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2(토)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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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하러 다니다 보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어떤 곡을 연주하는 시간보다도 어떨 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으니 나의 삶에서 기다림이란 음악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크게는 연주하는 장소까지 오고 갈 때의 기다림, 연주 순서를 기다릴 때의 기다림, 세부적으로 들어가 본다면 연주하는 순간순간에도 악장과 악장 사이의 기다림, 쉬는 부분이 나올 때, 그리고 나의 악기가 다시 나오는 부분을 연주할 때까지의 작은 기다림까지.  삶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굳이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림에 쓰고 있을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린다던가, 로또에 당첨될 날을 기다릴 수도 있고 자신이 목표한 소망이 이뤄질 날을 기다리기도 하고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음악사에서도 보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곡들도 있고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수정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되는 곡들도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세상의 빛을 미처 보지 못하는 곡들도 있다.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도 우리가 아는 7곡은 있지만 나머지 한 곡은 세상에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향곡의 작곡가로 알려질 만큼 그의 7개의 교향곡은 훌륭하며, 그 자신도 교향곡은 인생의 각 단계에 대한 신앙고백과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8번째 교향곡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대단했던 것 같다. 마지막 교향곡 7번도 작품의 구상부터 완성까지 거의 8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걸 보면 역시 예술작품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어쨌든 7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것이 그의 나이 59세 때인데 그 이후로 91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신곡을 세상에 내놓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만큼 예민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8번째 교향곡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나오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작곡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아 스스로 벽난로에 던져 태워버렸다고 한다. 시벨리우스는 그의 인생의 마지막 30년 동안 이전의 곡들보다 더 나은 곡들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삶도 오래 준비하고 시도하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긴 기다림에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지 않은가. 기다림이라는 오랜 시간이 반드시 해피 앤딩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보다. 

 

사람들은 기다림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을 것이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즉각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기다림에 조급함을 가지기도 하며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떤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기다림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고, 사색하고,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때로는 희망을 동반하기도 하지 않던가. 

 

결국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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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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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기다림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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