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4(목)
 

[교육연합신문=송근식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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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유럽과 발칸반도 6개국 여행(2024.05.24.~06.04.)은 10여 년 전 아내가 친구들과 다녀온 많은 여행지 중 꼭 부부가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해서 과도한 부담과 활동 에너지를 고려해  함께 용기를 낸 곳이다. 

 

笑而不答 心自閑(소이부답 심자한; 웃고 대답 안 하니 마음 절로 한가롭구나)의 자세로 경치나 사물을 보고 나 스스로 즐기기만 하면서 마음에 여유로움을 얻어 편안한 자세로 일정을 보내려고 했다. 

 

위의 문구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중에 나오는 말로 나도 10년 후쯤 되면 “그 시절 참 아름다웠다. 지금은 내가 어떤 모습과 어떤 상태로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자 참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위 제목을 ‘프라하의 봄’ 대신 2일 차 방문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널리 알려진 ‘미라벨 정원’이 됐을 것이고, 음악을 좋아했다면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그림을 좋아했다면 비엔나의 ‘쉔부른 궁전’ 혹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키스)’이 됐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에 6.25 때 북한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미운 소련이 60년대 동구권인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구 여러 나라에 절대적 세력을 떨쳤던 그 나라들에 청소년기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고, 특히 1968년 1월 5일 집권한 알렉산드르 둡체크(당 제1서기)를 비롯, 개혁파들이 민주화를 시도하자 자본주의 부활이라 믿었던 소련이 8월 21일 밤 장갑차와 탱크를 보내 체코슬로바키아를 강제 점령, 시민의 민주화 운동을 강제로 막아 전 세계의 비난이 가중되었고 72명이 사망하고 266명이 중상을 입은 역사적 사건이다. 

 

1969년 1월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제가 수립돼 1993년 결국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고 60년대 경제 침체, 서툰 소비에트식 산업화 방식 등으로 한 때 공산주의 국가로 낙후됐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신성 로마제국의 일부가 된 이래 독일과 국경을 이루면서 독일인의 박해와 지배를 받았고, 1945년 5월 나치독일 항복 후 소련군 진주, 1989년 11월 동유럽 혁명결과 바출라프 하벨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자유주의 정권이 됐으며 1990년 사회주의 공화국서 연방 공화국주의로 전환, 1991년 6월 체코 주둔 소련군이 철수하면서 연방제 공화국이 되고 체코가 유럽연합, EU, 나토에 가입하자 반대하던 슬로바키아는 결국 연방을 해체하고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군사 무력 마찰 없이 해체된 이 사건을 ‘벨벳이혼’이라 부른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연속극 ‘프라하의 연인’을 방송해 어떤 이들은 프라하를 더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패키지여행으로(package tour) 32명이 함께 출발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와 동유럽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전 동독쪽) 등 6개국 12일간의 일정이다. 인천에서 KE945를 타고 프랑크푸르트까지 13시간 50분을 타고 갔다. 20여 년 전 서유럽 6개국을 여행했을 때는 독일항공 루프트한자를 타고 갔는데 10시간 정도 걸렸다.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러시아 상공을 통과할 수 없어 회항하기 때문에 똑같은 코스에  시간이 엄청 소모됐다. 패키지여행은 각자 다양한 집단이 모이기 때문에 때론 엄청 불편할 수도 있고 여행을 망칠 수도 있어 요즘 젊은 층들은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을 선호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고집과 주장이 주위를 어지럽게 만들며 반대로 한 팀의 배려와 향기가 여행을 향기롭고 훈훈하고 화목하게도 만들 수있다. 다행히도 이번 팀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할 줄도 알고 상대를 위하는 팀들이라 여행이 끝난 지금도 그 얼굴들이 한 번씩 떠 오르고 또 역사적 배경과 설명으로 지적 양식도 고양되고, 분위기를 잘 리드한 K가이드와 각 나라 마다 친절한 현지 안내원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여행, 언제나 가슴 설레고 떠나고 싶은 욕망의 심연, 막스 피카르의 '사랑의 얼굴'이란 시 속에 나오는 여인의 얼굴이 있다. 지구가 그 얼굴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다. 그러나 '그 얼굴 속에 꽃들이 남아 있다.'는 시구처럼 바로 여행 그 자체가 아름다운 여인이고 지구이고 내 마음 속에 꽃이 되어 남아 있다.

 

알프스 산속의 요정 같은 낭만적 오스트리아도 좋았지만 1917년 3월 러시아 2월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고 유라시아의 옛 국가사회주의 소비에트연방(소련)이 지배한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는 꼭 가보고 싶은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던 곳이다.

 

헝가리 하면 부다페스트, 그 부다페스트를 가로질러 흐르는 다뉴브(도나우)강에서 배를 타고 즐기는 야간 관광, 체코슬로바키아로 배웠던 우리는 1993년에 두 나라가 분리되었지만 동구 공산권 중에서 공업이 가장 앞섰고, 1968년도 ‘프라하의 봄’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새겨진 그 바츨라프 광장을 꼭 거닐어 보고 싶었다. 

 

계절적으로 체코의 봄은 4~6월이고 여름은 7~8월 가을은 9~10월, 겨울은 11월~3월까지로 대체로 길고 여름이 짧다. 여기서 말하는 봄은 언제나 긴 겨울에서 벗어나는 그리움과 희망, 계절적 순환을 넘어서 삶의 한 단계 시작, 젊음과 생명의 상징, 생동감, 화창함, 소생, 화려하며 아름다운 계절이면서 함축의 미,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봄은 음악, 미술, 시와 소설 등 문학, 연극 등 모든 예술 속에 아름다움과 비애를 모두 표현하며 개인적 갈등을 넘어서서 역사성을 봄과 대립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상화(李相和)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에서도 자연의 순환적 질서와 인위적 박탈을 현실로 대립시키면서 느끼는 감정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고 봄에 낮잠을 자다 잠시 꾼 꿈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하고 덧없음을 표현한다. 프라하의 봄도 한낱 일장춘몽이 됐다.

 

여행 10일 차에 드디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했다. 저녁 메뉴는 보헤미안 립, 오리지널 갈비와 흑맥주 한잔으로 긴장된 기분을 풀었다. 저녁 식사 후 구시가지 광장을 방문했는데 세계 각국의 어마어마한 사람들로 가득했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 몇몇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이색적인 총각 파티를 하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거리에서 친구들이 요구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 하면서 우정도 돈독하게 하고 어른이 되는 험난한 과정도 익히며 추억도 쌓는 마치 우리의 ‘함잡이 행사’를 연상하게 됐다. 그리고 최고의 야경으로 일컬어지는 프라하의 야간경치를 보면서 밤에 볼타바(몰다우)강 위에 놓인 체코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의 하나인 ‘카를교의 야경’, 불이 들어온 프라하성을 직접 내려다보고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 현지 교민 가이드를 만나 제일 먼저 프라하성에 도착했다. 프라하의 상징인 화려하고 웅장한 비투스성당을 방문했지만 미사가 열리는 관계로 실내 입장은 불가해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알찬 설명을 듣고, 아픈 역사를 가진 바츨라프광장에서 프라하의 봄에 관한 설명을 듣고 노면전차인 트램을 타고 카를교를 향했고, 다리 입구에 있는 성당에서 미사행렬을 목격하고, 교탑에 올라 바라본 구시가지와 카를교의 모습을 촬영, 그 후 구 시청사와 천문시계의 정각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광장에는 기대와 함께 2분도 안 된 짧은 시연에 다소 실망을 느꼈다. 시가지를 걸어가는 여기저기 공원이나 공간에서는 어린 청소년들이 노래와 춤을 연습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모두가 K-POP을 연습하는 모습이란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또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말을 배우려 하고 체코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는 인기가 높다고 한다.  

 

20년 전 서유럽 관광 때와는 우리의 위세가 엄청 달라진 격세지감을 느끼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우리는 대형버스가 진입할 수 없는 프라하의 옛 모습을 ‘올드카’를 타고 둘러보는 선택 관광을 통해 걸어서 갈 수 없는 언덕까지 올라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행운도 맛봤다. 건축박물관이라 불리는 천년의 고도라고 할 수 있는 프라하는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양식, 바르크양식, 네오고딕 등 모든 양식을 아우르는 국제적 건물들을 보면서 한반도 국토의 1/3밖에 안 되고 전체 인구가 천만 명 정도인데 나라가 꼭 중세도시를 방문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체코의 대표적 작가 프란츠 카프카와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했다는 황금소굴을 지나 다양한 볼거리로 항상 붐비는 구시가지 광장을 둘러보고 시청사와 시계탑, 수백 년 체코 조상들의 공간과 모습을 간직한 성당들, 즉 그들의 종교문화의 강성과 석조 문화건축의 융성 그 자체가 그들의 오랜 역사이자 삶이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과 역사를 보면서 그들의 위력과 장점들을 들을 때마다 내가 내 시간의 주인이고 내 삶의 주인일 때 비로소 타인과의 이상적인 관계도 수립되고 동반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며 내가 나를 긍정할 때 세상에 대한 긍정의 힘도 생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내가 중심을 잘 잡을 때 모든 설명이나 사물들을 바르게 인식하게 된 것은 내 나이가 고희(古稀)를 지나 희수(喜壽)를 향해 가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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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근식

◇ 교육연합신문 부산지사장

◇ 前부산예문여고·광명고·경혜여고·건국중학교 교장

◇ 학교법인 선화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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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프라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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