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상을 현실로, 교실 속 메이커교육의 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을 키워야 한다”
[교육연합신문=김종훈 기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CEO들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차고지다. 허름한 차고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스스로 만들며, 수많은 실패를 겪었던 경험이 결국 혁신의 씨앗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 교실 속 무한상상실이야말로 그 차고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패와 재도전을 거듭하며, 협력 속에서 배움의 기쁨을 발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메이커교육은 몇 해 전 우리 교육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국의 학교에 무한상상실이 조성되고, 3D프린터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가 보급되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안전과 건강 문제로 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먼지를 쌓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메이커교육을 특정 장비 체험으로만 오해하거나, 결과물 중심의 전시 활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메이커교육의 가치는 장비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상상을 실현하고 실패와 재도전을 경험하며 배우는 그 과정에 있다.
나는 3D프린터를 ‘성취의 덫’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사실 모델링과 프린팅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교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반 4학년 학생들과 함께 기초 모델링 수업을 진행해 보면, 불과 두세 시간 만에 자기 상상을 입체적인 작품으로 구현한다.
“체육보다 3D 모델링 시간이 더 재미있다”는 말이 아이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기기로 자기만의 모델링을 이어가며 친구들과 협업하는 모습은 메이커교육이 지닌 힘을 잘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메이킹은 놀이이자 도전이고, 또 하나의 배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커교육은 여전히 많은 교사들에게 ‘낯선 영역’이다. 교과와 별개의 특별 활동으로만 생각하거나, 결과물의 완성도에 지나치게 집착해 시도를 꺼린다. 그러나 본질은 결과물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며, 실패 속에서 다시 도전하는 그 과정에 있다.
수학 시간에 보드게임을 만들고, 과학 시간에 친환경 제품을 설계하며, 미술 시간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는 모든 활동이 메이커교육이다. 교사가 조금만 용기를 내어 시도를 열어주면, 교실은 순식간에 혁신의 차고지로 바뀐다.
나는 『디지털미래영재학교 3D프린터반 1』을 집필하면서 이 지점을 가장 고민했다. 선생님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장벽을 낮추기 위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D 모델링과 프린팅은 결코 거창한 전공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기본적인 안내만으로도 학생들은 곧바로 자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교사가 부담 없이 수업에 도입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교사가 문을 열어주면, 학생들은 이미 그 너머에서 즐겁게 뛰놀 준비가 되어 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단순히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다. 상상을 실현하는 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협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다. 메이커교육은 바로 이러한 미래 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실에 필요한 것은 완벽한 기계 작동법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시도하고 부딪히려는 용기다. 무한상상실에서의 작은 시도가 결국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 김종훈
◇ 부산 명문초등학교 교사
◇ 2019 STEAM 교육 유공 교육부 장관 표창
◇ 2019 STEAM 교육 UCC 공모대회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21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험 정보 제공 방법 및 이를 이용하는 장치 특허 등록
◇ 2023 교육부지정 지능형 과학실 운영 유공 최우수 장관상 수상
◇ 2024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