도를 고민할 때 이 사례는 단순히 어느 효율적인 기업의 성공담이 아니다. AI가 가져올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 뒤에 숨겨진 ‘일자리 실종’과 ‘구조적 소외’를 예고하는 경고등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기업 이익이 늘어 세수가 확보될지 모르나, 그 안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들의 존재는 거대한 사회적 숙제로 남게된다. 이제 우리는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AI를 도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인간을 재정립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이 준비해야 할 핵심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그리고 ‘현장과의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로 거듭나는 것이다. AI 사회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기술의 속도에 발맞춰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재설계하는 사회적 합의의 속도다. 미래의 공장은 AI와 인간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그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기성세대와 리더들의 마지막 책무일 것이다. ▣ 오양환 ◇ (유)코아시스템 CEO ◇ 경남대학교 AI·SW융합전문대학원 원우회장 ◇ (사)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 부산경남 지회장 ◇ 前인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 前창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 일본 동경 Coredump SW사 근무 ◇ 창녕군 남지초·중학교·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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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1
  • [기자수첩] ‘셀프 심사’가 만든 국가대표…공정성은 어디에 있었나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정성과 투명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공적 절차다. 특히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지도자를 선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수중핀수영협회의 이번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과정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 심사를 맡은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각각 감독과 코치에 지원했고, 심사 과정에도 참여한 뒤 최종 선임됐다.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셀프 심사’ 구조다. 이해관계자는 심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공공 영역의 최소 기준이다. 이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공정성을 지탱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선이 무너진 순간,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란이 커지자 협회는 선발을 무효화하고 재공모에 나섰다. 그러나 그 사이 발생한 행정 혼선과 시간 손실은 오롯이 선수단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대회를 앞둔 국가대표에게 지도자 공백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경기력에 직결되는 심각한 변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해충돌 관리 실패, 독립성 없는 심사 구조, 불투명한 기준, 그리고 사전 검증 부재까지.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더욱이 여성 선수 비중이 상당한 대표팀에서 여성 지도자가 단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대 흐름과도 어긋난다. 적합 판정을 받은 후보가 있음에도 관례를 이유로 배제됐다면, 이는 공정성 이전에 구조적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발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도 존중받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이해충돌 방지 장치의 실질적 작동,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 심사 구조,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대표는 특정인의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자리다. 그 자리가 ‘누가 뽑았는지’가 아니라 ‘왜 뽑혔는지’로 설명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된다. 이번 논란이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체육계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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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9
  • [社說] 교육감 선거, 정치 이념을 넘어 교육 행정과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사설] 백년대계인 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매번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은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정치가와 이념가들을 교육 현장에서 배제하고, 오직 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교육 전문가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교육감 자리에 정치적 야욕을 가진 정치가나 특정 이념에 편향된 인사가 들어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균형 있게 다뤄져야 하며, 학생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편향된 이념 교육은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차기 교육감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교육행정가 출신이어야 한다. 교육청이라는 거대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일선 학교 현장의 복잡한 현안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현장을 모르는 정치인이 교육감이 될 경우, 조직 장악력 부족으로 인한 혼선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로 돌아간다. 정치권의 입김이 교육을 흔들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행정 전문가가 소신 있게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교육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다. 진정한 교육감이라면 눈앞의 지지율에 연연하기보다 교육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을 갖춰야 한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설 수 있도록 문해력의 뿌리인 고전 읽기를 강화하고, 국가 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수학과 과학 등 기초 학문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질문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다. 이번 선거가 정치색을 빼고 교육의 본질과 행정의 전문성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는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오직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의 본질만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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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7
  • [社說]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방소멸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교육연합신문=사설] 거점국립대를 향한 파격적 재정 투입은 대학 서열화와 지방 소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승부수다. 정부가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은 단순히 대학에 예산을 나눠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9개 거점국립대 중 우선 선정된 3개교에 5년간 매년 1,000억 원씩, 총 5,000억 원을 집중 투자하여 교육 여건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매우 담대한 시도다. 이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병폐를 끊어내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시급한 선택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며, 양질의 교육 인프라 없이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와 거점국립대 간의 학생 1인당 교육비 격차는 약 3배에 달한다.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 ‘인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히 간판 때문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교육 자원과 취업 기회의 차이 때문이다. 거점국립대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 전략 산업(성장엔진)과 연계한다면, 인재가 머물고 기업이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특정 국립대에만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은 사립대학의 고사를 초래하고 교육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배제된 채 국립대에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경계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한계 상황에 부딪힌 지방 사립대들이 이번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소멸이 가속화되어, 결국 ‘지방대 100개 죽이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대학을 동시에 살릴 수 없는 현실에서, 거점국립대를 ‘허브’로 삼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은 고육지책이다. 한정된 국가 예산을 모든 대학에 균등 배분하는 것은 하향 평준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먼저 거점국립대를 성공 모델로 구축한 뒤, 이를 중심으로 지역 내 사립대와 교육 과정 및 장비를 공유하는 ‘공유대학’ 체제를 확산시켜야 한다. 거점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 교육 생태계 전체가 붕괴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먼저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립대를 포함한 지역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우선순위다. 정부는 단순 예산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이번 정책을 국토 균형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1회성 지원이 아닌, 2030년까지 계획된 4조 원 이상의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제 혁파와 함께 졸업생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산업 정책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는 이 ‘서울대 10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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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0
  • [기고] ‘나의 미래!’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엄격함에서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의 이면에는 과거의 경험이 남긴 '기억'이라는 강력한 데이터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공의 기억과 실패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우리 뇌의 회로에 관여하여 개인의 미래의 행동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성공을 경험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Dopamine)을 분출합니다. 이는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이 행동은 유익하니 다시 반복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자기효능감'을 만들어 냅니다. "위대한 일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자기효능감은 타고나는 기질이라기보다 훈련을 통해 근육처럼 키울 수 있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반면, 실패의 기억은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실패의 기억은 생존에 위협적인 신호로 인식되어 성공보다 훨씬 선명하게 저장되는데, 이를 잘못 관리하면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편도체를 잠재우고 전두엽을 깨우는 것은 교육자의 따뜻한 시선과 일관된 지지입니다. 교육자의 태도는 아이가 실패의 기억에 함몰될지, 아니면 그 실패를 딛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선물하는 것은 거창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어른들의 단단한 지지와 믿음입니다. 실패의 기억을 '나의 무능력'이 아닌 '수정해야 하는, 충분히 변화가 가능한 경험적 데이터'로 해석할 때, 뇌는 비로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마인드셋'의 단계로 들어갑니다. 실패의 기억을 가장 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의지'로 연결한 인물은 《논어(論語)》와 《회남자(淮南子)》 등에 등장하는 위나라의 현자 거백옥입니다. 그의 삶은 기억을 대하는 태도가 한 인간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거백옥은 쉰 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 (오십이지사십구년지비) "쉰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지난 49년 동안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그는 이 불편한 기억들을 회피하는 대신, 매일 아침 "어제의 나의 실패를 직시하는 것"에서 변화의 의지를 끌어냈습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논어》 〈헌문(憲問)〉편에서 공자와 거백옥의 사자가 나누는 대화로 더욱 구체화됩니다. 蘧伯玉 使人於孔子 (거백옥 사인어공자) 거백옥이 공자에게 사자를 보내니, 孔子 與之坐而問焉 曰 (공자 여지좌이문언 왈) 공자가 그와 더불어 앉아 묻기를, "夫子 何爲?" (부자 하위?) "선생(거백옥)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對曰 "夫子 欲寡其過而未能也" (대왈 부자 욕과기과이미능야) 사자가 대답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허물을 줄이고자 하시나, 아직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십니다.“ 거백옥은 남들이 우러러보는 현자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자신의 뇌 속에 저장된 '실패'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기억들을 현재의 자신을 담금질하는 정(釘)으로 삼아, 매일같이 스스로를 새롭게 빚어냈습니다. 거백옥의 ‘직시’가 주는 메시지는 메타인지의 용기입니다. 공자와 거백옥의 대화는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 첫째는 불편함의 수용입니다. 자신의 49년 치 실패를 낱낱이 꺼내 놓는 것은 뇌의 방어기제를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직시’만이 고도의 메타인지를 활성화합니다. 둘째로, 겸손한 혁신입니다. “허물을 줄이고자 하나 능히 하지 못한다.”는 고백은, 변화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정질(담금질)하는 태도가 진정한 현자의 조건임을 말해줍니다. 현대의 스티브 잡스 역시 거백옥과 닮은 꼴의 궤적을 보입니다. 1985년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은 그에게 치욕적인 실패의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기억에 매몰되어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독단적이었던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잡스는 훗날 이 시기를 통해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가벼움'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잡스의 사례는 ‘실패를 통한 유연성의 획득’을 시사합니다. 그 첫째는 중압감에서 가벼움으로입니다. 성공의 신화에 갇혀 있던 자아를 버리고, 실패라는 치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유’로 치환입니다. 둘째는 경직된 회로의 파괴입니다. 과거의 독단적 성공 기억이 만든 경직된 사고 회로를 실패라는 충격요법으로 끊어내고, 더 창의적이고 수용적인 리더로 거듭나는 ‘자기 혁신’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이는 거백옥이 쉰 살에 과거의 허물을 씻어내고자 했던 노력과 궤를 같이합니다. 실패의 기억을 통해 기존의 경직된 사고 회로를 끊어내고,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리더로 거듭난 것입니다. 거백옥과 공자가 지향한 삶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입니다. 남들의 칭송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엄격함입니다. “지나온 세월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역설적으로 “앞으로의 시간은 다를 수 있다.”는 강력한 낙관론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미래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토대로 오늘 우리가 내리는 해석과 실천의 총합입니다. 거백옥이 매일 자신의 허물을 줄여가며 스스로를 혁신했듯이, 우리 역시 실패의 기억을 '나를 무너뜨리는 상처'가 아닌 '나를 완성하는 동력'으로 삼을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육자와 부모는 아이의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따뜻한 지지대’가 되어야 하며, 아이의 실패를 ‘수정 가능한 데이터’로 인식하게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주시는 선생님들의 그 ‘따뜻한 시선’이 아이들의 편도체를 잠재우고 위대한 전두엽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잊지 마시길 응원합니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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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7
  • [기고] 천부경(天符經) 철학으로 본 삶과 배움의 가도(街道)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태양과 만물 공생의 기저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빛(태양)이라고 합니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태양 에너지를 근간으로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살이(삶) 근거의 99.86%가 태양에 의지한다고 합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 광선을 유기 화합물로 전환하며, 동물과 인간은 그 에너지를 섭취함으로써 삶을 영위합니다. 해(태양)는 차별 없이 모든 만물을 비추며, 자신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내어줌으로써 생태계의 거대한 순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조건 없는 사랑’과 ‘생명의 연속성’이라는 우주적 질서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천부경에는 ‘본심본태양(本心本太陽)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의 본래 마음은 본래 밝은 태양과 같다.”는 뜻으로 광명성과 보편성, 자각의 철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어둠을 밝히는 태양과 같은 순수한 지혜와 밝음이 이미 존재한다는 선언이며, 이는 광명성(光明性)을 말하는 것입니다. 보편성은 태양이 하늘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비추듯, 우리 마음의 본질 또한 사사로운 욕심에 가려지지 않는다면 만물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각의 철학은 외부에 있는 태양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태양(본성)을 깨우고 회복하는 것이 인간 완성의 길임을 가르칩니다. 또한 천부경은 운명공동체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천부경은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로 시작해서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로 끝납니다. 이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운명공동체임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그 첫째로 가치관을 이야기합니다. ‘나'와 ‘남’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하나라는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고 외칩니다. 또한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의 자세, 그리고 조화와 상생을 중시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독점보다는 공유를 실천하는 삶이 천부경적 공동체 삶의 핵심입니다. 본심본태양(本心本太陽)이 주는 현대적 교훈은 현대인들에게 ‘자존감의 회복’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교훈을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안의 밝은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열정(빛)을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자아실현과 사회 공헌의 일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처럼 하는 배움의 자세와 태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배움은 해처럼 하는 것’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학습의 자세를 시사합니다. 해가 매일 어김없이 뜨듯, 배움 또한 쉼 없이 정진해야 합니다. 이것을 지속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가리지 않고 섭취하되,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무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운 것을 가슴 속에만 가두지 않고, 행동과 실천을 통해 세상에 이로운 영향력을 발휘(방사)해야 합니다. 즉 발산해야 합니다. 저 하늘에 해를 봤더니, 해는 말이야, 우리를 위해서 일하지 않아. 그냥 해는 자기 일을 할 뿐이야. 그런데 그의 영향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거야. 그러니 ‘너도 해처럼 살아야 돼’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면서, 교훈이면서, 명령이면서, 인류에게 주는 천명(天命)입니다. 모든 경전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를 알아야 우리 홍익인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 나무 막연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관념적으로만 이해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교육법 1조에 ‘홍익인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니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 ‘홍익인간’, 좋은 말이지. 그런데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한자를 우리처럼 하면, ‘홍익’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면? ‘해처럼 하나 됨’, 이런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홍익’이라고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그 가르침, 으뜸가는 가르침이 천부경에 담겨 있고, 천부경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 삶의 방식,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때로 우리가 그것 때문에 방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에 대한 결정적 해답이 ‘해처럼’입니다. 이처럼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들은 내일부터 해가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나도 해처럼 살아야지’, ‘해는 어떻게 하고 있지?’ 해를 보는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면, 망치로 한 방 맞은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누구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고, 매번 반복해서 듣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들이 자기 내면에서 각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천부경의 결정적 명령!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그것이 ‘해와 같이’, ‘해처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인문학을 하는 사람치고, 천부경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81자의 한자를 자기 마음대로 풉니다. 수백 명이 천부경을 썼는데, 책마다 내용이 다릅니다. 천부경은 한국 철학의 핵심이며, 세계인의 양식입니다. 양식은 일상입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가치관과 인생관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우리말(한국어)과 우리글(한글)은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관입니다. 하늘(·), 땅(ㅡ), 사람(ㅣ)이 어우러진 글자 구조처럼,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순응하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줍니다. 둘째, 수평적 소통입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만든 한글은 ‘지식의 민주화’와 ‘모두가 존엄한 세상’을 꿈꾸는 인본주의적 인생관을 반영합니다. 弘益人間(홍익인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홍익인간은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 세상을 널리 유익하게 한다.’는 통치 철학이자 삶의 목적입니다. 이는 나의 존재 가치를 타인의 행복 속에서 찾는 고차원적인 이타주의입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과 지구촌 공생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합니다. 설마 한국인으로서 ‘살림’, ‘살림살이’라는 말 모르는 이가 있을까요? 홍익을 어렵게(?) 느낄만한 많은 장삼이사들을 배려해서 만든 용어가 ‘살림’이고 ‘살림살이’입니다. 우리는 자기의 삶, 살아감을 ‘살림’ 또는 ‘살림살이’라고 말합니다. ‘살림’, ‘살림살이’가 무슨 말인가? 누군가를, 무언가를 ‘살리는 것을 자기 삶의 목표로 하겠다.’는 다짐이 바로 ‘살림’이고 ‘살림살이’입니다. 전쟁과 폭력,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권력이나 명예나 각종의 이익 추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겠다는 각오가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한국인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이어서 평생 수신제가도 힘겨울 듯한 사람들조차도 자기 삶의 목표를 ‘살림’이라는 거창한 말로 부르는 것일까요? 더구나 누구도 회피할 수조차 없도록 아예 생활 용어로 못 박아, 노상 고백하면서 살 수밖에 없도록 장치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한국인의 공동체적 철학, 사고의 경향을 알지 못하고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홍익’의 개념을 정립한 이들이 누구인가? ‘홍익’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면 ‘홍익’ 본연의 근본 이념에 반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근기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일지라도 ‘홍익’에 동참할 수 있는 방편으로 배려한 장치가 바로 ‘살림’이라는 말이다. 살면서 노상 ‘살림’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살림살이’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리말 ‘살림’은 ‘살리다.’라는 동사에서 왔습니다. 진정한 경제 활동이나 일상생활(살림살이)의 목적은 나를 포함한 주변의 생명을 ‘살려내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죽이는 경쟁이 아니라 살리는 상생의 미학이 진정한 살림살이의 지혜입니다. 천부경의 핵심 명령은 ‘해처럼 살아라.’입니다. 해처럼 산다는 것은 ‘자각(自覺)과 방사(放射)’의 삶입니다. ‘자각’은 ‘자발적 삶’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처럼 주도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둘째는 ‘따뜻한 포용’입니다. 차가운 이성이 아닌 따뜻한 감성으로 만물을 품어주는 삶입니다. 셋째는 ‘어둠의 소멸’입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갈등과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과 희망이 샘솟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천부경이 제시하는 최종적인 천명은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입니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하늘의 뜻을 지상에 구현하는 대행자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천명은 내 안의 태양을 찾아(本心本太陽), 홍익인간의 마음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며(弘益人間), 모든 생명을 살리는(살림살이) 것입니다. 우리는 한 점의 빛으로 시작해 온 우주를 밝히고, 다시 그 거대한 하나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영광스러운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천부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준엄하고도 따뜻한 명령입니다. 天符經을 찾아, 天符經의 부름을 따라 힘찬 발걸음을 옮겨봅시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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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7
  • [기고] 그날, 교실에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교육연합신문=황영식 기고] 교단에 서는 사람에게 학생은 단순한 제자가 아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이며,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우리가 잠시 맡아 기르는 존재다. 그래서 교사는 늘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배웅한다. “잘 다녀오너라.” 그 말은 무사 귀환을 바라는 기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봄, 그 약속은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지 못한 비극이었다. 그날 이후 교사들의 마음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결석’이 남았다. 왜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는가. 아이들의 잘못은 없었다. 문제는 어른들이었다. 안전보다 효율을 앞세운 구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대응 체계,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회가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재난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다. 사회는 하나의 교실이며, 국가는 가장 큰 교육자다. 반복되는 사고는 잘못된 사회적 학습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책임을 묻고, 교훈을 제도화해야 한다. 진상 규명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며,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는 반복을 막기 위한 사회적 기준이다. 국가의 사과와 배상 역시 공동체 책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명안전 기본법 제정, 독립적인 재난조사 체계 구축, 예방 중심의 안전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세월호 12주기를 맞아 다시 다짐한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그날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남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겠다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해 왔다. “너희는 우리의 미래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그 미래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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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6
  • [기고] 경험이 경쟁력이다…우리 아이 교육, 이제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
    [교육연합신문=김미혜 기고] 입시 중심 교육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점수와 등급,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해 온 결과, 아이들은 많은 지식을 갖추었지만 정작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식은 넘치지만 질문은 줄어들고 있다. 정답을 찾는 데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데는 서툰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제 교육의 방향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 그리고 그 경험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다. ■ 교실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교육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낯선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적응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며,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교실 수업만으로는 길러지기 어렵다. 실제 상황 속에서 부딪히고,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외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단순한 ‘어학연수’를 넘어, 실제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또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문화 속에서 배우는 교육은 교과서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명문 사립고에서 운영되는 글로벌 리더십 캠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학생들은 3주 동안 현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미국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이 과정에서 영어는 ‘과목’이 아닌 ‘도구’가 되고, 학습은 ‘시험’이 아닌 ‘경험’으로 전환된다. ■ ‘짧지만 깊은 변화’가 만들어내는 성장 일각에서는 “3주라는 시간이 과연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난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처음에는 서툴고 두렵지만,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간다. 낯선 언어로 말을 걸고, 다른 문화 속에서 관계를 맺고,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며 생활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강한 자기 효능감을 심어준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단순한 학습 동기를 넘어, 인생 전반을 이끄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또래 외국 학생들과의 교류는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이는 앞으로의 글로벌 사회에서 필수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다. ■ 학부모의 선택이 아이의 방향을 바꾼다 결국 교육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과거에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다. 변화가 빠른 사회일수록, 정해진 길보다 스스로 길을 찾는 힘이 더욱 요구된다.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스스로 꿈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오늘날 학부모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보호를 넘어 ‘기회의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경험이 스펙을 넘어 ‘자산’이 되는 시대 이제 경험은 단순한 이력이 아니라, 아이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입시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단순한 성적보다 과정과 성장, 그리고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한 해외 체험이 아닌, 아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아이는 언어를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주라는 시간은 짧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얻는 깨달음과 변화는 아이의 인생에서 결코 짧지 않은 흔적으로 남는다. ▣ 김미혜 ◇ 국제진로전문가 ◇ 위스콘신대학교 한국입학홍보처 이사 ◇ UHR Korea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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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5
  • [社說] 2026년의 교정, ‘기술의 속도’보다 ‘교육의 깊이’를 고민할 때
    [교육연합신문=사설] 2026년의 봄이 교정에 당도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새 학기의 설렘 속에 올해는 유독 묵직한 시대적 과제가 우리 교육계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의 인프라가 되고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고가 교육 현장을 휩쓰는 지금, 교육 당국은 단순한 정책 집행자를 넘어 미래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문명의 건축가'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 먼저, AI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에 따른 ‘기술의 인간화’에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2026년은 디지털 전환의 과도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기술은 도구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화려한 인터페이스와 맞춤형 알고리즘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하는 힘과 비판적 성찰 능력을 자극하는 지적 지렛대가 되도록 세심한 관리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기계가 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올바른 질문을 가르치는 철학적 교육 모델이 시급하다. 둘째,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교육 생태계의 질적 재편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위기가 아닌, 개별 맞춤형 교육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거대 담론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단 한 명의 아이도 낙오되지 않도록 하는 촘촘한 교육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함몰되지 않고 오롯이 학생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수업의 질에 집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당국의 최우선 과제다. 셋째, 학교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정서적 치유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교육 현장은 갈등과 상처로 얼룩진 순간이 적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이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상호 존중이라는 하나의 토양 위에서 피어나는 꽃임을 증명해야 한다. 법과 규정으로 통제하는 차가운 행정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연대할 수 있는 심리적 자존감을 높여주는 따뜻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나 수치에 연연하는 근시안적 행정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일이다. 2026년 새 학기, 교육 당국은 변화하는 기술에 기민하게 대응하되 교육의 본질인 ‘사람다움’이라는 가치는 끝까지 수호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교실의 창을 여는 아이들의 눈동자에 불안이 아닌 희망이 맺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교육 당국에 부여된 가장 엄중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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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3
  • [기고] "왜 지금 다시 문해력인가"…시선추적기술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교육연합신문=석윤찬 기고〕 교실에서 우리는 자주 비슷한 장면을 마주한다. 아이는 교과서를 펴고 고개를 숙인 채 줄을 따라가며 읽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읽는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물으면 답이 비어 있고, 문제를 풀게 하면 엉뚱한 선택지를 고른다. 이때 교사는 잠시 멈칫하게 된다. 이 아이는 읽지 않은 것일까,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읽는 척만 하고 있었던 것일까. 문해력의 문제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이 문제가 교육 현장에서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해력이 더 이상 국어 한 과목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 문장제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 사회 교과서의 개념을 연결하는 능력, 과학 실험 절차를 해석하는 능력,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선별하고 신뢰도를 판단하는 능력까지 거의 모든 학습은 문해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문해력은 특정 교과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전반을 떠받치는 기초 역량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들의 문해력을 어떻게 보아 왔을까. 대체로 결과 중심이었다. 시험 점수, 독후감, 발표, 수행평가, 교사의 관찰 기록이 주요 판단 근거였다. 물론 이런 지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만으로는 읽기의 과정을 충분히 볼 수 없다. 문장을 천천히 읽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읽기 능력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낱말은 읽지만 문장 의미를 통합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오히려 매우 신중하게 읽는 좋은 독자일 수도 있다. 반대로 빨리 읽는 아이가 반드시 잘 읽는 것도 아니다. 빠르게 훑으면서 핵심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정답을 맞혔는가만이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읽었는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선추적기술은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선추적은 아이의 읽기 결과가 아니라 읽기 과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학생이 화면이나 글의 어느 부분을 오래 보는지,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느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는지, 어떤 순서로 정보를 탐색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보이지 않던 읽기의 흔적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물론 시선추적기술이 교사를 대신해 문해력을 자동 판정해 주는 마법의 도구는 아니다. 교육은 언제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아이의 읽기 행동은 컨디션, 배경지식, 과제 난도, 정서 상태, 수업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되읽기라도 어떤 학생에게는 어려운 문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일 수 있고, 다른 학생에게는 줄을 놓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시선 데이터는 정답이 아니라 해석의 단서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교육적으로 읽어 내는 교사의 전문성이다. 그럼에도 시선추적기술의 의미는 크다. 지금까지 교사는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와 ‘실제로 읽고 있는 아이’를 분명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한 교실 안에 20명, 30명의 학생이 있을 때 개별 학생의 눈 움직임까지 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선 데이터는 읽기의 미세한 흔적을 보여 준다. 어떤 학생은 첫 문단에서 지나치게 오래 머물고, 어떤 학생은 핵심 문장을 건너뛰며, 어떤 학생은 문제의 선택지를 먼저 훑고 본문을 대충 읽는다. 이런 정보는 단순한 연구자료가 아니라 수업 설계와 피드백, 상담의 언어를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좀 더 집중해서 읽어 보자”는 말은 흔하지만 학생에게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반면 “너는 제목과 첫 문단은 오래 보았지만, 문제의 조건이 있는 부분은 빨리 지나갔구나” 또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멈추기보다 앞뒤 문맥을 먼저 보자”와 같은 피드백은 훨씬 구체적이다. 시선추적기술은 문해력 지도를 태도 중심의 지시에서 전략 중심의 지도 쪽으로 옮겨 갈 수 있게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의 문해력 담론은 때로 지나치게 무겁고, 때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책을 안 읽어서 문제”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AI 시대이니 새로운 기술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동으로 깊은 이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기술을 들인다고 곧바로 읽기 능력이 자라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읽기의 본질을 다시 붙드는 일이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는 능력에서 끝나지 않는다. 의미를 연결하고, 맥락을 추론하고, 중요한 정보를 가려내고, 스스로 이해를 점검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미세하다. 그래서 이제 문해력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실제로 어떻게 읽고 있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선추적기술은 바로 그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그것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수단이다. 학생의 읽기 과정을 더 면밀히 보고, 더 섬세하게 이해하며, 더 정확하게 돕기 위해서다. 앞으로의 문해력 교육은 두 가지를 함께 가져야 한다. 하나는 인간 교사의 해석력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던 학습 과정을 드러내는 기술이다. 교사는 여전히 중심에 있어야 한다. 다만 앞으로의 좋은 교사는 아이의 답안지만 읽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읽기 과정까지 읽어 내는 사람일 것이다. 문해력의 미래는 더 많은 시험지에 있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아이가 한 문장을 읽을 때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로 되돌아가며 무엇을 놓치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 석윤찬 ◇ 서울대 전기공학부 ◇ 비주얼캠프 대표 ◇ 시선추적(Eye-tracking) 기술 분야 창업가 ◇ AI 기반 시선추적 소프트웨어 “SeeSo” 개발 ◇ 문해력코스웨어 리드포스쿨 공급 ◇ 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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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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