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0(수)
 

[교육연합신문=김현균 기자]

 

                                                          ▲ 소청분교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무엇보다 학교가 폐교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요.” 대청초등학교 소청분교 학생인 이승호(남·13세)군의 말이다.

 

소청분교가 재개교한지 이제 3년 남짓밖에 안됐는데 다시 폐교 위기라니, 교사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푸른 싹이 움트고 꽃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즐거운 봄이건만, 소청분교 학생들에게 큰 근심거리 하나가 생긴 셈이다.

 

소청분교는 서해 최북단 도서인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 소청도에 소재해 있으며, 지난 2008년 3년 만에 다시 학교 문을 열었다.

 

올해 학급 수는 하나이며, 김정자 할머니(76세)를 제외한 실제적인 학생 수는 이승호, 정우성(남·12세), 김은진(여·11세), 오수영(여·11세) 이렇게 4명 뿐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소청도에 저학년 학생들이 이제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승호 군과 정우성 군이 곧 졸업을 하게 되면 학생 수는 그 절반인 2명밖에 남지 않게 된다. 사실상 또 한 번 폐교의 수순을 다시 밟을 수밖에 없다.

 

섬 지역 학생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한 것은 계속해서 제기돼 온 사실도 문제지만, 여기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런 심각한 사실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본지에서는 대청초 신선자 교감(여·47세)의 음악수업 현장을 담았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앞 다투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봄입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음악수업을 하기 위해 소청분교에 가는 날입니다.

 

백령도에서 오전 8시에 출항한 ‘데모크라시 5호’가 조심스럽게 선착장에 들어옵니다.
소청도는 대청도에서 배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바람과 해상의 짙은 안개로 통제되는 날이 많아서 가깝고도 먼 섬입니다.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심한 흔들림이 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풍속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해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소청도의 외로운 선착장에서 가마우치가 끼룩거리며 드문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대청초등학교 소청분교라고 씌어 있는 정겨운 머릿돌 너머에서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옵니다.

 

4학년 수영이와 은진이, 6학년 우성이와 승호 그리고 1학년부터 청강생으로 4학년에 다니고 있는 76세의 김정자 할머니까지. 모두 한걸음에 달려 나와 반기는 모습은 저에게 크나큰 활력소가 됩니다.

 

제가 할 수업은 음악수업입니다. 소청분교 학생들은 음악수업을 참 좋아합니다.
오늘 배울 곡은 4학년 음악교과서의 첫 주제인 ‘종달새의 하루’입니다. 우선 제재곡을 가사로 읽어보고 서로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봄이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부터 종달새가 보리밭 사이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아이까지 노래에 대한 느낌은 천차만별입니다.

 

다음으로 제재곡을 허밍으로 불러보기, 두 마디씩 번갈아 가며 부르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제재곡을 익히게 됩니다.

 

다음은 계이름으로 불러보고 이어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시간입니다. 오카리나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종달새의 하루’라는 노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4박자의 다양한 신체표현에 이어 이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가사 바꾸어 부르기’ 활동을 할 차례입니다.

 

“종달새 대신 어떤 주제로 3절 가사를 만들까?”
“뻐꾸기요.”
“개나리요.”
“아니야, 맹꽁이요.”
모두 시끌벅적 야단들입니다.

 

“그래. ‘종달새의 하루’ 노래가 봄에 관한 노래니까 우리도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인 ‘개나리의 하루’라는 내용으로 3절 가사를 지어보자.”
“땅-에서 올려다 보면 세-상이 좋아 보-여, 개나리가 살금살금 가지에서 나옵니다. 랄랄랄라 노래하며 신난다 재밌다 신난다 재밌다 하며 세상으로 나-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은 가사가 교과서의 가사보다 훨씬 더 멋지다고 4절도 짓자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바꾼 가사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더 없이 씩씩하기만 합니다.

 

유난히 목소리가 작았던 수영이도 오늘만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수업 도중 갑자기 ‘딩동댕’ 소리가 나며 소청도 인근에 백령행 배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2시 배로 가시면 안돼요? 제발요!”

 

아이들은 대청도로 돌아가야 하는 저와의 헤어짐을 무척이나 아쉬워합니다.
사람이 무척이나 그리운 소청분교의 아이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맘때만 되면 괜스레 눈망울이 뜨거워집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부신 에머랄드빛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백사장,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분바위가 소나무와 절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소청도에서 오늘처럼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해맑은 웃음소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백령행 여객선에 몸을 맡깁니다.

 

대청초등학교 신선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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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청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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