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종종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 협력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특히 4차 산업시대는 창조성과 협력성이 강조된다. 택지췌괘는 협력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임을 상기시킨다. 
 
「대상전」에 택지췌괘를 보면 ‘연못이 땅 위에 있는 모습은 물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모여들게 되면 항상 쟁송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자신의 통치의 질서를 도모한다. 우선 병기를 점검하고 소제하고 수리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태들에 대비한다.’고 되어 있다. 
 
‘택지췌(澤地萃)’의 ‘췌(萃)’는 ‘모이다’, ‘모으다’, ‘가려 뽑아 모으다’란 뜻이다. 만물이 모여들어 풍성해지고 인심이 모여들어 한마음이 되면 모든 사회 현상이 여유롭고 풍족해진다. 
 
택지췌는 연못에 물이 모이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연못은 겸허한 태도로 스스로 몸을 낮은 곳에 두고 있다. 그리하여 모든 계곡으로부터 오는 물길이 자연스럽게 즐겁게 노래하면서 모여들게 한다. 
 
못은 무한한 포용성과 아량을 가졌다. 큰 개천물도 가냘픈 시냇물도 구분하지 않는다. 맑은 물도 흐린 물도 차별하지 아니한다. 자기를 향하여 찾아드는 모든 물은 이것을 반가이 그 품에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그 넓고 깊은 품 안에서 맑았던 물도 흐렸던 물도 그리고 가냘펐던 것도 거대했던 것도 마침내는 혼연일체가 되어 커다란 하나의 맑은 못물로 만들어 놓는다. 작위하지 않는다. 선(善)의 분위기 속에서 저절로 정화된다. 이것이야말로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라는 것이 아닐까. 노자는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능히 만물을 좋게 하지만 다투지 아니하며, 여러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택지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시가 있다. 바로 이성부의 「벼」라는 시다. 감상해보자.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한 그루 한 그루의 벼는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약한 존재이지만 그들이 서로 어우러져 몸을 기대고 살아가기 때문에 강인한 힘을 가지는 것처럼, 민중은 서로를 돌보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민중들은 벼들이 서로 기대어 살 듯이 서로 어우러져 기대어 산다. 외적인 고난과 어려움이 심할수록 민중들은 스스로 자숙하고 이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공동체적 유대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 민중들의 모습을 보라. 그들은 죄가 없으면서도 마치 죄인처럼 짓눌려 살아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민중들은 달관의 자세를 지닌 사람들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줄도 안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이루기 위한 희생과 헌신의 정열을 지니고 있다. 또한 민중들은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역사의 주체로 일어서고자 하는 사람들이며 남을 위해 혹은 올바른 역사를 위해 사랑을 바칠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 민족은 수천 년간 ‘벼’를 재배해 왔다. 즉 벼는 우리와 오랫동안 지내왔으며, 풀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적 삶의 뿌리이자 역사의 저력을 상징하는 데 적합하다. 시적 화자는 벼의 서로 어우러져 기대는 모습으로부터 공동체적 유대와 신뢰감을, 서로의 몸을 묶고 떠나는 모습으로부터 민중의 저력과 희생의 모습을, 서러움을 달래고 노여움을 삭이는 모습으로부터 민중의 현명함과 지혜로움을 발견하고 있다. 한 포기의 벼와 들판을 가득 메운 벼들을 보라. 모이면 강해지고 풍족해진다. 
 
택지췌괘는 동지와 협력자를 얻고, 발전과 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행운의 징조를 보이는 괘다. 이 괘의 모양을 보면 아래로 세 개의 음효가 연속하여 있고 맨 위에도 음효가 있는 사이에 두 개의 양효가 있어서 마치 잉어가 폭포를 치달려 올라가서 이제 막 마지막 코스의 문턱에 도달한 상태와 같다. 그래서 이 괘를 잉어가 용문에 오르는 기상이라고 말한다. 이 괘는 매우 운세가 강력하고, 또 모인다는 뜻이므로 동지와 협력자를 얻을 수 있다. 항상 겸허한 마음과 정성되고 정직한 태도와 유순하고 관대하게 행동하라. 그리하면 모든 일은 저절로 순조롭게 성취될 것이다.

 

육우균.jpg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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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한마음으로 모이는 힘-택지췌의 교훈과 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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