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사의 레시피, 융합의 교실을 빚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한 걸음이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교육연합신문=김종훈 기고]
![[포맷변환]1.jpg](https://www.eduyonhap.com/data/tmp/2510/20251025033124_txcrgouk.jpg)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나는 늘 ‘무엇을 가르칠까’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배울까’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을 설계하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더 이상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첫 번째 동료여야 한다.
메이커교육은 그 출발점이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들며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수업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탐구의 여정이 되었다.
교과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아이들의 상상은 융합 프로젝트 수업으로 확장되었다. 수학 시간에 배운 원기둥과 원뿔이 과학 시간의 구조물 설계로 이어지고, 그 설계는 미술의 디자인 감각과 실과의 제작 기술로 완성된다.
메이커교육이 점화된 곳에서, 융합교육은 그 불꽃이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약통분의 피자가게’ 프로젝트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분수 개념을 피자 조각으로 시각화하며 놀이를 통해 학습했다. 단위분수라는 추상적 개념이, 자신이 만든 피자 모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수업은 단순한 수학 활동을 넘어, 창의적 설계와 협업, 공유의 과정으로 확장되었다.
아이들은 게임판의 디자인을 바꾸고 규칙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물은 학교 행사를 넘어 창의융합한마당에서 공유되었고, 실제 상품화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비록 코로나로 중단되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 경험은 지식보다 큰 배움이었다.
나는 이런 수업을 ‘교사의 레시피’라고 부른다. 요리사가 재료의 온도를 손끝으로 느끼듯, 교사는 아이들의 반응으로 수업의 온도를 조절한다. 같은 재료로도 교사마다 다른 맛이 난다. 어떤 교사는 수학의 논리로, 어떤 교사는 예술의 감성으로, 또 다른 교사는 기술의 언어로 아이들의 배움을 빚는다.
중요한 것은 레시피의 재료가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교사의 철학이다. 교사의 철학이 바뀌면 수업의 맛도 달라진다. 완벽한 설계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교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배움의 향기를 느낄 때, 교실은 살아있는 배움의 공간이 된다.
이런 시도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수업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성찰이 일어났다. 실패의 경험조차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한 명의 실험이 다른 교사의 도전을 이끌었다. 교사의 성장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협력과 나눔 속에서 일어난다. 교육의 변화는 제도나 장비보다 먼저, 교사의 철학에서 시작된다.
『디지털미래영재학교 3D프린터반 1』을 집필하며 나는 이 철학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메이커교육은 장비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배움의 문을 여는 철학이다. 교사가 조금의 용기를 내어 시작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싶었다. 교사의 작은 시도가 아이들의 큰 변화를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교사가 한 걸음만 내딛으면, 아이들은 이미 그 너머에서 즐겁게 뛰놀 준비가 되어 있다.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은 창의성과 협력, 그리고 공감이다. 그러나 그 역량을 길러주는 힘은 여전히 사람에게, 바로 교사에게 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교실로 들어오고 있지만, 아이의 눈빛을 읽고 배움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은 오직 교사의 몫이다. 교사의 한마디 격려가 아이의 도전이 되고, 교사의 시도가 교육의 혁신이 된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한 걸음이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그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미래는 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 교사가 먼저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교사의 레시피로 피어나는 융합의 교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이미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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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 부산 명문초등학교 교사
◇ 2024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 2023 교육부지정 지능형 과학실 운영 유공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21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험 정보 제공 방법 및 이를 이용하는 장치 특허 등록
◇ 2019 STEAM 교육 UCC 공모대회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19 STEAM 교육 유공 교육부 장관 표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