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높은 시민 의식’과 ‘무형의 가치 교육’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뿌려 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우리는 지금 보여주는 정치, 보여주는 교육에 더 치중하는 감이 없지 않다. 자연의 성실함과 인간의 성실함을 일치시켜 나가는 정치, 교육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삶의 철학적 기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유형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 지도자와 교육 지도자보다는 무형의 변화, 즉 형이하학적 변화보다는 형이상학적 변화를 추구하는 지도자를 뽑아서 나라와 교육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가의 질서는 무형의 질서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 무형의 질서를 뒷받침하는 것은 성誠이다. 즉 우주적 질서와 인간의 법칙을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 성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는 우리 조상들의 삶이야말로 우주적 법칙대로 산 사람들이다.
삶의 의미는 삶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산다고 하는 것이 괴롭게 된다. 자사子思는 삶에서 성誠을 강조하는데, 천지天地의 성실함에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지도자를 기르는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관, 철학, 윤리 등의 무형의 자산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지도성을 발휘하는 학생에게는 수시 모집 대상의 우선권이 주어진다. 지도성은 삶의 마디마디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 지도성은 성誠에 바탕을 두는 것이며 공동체적共同體的이다. 자신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솔선수범을 말한다. 천지天地의 성실함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최고의 가치다. 그 가치는 선한 영향력이다. 선한 영향력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버팀목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야 한다. 四書 중의 하나인 大學에서도 교육은 학생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스승의 자질 중의 자질은 ‘선한 영향력’이다. 국민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 4월 4일(금)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선고한 뒤, 김장하 선생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많은 사람들이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문형배 대행이 2019년 4월 국회 청문회 때 했던 말이 이번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고 하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에서 머슴살이하다가 18살에 국가에서 시행한 한약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한약방을 열어서 생활하셨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해서 번 건데,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뿌려 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고 하셨다고 한다.
어른 김장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 선생님의 선한 마음과 실천으로 많은 꽃과 열매를 맺었듯이 나도 세상에 그런 일을 하다 죽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기다려 주고 지켜줄 수 있는 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갖게 되었다.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재판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가 부르고 살맛이 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 교육에 있고, 그 교육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김장하 선생이 계시기에 문형배 재판관과 같은 훌륭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문형배 재판관의 선한 영향력은 수많은 선인을 낳게 할 씨앗이다. 그래서 子思는 ‘기법其法’ 아니라 ‘기인其人’을 강조한 것이다. 저의 조부모님과 부모님도 ‘착하게 살아라.’는 말씀을 귀에 못이 닿도록 하셨다. 그 말씀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착하게 살아라.’는 ‘하늘의 마음으로 살아라.’는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착하다’라는 뜻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인생이란? 성誠이라는 종착역을 향하여 ‘성지誠之’호의 기차를 타고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성誠’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사회 대개혁'의 시작은 학교여야 한다. 학교가 지닌 모든 교육적 자산을 명문대 진학에만 쏟아부었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더 많은 '윤석열'을 길러내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갖추고 공공선을 행하는 성숙하고 올곧은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집권과 파국은 우리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학벌과 벼슬을 기준 삼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은 오로지 명문대 진학에 애면글면해 온 학교 교육의 방향타를 돌리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미래의 '윤석열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학교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孔子는 말한다. 국민을 다스리는 데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강제로 하거나 법에 의해 국민을 지배하는 것은 부작용만 만들게 된다. 위정자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한다면 국민도 언젠가는 따르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상명하복이 유교의 본질이 아니다. 물이 위로부터 아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윗사람의 귀감이 되는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스며들게 해야 한다.
사회의 지도자나 어른들의 덕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따라오게 하는 방법이다. 집안에서 효에 대해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들도 분명히 효도를 배우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윗사람이 모범적인 언행을 하는 것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 “서울대 많이 보내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동문이 많은 학교가 명문”이다.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공부는 문해력이다. ‘치治’의 ‘다스리다’라는 말은 ‘하늘이 와서 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며, 하늘이 하는 일은 하늘이 낸 만물을 살린다는 뜻이다. ‘治(다스릴 치)’자는 ‘氵’와 ‘台’로 되어 있으며 ‘台’는 ‘별 태’, ‘나 이’라는 의미로, 속뜻은 ‘하늘이 내려오다’, ‘하늘에서 내려오다.’의 뜻으로 쓰이고, 그리고 ‘氵’는 ‘물 수’, ‘삼 수’라고 하며 속뜻은 ‘작용’을 나타낸다. ‘치治’는 하늘의 마음으로 백성을 살리는 일을 최우선 하라는 하늘의 명령, ‘천명天命’이다.
한겨레가 세계에서 빼어난 정신문화를 가졌다는 것은 한마디로 웅변하는 말이 ‘살림’이고 ‘홍익弘益’이다. 갈등이 만연한 혼탁한 오늘의 세계에 인류를 살릴 한줄기 샘물과도 같은 말이 ‘살림’이고 ‘홍익弘益’이다. 우리는 그런 영웅들의 후예다.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며 힘차게 살림과 홍익을 외쳐야 한다. 우리 민족을 자랑하면 국수주의國粹主義라고 폄훼하며 백안시白眼視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는 국수國粹의 뜻도 모르고 우리의 ‘살림살이’ 정신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살림살이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그것은 인류를 위한 살림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신 있게 외치고 펼쳐 나가자. 오늘의 정치에서 ‘治’자의 의미만 회복해도 서로를 살림의 대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니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의 바탕이 바뀌어야 한다. 학교에서 ‘治(다스릴 치)’로 외우기만 하는 공부에서, ‘治’자는 ‘다스리다’를 왜 ‘치’라고 할까를 생각하는 방법으로, ‘다스리다’와 ‘치’를 알아야 ‘治’자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즉 우리말인 ‘다스리다.’와 ‘치’를 알아야 ‘治’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어떤 경우든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때의 실패나 고뇌는 미래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필수 과정이다. 이 시기에 여러 직접적인 경험과 책이나 매체와 같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앞서간 현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키워야 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깨치고 그 확고함에서 성공을 만드는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남이 옳다고 하는 것이 누구에게는 옳을 수 있으나 내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당장에 이익이 되는 것도 자신의 원칙이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살펴서 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수도 없이 살펴봐야 한다. 또한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의 문제를 짚어줄 수 있는 믿을만한 친구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 확고하게 내재화된 좋은 가치 기준들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서 필요에 따라 작동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 모든 것들을 지탱해 줄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 본질적인 가치를 내면화해야 한다. 당장에 좋아 보이는 유행과 같은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많은 고뇌를 통해 자기만의 성공의 법칙을 완성해야 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잘 살펴보자. 미래에 바라는 것에 비춰 현재 당신 모습을 점검하라. 당신 삶에 필요한 정답이 되어 줄 것이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