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사설]
정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비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해선 안 된다. 이는 교육의 국가적 책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정이며, 재정 부담을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김으로써 교육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무상교육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헌법적 권리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되어 국가와 시·도교육청, 기초지자체가 함께 부담하는 방식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법적 근거였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4조 제2항이 지난해 말 일몰됨에 따라, 정부는 아예 손을 떼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경기도교육청은 3천억 원 넘는 금액을 추가로 자체 편성해야 했고, 전국적으로는 향후 5년간 4조 6천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이 교육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정부 측에서는 “법적 근거가 종료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제도가 계속 시행되는 이상, 국가의 재정적 책임 역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일회성 행정이 아니라 지속성과 책임성을 요하는 국가사업이며, 법 조항의 유무를 떠나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핵심이다.
더구나 이 같은 국비 지원 중단은 교육청의 다른 핵심 사업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이미 도교육청은 기금을 활용해 예산을 증액했지만, 이 또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교사 수급, 교육 인프라, 저소득층 학생 지원 등 기초 교육활동의 질 저하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형평성과 공공성이 훼손되는 문제이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반발이 그토록 거셌음에도 정부는 이를 묵살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도권 교육감들이 연초 간담회에서 “일방적 일몰을 재고하라”고 촉구했음에도, 정부는 어떠한 협의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지방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이며, 중앙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은 단지 ‘지급 방식’이나 ‘재원 조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철학의 문제다. 정부는 당장 고교 무상교육 재정 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교육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어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채 교육의 미래를 지방과 교육청의 희생으로 지탱하려는 발상은 즉시 멈춰야 한다.
ⓒ 교육연합신문 & www.eduyonhap.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