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교육연합신문=장옥순 기고]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 마음속에 들어가요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선우야, 안 되는 거 알잖아.
엄마 다녀올게. 할머니 말씀 잘 들어.”
“흥, 엄마 미워!”
나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엄마는 나보다 회사가 더 좋은가 봐요.  (5쪽)

이 책은 10여 년 전 1학년 담임을 했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입학식 날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분리불안 속에 날마다 한 시간 울어대던 우리 반 여자 아이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출근하던 시절, 아침마다 눈물이 화장품이 되기 일쑤였다. 그 시절에는 육아휴직도 없던 시절이라 꼼짝없이 남의 손에만 의지해서 키운 남매에게 필자는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일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시선이 또렷한 영상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일하는 엄마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아이의 입장을 절실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책이 주는 따스한 감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서 엄마의 직장을 따라간 선우가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예쁜 그림 속에 가득 들어 있다. 필자는 이 책을 보는 내내 이제는 성인이 된 두 아이가 다시 어려져서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와 코끝이 시큰거렸다. 출근하는 엄마에게 선우처럼 껌딱지가 되고 싶었을 그 마음들이 내 가슴을 울렸다.

출근하는 필자에게 매달리며,
"내 몸이 작아져서 엄마 옷 속에 쏙 들어가서 따라가고 싶다" 던 그 목소리가 어제 일처럼 따라 나와 그리움으로 번져왔다.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그림책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그림이 담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동화의 아름다움은 문자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엄마 손을 떠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 땅의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다. 일하는 엄마에게도, 일하는 아빠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미 어른이 된 선생님에게도 아릿한 아픔과 공감을 불러올 책이 분명하다. 어린 마음을 이해하게 해 준 아름다운 동화이자 명랑하고 밝은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다.

동화나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만 보는 책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늘 느끼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아니,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읽는 것은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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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엄마 몸에 딱 달라붙는 요술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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