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내 새끼 지상주의’, 우리 교육의 블랙홀
"부모는 제 자식 귀한 줄만 알지 자신들의 행위가 종국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교육의 블랙홀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부모의 ‘자식 사랑’에는 끝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것은 약과에 불과하다. 자식을 위해 ‘우골탑’ 신화는 물론 ‘기러기 아빠’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때로는 자식을 위해 한 목숨 기꺼이 바치는 것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다. 이런 마음에 누가 돌을 던지고 비난의 화살을 쏟을 것인가?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듯이 지나침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고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것으로 과도한 맹목적인 사랑이 문제다.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이면의 국민적 묻지마식 관용과 포용은 물론 묵언의 지지와 동의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자식 사랑’을 넘어 차라리 ‘내 새끼 지상주의’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내 새끼 지상주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는 민주화가 가져다준 권리의식의 성장, 수요자 중심주의가 낳은 교육수요자의 권리확대로 인해 자녀에 대한 절제 없는 사랑을 정당화시켰다. 어떤 형태의 권리침해도 허용하지 않는 ‘금쪽이’의 탄생, 내 자식의 안전과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IMF 구제금융 이후 혹독한 환경에서 각자도생의 형질을 획득했고, 그것이 부모가 된 뒤 자식의 안전한 환경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과보호로 나타났다.(송원재, 『교사가 아프다』)
오늘의 학교 현장은 “우리 아이가 싫어한다”, “우리 아이를 중심으로 해 달라”... 등의 민원으로 모든 아이의 평등한 권리를 부정하고 자기 자식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담긴 내용을 다루지 말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내 새끼를 돌보기 위해 다른 아동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자기 자식의 정당한 권리로 여기고, 이에 반(反)하는 교사의 행위는 아동에 대한 부당한 폭력이나 정서 학대로 간주하여 학부모가 교사를 공격하는 핵심 논리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내 새끼 지상주의’는 “자기 자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의 자식을 해치는 육아원리이자 이데올로기이며, 작은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관계망 전체를 왜곡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내 아이가 털끝만한 손해도 입지 않게 하려는 생각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를 축소시킴으로써 자녀의 사회화를 지체 내지 정체시키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이런 특성이 특히 자녀에게 투자할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상류층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위해 다른 아이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빼앗고 교사의 정당한 지시와 통제를 무력화함으로써 학교질서를 무너뜨린다. 설상가상으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사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내 새끼 지상주의’가 결국 아동의 성장을 방해하는 근본적 이유다. 이런 행위는 자녀를 무균실에서 키우려는 부모에게서 나타난다. 그들은 아이가 교사에게서 어떤 싫은 소리라도 들어서도 안 되고, 친구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서도 안 되며, 손해를 보고 지는 느낌 역시 경험해서도 안 된다고 여긴다. 이는 결국 무균실 밖에서는 도태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게 만든다.
학교는 애벌레가 나비로 태어나기 직전에 겪어야 하는 중간 단계인 번데기와 흡사하다. 이 과정을 겪지 않고는 아름답고 성숙한 성체인 나비가 될 수 없다. ‘내 새끼 지상주의’는 아동의 이런 정상적인 성장⋅발달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학부모들이 교사를 대상으로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우기는 대부분의 것이 자기 아이를 영영 번데기로 살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를 원하는 부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위기로부터의 면제가 아니라 그에 대한 면역력이다. 부모는 제 자식 귀한 줄만 알지 자신들의 행위가 종국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교육의 블랙홀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이제 부모도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부모 되기’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임을 깨닫고 내 새끼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마음의 수양과 내 새끼에 대한 욕망의 절제, 타인의 자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균형을 이루는 부모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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