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학교는 학생들에게 보다 허용적이고 민주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일들은 자체적으로 이를 성찰하고 협의에 의해 결정도록 허용하는 방식의 교육을 널리 견지해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는 공간이다. 이는 실수나 잘못을 통해 학생 스스로 또는 교사를 통해 뭔가를 깨닫고 배우는 공간이 학교라는 의미다. 그런데 학교는 학생이 수업을 듣고, 받아쓰고, 반복해서 외우기를 제외한 뭔가를 하면 자꾸 제동을 당한다. 따라서 학교에 다닐수록 실수든, 잘못이든 뭔가 할 기회가 차단된다. 그뿐이랴. 만약 학생이 교사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는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철저히 설득당하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독한 자기 검열을 반복하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때론 억울한 일을 당해 문제 제기라도 하면 ‘모난 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학생은 ‘학습된 비관’이 생기고 침묵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라 굴종적인 시민으로 훈련되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성이란 교육의 목표와는 유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학교는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이런 교육을 거의 반자동적으로 실시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해도 보수성이 강하고 수구적 성향의 학교는 사회의 타 분야와 달리 변화의 속도가 대부분 늦은 편이다. 그런데 이조차 학교별,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것이 이른바 그 학교의 전통적인 문화가 되고, 결과적으로 교사나 학생이나 사회적 불의와 부정을 보아도 무신경하게 되는 교육을 초래한다.
잠시 이해하기 어려운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모 중학교에서 시험 전 A교사는 교과 진도가 일찌감치 끝나 학생들에게 자습시간을 주었다. 그러자 B학생은 습관대로 휴대폰을 꺼내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A교사는 학생의 행동을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압수했다. B학생은 다소 어안이 벙벙해 일단 쉬는 시간에 A교사의 오해를 풀며 사정해 보기로 작정했다. B학생은 A교사로부터 휴대폰 예절을 비롯해 ‘내 자습 시간에는 공부만 해야 한다’는 꾸중과 훈계를 받고 1~5일간의 압수 기간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A교사는 자신의 담당 학급 복도 바닥을 청소시켰다. 이를 알게 된 담임교사 C는 성정이 여린 관계로 동료교사의 지도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다. 결국 B학생은 A교사 학급의 복도 청소를 하고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이는 사건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학교 특유의 ‘칸막이 문화’로 인해 교사들 간에도 학생지도 방식에 큰 차이를 드러낸다.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교사에 따라서는 학급 학생이 자신의 지도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 곧 바로 괘씸하다는 감정에 치우쳐 청소를 한 뒤에 10분~30분, 심지어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학급 전체를 기다리게 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길들이기도 한다.
교사들은 이를 흔히 ‘생활지도’라 부르며 몇 번만 반복하면 학생들이 잘 따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는 득보다 실이 크다. 당연히 학부모가 민원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방과 후 계획에도 지장을 주는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 효과를 유발한다. 그런데도 일부 학생들은 그런 담임의 행동을 “다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수용을 하며 길들여지기를 감수한다. 이렇게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해 왔고 이에 대해 획기적인 개선 없이 오늘에 이르렀고 안타깝게도 지금도 교사에 따라서는 이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가혹 행위를 즐기는 ‘사디스트’로 비교육적인 것은 물론 비인간적이다. 다양한 생각 자체를 억압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과 건전한 비판의식을 차단함으로써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성’이란 교육목표를 크게 훼손한다. 학교는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일들은 학급회나 학생회에 안건으로 위임해 자체적으로 이를 성찰하고 협의에 의해 결정도록 허용하는 방식의 교육을 널리 견지해야 한다. 이것이 학교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보다 배움에 이르는 공간으로 다가서고 자체적인 협의와 공론화의 과정에 따라 학생 자치능력을 최대로 키우는 민주시민교육의 구현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