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송근식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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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섰다.


내 지나온 교육 인생의 길을 회상하면 오직 대학입시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연하게도 부산 사립 인문계 삼성여고에 근무하게 된 것이 이유일 것 같다. 1975년도에 개교한 부산의 삼성여고에서 10여 년 넘게 진학지도를 맡으면서, 신설 여고의 명성을 높이려면 물론 추첨제로 학생들이 배정받아 오지만 대학입시의 결과가 학생 본인이나 학부모들에게는 가장 우선이 된다. 

 

그 기준은 ▼서울의 명문대학에 몇 명이 진학하였고, ▼부산의 명문대에 몇 명, ▼그리고 전국의 의·약학 대학에 몇 명을 보냈느냐가 학교의 순위를 나타내었다. 그 당시는 토요일은 반공일이었지만 토, 일요일에도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강행했다. 결과는 당연히 절대적 효과를 나타내었고, 주변에서도 부러워하는 명문여고가 되었다. 물론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행복 추구에 있고, 참된 자유인을 기르는 것이고 지식 교육과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겸비한 인성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한국 교육은 해묵은 입시교육으로 박식함만 추구, 기억력만 기를 뿐 교육의 근본인 창의력, 상상력, 도덕적 심성, 사회적 의식, 인간적 감수성, 예술적 감각 등을 도외시해 왔다. 그것은 입시 준비 교육으로 교육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일류대학 합격을 위한 입시교육 탓으로 명문 대학에 많이 합격시키는 학교, 명문대학에 많이 합격시키는 교사가 좋은 학교, 좋은 교사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와 대학이 대학입시 전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 뒤 1988년도에는 부산시 북구 소재 신설 경혜여고로 옮겨 진학지도를 하면서 심지어 1회 졸업생들 입시 때는 서울 S대 입학원서 7장을 내가 직접 들고 서울에 가서 최종일 접수 1시간 전 각 학과의 응시율을 보고, 수험생은 학교장실에 대기시켜 두고 교장실 유선전화(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본인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최종결정을 한 후, 학생의 적성이나 취미보단 경쟁률이 제일 약한, 합격 가능성이 제일 높은 학과를 위주로 집중적으로 선택하여 명문대 합격률을 올렸던, 돌이켜 보면 개인 희망이나 적성보다는 학교의 명성을 더 생각했던 처참한 때도 있다. 

 

그 뒤 1993년도에 개교한 부산 남구의 예문여고의 초대 교감으로 부임을 하고서는 교육의 방향을 좀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그 당시 신설학교는 아무나 사학을 경영할 수 없게, 설립 3년간은 정부로부터  교사의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고 법인 자체가 자비로 조달해야 하는 제도 때문에 젊은 교사들을 많이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교감인 나도 40대 초반이었기에 타인의 눈으로는 유능하기보다는 오히려 재단의 친인척으로 선정된 낙하산 인사로 오해하여 경시하는 모양새였고, 또 관내 모 여중은 당시 부산 시내에서는 최고의 인기 좋은 학교였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당연히 학교를 무시하고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그 불안을 해소해 주는 것은 유일한 대학입시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첫 입학생인 1학년 학생들에게 야간 자율학습을 강행했다. 당시 교장은 공립 실업계고 교감으로 정년을 하고 2년간 계약으로 부임해 왔기 때문에 나에게 전결을 부탁하고 일임을 했다. 

 

나는 예전의 평교사 때와는 달리 학교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운영과 경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학구적 문화와 흥취적 문화를 병행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놀이 문화 등도 동시에 취하면서 병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1학년을 평일은 야간 9시까지 자율학습을 강행하고 주말에는 희망자를 모아서 주변 명승지 등을 탐방하여 여가를 즐겼고, 월 2회는 명사 초청강연, 영화, 연극, 음악회 등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강연회는 지금은 고인이 된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신 서울의 안병욱 교수(숭실대)를 초빙하여 학생들에게 유익한 도산 사상과 함께 교양의 기본 교육을 실시했고 전국의 유명 교수님들, 그리고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문화적 교양 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그 당시 교육청 방침이 고3에게는 밤 9시, 1·2학년 재학생들은 오후 6시까지만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당연히 제재가 들어왔고 담임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경고를 했다. 나는 우리 학교는 1학년 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3학년과 동일하게 취급해 달라고 건의했고, 또 요구했지만 불가능하다고 오히려 사정을 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는 계속 야간 자습을 진행했고, 주변에서 항의 투서가 들어가 다시 교육청에서 감사가 나오고 나는 시말서를 2번이나 쓰면서도 첫 1학년들의 성적을 위해 강행했고, 그럭저럭 2년이 흐르고 고3이 되었다. 그때는 더 열성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우리는 밤 10시까지 강행하여 서울 S대에 다수를 합격시키고 부산 시내 유명 대학과 전국 의·약학과에도 많은 학생들이 진출하여 명실상부한 인문계 명문여고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특히 재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등(燈) 만들기 실기 수업이 있어 그 우수 작품들을 모아서 등 하나에 졸업생 이름을 5명씩 기록하여 수능 한 달 전부터 학교 주변에 '합격 기원등'을 달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우정을 연결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것은 부산에서 첫 행사가 되어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었다.(1995년도) 그리고 1997년도에 교장으로 취임 후에는 지식교육과 인성을 포함, 흥취적 문화를 위한 학풍조성을 위해 노력하여 명실상부한 인문계 여고로 성장하는 데 일익을 다했다. 

 

2002년도에는 부산시 영도구에 있는 광명고에 교장으로 부임해 갔는데 신설교가 아닌 개교 15년 차 되는 학교였다. 그런데 영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이 되면 학군이 좋은 해운대나 동래로 전학을 가거나 심지어 위장 전입생도 간혹 있었다. 구민 수가 적은 지역적 환경에 인문계 고교가 3개, 체육고교, 국립해양고교 등 5개 고교가 있었다. 심지어 그 당시 영도 구청장께서는 학생 이탈을 막기 위해 관내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학교를 잘 운영해 달라는 부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구청 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반드시 식사를 대접하는 그런 영도를 걱정하는 구청장도 있었다.


따라서 영도의 진학률이 저조했고 여러 조건들이 열악했다. 그런데 그해 정부로부터 학교장 추천 입학제도가 생겨 우리도 3학년 담임회의를 그쳐 S대학에 2 명의 적합자를 추천, 다행히도 모두 합격하였고, 매년마다 2명 이상은 S대에 입학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담임을 맡으면 제일 먼저 교실 왼쪽에는 교훈, 오른쪽에는 급훈(학생 측)을 단다. 급훈은 학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어떤 좋아하는 사자성어 등을 정하여 그것을 일 년 내내 외우고 실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때는 2~3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선택하게 만들고 때론 학생들에게 한 편씩 적어내어 제일 좋은 글 두세 편 골라 선정하고 실천을 당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 년 전 소설가 김홍신 님의 '인생사용설명서'란 책을 읽고 나도 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정해 놓고 가능한 실천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 또는 우리 신문을 읽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되기를 바라면서 소개해 본다.


■ 2023년도 "나의 인생사용 설명서" 

1. 웃으며 즐겁게 살자 —도산선생; 빙그레, 방그레, 벙그레 웃는 얼굴

   지하철 타보면 마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관리를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소박하게 살자.

3. 틈 나는 대로 책을 읽자 - 머리 회전, 시간 보내기 최고

4. 감사하며 살자 - 감.인.대( 堪忍待)로 살자( 견디고, 인내하고, 기다림)

5. 희망을 가지자 -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 구원, 절망이나 낙담보다 긍정적 삶 추구

6. 보탬이 되는 삶 살자.(자리이타)

7. 가끔 친구들과 연락하며 살자.


이상 7가지를 정해 한 해 동안 열심히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또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삶도 활발해지고  밝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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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근식

◇ 교육연합신문 부산지사장

◇ 前부산예문여고·광명고·경혜여고·건국중학교 교장

◇ 학교법인 선화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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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나의 인생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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