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교의 자유, 생명평화 문화의 확산이다
“종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종교인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교육연합신문=김대선 기고]

오늘날 세계는 여전히 종교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 민족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정의로운 전쟁”이라 부르지만,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은 인간성과 생명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종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종교인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 종교의 본질은 생명과 평화에 있다
종교는 본래 생명 존중과 평화를 지향하지만, 역사 속에서 종종 교리의 차이를 내세워 배척과 혐오,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인들은 다른 길을 선택해 왔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공존의 길을 걸어왔다.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한국 종교계는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 다른 교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고통받는 이웃을 돕고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동의 과제를 향해 함께 나아간 것이다. 이는 종교 간 연대가 낳은 아름다운 결실이자,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생명평화 실천의 구체적 힘이라 할 수 있다.
■ 종교의 자유, 평화공존의 토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자유는 단지 신앙 선택의 자유를 넘어 종교 간 평등, 상호 존중, 그리고 종교와 공공선의 조화를 포함한다. 종교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될 때, 종교는 사회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통합과 화해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종교인연대(URI-Korea)는 1999년 5월 15일 창립됐다. “종교로 인한 폭력을 종식시키고, 지구와 모든 생명을 위한 평화와 정의, 치유의 문화를 조성한다”는 선언 아래, 25년간 종교 간 협력과 사회적 실천을 이어왔다. 현재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이 함께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종교 연대의 모델이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이론에 따르면, 신뢰와 네트워크는 사회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한국종교인연대의 활동은 서로 다른 종교 공동체 간 신뢰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 생명평화, 종교의 구체적 실천
한국종교인연대는 지난 25년간 시대정신을 반영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매년 4~5회, 지금까지 126차례의 ‘평화포럼’을 개최하며 종교 간 대화의 장을 열어왔다.
또한 2021년 3월 25일을 ‘생명존중의 날’로 제정하고, 자살 예방과 생명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다. 2024년에는 제1회 생명존중상을 제정해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종교가 추상적 교리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신앙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남북 인도적 지원과 평화운동,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역시 종교의 공공적 책임을 구현하는 실천이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꾸준한 화해 노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밑거름이 돼왔다.
■ “종교 간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도 없다”
종교학자 한스 큉은 “종교 간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도 없다(No peace among the nations without peace among the religions)”고 했다. 이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갈등의 시대에 주는 뼈아픈 경고이자, 평화를 향한 가장 근본적인 제안이다.
한국종교인연대의 25년은 바로 이 명제를 실천으로 입증한 시간이었다. 종교 간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다른 나라의 현실과 달리, 한국은 종교의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평화적 공존의 모델을 만들어왔다.
지금 인류는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인구 소멸, 팬데믹, 불평등 심화 등 전 지구적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한 종교나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초국가적·초종교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 평화는 생명평화에서 출발하며, 생명평화는 종교가 본래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때 가능하다.
■ 세계와 함께 걷는 생명평화의 길
앞으로 한국종교인연대는 국내 7대 종단을 넘어 이슬람교, 정교회,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 등 다양한 세계 종교와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생명평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공존을 위한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
생명평화, 정의, 치유의 문화는 종교의 본질적 사명이다. 종교는 이를 단지 선언적 언어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각 종단과 종교인은 삶의 현장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의무가 있다.
한국종교인연대의 25년은 종교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평화 구축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였다. 앞으로도 종교 간 대화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가 함께 걸어가는 생명평화의 길을 열어가겠다.
종교는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