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1(월)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천뢰무망괘는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우레(☳)가 있는 모양이다. 하늘 아래 우레가 다니는 모습이다. ‘무망(无妄)’은 ‘망령됨이나 허황됨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다’의 의미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일이 가끔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뜻밖에 찾아온 행운과 불행이다. 무망은 실리 자연이다. 이것은 리얼한, 실제의 이치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으로 인위적 조작을 떠나 있는 천리의 실상을 말한다. 괘상에서 보듯 진(우레)은 동(動)이니 그 움직임을 하늘로써 하면 무망이 되고, 그 움직임을 인욕으로써 하면 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현실이 부당하다고 불평만 늘어놓지 말고, 좋은 업을 쌓아야 한다. 우레나 번개는 모든 사물에게 진실한 계기를 부여한다. 그것이 자연의 도리다. 우리 인간이 보기에는 렌덤으로 로또에 당첨되는데 이것이 자연의 도리인가 하겠지만 불교적 논리를 생각해 보면 매우 타당하다. 불교는 업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자기가 전생에 좋은 업을 쌓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복을 누리며 산다. 삼성가에 태어나지 못한 자신을 탓할 게 아니라 자신의 업을 탓하라. 남과 공평하지 않다고 비교하지 마라. 불평하지 마라. 원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이것이 불교적 인생의 논리다. 그러니 우연적으로 일어난 인연으로 어떤 사람은 복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러니 좋아할 것도 불평 불만을 할 것도 없다. 신은 우연을 가장한 기적을 주신다. 그 기적은 자기 스스로가 쌓은 업이다. 때문에 현세에서 좋은 업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을 달라고 신께 기도하지 말라. 복은 스스로가 쌓은 업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실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라. 그리고 남에게 베풀라. 그것이 복을 달라고 떼쓰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다. 『주역』도 말하지 않는가. 지성진실(至誠眞實)하게 모든 사태에 대처하면 모든 사업이 번창하리라고. 
 
여기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 이란 작품이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작품이다. 오 헨리는 유년 시절 부모를 잃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소년이었다. 젊은 시절 은행에 취직하여 공금 횡령이라는 죄를 저질러 도주하다 자수하여 교도소에서 5년형을 살다가 2년 감형을 받아 3년만에 출소했다. 오 헨리에게 교도소는 오히려 인생의 대전환점이 됐다. 교도소에서 싹튼 그의 문학적 재능은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인생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그는 47세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10년 동안 30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내놓았다.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의 마술사라는 평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짧은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1달러 87센트. 그게 전부였다. 델라는 사랑하는 남편 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시계줄을 사고 남은 금액이었다. 그녀는 시계줄 값으로 21달러를 지불하고 87센트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계줄을 왜 선택했냐 하면, 짐이 가지고 있는 시계가 고급인데도 줄이 가죽끈으로 되어 있어 짐이 몰래 꺼내보아야 하는 모습을 죽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델라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20달러에 팔아 시계줄을 선물로 샀던 것이다. 한편 그 시간에 짐도 델라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델라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예쁘게 빗겨줄 머리핀 세트를 산 것이다.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 둘의 만남. 서로에게 선물을 보여주는데… 델라가 먼저 말했다. “당신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어서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어요. 머리카락은 곧 다시 자랄 거예요. 괜찮죠? 그렇죠?” 그러자 짐은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하며 넋이 나간 모습으로 “당신 머리핀 살 돈을 만드느라 시계를 팔았어. 이제 고기를 올려놓아야 할 것 같은데.” 
 
델라가 산 짐의 시계줄과 짐이 산 델라의 머리핀은 어떨까? 시계를 판 짐에게 시계줄은 의미가 없는 선물이다. 머리카락을 판 델라에게도 머리핀은 당분간 필요 없다. 한때 이들 선물은 각자가 원한 최고의 선물이지만 지금은 효용가치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선물은 세계인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억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은 마음이 준 감동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판 델라와 짐. 그들은 선물보다도 더 소중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것이 뜻하지 않은 하늘의 선물이다. 무망(无妄)이다. 둘은 서로에 대한 희생, 사랑의 징표로써 크리스마스 선물을 품게 되었다. 이런 것이 천뢰무망의 모습이다. 물(物)에게 생명적 진실의 계기를 부여하는 것. 기대하지도 않았던 망외의 복. 무망괘는 원(元)・형(亨)・이(利)・정(貞)의 4 덕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그대로 자연의 모습이다. 지성진실하게 모든 사태가 돌아간다. 델라와 짐은 앞으로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넉넉히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랑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무망은 허망이 없다. 
 
가수 장기하의 노래 중에 「새해 복」이 있다. 꿈만 꾸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야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 된 이 노래는 우리 현실에서 천뢰무망의 괘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새해 복만으로는 안 돼” 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장기하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가사와 빈티지한 곡의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담겼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의 어패, 열심히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복 달라고 비는 행위의 어패를 재치있게 담았다. 복 받을 사람은 이미 결정되었다. 사람만 모르고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복은 전생에 자기 자신이 스스로 쌓은 업의 결과다. 현세에도 열심히 살아 좋은 업을 쌓아야 내세에 가면 복을 받을 수 있다. 이 현실에서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뛰자. 복 달라고 구걸하지 말자. 복 많이 받으라고 하지도 말자. 인간에게 복을 주는 것은 하느님의 일이다. 
 
천뢰무망괘의 효사를 보자. 지(地)의 자리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횡재하면 나머지 인생이 고달프다. 한 번의 꿈같은 경험은 일확천금만을 노리게 된다. 갑자기 생긴 돈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불행한 미래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또 당첨금으로 인해 지인, 가족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기도 한다. 도박에 빠져 나머지 돈도 모두 잃고 결국에는 도둑질까지 서슴지 않다가 감옥에서 인생 종치는 경우다. 불교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고집멸도(苦集滅道)’다. 인생은 고통이다. 왜? 집착하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멸이다. 그럼 멸은 어떻게 없앨 수 있나. 8정도(八正道)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人)의 자리다. 본인이 착하게 살았는데도 세상일은 이해타산으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친구를 두는 것도 좋지만, 한 명의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 한 명의 적이 나의 인생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성실함과 베품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 
 
천(天)의 자리다. 늙어지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라. 재앙이 따른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 모아둔 재산을 탕진할 수 있다. 젊을 때는 재산을 탕진해도 된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과 힘이 있으니, 그러나 늙어서 재산을 탕진하면 다시 재기하기가 힘들어진다. 추억을 떠올리며 반성하는 삶을 살아라. 죽음이 곁에 있다. 욕심을 버려라. 무아(無我)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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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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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기적은 찾아오네(천뢰무망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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