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제는 약속보다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박미순 부산시의원, 핵심 금융기능 유치와 지역산업 연계 전략 제시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의회와 남구의회, 행정기관에 이어 지역 아파트 주민들까지 유치 활동에 동참하면서 산업은행 이전은 정치권의 정책적 요구를 넘어 지역사회의 공동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시민들의 삶에는 어떠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올 것인가.
산업은행은 기업의 투자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이다. 부산 이전은 단순히 국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기능을 분산하고, 부산을 동남권 산업금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주요 과제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주요 금융기관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결합된다면 해양·항만·물류·조선산업과 금융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산시의회 박미순 의원(남구4)이 지난 9월 1일 5분자유발언을 통해 제시한 정책적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의원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핵심은 이전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 유치와 지역산업과의 연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간판만 옮기는 형식적인 이전을 넘어 주요 의사결정 기능과 전문인력, 기업금융 지원체계가 지역에 정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문현금융단지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기능을 집적하고 동남권 주력산업과 연결하는 산업금융 생태계 구축이라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 남구의회 역시 산업은행 이전 촉구에 뜻을 모았다. 남구의회는 지난 10월 8일 고선화 의장을 비롯한 의원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 문현금융단지 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선화 의장은 산업은행 이전이 부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남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며, 안정적인 이전과 정착을 위한 남구의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박미순 의원의 제안이 산업은행 이전의 정책적 방향을 구체화했다면, 고선화 의장을 중심으로 한 남구의회의 결의는 지역 차원의 공감대와 실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다. 부산시 남구아파트연합회(회장 이춘식)와 LG메트로시티 아파트(회장 노택균)는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문현금융단지 유치를 위한 주민 참여형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공감대 확산에 앞장섰다.
이번 활동에는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각종 동호회 등 다양한 주민 조직이 함께 참여했다. 주민들이 산업은행 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산업은행 이전이 더 이상 정치권이나 행정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지역 발전의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기대가 곧바로 지역경제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법적·제도적 과제를 비롯해 이전 직원들의 주거와 자녀 교육, 금융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적 기반을 논의하고, 부산시와 남구청은 금융산업 육성과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은행 역시 이전 논의 과정에서 금융 경쟁력과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형식적인 이전이다. 본점의 주소만 부산으로 옮기고 핵심 금융기능과 주요 의사결정 체계가 수도권에 머문다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
기자의 시각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산업은행 이전을 주장했느냐가 아니다. 정치권은 제도적 해법을 찾고, 행정기관은 실행 기반을 마련하며, 시민사회는 지역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일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특정 지역이나 정치권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할 정책 과제다. 이제 부산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반복되는 선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이전계획과 실행 일정, 그리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성과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진정한 성공은 은행의 간판이 부산에 걸리는 날이 아니라, 부산의 청년들이 고향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는 날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