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30(목)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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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과 4월 부산교육청과 부산교육연수원 청사 복도 벽면 한가득 흑백 사진이 걸렸다. 알고보니 부산교육청 봉사회에서 주최한 「The weight of light」라는 제목의 사진전이었다. 교육청 공간에서의 사진전이라, 다소 생뚱맞은 이 행사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이 사진전에 얽힌 레퍼토리를 듣고자 사진전을 총괄 기획한 허남용 작가를 기자가 직접 만나 보았다.


■ 작가님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경성대학교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이후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연구했다. 현재는 부산시교육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틈나는 대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과 설치 작품을 통해 사회적 관계와 인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 「The weight of light」 역시 그러한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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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육청 봉사회는 어떤 단체인가?

 

부산시교육청 봉사회는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들을 중심으로 2006년에 설립되어 현재 42명의 회원이 있다. 이들은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부산지역 사회복지시설 등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부산지역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따뜻한 손길을 전할 계획이다.


■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계기는?

 

이번 전시는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의 봉사활동을 3년간 촬영한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록의 의미로 시작했지만 촬영을 거듭할수록 봉사라는 행위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관계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눔의 순간 속에는 보이지 않는 헌신과 따뜻한 연결이 존재하고, 저는 그것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 이번 사진전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는지?

 

이번 사진전 「The weight of light」에서는 봉사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 흑백사진을 통해 봉사의 겸손한 미학을 강조했고, 순간의 연속성을 포착해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연탄 조형물을 활용해 봉사의 물질적 흔적을 형상화하며, 관람객이 직접 그 무게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빛과 무게, 그리고 온기에 대한 시각적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 전체 출품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공들여 촬영한 사진은 무엇인지?

 

이번 전시에 포함된 84점의 사진은 개별적인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루는 조각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연탄과 그것이 놓인 공간을 촬영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연탄은 단순한 난방 연료가 아니라, 사회적 계층과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매개체이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그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온기를 전달하는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는 연탄이 놓인 환경과 그 주변의 흔적들을 함께 담아내며, 그것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봉사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결국, 84점의 사진은 각각의 장면이 아니라, 연탄이 상징하는 관계와 지속성, 그리고 빛과 무게의 흐름을 담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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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의 사진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사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 관계, 시간의 결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사진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 사라져 가는 기억, 말 없는 서사, 혹은 존재의 흔적들을 시각화하려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 작가님이 처음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2015년, 마흔이라는 나이에 ‘사진’이라는 매체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당시 단순한 취미로 참여했던 스포츠 동아리 활동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지가 가진 시각적 언어의 힘과 무언의 서사에 매료되었다. 피사체를 향한 시선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사진이 단지 보는 것이 아닌, ‘응시’하고 ‘사유’하는 작업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몇몇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저에게 사진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결국 2017년, 늦은 나이에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공무원으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사진예술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사진은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철학적 프레임이자, 삶의 단면을 응시하며 인간 존재의 흔적과 시간성을 탐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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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는 명확한 선보다는 흐릿한 스펙트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안에도 이미 작가의 선택과 개입, 즉 주관적인 시선이 작동하고 있다. 반면 예술사진은 표현과 해석, 개념에 무게를 두며, 실재를 재구성하거나 때로는 전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 두 장르 모두 결국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만나게 된다. 저는 이 경계를 탐색하고 넘나드는 작업을 즐긴다. 봉사현장을 기록한 사진이라 해도, 단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 그 안에서 관계, 시간, 침묵, 응시의 층위를 길어 올리는 작업을 통해 사진이 다큐를 넘어선 ‘예술적 증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어디에’ 시선을 머무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 향후 작품 활동 계획은?

 

이번 전시는 금년도 하반기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과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간의 삶과 궤적을 닮아 있는 ‘숲’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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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허남용

◇ 개인전 'Uncomfortable Luck', 'Eyesight', 'The Weight of Light' 개최 

◇ 단체전 '4인4색', 'Forest', 'Person'을 비롯해 총 10회의 전시 참여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광역시교육연수원 갤러리에서 15회의 전시기획을 비롯해 '다가서면 보이는 세상', '부산 씨[SE:A]', '전형이 되지 못한 전형' 등 총 20여 차례 이상 전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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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부산교육청 봉사회 사진작가 허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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