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민주시민 교육의 힘과 우리가 나아갈 길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한 치도 의심함이 없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교육에 더욱 힘찬 격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야 할 것이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우리는 암흑 같은 터널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는 유⋅초⋅중⋅고 12~15년 기간의 바람직한 민주시민교육의 성과에 대한 믿음에서 연유한다. 이 믿음은 앞으로도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다. 왜냐면 우리 교육의 과도한 ‘경쟁’과 극단적 이기주의인 ‘내 새끼 지상주의’에서 마치 이를 부정하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은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와 협력 그리고 상생의 싹이 움트는 사회의 기운이 충만한 집단지성과 행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12⋅3 비상계엄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갈라진 민심을 추스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여기에는 각종 비상식과 비정상적인 언어의 배설이 극에 달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행태가 여전한 가운데 동방예의지국이자 기적 같은 선진국 진입이란 국가적 위상에 무색한 철학과 사유의 결핍을 도처에서 목격한다. 많은 사람들의 집단 도착 증상이 심각한 정도를 넘어 이제 그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더 큰 문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스며든 이분법적 흑백논리의 사고다.
이는 진보·보수 진영 간의 갈등을 넘어 이제는 상식과 비상식, 사유와 무사유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무지는 용서할 수 있어도 무사유는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악의 평범성’은 이제 시대를 건너 21세기에도 현실에 대한 무감각 및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복종과 추종으로 똬리를 틀고 있음에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 아이히만이 유대인 대학살의 집행자가 된 것은 바로 비판적 사유의 결핍과 철학의 빈곤, 즉 무사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 시국은 한국형 ‘아이히만’의 출현을 도처에서 염려할 만큼의 상황이다. 특히 우리 교육이 낳은 엘리트들에게서 그런 경향을 발견함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하지만 어둠이 압도하는 절망의 순간에도 어디엔가 희망의 빛은 존재했다.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국회 진입을 시도하던 장갑차와 특전사 군인들의 총부리에 맨손으로 맞선 민주시민들,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소극적인 대응과 망설임의 몸짓, 겨울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은박지를 온 몸에 둘러싸고 밤을 새워 시위 현장을 지키던 키세스 세대, 남태령 고갯길에 막힌 탄핵 촉구 농민 트랙터 행진에 밤새 응원봉을 흔들며 길을 터준 청년·시민들, 차가운 시위 현장에 따뜻한 커피와 음료, 먹거리를 제공한 민주시민들에게서 이 땅의 민주시민 육성이란 교육의 힘을 확인했다. 이는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처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은 것이었다.
이제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MZ세대들의 열띤 정치 토론과 민주시민들의 행동하는 양심을 목도하면서 우리 교육이 길러낼 제2, 제3의 응원봉 세대가 만들어 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튼실한 시민 의식과 예리한 비판적 사유로 무장한 그들이 이끌어 갈 우리 사회는 상식과 사유의 풍성함이 충만할 것이다. 문제는 수구⋅꼴통 기성세대들이 갈수록 극단화되어 이 나라를 위험에 빠트리고, 87년 민주화 이후 이 땅의 ‘완전한 민주주위’를 ‘결함 있는 민주주의’ ‘독재화로 나아가는 과정’을 부추겨 치명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환경의 오염과 생태계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자정(自靖) 작용을 통한 지구의 자생력을 믿듯이, 현재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각종 민주주의 퇴행의 실상에도 불구하고 한 쪽에서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는 이 나라의 젊은 세대들에게서 교육의 힘을 믿고자 한다. 앞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더욱 활짝 피우고 열매를 맺는 길은 이 나라의 미래 세대들을 보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민주시민, 세계시민의 육성에 달려 있다.
회복력이 강한 우리 교육은 바람직한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숭고한 교육목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국의 민중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말한 대로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먼(We have so many miles before we sleep)’ 것이 우리의 교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한 치도 의심함이 없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교육에 더욱 힘찬 격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