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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남자 프로배구, 강서에서 확인한 잠재력
    [교육연합신문=김상수 기고]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이 주황빛 열기로 가득 찼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읏맨의 첫 부산 홈 개막전 입장권이 티켓 오픈 하루 만에 전석 매진되며, 경기 당일에는 3층 스탠드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단 한 경기만으로도 부산 시민이 얼마나 오랫동안 배구를 기다려 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OK저축은행 읏맨의 부산행은 상징성이 크다. 안산에서 부산으로 연고를 옮기며 ‘영남권 최초 남자 프로배구단’을 공식화했고, 이는 한국배구연맹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확정됐다. 이로써 부산은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농구에 이어 프로배구까지 더한, 4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한 도시가 됐다. 흥행 성적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개막전 대한항공전 4,300여 명을 시작으로 현대캐피탈전 3,500여 명, KB손해보험전 2,500여 명, 삼성화재전 2,100여 명, 우리카드전 4,300여 명이 입장했다. 홈 초반 경기 평균 관중은 3,3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수도권과 충청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프로배구가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분명한 근거다. 이 열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부산에는 초·중·고 13개 배구팀과 실업선수 197명, 생활체육 배구동호인 약 1,700명이 활동하는 탄탄한 저변이 있다. 그동안 프로구단이 없었을 뿐,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현장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이번 연고 이전을 통해 ‘우리 팀’을 만난 셈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경기장 밖의 변화다. 경기가 열린 강서실내체육관 일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타지역 원정 팬들이 몰리며 활기가 넘쳤다. 문화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서부산권에 새로운 동력이 더해졌고,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홈경기 평균 관중 3,000명 기준으로 연간 약 5만 명이 강서체육공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의 숙박·외식·카페 이용, 경기일 주변 상권 매출 증대까지 고려하면 프로배구는 서부산권 지역경제 활성화의 확실한 촉매가 될 수 있다. 구단과 지역의 상생 구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배구단은 유소년 배구교실과 초등학교 대상 찾아가는 배구교실, 시민 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시 역시 배구 꿈나무 육성과 생활체육 저변 확대, 시설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시즌 내내 꾸준한 관중 참여를 유지하고, 유소년·학교·생활체육을 아우르는 촘촘한 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나아가 부산의 경제·문화·관광과 결합한 장기적인 스포츠 도시 전략을 마련하고, 영남권 전체가 함께 응원하는 광역 팬 베이스를 형성해야 한다.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이 열기가 부산 전역, 더 나아가 영남 전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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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10
  • [기고] 폭염에 갇힌 교실…‘찜통 교실’이 학생 학습권을 위협한다
    [교육연합신문=이윤규 기고]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폭염은 이제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대응은 여전히 임시방편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옥상층 교실은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새 빠져나가지 못해, 아침부터 ‘찜통 교실’이 된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집중력을 잃고 두통과 피로를 호소하며, 교사는 수업을 이어가기조차 버거운 상황에 놓인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온 환경은 학습 집중도와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 시 학생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의 질과 학생의 안전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학교의 주된 대응책은 에어컨 가동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냉방을 강화할수록 전력 소비는 급증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육 예산과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전기요금은 급격히 늘었고, 냉방이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냉방을 강화해도 옥상층 교실의 구조적 열 유입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국 학교 전기요금은 7260억 원으로, 2020년 4223억 원 대비 72% 늘었다. 특히 여름철(6~7월)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42.8% 증가했으며, 학교 에너지 소비 중 냉방 비중은 약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상층 교실의 경우 열 축적으로 인해 냉방 부하가 기준 대비 30~40%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으나 현장 체감도는 낮다. 교육부는 2024~2028년까지 학교 시설 개선에 총 29조 원을 투입하고, 이 중 냉난방 및 창호 교체에 9.5조 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연간 냉방 시설 개선 예산은 515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아침부터 교실이 달궈져 에어컨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시설 담당자의 말은, 지금의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일부 학교가 옥상층 수업을 지하나 1층으로 옮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후퇴’에 가깝다. 현장에서는 이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냉방을 강하게 하면 에너지 절약 지침에 걸리고, 가동을 줄이면 학생 불만과 학습 저하가 발생한다. 결국 갈등의 책임은 학교장과 교사에게 전가된다. 이는 명백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냉방을 늘리는 정책’에서 ‘열을 차단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이미 충분히 검증돼 있다. 첫째, 옥상층 교실의 단열 성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둘째, 최소한 옥상층이라도 고반사·복사냉각(Radiative Cooling) 도료를 통해 태양 복사열 유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셋째, 교실에는 천장형 공기순환팬을 표준 설비로 도입해 냉기가 교실 전체에 효율적으로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냉방 부하를 30~4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전기요금 절감과 탄소 저감이라는 이중 효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학생이 체감하는 실내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이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다. 학교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폭염 속 교실 문제를 ‘예산 부족’이라는 말로 반복 설명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교육부와 교육청은 결단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찜통 교실’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건강과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학교 건물의 친환경 개보수와 지속 가능한 냉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찜통 교실 문제를 시설 관리의 부차적 사안이 아닌, 교육의 핵심 인프라 문제로 규정해야 한다. 단년도 예산이 아닌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폭염 취약 학교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학생에게 “조금만 참아라”라고 말하는 교육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매년 같은 여름’, ‘같은 고통’, ‘같은 책임 회피’가 반복될 뿐이다. 폭염 시대의 교육은, 건물과 기술을 바꾸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폭염은 앞으로 더 잦아지고 더 강해질 것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매년 같은 논쟁과 같은 고통이 반복될 뿐이다. 에어컨 몇 대를 더 설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 건물과 기술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고, 교육 현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 이윤규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내환경관리센터 센터장 ◇ 한국환경한림원 홍보협력위원장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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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9
  • [기고] 스마트팜으로 도약하는 중장년, 제2의 재배를 꿈꾸다
    [교육연합신문=이고은 기고] 은퇴 이후의 삶은 더 이상 ‘일의 끝’이 아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중장년에게 은퇴는 또 하나의 선택지 앞에 서는 전환점이다. 문제는 선택의 폭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기술 변화, 산업 전환 속에서 중장년이 다시 설 수 있는 현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농업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은 중장년에게 ‘제2의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더 이상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는 농업이 아니다. 센서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PLC와 제어 시스템으로 온·습도와 생육 조건을 관리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산업이다. 이는 기계, 전기, 설비, 자동화 분야에서 오랜 현장 경험을 쌓아온 중장년에게 결코 낯선 영역이 아니다. 공장에서 설비를 다뤘던 경험은 이제 작물을 키우는 기술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반 스마트팜 운용·관리 교육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당 과정은 단순한 귀농 교육이 아니라, 스마트팜 자동화 이론, PLC 제어 실습, 센서·계측, 환경제어, 설비 보전, 빅데이터, 드론 활용까지 아우르는 실무 중심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충남캠퍼스 디지털기계시스템과의 스마트팜 중장년 과정은 ‘배워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쓰는 기술’을 목표로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마트팜을 단독 산업이 아닌 디지털기계시스템과의 융합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팜 설비는 결국 기계와 전기, 제어, 유지보수의 집합체다. 센서 고장 진단, 제어 로직 수정, 설비 트러블 대응 능력은 중장년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 재배 인력을 넘어, 스마트팜을 ‘운영·관리’하는 전문 인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스마트팜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충청남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과 디지털 농업 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를 운영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스마트팜은 지어졌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사람은 부족한 현실이다. 중장년 인력이 이 공백을 채운다면, 개인의 재취업 문제와 지역 산업의 인력 수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제2의 재배’란 단지 작물을 다시 심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경험을 새로운 산업에 옮겨 심는 일이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던 손은 이제 스마트팜 설비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읽던 눈은 작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한다. 과거의 경력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토양 위에서 다시 자라난다. 스마트팜은 중장년에게 묻는다.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동시에 답을 제시한다. “당신의 경험은 아직 쓸모가 있다.” 기술로 재배되는 두 번째 인생, 스마트팜은 중장년에게 선택이 아닌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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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5
  • [기고] 배움은 일상생활을 벗어나 따로 존재하는 일이 아니다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인간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의 지난한 반복의 과정으로 채워진다. 배움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경향은 평생학습사회의 길을 재촉하고 있고, 그 기여는 더욱더 강화․심화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론과 지식만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기의 삶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가는 길, 즉 일상이 달라지는 삶이 진정한 배움의 길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길의 추구라는 점에서 배움을 '의미 찾기'와 '의미 만들어 내기'로 표현하고 있는 김성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배움의 길에 대한 의미 있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세계는 모두가 질문에 의해서 건설된 것이지, 대답에 의해 건설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물건, 새로운 제도, 새로운 생각은 전부 다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人格이다. 대답은 이미 있는 지식을 그대로 삼켰다가 어떤 사람이 요구할 때,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이미 있는 지식과 이론이 지나가는 중간역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야 하는데 남이 가르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암기하는 데 급급한 배움은 진정한 의미의 배움이라고 보기 힘들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일상생활을 할 때 그 안에서 의미를 찾거나 만들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莊子는 ‘有眞人而後眞知.’라는 말을 남겼다. 참된 사람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는 말이다. 똑같은 내용을 공부했다고 해서 똑같은 발전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강의 내용을 똑같은 색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장자의 이 말은? ‘그 사람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가, 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많이 결정한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가 핵심이다. 질문과 대답은 비교를 자주한다. 자기의 일상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배움의 기본이고 기초다. 인간의 삶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교육은 자신이 추구해야 할 배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점심 차림을 정하는 것보다 고민을 적게 하는 것 같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진화해 오면서 자신들의 문화유산이나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수함으로써 진화·발전되어 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만이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타인과 교류하는 특이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험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현명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배움에 대한 수동적 이해해 초점을 둔 입장은 노장철학 분야의 석학인 최진석 교수의 저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책 '자기표현이 안 되는 공부는 끊어라.'에서 그는 평생을 배우다 세월을 보내버리면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경고하면서 배움을 끊으라고 권하고 있다. 최진석 교수의 의견은 아마도 배움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만을 습득하고 따라 하는 수동적 배움은 그만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이에 대해 강남순 교수는 소극적인 배움을 정보의 축적으로서의 배움, 적극적 배움을 '나'가 개입된 성찰적 배움으로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배움을 멈춘 인간은 ‘나'를 찾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만 배워라.”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배움이 왜곡된 배움이며, 어떤 종류의 배움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먼저 제시되어야 함을 웅변하는 것이다. 크게 보자면 두 종류의 배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나’가 부재한 정보의 축적으로서의 배움과 ‘나’가 개입된 성찰적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율곡 이이는『격몽요결』에서 ‘人生斯世에 非學問이면 無以爲人이니 所謂學問者는 亦非異常別件物事也.’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른바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일상생활과 벗어나 별도로 존재하는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새해 아침, 배움이란? ‘나’를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힘으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배움은 표현과 창의로 거듭나야 한다. 배움의 의미가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이유다. 학문이 없는 자를 가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배움이 부족한 사람은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인가? 배우고 싶어도 여간 배울 기회가 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들으면 억울한 심정일 수도 있겠다. 배움의 많고 적음의 정도는 누가 판단한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때 무엇인가를 배울 때, 그래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불만을 품고 살았다. ‘그냥’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옛날부터 그랬어.’라는 주입식보다는 설명하는 태도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학문이란, 묻고 물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인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정말 아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에게 설명해 보라. 어떤가? 정말 알고 있는가? 그래서 최고의 아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앎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에게는 ‘설명하는 힘’이 필요하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큰 틀에서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세상 어떤 것도 ‘수명이 있다.’라는 절대적 명제 앞에 서 있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지성인, 지도자들은 어떤가? ‘자신의 말과 지식이 영원하다.’라고 말하고 있고, 그 말을 듣고 별생각 없이 맹신하는 집단과 개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배움에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 주어진다. 그러나 실제는 집단의 생각을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고유한 생각으로 자신을 가꾸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은 특별하게 탄생된 단 하나의 고유명사다. 나도 너도 이 사람도 저 사람도 그 가치가 자신에게만 유일하고 구체적이고 특별하다. 어떻게 하면 부여받은 이 고유명사의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고유명사로의 나의 삶’, 이것이 ‘일상’이 되고, 종속적이 아닌 주도적이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 앞선 ‘나’를 만드는 새해 삶의 주제로 만들고 싶은 ‘나’만의 꿈을 그린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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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1
  • [기고] 상장에 담긴 감사…세대 간 따뜻한 어울림
    [교육연합신문=이정아 기고] 아침 등굣길에서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학교, 그 인사에 어르신들이 미소로 답하는 학교. 나는 그 짧은 순간이 교육의 시작이라고 믿어 왔다. 수영초등학교에는 오랜 시간 학교를 지켜 주신 지역 어르신들이 계신다. 교문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운동장과 복도를 정리하며,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맞아 주는 분들이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였지만, 그분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학교의 일상이 되었다. 학교는 대한노인회와 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께 감사의 상장을 전달했다. 사실 상장은 형식에 불과했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중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상장을 받으시던 한 어르신의 손이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상장”이라는 말씀에, 그동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도움을 받아 온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어르신들은 “아이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지만, 학교는 그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단상에 오르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존중을 알고 있었다. 그 박수는 연습된 예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쌓인 신뢰의 표현이었다. 수영초등학교는 현재 부산광역시교육청 인성교육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특별한 프로그램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교문 앞 인사 한마디, 함께 지켜낸 하루의 경험 속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묵묵한 봉사는 아이들에게 책임과 배려, 공동체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인사는 어르신들께 다시 학교에 오고 싶은 이유가 된다. 이 순환이 바로 학교와 지역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의 힘이라고 믿는다. 학교는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된다. 앞으로도 수영초등학교는 어르신들과 손을 맞잡고,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따뜻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상장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감사와 존중,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약속이 담겨 있었다. 그 약속을 지켜 가는 것이, 내가 교장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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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9
  • [기자수첩] 퇴근 이후의 행정, 내일을 밝히다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주거지전용주차장 공개 추첨이 열린 시간은 이미 하루가 저물어가던 때였다. 주민들의 참여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 퇴근 이후로 정해진 일정은 누군가에게는 배려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더 내어주는 선택이었다.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는 목소리,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모습, 절차를 다시 살피는 손길까지. 그 어떤 장면도 요란하지 않았지만, 모든 순간에는 책임이 깃들어 있었다. 공무원들은 앞에 나서기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주민 한 사람의 질문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고, 작은 혼선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공정함을 지키는 일이 곧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은 종종 숫자와 문서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마주한 행정은 기록보다 태도에 가까웠다. 누군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내어주는 일, 그 평범한 선택이 행정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현장의 모습이 과연 한 번의 미담으로만 남아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주민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내어준 행정이 개인의 책임감에만 의존한다면, 그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 참여형 행정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생활 민원과 마을 단위 의사결정이 확대될수록 행정은 점점 더 현장으로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야간·주말 행정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에 현장의 수고를 당연하게 소비하지 않는 제도적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 작은 보완만으로도 변화는 가능하다. 근무 체계의 유연화, 인력 분산 운영, 현장 행정에 대한 합리적 지원은 공무원의 사기를 지키는 동시에 행정의 품질을 높이는 길이다. 주민에게는 신뢰로, 공무원에게는 존중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그날 늦은 시간, 조용히 자리를 지켰던 공무원들의 모습은 행정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퇴근 이후에도 이어진 그 책임과 배려가 내일의 행정을 밝히는 기준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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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4
  • [기고] 스테이블코인 혼선,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정광우 기고] 1990년대 초, 전 세계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와 혁신을 경험했다. 이 시기 각국 중앙은행은 자원 절약, 탄소중립 실현, 위조·변조 방지를 목적으로 지폐 및 주화를 CBDC로 전환할 장기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비트코인이었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지폐 발행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CBDC처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ECB(유럽중앙은행)는 비트코인은 거래의 대상일 뿐 화폐가 될 수 없다고 단호히 선언했고, 중국 역시 코인 전반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했다. 반면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따라 CBDC 개발에 속도를 내며, 디지털 달러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암호화폐’, ‘탈중앙화’라는 표현이 번역 과정에서 혼재되며, 코인이 마치 화폐처럼 인식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국부 유출은 꾸준히 심화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CBDC 시범사업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과 시중은행을 동원해 예금 기반 토큰 발행, 디지털 지갑 제공, QR 결제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시범사업이라기보다는 랩 수준의 시뮬레이션에 가까웠고, 특히 실패한 제로페이 정책의 QR 방식을 다시 채택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한강 프로젝트는 매끄럽지 않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 더 큰 문제,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혼선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부·정책 당국의 메시지도 일관되지 않았다. 한국은행 총재는 ECB 초청 자리에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했고, 반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민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병덕 의원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법안까지 발의했다.절충적으로,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자는 논의도 존재한다. 전 세계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지 30년이 넘었고, 디지털은 산업과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디지털 금융 분야는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가 정립되지 못했다. ■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제언 1. 블록체인 코인과 법정화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코인은 미래 가치 보장이 없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다. 특히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은 외환관리법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또한 국민이 보유하는 코인에 대해서는 “정부는 가치 변동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 문구를 담배 경고문처럼 명확히 고지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CBDC와 화폐가 될 수 없는 코인(암호화폐·가상화폐)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 국민이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언 2. CBDC·디지털화폐·디지털원화·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법정화폐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이며, 중앙은행의 발권 영역이다. 따라서 위임 발권 역시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임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한강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예금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해당한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언 3. 결제 방식은 크게 카드 기반, QR 기반으로 구분된다. 정책적으로 특정 방식을 밀어붙이기보다, 가맹점을 지정선택하는 것 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제언 4. CBDC 시범사업은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도시를 선정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언 5. 디지털 금융의 안착을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국내에는 실제 의미의 ‘지역화폐’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지역화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편의상 부르기도 하는데 이 상품권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CBDC와 결합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상품권이나 교통카드 자체가 이미 블록체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구조이며,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 없는 스테이블코인의 형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디지털화폐에 관한 사항은 한국은행의 의무이며, 미래 가치가 보장되지 않은 블록체인 코인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국민 재산 보호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반면, 미래 가치가 보장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블록체인 코인은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달러든 블록체인 코인이든 외화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외환관리법을 적용해야 하며, 디지털 원화를 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과 디지털 금융결제 플랫폼의 표준 역시 조속히 정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디지털 원화가 역외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원화의 영토를 확장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 정광우 ◇ 이호기술단(주) 회장 ◇ 한국핀테크 블록체인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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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8
  • [기자수첩] 부산의 길 위에 멈춰 선 카카오바이크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부산 시내를 걷다 보면 인도 한 편에 쓰러진 카카오바이크를 발견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서면·광안리 같은 중심지를 넘어 주택가 골목, 학교 앞, 지하철역 주변까지 방치된 공유자전거가 시민의 통행을 가로막는다. 경사와 좁은 인도가 많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자전거 한 대가 만들어내는 불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몇 대만 흩어져 있어도 도시 미관은 순식간에 흐트러진다. 문제는 이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관리 체계는 여전히 느슨하다는 점이다.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회수와 재배치라는 1차적 역할을 맡고 있으나, 기기 수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도 단속권과 강제수거 권한을 갖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제약 탓에 상시 관리가 어렵다. 결국 민원이 쌓여야 뒤늦게 움직이고, 조치 속도도 빠르지 않다. 도시 공간을 시민 신고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실은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복잡하지 않다. ‘지정 주차존’을 만드는 일이다. 헬싱키·파리·도쿄 등 해외 도시들은 공유자전거 도입 초기부터 주차존을 운영해 방치율을 70~90%까지 낮췄다. 같은 공유자전거라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면 도시 질서는 자연스럽게 잡힌다. 부산도 인도 폭이 넓은 지점, 버스정류장 주변, 상업·주거 밀집지역 등 전략지점을 선정해 주차존을 설치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나은 질서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주차선을 긋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기반 관리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AI 영상 분석으로 방치 자전거를 자동 탐지하고, 운영사에 회수 알림을 실시간 전송하며, 회수 인력의 동선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상용화되어 있다. ‘신고, 지연 대응’ 중심의 낡은 방식을 벗어나려면 이런 지능형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스마트시티를 표방하는 부산이라면 더 늦기 전에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공유자전거 방치 문제는 ‘누가 더 빨리 회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공간을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도시 질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운영사와 지자체가 각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정책과 기술을 결합한 체계를 마련할 때 비로소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한다. 카카오바이크 한 대가 길 위에 쓰러져 있다고 해서 도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한 대가 아무렇지 않게 방치되는 도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질서를 세우고 기준을 정하는 일. 그것이 도시가 해야 할 몫이다. 부산이 지금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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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30
  • [기고] 아이들의 이야기, 생성형 AI가 함께 빚다
    [교육연합신문=김종훈 기고] 2022년 겨울,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미국의 아마르 레시(Ammaar Reshi)는 주말 단 이틀 만에 생성형 AI인 챗GPT와 미드저니를 이용해 글과 그림을 만들고, 이를 동화책 「Alice and Sparkle」로 완성해 아마존에 직접 출판했다. 그의 트윗 한 줄, “주말 동안 생성형 AI로 동화책을 만들고 출판했다”는 말은 교육자였던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구나.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자라난다면, 교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질문으로 시작된 첫 시도가 부산초등영재교육원 집중기 수업이었다. ‘나의 꿈 동화책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뤼튼을 이용해 글쓰기에 도움을 받으며 상상력을 확장하고, 캔바에서 직접 장면을 그리며 이야기를 완성해 나갔다. 처음엔 신기함으로 시작했지만, 곧 자신이 만든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건 제가 직접 고칠래요.” “이 장면은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생성형 AI가 던진 문장을 발판 삼아 아이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더했고, 기술은 상상력의 불씨가 되었다. 이후 프로젝트는 점점 확장되었다. ‘해양오염 방지 동화책 만들기’, ‘어린 왕자 온책읽기 후 과학적 상상으로 재창작하기’ 등 주제는 다양했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생성형 AI가 있었다. 아이들은 상상을 글과 그림으로 구체화하며 협업의 즐거움을 배웠다.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시각장애인 친구들도 우리 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했다. 그 말 한마디로 다음 프로젝트는 오디오북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인공지능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만들고, 스스로 배경음악을 구성했다. 손끝으로 만든 이야기가 귀로 들리는 순간, 배움은 새로운 감동으로 확장되었다. 이 콘텐츠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여러 교원연수에서 ‘생성형 AI 기반 창작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고, 최근 과학교사콘퍼런스 부산 대표로 발표했을 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교사들이 시도해본 경험을 공유했지만, 우리 반은 학생들이 만든 동화책을 실제로 인쇄해 손에 잡히는 책으로 완성했다. 디지털 화면 속 문장이 종이의 질감으로 바뀌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지금 우리 반은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식 자작 동화책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이들은 각자 한 편의 이야기를 맡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쓰고, 표지 디자인과 편집까지 직접 해나간다. 완성되면 ISBN을 등록해 정식 출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 이름이 진짜 작가로 남는 거예요?”라는 아이들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진짜 작가지.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돌아보면 이런 경험들이 결국 『디지털미래영재학교 생성형 AI반 1』로 이어졌다. 내가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집필한 이 책은 세계 최초의 생성형 AI 기반 교육 만화로,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상상하고, 그 상상이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과정이 곧 배움이다. 생성형 AI는 지식을 대신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거울이다. 교사는 그 거울 앞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이미 많은 교사와 학생의 손끝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아이들에게 기술이 아닌 자기 표현의 언어를 선물했다. 그리고 교실은 더 이상 지시와 평가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창작하고 나누는 공동 창작소로 거듭났다. 교사가 문을 열면, 아이들은 이미 그 너머에서 이야기를 짓고 있다. 생성형 AI와 함께 만든 그 이야기 속에는 상상과 협력, 책임과 성찰이 공존한다. 작은 동화책 한 권이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이미 미래의 교실에서 자라고 있다. ▣ 김종훈 ◇ 부산 명문초등학교 교사 ◇ 2024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 2023 교육부지정 지능형 과학실 운영 유공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21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험 정보 제공 방법 및 이를 이용하는 장치 특허 등록 ◇ 2019 STEAM 교육 UCC 공모대회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19 STEAM 교육 유공 교육부 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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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 [기고] AI 윤리와 저작권, 창작의 경계를 묻다
    [교육연합신문=최일훈 기고] AI는 교실에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단 몇 초 만에 이미지가 완성되고, 스토리가 이어지고, 음악이 생성된다. 학생들은 그 과정을 통해 몰입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이 결과물은 누구의 것인가?” “창작의 주인은 누구인가?” AI를 통한 창작이 활발해질수록, 윤리와 저작권의 문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가 AI 학습의 재료로 쓰이고 그 과정에서 원 저작자의 권리가 희미해진다. 학생들은 종종 “이건 AI가 만들었으니까 내 작품이에요.”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AI는 도구일 뿐, 진정한 창작의 주체는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생각을 담았느냐에 달려 있다. 윤리교육의 출발점은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인간의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재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AI의 ‘사용자’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디지털 미래 영재학교 생성형 AI반』을 집필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교육의 가능성을 넓히지만, 그만큼 책임의 영역도 넓힌다. 책 속에서는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거나 이미지를 구성할 때,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작의 맥락과 윤리적 사고를 병행하는 수업 구조를 제안했다. “이 장면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썼다면 어떤 권리가 생길까?” 그런 대화 속에서 학생들은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사회적 책임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AI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투명성과 정직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이 AI로 만든 결과물을 제출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했고, 어떤 부분을 스스로 수정했는지 명확히 기록하게 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의 윤리적 자각을 훈련하는 교육적 장치다. AI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출처 표기’, ‘공동 창작 개념의 인식’, ‘저작권의 존중’은 이제 교과의 내용이 아니라, 모든 교실이 함께 다뤄야 할 기본 역량이 되었다. AI 윤리는 단지 규제나 금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학생들에게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하는 자유의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윤리적 사고가 없는 기술은 위험하지만, 성찰이 있는 기술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AI는 너를 대신 생각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너의 생각을 더 멀리 퍼뜨리는 도구”임을 일깨워 준다면, 그 수업은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의 배움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앞으로의 교실에서 우리는 더 많은 AI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가’다. AI가 제시한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 교사는 그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이 열어 준 무한한 창작의 세계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윤리와 책임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교사의 진짜 사명이다. ▣ 최일훈 ◇ 부산 명진초등학교 교사 ◇ 2024~2025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주무교사 ◇ 2024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교육부 장관 표창 ◇ 2023 정보(SW·AI) 교육 발전 및 활성화 유공 교육부 장관표창 ◇ 2022 개정교육과정 과학교과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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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 [기고] 삶? 세계 변화 요구에 제대로 답하는 것입니다!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 백사장 세모래밭에 칠성단을 보고 임 생겨 달라고 비나이다 /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 청춘에 짓밟힌 애끓는 사랑 눈물을 흘리며 어디로 가나 /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 한 많은 이 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살겠네 /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한 오백 년은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민요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한(恨)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한 오백 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애입니다.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후렴에서 제목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강한 정서를 품은 이 노래는, 전통 민요의 뿌리를 간직하면서도 시대를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한과 체념, 희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애환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꿈도 솟아납니다. 그 어려운 삶의 현장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품었고, 내일이라는 희망의 발걸음을 놓치지 않고, 삶과 철학의 합일을 살아오신 조상님! 그분들이 주는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하루하루를 힘으로 맞이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후렴구인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는 삶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한국인의 인내심과 체념, 그리고 가늘게 이어지는 희망의 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노래는 단지 슬픔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과 흥이 공존하는 한국 민중 정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며 공동체 정신입니다. 이 노래 가사는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처럼 한 오백 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래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이 한 오백 년은 우리에게 변화하는 이 세계(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삶의 의미와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삶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살이를 하는 것입니다. 세계(세상)란 나 이외의 모든 것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너도,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자연도 다 세계입니다. 이 세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너도 변하고, 부모도 변하고, 친구도 변합니다. 모습도 생각도 변합니다. 그럼, ‘변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론과 지식, 관념, 이념, 가치관, 세계관 등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욕구, 욕망, 요구 등도 함께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는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세계의 변화에 대답을 하라는 것입니다. 세계 변화에 어울리면서도 앞서는 생각을 요구하는 것이며, 뒷선 태도의 변화도 요구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변화에 동참하려면 변화의 개념 구조에 맞는 대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답하는 것이 철학이고 철학적 태도입니다. 이 요구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서 앞선 사람이 될 수도, 뒷선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선 나라도 뒷선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여기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중요한 話頭가 뭔가요? ‘상상력과 창의력’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우리가 지금 우리의 경제 구조, 정치 구조, 교육 구조가 새로운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우리는 딱 여기까지다.’ 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자도 알고, 정치인들도 알고, 관료들도 알고, 기업인들도 압니다. 그런데 왜? 실천을 하지 않을까요? 관료들, 안 해도 월급이 나와요. 교수들, 돌아다니면서 얘기만 하고 자기는 안 해도 월급이 나오지요. 정치인, 아무 소리나 해도 월급이 나옵니다. 그런데, 기업인들은? 안 하면 죽는다는 것을 압니다. 경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거는?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바로 생존입니다. 이 생존의 틀, 생존의 방식, 생존의 의미가 이제 다른 사람들의 비전이나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대신 수행했던 단계보다 훨씬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발걸음을 옮겨야, 살고 싶은 삶이 있고 바라는 행복이 있는 것입니다. ‘인문학 중심 시대’로 진입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발전은 여기까지입니다. ‘발전이 어렵다’고 하는 위기의식에서 인문학이 나옵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의 진입 하느냐? 못 하느냐’라는 말은 뭐냐? 인문학이 중심 기능을 하는 단계로 진입하느냐? 진입하지 못하느냐? 대답하는 인재보다 질문하는 인재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느냐? 없느냐? 집단적 틀 안에서 자기를 해석하는 사람보다, 집단을 이겨내고 자기의 주체성을 표현하는 사람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느냐? 없느냐? 여기에 인문학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대답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생각입니다. 인간은 생각을 통해 문명을 건설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불편함을 해결하는 존재입니다. 깊이 있는 사고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더 도덕적인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잡념과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생각의 필요성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은 강력한 욕구가 있을 때 예민해지고, 이로부터 불편함을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생각의 근본은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이 중요합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며, 우리가 보는 문명은 모두 생각의 결과물입니다. 세계는 인간이 만든 것(문명)과 만들지 않은 것(자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일부러 하는 습관의 장착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문화적 존재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행동하여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생각의 결과이며, 이는 문명 건설의 근본적인 재료입니다. 생각의 질과 속도가 인간의 특성을 결정하며, 이는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직접적인 감각과 본능을 넘어서는 통찰을 가능하게 합니다.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얻은 지식은 삶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생각의 힘은 도덕성과 인간다움의 근원입니다. 깊이 있는 사고는 진실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 더 도덕적인 삶으로 이끕니다. 도덕적인 삶은 감각이나 본능이 아닌, 철저히 지적인 삶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자, 두 이성이 앉아서 서로 눈 맞기 직전입니다. ‘손을 잡고 싶어 죽겠다.’ 그래서 손을 잡고 싶다고 해서 덥썩잡는 것이 효과가 좋겠는가요? 덥썩잡고 싶은 그 욕망을, 본능을 자제하고 타이밍(기회)을 살피는 것이 더 효과가 있겠는가요? 우리가 ‘지적이다.’ 하는 것은, 감각과 본능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감각과 본능을 이겨내는 목적은 감각과 본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본능을 더 효율적인 상태로 더 확장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세계 변화 요구에 대한 대답은 성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는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크라테스는 ‘성찰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세계를 보면서 왜? 그런 말을 남기게 된 활동의 과정을 내 삶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람의 사고방식을,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사람의 사고방식을, 현재는 미국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허겁지겁 더 발전된 것을 졸졸 따라 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를 성찰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니스트 홈즈의 말이 생각을 생각하게 합니다. 마음의 활동이 곧 생각입니다. 우리가 항상 활동하는 것은 우리가 항상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우리는 사물을 끌어당기거나 밀쳐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 과정을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법칙을 모른다고 해서 그 귀결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맨 먼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생각이 예외 없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하는 생각이 현실을 창조할 생각인지 아닌지 무슨 수로 알겠는가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그 유명한 함석헌 선생의 어록입니다. 달리 말하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소멸된다는 말입니다. 생각은 생명입니다. 새로운 창조의 원천입니다. 생각이 있어야 현실을 넘어설 수 있고, 현실을 넘어서야 미래가 열립니다.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삽니다. “생각하는 민족이라야 산다.”라는 함석헌 선생 말씀이 다시 들려옵니다. 한 사람의 삶은 전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시선의 높이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선의 높이까지만 살다 간다고 합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모든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 자신에게 묻고 자신에게 설명하는 습관을 장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과 실천을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자신을 합리화 하는 변명은 그 사람을 가장 비굴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중용 20-4, ‘爲政在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의 생각(철학)이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물산(物産)의 질과 양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문명’은 ‘사람’의 생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높은 생각은 높은 문명을 만들고, 낮은 생각은 낮은 문명을 만듭니다. 모든 시작은 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한민족의 철학은 “一卽多 多卽一”입니다. 문덕근이가 전체고, 전체가 문덕근입니다. 삶? 세계 변화 요구에 제대로 답하는 것 외, 아무것도 아닙니다! ◇ 한자한글연구원장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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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 [기고]세계 최초의 전자금융도시 부산,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길을 묻다.
    [교육연합신문=정광우 기고] 도시는 때때로 스스로의 운명을 다시 써야 하는 순간과 마주한다. 1995년의 부산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었다. 산업 중심 도시에서 미래 금융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술적 토대도, 제도적 방향성도 온전히 무(無)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산은 과감하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미래 금융의 길을 개척할 것인가?” 그 시절 ‘인터넷’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데이터 전송 기술은 미약했고, 해외 선진사례 또한 찾기 어려웠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선택된 방법이 전송선로 2가닥을 4가닥으로 확장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독창적 설계 방식이었다.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시스템이 세계 최초 하나로교통카드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한 교통결제 기술을 넘어 전자금융결제의 시작점, 나아가 전자상거래 제도의 기초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대한민국을 세계 전자금융국가의 선두로 올려놓았다. 당시 부산이 보여준 선택과 실천은 지금 돌아봐도 시대를 앞지른 ‘혁신의 교본’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CBDC(디지털 원화)의 발권·발행·통용·결제·보관 등 전 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지, 또 디지털 가상자산의 공신력·가치·통제체계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부여할 것인지가 결정돼야 한다. CBDC는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다. 국가 경제 구조를 바꾸는 차세대 법정 통화 인프라다. 가상자산은 단순 투자 상품이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 전체를 구성하는 자산 구조다. 우리가 어떤 원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의 좌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소프트웨어·AI·데이터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정한다. AI가 축적하는 빅데이터는 국가 산업과 도시 정책의 핵심 자원이 되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를 곧바로 경제 인프라로 전환시킨다. 이 기술의 결합은 곧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라는 공공자산을 구축하고, 이는 다시 전 사회적 혁신을 촉발하는 기반이 된다. 과거 부산이 세계 최초 전자금융도시의 문을 열었다면, 지금의 부산은 디지털 금융 글로벌 규범을 만드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정산 시스템, 디지털 결제 표준, 금융 데이터 주권 체계 등은 부산이 충분히 앞서 나갈 수 있는 영역이다. 이미 가진 경험과 기술적 자신감은 세계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준’이다. 디지털 원화의 발행·정책·거래·보관을 아우르는 국가적 표준, 가상자산의 미래 가치를 규정하는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공신력 체계, 그리고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디지털 공공 플랫폼의 완성이다. 부산이 걸어온 길은 늘 대한민국의 미래를 앞당겨왔다.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같은 결심을 해야 한다.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표준을 누가 만들 것인가. 세계 최초 전자금융을 만든 도시 부산. 이제는 디지털 금융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도시 부산으로 나아갈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우리가 개척해 온 그 길을 다시 한 번 더 크게 확장하는 일이다. ▣ 정광우 ◇ 이호기술단(주) 회장 ◇ 한국핀테크 블록체인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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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2
  • [기고] 손자(孫子)와 원주 여행
    [교육연합신문=송근식 기고] △겨울은 목판화(woodcut), △봄은 수채화(watercolor), △여름은 유화(oil painting), △가을은 그 모든 것의 모자이크(mosaic). 인생은 가을(fall)과 같다. 짧지만 형형색색이다. -작가 미상 1박 2일간 원주로 떠나는 도로 주변의 산들의 색깔과 들판의 황금색 풍경들이 감각, 뇌 등 생체리듬들을 조화롭게 반응하게 하는 계절이라 마치 작가미상의 위 시(詩)를 되뇌게 했다. 이런 오감을 깨우는 주변의 각성 반응이 포근한 행복감을 주었다. 오늘은 특별히 우리 손자 서안이의 세 번째 생일을 맞아 서울시내 뷔페식당에서 거금의 가족 식사 예약을 취소하고 우리 딸이 1박 2일로 강원도 원주로 여행을 제안했다. 마침 우리 부부도 대전에서 부부 동반 모임이 있어 자동차를 가지고 온 터라 좋은 기회였다. 원주 오크밸리 빌리지에 예약을 하고 출발을 할 때, 손주가 내 차를 보며 “할아버지 차는 까만 BMW야, 우리 아빠 차는 하얀 벤츠인데”라고 말해서 웃었다. 내 차는 사실은 그랜저인데, 요즘 아이들은 대화의 수준이 우리 때완 다르다. 우리 손자는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앰뷸런스, 경찰 사이카, 불자동차, 덤프트럭, 기중기 등 차의 종류엔 무척 관심이 많다. 먼 길을 여행할 때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크레인이 길거리에 멈춰서 있는 것을 보고 "왜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거야?" 등 관심 때문에 전혀 지겹지 않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또, 딸이 "아빠, 운전 천천히 해요" 하면, "할아버지 천천히 가요. 빨리 가면 카당해요" 하고 덧붙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가 교육학에서 흔히 삶의 참된 가치와 행복은 올곧은 가치관 확립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특별히 교육하지도 않았는데도 이제 겨우 배울 나이에 대화를 듣고 하는 말들이 너무 신통하고 기분 좋아 피로감도 없어진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대화,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교육의 존귀함을 심어주는 긍정적 에너지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원주 오크밸리는 멋진 골프장이 있다. 입구의 계곡에 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입구에서 차를 세워 인터넷으로 몇 집을 골라 한 집을 선택해 들어갔다. 손님도 많고 식사의 질도 좋았다. 식사 후 우린 원주에서 유명한 뮤지엄 산으로 향했다. 뮤지엄산은 글자 그대로 고품격 문화예술 박물관으로 2013년 5월에 개관한 한솔제지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조각공원으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야외 공간예술 조형으로 만들었으며, 주홍색으로 미국 작가가 사람인(人) 자 조형물을 크게 세운 것도 이색적이었다. 특히, 야외에 있는 '스톤가든'은 아이들이 한 번쯤 올라가 보고 싶어하는 이색적 돌무덤같이 생긴 몇 개의 조형물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린 야외 카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풀고, 아이를 데리고 숙소 내에 있는 키즈카페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가족들 단위로 여행을 온 사람이 많아 어울려 놀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었다. 다음날은 아점을 마치고 작은 금강산이라는 소금산 그랜드 밸리 유원지로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원주에서 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곳으로 섬(蟾; 뚜꺼비)강과 삼산천이 만나는 지점에 크지는 않지만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입장료도 비쌌지만 우대요금 적용에 원주의 같은 '주'자를 가진 도시(예; 경주, 광주, 진주, 영주, 상주 등)에도 적용한다니 기발한 지역 인년으로 재치도 넘쳤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출렁다리까지 갔는데 그 많은 계단을 제 발로 걸어 올라가는 손자 서안이의 모습이 정말 대견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반계리에 있는 원주의 상징 800년 된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완전 단풍이 들어 잎이 떨어져 있다면 아이에게 맘껏 뛰놀게 하려고 갔는데, 아직 잎이 70% 정도여서 아쉽게도 바라만 보고 다음을 기약했다. 난 손녀와 손자가 각각 한 명씩인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리안이와 함께하지 못해 맘속에 애달픔이 남았다. 평일이라 함께하지 못한 사위와 또 우리 아들, 며느리도 섭섭하긴 마찬가지다. 다음엔 꼭 날을 잡아 함께 하기로 기도해 본다. 이번 여행은 헤르만 헷세의 “그대가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그대는 언제까지나 행복해지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미래에 행복해지기 위해 죽도록 고생한다는 말은 불행을 지속시키는 것 뿐이다.”란 말처럼 순간으로 가볍게 떠난 단순한 우리 부부와 딸, 그리고 손자와 함께한 소박하고 갑작스러운 여행은 바로 행복 그 자체였다. “조금 모자란 것에 만족하는 삶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지혜”라고 한 법정스님의 책 한 구절이 생각나는, 남이 보면 평범한 일상에 만족해하는 가련하고 초라하게 보이겠지만 우리에겐 참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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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9
  • [기고] 제대군인으로서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준비 자세
    [교육연합신문=정석민 기고] 15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불안감으로 시작한 전직 기간이었습니다. 군 전역 후에 내가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의 엄습과 앞날에 대한 막연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군 생활 동안 남들보다 최선을 다한 게 있다면 자격증은 1년 단위로 준비해서 전역 시 경비지도사 등 24개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2018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방호 공무원 경력 채용에 당당히 합격했고, 현재는 국립대학교에서 전문경력관으로 임무수행 중입니다. 이러한 취업 성공은 전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대군인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고, 대전 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수많은 선후배님들을 만나면서 취업을 위한 몇 가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 프레드 아들러 위의 명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그냥 무엇이든 시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전역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로 돌아가는 날이 언젠가 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준비와 시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잘 확인하셔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목표와 시도를 하면 되고, 우리는 많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내와 문제 해결력을 통해 많은 난관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기에 제대군인인 우리 모두는 해낼 수 있습니다. 어떤 목표를 위해 시도하는 실행력을 가지셨다면 다음으로 정보 수집입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꾸준히 확인해 모니터링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습관, 즉 부지런함을 갖추셔야 합니다. 실력은 있지만, 취업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린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보셔야 합니다. 대표적인 취업 정보 제공하는 사이트는 나라일터입니다. 나라일터는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 관련 취업 정보는 거의 대부분 여기에 올라와서 부지런하게 정보를 확인하면 취업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겁니다. 그리고 국가보훈부 제대군인센터의 취업정를 함께 확인한다면, 제대군인을 위한 우대 채용공고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행력과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취업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시도하신다면, 다음 단계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등 취업 서류 작성입니다. 사회에서는 서류 작성 교육에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순회교육과 특강을 활욯하신다면 무료로 수준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담사와의 협의를 통해 서류 보완이 가능하며, 모의면접 장소도 제공됩니다. 이러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조기 취업에 한층 더 가까워지실 것입니다. 취업에 불안해하실 필요없습니다. 수많은 난관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신 제대군인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실행력, 부지런함만 가지고 계신다면 반드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힘내라 ! 힘! 그리고 국가보훈부에는 대전제대군인센터가 있습니다. 함께해 주시고, 많이 찾아와 주세요. 여러분들의 취업을 돋는 상담사분들과 멘토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제대군인 종합 정보 제공은 국가보훈부 산하 제대군인지원센터 공식 홈페이지(www.vnet.go.kr)나 전화(☏ 1666-9279)로 문의하면 된다. ▣ 정석민 ◇ 대전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 ◇ 문화체육관광부 방호 공무원 ◇ 국립대학교 전문경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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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2
  • [기고] 생성형 AI와 함께 쓰는 교실, 상상의 문이 열리다
    [교육연합신문=김종훈 기고] 처음 생성형 AI를 교실에 들였을 때, 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아이들이 너무 쉽게 답을 찾아버리면, 배움의 과정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자 그 걱정은 전혀 다른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AI가 제시한 한 문장이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자, 오히려 교실에는 더 많은 질문이 생겼다. “이건 왜 이렇게 썼을까?”, “이 장면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이들은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그저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다시 물었다. 뤼튼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캔바로 그림을 그리며, AI 음악 생성기로 배경음을 더하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문을 열었다. 처음엔 신기함으로 시작했지만, 곧 “어떤 질문을 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AI는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훈련시키는 존재였다. 같은 도구를 써도 어떤 아이는 평범한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 차이는 ‘질문’의 깊이에서 비롯되었다. AI에게 “고양이가 나오는 동화 써줘”라고 시킨 아이보다, “낯선 별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가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 써줘”라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아이가 훨씬 풍부한 결과물을 얻었다. 아이들은 점차 깨닫게 되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만든다는 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무엇을 시킬 것인가’보다 ‘어떻게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고 훈련이다. AI에게 명령을 주는 과정은 곧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단순히 결과를 얻는 법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는 힘을 기른다. 교사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더 정확히 사고하고, 스스로의 언어로 명확히 표현하도록 돕는 안내자가 된다. AI로 촉발된 시대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과거에는 시키는 일을 얼마나 정확히 수행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상황에 맞게 ‘무엇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보다 질문을 잘 던지고 요청을 명확히 하는 사람, 즉 맥락을 읽고 사고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의 주체가 된다. 교실은 그 연습의 시작점이다. AI는 생각의 대체물이 아니라, 생각을 자극하는 거울이다. 『디지털미래영재학교 생성형 AI반 1』은 이러한 변화를 담은 첫 시도다. 이 책은 AI를 가르치는 기술서가 아니라, AI를 통해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안내서다. 아이들이 AI와 함께 사고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그 안에서 자기 생각을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의 철학이 녹아 있다. 교사가 조금의 용기를 내어 문을 열면, 아이들은 이미 그 너머에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 AI와 함께 배우는 교실, 그 안에서 교사는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되고,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써 내려간다. 오늘의 교실은 그렇게 미래의 언어를 연습하고 있다. AI는 결국 우리에게 ‘다시 묻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질문의 가치가 커진다. 교사가 한 문장을 던지고, 아이들이 그 질문 위에 또 다른 생각을 얹을 때, 그 교실은 살아 있는 사고의 현장이 된다. 우리는 답을 배우던 시대를 지나, 질문을 배우는 시대로 들어섰다. 교실의 작은 대화가 미래의 거대한 담론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변화일 것이다. AI가 그 시작을 열었고, 교사는 그 변화를 이어가는 항해자다. ▣ 김종훈 ◇ 부산 명문초등학교 교사 ◇ 2024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 2023 교육부지정 지능형 과학실 운영 유공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21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험 정보 제공 방법 및 이를 이용하는 장치 특허 등록 ◇ 2019 STEAM 교육 UCC 공모대회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19 STEAM 교육 유공 교육부 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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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1
  • [기고] AI와 함께 그리는 상상의 세계
    [교육연합신문=최일훈 기고] 오늘날 교실은 점점 더 창의적인 실험의 공간이 되고 있다. 글쓰기, 그림, 음악,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예술 활동 속에 디지털 도구가 스며들면서, 학생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워가고 있다. AI의 등장은 그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AI는 더 이상 정답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상상을 구체화하고 생각을 형상화하는 창작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 수업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창작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를 들어 학생이 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AI는 색감과 구도를 제안해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음악을 만들 때는 감정의 흐름에 맞는 코드 진행을 추천하고, 나레이션이 필요한 영상에는 음성 합성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이처럼 AI는 창작의 물리적 장벽을 낮추며,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창작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대신 만들어주는 작품은 결국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교사는 학생들이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성찰하고, 스스로의 감정과 경험을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디지털 미래 영재학교 생성형 AI반』을 집필하며, 나는 실제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책 속의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AI가 창작의 주인이 아니라, 배움의 촉매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입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이다. 학생들은 ‘기술로 표현된 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학습의 과정 속에서 경험한다. AI를 활용한 예술 융합 수업의 가장 큰 가치는 협력과 공감의 확대다. 한 학생이 만든 이미지를 다른 학생이 이야기로 발전시키고, 또 다른 친구가 음악으로 감정을 덧입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기술이 아닌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물론 이 과정에는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제안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가, 학생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교사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창작의 과정을 설계하고 방향을 잡는 예술적 설계자다. AI를 도입한 예술 융합 수업은 학생들에게 기술적 흥미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은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감정을 확장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교사가 성취기준을 중심에 두고 이 과정을 교육적으로 구조화할 때, AI는 학습과 예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앞으로의 교실은 기술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의 감정과 상상력을 확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AI는 창의성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거울이다. 교사가 문을 열면, 학생들은 이미 그 거울 속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그리고 있다. ▣ 최일훈 ◇ 부산 명진초등학교 교사 ◇ 2024~2025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주무교사 ◇ 2024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교육부 장관 표창 ◇ 2023 정보(SW·AI) 교육 발전 및 활성화 유공 교육부 장관표창 ◇ 2022 개정교육과정 과학교과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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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1
  • [기고] 디지털 자산으로 인한 124조 원 국부유출, 이제는 막아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정광우 기고] 박수영 국회의원(부산 남구)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통해 124조 원 규모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디지털 자산의 거래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 직접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제 국부 유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자산 거래는 기존의 아날로그 법망을 피하기 위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며, ‘탈중앙화’와 ‘탈금융화’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대표적인 형태는 비트코인과 디지털 달러(스테이블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미국에서 전략자산으로 자리 잡아 재정적자 해소의 수단이 되고 있으며, 디지털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패권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일환으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며, 민간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지털 원화나 가상자산에 대해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디지털 금융 대전환기, 대응 늦은 한국 전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디지털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디지털 자산은 ‘탈중앙화’와 ‘탈금융화’의 흐름 속에서 폭발적인 가치 상승을 보이며, 국민들은 기존 금융상품보다 디지털 자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 국민들은 국적 불명의 코인과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며, 겉으로는 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성적이고, 법적으로도 불법이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거래대금은 해외 코인 발행국이나 사이트로 흘러가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청년층은 해외 사이트 개설이나 블록체인 기술 습득을 이유로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는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부작용까지 초래되고 있다. ■ 탈중앙화, 기술인가 방임인가 이 같은 문제의 근원은 바로 ‘탈중앙화’의 오해에 있다. 탈중앙화는 중앙 독점 구조를 분산 처리하여 위조와 변조를 방지하는 보안 기술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 특성과 흐름에 무관심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탈중앙화’를 곧 ‘사적인 영역’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자산은 공공재 성격을 지니며, 그 발행과 발권이 사유화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선의의 탈중앙화 개념을 인정하되, 디지털 금융을 반드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 디지털 원화, 새로운 기축자산으로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이 디지털 자산을 금융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디지털 금융결제 플랫폼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한다면 디지털 원화는 준(準)기축통화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로 유출된 자본이 되돌아와 디지털 자산과 첨단산업에 재투자되고, 국내 산업 전반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대한민국은 G2 수준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124조 원이 새고 있다. 지금 막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이제는 124조 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개인의 투자가 아니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존엄과 주권을 지키는 국가적 과제다. 124조 원이 흘러나간 그 길을 지금 당장 막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돈은 없고 기술만 소비하는 나라, 혁신은 수출하고 부(富)는 수입하는 나라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이제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금융주권까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일,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 결단의 시간이다. 디지털 주권을 지켜야 진정한 디지털 강국이 된다. ▣ 정광우 ◇ 이호기술단(주) 회장 ◇ 한국핀테크 블록체인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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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7
  • [기고] 시민의 눈이 정치의 품격을 높인다
    [교육연합신문=송은숙 기고]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민의정모니터단 오리엔테이션’은2018년부터 이어져 온 시민참여 의정활동의 흐름 속에서, 시민이 정치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관찰자에서 동반자로 나아가는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책 결정기관이지만, 시민이 그 과정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이 추진해 온 시민의정모니터단은 시민이 의정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정책제안과 평가에 참여하는 민주주의 현장학습이자 지역 거버넌스의 실천 모델이다. 연맹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유권자가 정치의 주체로 서고, 공공의 선을 위해 책임 있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시민의정모니터단은 이러한 설립취지와 궤를 같이하며, 정치의 신뢰 회복과 시민역량 강화라는 두 축을 지역 현장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제도보다 문화의 문제다. 비판과 감시를 넘어 시민이 정책 개선의 동반자로 나설 때 정치의 품격은 한층 높아진다.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 모니터 요원들은 시의회 상임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회의 과정을 관찰하고 의견을 기록한다. 이 과정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이 행정을 이해하는 민주적 학습의 장이 된다. 부산은 지금 글로벌 허브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품격은 외형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 수준에서 결정된다. 시민의정모니터단의 꾸준한 활동은 부산이 단순한 경제도시를 넘어 참여와 신뢰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변화다. 정치의 품격은 시민의 수준을 닮는다. ‘나는 대한민국의 유권자다’라는 선언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이 주인으로 서는 시대의 실천이 되고 있다. ▣ 송은숙 ◇ (사)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중앙연맹 운영위원 ◇ 한국인재경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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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4
  • [기고] 2028년 부산 세계 디자인 수도 지정의 과제
    [교육연합신문=백경원 기고] 부산이 ‘2028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WDC)’로 선정되었다. 지난 10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제34회 세계디자인총회(WDO General Assembly)에서 부산은 인구 1300만 명의 중국 항저우를 제치고 선정되며, 토리노·서울·헬싱키·케이프타운·멕시코시티·발렌시아에 이어 세계 11번째 디자인 수도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는 이번 WDC 지정이 단순히 도시브랜드의 품격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도시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디자인을 통해 도시재생·사회통합·환경문제 해결·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디자인 행정의 시대’를 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 도시환경 재점검이 첫 과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은 부산 도시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다. 그동안 도시의 미관을 해쳐 온 낡은 구조물, 방치된 건물, 불법 광고물 등을 정비해 “없애야 할 것”과 “보존해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원도심 지역의 텅 빈 중형 건물, 폐가·반파된 주택, 들쭉날쭉한 간판 등은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소다. 이번 WDC 지정을 계기로 도시 미관 정비 및 경관 재생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정비가 마무리되면, 다음 단계는 사람 중심의 공간 조성이다. 시민이 머물고, 걷고, 휴식할 수 있는 쉼터와 문화공간 확보가 부산 디자인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 부산의 얼굴, 도시 캐릭터를 살리자 21세기 디자인은 곧 인간을 위한 환경 조성이다.따라서 현대 디자인의 존재 이유는 일부 전문가의 취향이 아니라 시민과의 공감 속에서 완성되는 사회적 가치에 있다. 부산의 고유한 경관과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살려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화 시대의 잔재인 무분별한 간판, 낡은 구조물, 환경오염 요소들을 과감히 정비하고, 그 자리에 ‘부산다움’을 담은 디자인 아이콘을 세워야 한다. 바다와 산, 항만이 어우러진 부산의 공간적 특징을 시각적으로 통합해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도시 이미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도시디자인 필요 부산은 타 도시에 비해 공공부지가 부족하고 시민문화공간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시재생과 문화복합공간 확충을 병행해야 하며, 대기질과 수질 등 환경 개선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설계가 절실하다. 또한, 부산시는 해외 선진 도시들의 디자인 행정과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벤치마킹하여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디자인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디자인이 단순한 미관 개선 사업이 아닌,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정책이자 복지정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 범시민 참여형 ‘리디자인 운동’으로 도시디자인은 행정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청소년부터 시니어 세대까지 시민 모두가 모니터 요원으로 참여해, 정기적인 점검과 공론화를 통해 도시의 얼굴을 함께 가꾸는 범시민 디자인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디자인 거버넌스가 정착될 때 ‘2028 세계 디자인 수도 부산’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디자인 도시,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창의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디자인 수도의 성공은 선언이나 행사에 달려 있지 않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다”고 느낄 때, 그때 비로소 부산은 진정한 세계 디자인 수도로 완성될 것이다. ▣ 백경원 교수 ◇ 동아대학교 대학원 조형디자인과 외래교수 ◇ (사)부산국제환경예술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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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3
  • [기고] 부산의 심장, 동천을 되살려야 부산이 산다
    [교육연합신문=정광우 기고] ■ 동천, 부산의 잊힌 심장 부산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東川)은 한때 이 도시의 생명줄이었다. 선박과 화물, 사람과 문화가 오가던 그 물길은 부산의 산업화와 함께 숨 쉬는 도시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속도는 생태의 숨결을 압도했고, 동천은 매립되고 오염되어 이제 시민의 기억 속에서도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오늘날 부산은 인구감소·도시 쇠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생명력을 되살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이 “동천의 부활”에 있다고 본다. 동천을 살리는 일은 단순한 하천 정비가 아니라 부산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존심을 복원하는 일이다. ■ 땜질식 정비에서 시민 중심의 도시혁신으로 부산시는 현재 상류 수질개선과 오수 차단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하류 구간의 인위적 해수 유입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임시방편적 복원은 또 다른 ‘중복 삽질’로 이어질 뿐이다. 이제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동천 그랜드플랜’이 필요하다. 서울의 청계천이 국가가 주도한 도시재생의 상징이라면, 부산의 동천은 시민과 기술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시하천이 되어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행정의 계획서가 아니라, 시민의 상상력 속에서 피어난다. ■ 기술·디자인·참여가 융합된 부산형 복원모델 동천 복원은 환경정비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기술·디자인·참여민주주의가 결합된 복합혁신 프로젝트이다. 이호기술단(주)은 다년간 축적된 특수정수 및 생물정화 기술, 스마트 모듈형 수질개선시스템, 지하수 순환연계기술을 통해자연형 생태복원과 디지털 수질관리의 융합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IoT 센서망을 활용한 실시간 수질·수위 데이터 관리, AI 기반 자율 수문제어 시스템, 미세조류 기반 친환경 정화기술, 스마트 정화모듈의 단계별 배치, 이러한 기술들이 결합되면, 동천은 더 이상 ‘죽은 물길’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스마트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 ‘동천코인’-블록체인으로 시민이 함께 만드는 재원 많은 이들이 묻는다. “좋다, 하지만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그러나 의지가 있다면, 기술이 답을 낸다. 부산은 이미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이 기반 위에 공익형 디지털 토큰 ‘동천코인’을 발행해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ESG형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동천코인은 단순한 기부금이 아니다. 부산의 미래를 시민이 함께 ‘투자’하고, 그 과정과 결과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는 참여형 거버넌스 모델이 될 것이다. 이는 부산이 기술과 공공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도시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 지산학(地·産·學) 협력과 청년의 참여 동천 복원은 부산의 대학과 지역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산학(地·産·學)’ 협력체계를 통해 부산대·동아대·동의대 등 지역 대학의 젊은 기술인재와 디자인기업,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함께 동천의 미래를 설계한다면 그 자체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혁신 생태계 구축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부산의 젊은 세대가 “부산을 바꾸는 프로젝트”에 열광하게 만들고, 그들의 감성과 기술이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디자인하게 해야 한다. ■ 데이터와 감성이 공존하는 하천 하천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정서의 공간이다. 동천 복원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감성을 더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복원된 수변공간에는 시민 예술전시존, 청년 창업존, AR 기반 문화체험 콘텐츠 등을 배치하여 ‘기억의 강’이자 ‘혁신의 강’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 부산시의회가 시민의 뜻을 모을 때 동천 복원은 단순한 행정사업이 아니라 의지의 과제다. 부산시의회가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부산시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시민사회와 기업, 대학이 함께 나설 때 동천은 다시 흐를 수 있다. 시민이 계획하고, 기술이 설계하며, 행정이 실행하는부산형 ‘협치(協治) 복원 모델’의 첫 사례가 될 것이다. ■ 부산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부산의 발전은 바다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바다로 흐르는 첫 물길은 언제나 동천이었다. 그 흐름이 멈추면 도시의 생명도 멎는다. 이제 부산은 기술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만드는지속가능한 생태·경제·문화의 순환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동천의 부활이다. 부산의 심장은 다시 뛰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부산을 사랑하는 가장 위대한 방식이다. ▣ 정광우 ◇ 이호기술단(주) 회장 ◇ 부산시민연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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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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